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예정인 28기 석탄발전소를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국민의힘의 ‘기후 미래 택배 1호’ 공약에 포함되어 주목된다. 그간 정부의 수소정책 계획에는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다. 석탄발전소 부지, 송전선로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대량의 수소를 생산해 수소발전과 연료전지발전, 암모니아 생산 등에 활용하고, 충전소 등의 수소 수요처에도 공급하자는 것이다. 2회에 걸쳐 석탄발전소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 전환 프로젝트의 사업 내용과 타당성 등을 살펴봤다.<편집자주>

한국서부발전의 태안 석탄가스화발전설비(IGCC) 전경. 지난 2019년 11월 태안IGCC 설비에서 생산한 합성가스를 활용한 수소연료전지 연계운전에 성공했다.(사진=서부발전)
한국서부발전의 태안 석탄가스화발전설비(IGCC) 전경. 지난 2019년 11월 태안IGCC 설비에서 생산한 합성가스를 활용한 수소연료전지 연계운전에 성공했다.(사진=서부발전)

월간수소경제 = 이종수 기자 | 폐지 예정인 28기 석탄발전소를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국가사업으로 추진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는 지난 2월 27일 ‘기후 미래 택배 1호’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 공약은 크게 △기후위기 대응 재원 확대 및 컨트롤타워 강화 △무탄소 에너지 확대를 통한 글로벌 산업경쟁력 확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혁신 및 기업의 저탄소 전환 지원 △기후산업 육성 △녹색금융 확대 등 5개로 구분된다.

이 중 무탄소 에너지 확대 분야에 ‘수소 생태계 구축을 통한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이 포함됐는데, 세부 내용 중 ‘폐지 예정 석탄화력발전소의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 전환’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이는 공정사회실천연대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민의힘 측에 제안한 것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발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수송 등 전 산업에 수천만 톤의 청정수소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은 상황이다. 수명 종료 시 폐지할 석탄발전소를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로 전환해 대량의 저렴한 수소를 신속하게 생산·공급하자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이다.

석탄발전소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 전환 프로젝트 개요도.

공정사회실천연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전국에 산재한 58개 석탄발전소 중 2036년까지 수명이 종료되는 28기의 석탄발전소를 LNG 발전소로 대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렇게 폐지될 석탄발전소를 모두 LNG발전소로 전환하게 되면 수급 및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LNG의 발전량 비중이 60~70%로 커져 국가 에너지안보가 불안정해질 수 있어 단순히 LNG발전소로 전환하는 대신 LNG 발전소의 복합발전 기능을 포함한 ‘수소발전융복합클러스터’로 전환하자는 것이 공정사회실천연대의 제안이다.

이렇게 하면 기존 석탄발전소의 넓은 부지에 과거 발전설비 3~4배의 발전소 증설이 가능하고, 도로·송전설비·항만 등 많은 공용설비를 그대로 활용하게 되어 신규투자비와 건설공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전력수요 비수기나 밤에는 집중적으로 수소를 생산하므로 플랜트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CO₂는 전량 포집하고, 인근 LNG 인수기지에서 버려지는 냉열(섭씨 영하 162℃)을 활용해 포집된 CO₂를 액화시킨 후 이를 국내외에 확보한 지중저장소에 저장한다. 클러스터 인근 산단, 주택단지, 빌딩 등 주변 지역에서 포집한 CO₂도 클러스터 내로 배관을 통해 이송한 후 액화하고 국내외 저장소로 운송·저장하는 ‘지역 CO₂처리 허브’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생산된 수소는 1차적으로 수소발전에 사용한다. 그러고도 남는 수소는 수소가 주원료인 암모니아나 암모니아가 주원료인 요소수 같은 국가전략물자 생산에 활용하고, 기존 가스망을 이용해 전국 수소 수요처에 공급할 수 있다. 정부는 2026년 상업화를 목표로 기존 도시가스망에 수소 20%를 혼입하는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 중으로, 수소 혼입 비율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수소생산 원료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국내 4대 정유사의 정유찌꺼기인 페트콕(Pet-Coke)과 하수슬러지, 축산폐기물, 잡목바이오메스 같은 준폐기물을 최대한 사용한다. 이를 통해 국가 에너지안보와 에너지자립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준폐기물의 업싸이클링(폐기물 원료화)을 실현하고, 현재 시중 소매가의 1/3 수준인 저렴한 수소(판매목표가 3,000원∼5,000원/kg)를 대량 공급해 국가산업 전반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전재은 공정사회실천연대 사무총장은 “이번 사업은 CO2를 포집·운송·액화·저장하는 ‘지역 CO2 허브’로 기능해 전 산업의 탄소중립을 용이하게 하고, 대량의 저렴한 수소생산과 동시에 연료전지발전소와 중소형 수소발전소의 본격 활용을 가능케 해 민원 없이 신속하고 저렴하게 기존 전력공급 난제를 해소할 수 있다”라며 “조선·자동차·반도체·배터리·방위산업에 이어 또 하나의 새로운 국가 고도경제성장 동력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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