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천대학교 전경.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걸음마 단계인 국내 수소에너지 산업이 수년 내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술개발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산업의 기반구축을 위해선 수소충전소 확충, 제도정비, 수소차 민간보급 활성화 등도 필요하지만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인력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연구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에 사용되는 고압용기 설계는 전 과정에 대한 엄밀한 해석에 의해 이뤄지지 못하고 일부 경험에 의한 설계에만 의존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부품의 경우에도 국산화율이 2015년 현재 40%에 불과할 만큼 해외기술 의존도가 높다.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수소충전소 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인력양성 없이는 이 계획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수소산업을 선정해놓고도 전문인력이 없어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기업들도 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수소 생산·저장·운송·이용 등 전과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실무적용 연구역량을 갖춘 인력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때마침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에너지인력양성사업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연계 수소 제조·저장 및 통합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 고급트랙’ 양성 과제를 수행하고 있어 주목된다.

▲ ‘재생에너지 연계 수소 제조·저장 및 통합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 고급트랙’ 양성 과제에 참여하는 가천대학교 대학원생들이 현대자동차의 양재동 그린에너지 스테이션을 방문해 수소저장용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재생에너지 연계 수소 제조·저장 및 통합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 고급트랙’ 양성 과제에 참여하는 가천대학교 대학원생들이 현대자동차의 양재동 그린에너지 스테이션을 방문해 수소저장용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실무적용 연구능력 갖춘 석·박사급 인력 양성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재생에너지 연계 수소 제조·저장 및 통합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 고급트랙’ 양성 과제는 수소전기차로 대표되는 수소경제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대비하기 위해 관련 지식 및 실무적용 연구능력을 갖춘 대학원 석·박사급 인력을 관련 산업체와 협력해 양성하고 그 인력을 산업계에 진출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참여기업과 교과과정 위원회를 운영해 산업계의 수요 분야를 충분히 반영한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강의에도 산업체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이론과 실무 경험을 갖춘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 인증과정 이후 관련 기업체 취업으로 연계해 바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의 연구인력과 참여기업이 협력해 기업의 애로기술을 해소하기 위한 연구과제를 개발, 수행함으로써 애로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인증과정에 참여하는 대학원생들이 실제 수소산업의 현황과 필요 기술을 파악하고 관련 연구 역량 함양에 도움이 되도록 계획됐다.

수소산업 인력양성이 필요한 분야로는 △수소제조 및 수소 품질기준 관리 △수소저장기술(고압수소가스, 저온액체수소, 수소저장합금 및 탄소나노재료 이용 저장 등) △수소이송 관련 기술(수소충전소 부품 설계 및 제작 기술, 수소충전소 운영 등) △수소충전소 관련 기술(수소충전소 부품 설계 및 제작 기술, 수소충전소 운영 등) △고압수소 환경에서 재료의 수소취성 평가기술 및 고압밸브, 배관류 설계 기술 △수소 저장, 충전소 안전관리 등 6개 분야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원하는 이번 과제는 올해 4월부터 착수해 오는 2021년 12월31일까지 진행되며 정부출연금 20억원이 지원된다. 

참여기관으로 엔케이, 청화사, 케이엠에스 등 3개 기업, 수요기관으로는 이엠코리아(이엠솔루션), 광신기계공업, 태광후지킨, 하이리움산업, 오픈아이엔씨 등 5개 기업 총 8개 기업이 참여한다. 참여교수는 가천대 기계공학과 4명, 화공생명공학과 3명, 설비·소방공학과 1명 등 총 8명으로 김한상 기계공학과 교수가 총괄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 가천대 대학원생들이 현대자동차의 양재동 그린에너지 스테이션에서 수소전기차 충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창의·융합형 교육 프로그램 구성
가천대 산학협력단은 재생에너지 연계 수소 제조·저장 및 통합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 전체를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명품(고급) 인재양성을 목표로 기존 교과목과 차별화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먼저 기존의 이론과 대학 위주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애로기술을 바탕으로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는 과제기반학습(PBL)을 기본으로 교육과정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수소에너지의 제조·저장·안전 등의 실질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체계적인 단계별 학습프로그램(Deep Learning)을 구축해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2년을 기본으로 하는 전주기적 실력양성 프로그램으로 기본적인 PBL과목을 달성하기 위해 ‘해보기(알아보기)-관련기초교육-관련 실무경험-애로기술 프로젝트 마무리’로 구성된다. 

