월간수소경제 = 이종수 편집장 | 한국가스공사는 수소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2019년 4월 수소사업 로드맵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4조7,000억 원을 신규 투자해 수소생산시설 25개소 구축, 튜브트레일러 500대 보급, 수소 배관망 700km 건설을 추진한다는 게 로드맵의 핵심 내용이다.

또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의 최대 출자사로 참여해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2020년 7월에는 수소법 제34조에 근거해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 지정되어 수소유통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그간 가스공사는 대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 등 수소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소식을 알리는 뉴스 메이커였다. 그러나 최근 가스공사의 수소사업이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다. 가스공사 사내에서도 수소 얘기를 꺼내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는 가스공사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가스공사는 지난 2월 27일 영업실적 공시를 통해 2023 회계연도 연결 기준 매출액은 44조5,560억 원, 영업이익은 1조5,534억 원, 당기순손실 7,474억 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 배당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2022년 대비 이자율 상승(2.93% → 3.93%) 및 원료비 미수금 증가, 조선사와 공동 개발한 KC-1 소송 1심 패소 및 관련 선박 손상액 반영, 모잠비크 Area4 사업과 이라크 주바이르 사업의 손상평가 할인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한국석유공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 ‘한국석유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청정 수소·암모니아, CCS, 부유식 해상풍력 등의 저탄소 신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석유공사는 생산이 종료된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연간 12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블루수소 생산 연계 국내 최초 CCS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28년 전력생산 개시를 목표로 6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해상풍력발전을 활용해 그린수소도 생산할 예정이다. 천연수소 탐사사업도 시작했다.

청정 수소암모니아 유통공급 기반 구축을 목표로 수소·암모니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초기에는 국내 화력발전의 청정 수소암모니아 혼소(석탄+암모니아, LNG+수소)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내 발전사와 협력해 청정 암모니아 인수기지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 설계를 진행 중이다. 

수소·암모니아, CCS,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모두 초기 인프라 투자 비용이 막대하다. 석유공사의 재정 상태가 개선되는 과정에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탄소중립으로 인해 석유는 저무는 해, 저탄소 에너지는 뜨는 해다. 석유공사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국내 석유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자존심을 살리고 글로벌 탄소중립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저탄소 에너지사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석유공사가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동시에 글로벌 수소시장에서도 당당히 활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석유공사가 그간 축적해온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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