단계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개선사항 등에 대한 관리를 통해 매 학기 개선된 명품과정을 구성하는 한편 선배, 후배, 산업체 인력 등 참여인원의 지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함으로써 심도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전문 실무형 교육을 위해 전문가와 대학 교수가 공동 강의하는 팀티칭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강력한 산학협력(인재양성 프로그램+신규 채용 산학협력 중점교수+참여·수요기업+가천대학교 중소기업 산학협력센터) 모델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현장학습(장기 현장실습), 인턴십 등의 다양한 실무경험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다학제 간 융합교육 및 실질적 산업체 전문교육도 함께 추진한다. 재생에너지 이용 수소 제조설계·개발·운전 인력, 고압수소 저장을 위한 해석 및 설계 인력, 수소시스템의 융복합 시스템 개발·운용 인력 양성을 위해 기존의 교과목들도 체계적으로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는 ‘Blended-Learning’ 교육법을 세미나를 제외한 전 교육과목에 접목하고 연차별로 그 과목수를 꾸준히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MUST(Most Useful S/W Training)’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에 기반한 엔지니어링(CAE) 소프트웨어를 습득한 인력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머릿속의 이론을 가상현실에서 구현하는 S/W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방학 중 S/W 강의를 기초부터 고급까지 구성해 교육하고 각 S/W 과정 후 학기과정에는 관련 특별과제(term project)를 수행해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극대화 할 계획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위해 고체역학특론, 복합재료역학, 신재생에너지와 전력변환, 에너지저장기술 특론, 연료전지공학 등 기존 16과목에 △수소 이론 및 실무 세미나 △수소에너지 통합 엔지니어링 개론 △Capstone+ △S/W(기초, 고급) △수소저장시스템 개론 △수소에너지 열역학 △방화 & 방폭공학 특론 등 7개 신규과목을 개설해 더욱 더 폭넓고 전문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 가천대 대학원생들이 수소세미나 외부강사(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의 강의를 듣고 있다.

사회보상역량 함양을 위한 지식나눔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인력양성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이 적어도 1번 이상의 워크숍 발표 및 지식 나눔 행사에 참여해 자신의 경험 및 노하우를 전수하고 수소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역사회에 심어주는 프로그램을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2차년도부터 참석 가능한 대학교 4학년 학생뿐만 아니라 인력양성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멘티 프로그램도 만들어 지식 나눔 봉사를 수행토록 할 계획이다.

수소산업 관련 기업 애로기술도 해결한다

참여기업 연계 R&D 계획을 보면 먼저 엔케이는 ‘고압수소저장 복합재료 용기 설계 및 해석 기술’을 애로기술로 선정했다.

수소전기자동차 및 수소충전소에서 사용되는 고압(350~820bar) 용기의 설계에 있어 전 과정이 엄밀한 해석에 의해 이뤄지지 못하고 일부 경험에 의한 설계에 의존하고 있어 비용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안전이 중요한 고압용기인 만큼 보다 엄밀한 해석에 의한 설계 및 제작 공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소저장 물질 제조기술’을 애로기술로 선정한 청화사는 1968년 청화동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실용화에 성공, 현재 전세계 30여 국가에 청화동, 청화아연, 황동쏠트 등을 공급하는 세계 최대의 금속시안물 업체다.

이 회사는 다년간 금속화합물의 개발 및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에너지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저장합금 소재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수소저장 물질 제조기술개발’에 참여하게 됐다.

‘IoT기반 수소가스 안전 앱 & 서비스’를 애로기술로 정한 케이엠에스는 수소가스 알고리즘 및 관련 산업용 인증 등을 연구해 이러한 센싱 메카니즘을 기반으로 5G이동통신 방식의 표준을 개발, 이 표준에 적합한 서비스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수소가스감지용 모니터링 시스템 및 앱 개발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과제 수행 기대효과는
이번 인력양성사업을 통해 수소산업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식과 실무역량을 갖춘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함으로써 수년 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산업에 맞춤 인력을 공급할 수 있고 해외시장도 선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역량을 갖춘 대학원 석·박사 인력만이 아니라 학부 4학년 학생들에게도 수소산업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켜 관련 업계로 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수소충전소 운영 인력 등의 수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소전기차 및 관련 인프라 보급 활성화에 일조함으로써 연관 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이 경우 많은 연관 산업이 존재해 대기업인 자동차회사와 관련 중소부품 업체 간의 협력적 기업 생태계 구축 및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업에 수소 제조·저장·충전소 등 수소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해 타  분야 기업 간 기술적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는 가교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이론에 근거한 해석 등의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연구인력이 부족한 실정으로 이번 사업 진행 중에 대학과의 공동 연구로 애로기술을 해결할 수 있는 한편 연구개발 및 공동 프로젝트 진행 기업에 대학 연구인력이 취업해 중견·중소 기업의 연구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니인터뷰-김한상 가천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수소산업 인력양성 과제 총괄책임교수)>

▲ 김한상 가천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수소산업 인력양성 과제 총괄책임교수).
이번 과제를 국내 수소산업 분야 최초의 인력양성사업 과제로 이해하면 되나.
최초의 수소산업 인력양성사업 과제는 아니다. 기존에 경일대학교의 학부인력양성사업, 호서대학교의 기업체 재직자 대상 인력양성사업이 수행됐다.

그러나 대학원 중심의 수소에너지 인력양성사업은 이번 과제가 최초다. 대학원 석·박사 과정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주 목적인 인력양성사업인 만큼 향후 수소전기차로 대표되는 수소경제시대에 필요한 부품개발 및 고급 관리 인력을 양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소경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수소충전소 등의 인프라 확충 정책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력양성도 당장 현재의 수요보다는 4~5년 후를 내다보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전문 명품 융합 인재양성’을 목표로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마련했는데 주요 내용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공과대학 대학원생들의 수소 관련 인식도 연료전지나 고압가스용기 개발 등의 연구에 참여해 온 학생들이 아니라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일단 첫 학기에 수소 이론 및 실무 세미나라는 과목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수소 산업체, 기관의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빙, 수소산업의 전반적인 기본 이론 및 산업 현장의 실무에 대한 소개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기술을 통한 수소 제조, 고압가스, 액체, 고체화합물 수소 저장 방법, 수소 이용 분야에 대한 통합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수소 통합 엔지니어링 개론’이라는 교과목을 계획하고 있다. 세 개의 다른 학과 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만큼 각자 분야에 맞는 연구와 연계되도록 재료비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기반의 ‘Capstone design’ 과목도 운영할 것이다.

일반 산업체에서 전문 해석 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교육 과정 중에 구조, 열유체, 진동·충격 분야의 해석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빙하는 해석 소프트웨어 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강좌들은 산업체 인력에도 개방돼 있다.

참여기업들의 기술애로 연구개발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올해 초 이번 과제 수주 과정에서 여러 수소 관련 기업들에 이번 사업의 참여를 요청했을 때 아직 수소 시장이 없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부담스러워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각 분야 대표적인 기업들이 흔쾌히 참여할 뜻을 밝혀와 이번 기회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예를 들면 수소충전소용 고압수소저장용기를 생산하는 업체인 엔케이는 미국과 일본, 유럽의 선발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여러 타입의 용기를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참여기업들과 단순히 과제 수행을 위한 주관·참여기관 관계가 아니라 수소산업 발전을 위해 같은 배를 탄 관계로 인식하고 참여기관이 필요한 부분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이번 과제에서 바로 생산으로 직결되는 결과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과제의 기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정부 과제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1차년도(2017년) 사업의 주요 추진현황은.
실질적인 1차년도 수행기간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어서 이번 사업의 안정화에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가스산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산학협력전담 교수를 초빙해 외부 전문가, 기업체와의 연계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원래 수소 이론 및 실무 세미나는 1학기 개설로 계획됐으나 1차년도에는 부득이하게 2학기에 개설해 운영을 해본 결과 외부 전문가들이 이번 사업의 취지에 공감해 적극적으로 강의를 맡아 줘 큰 힘이 됐다.

참여 학생들에게 KINTEX에서 개최된 에너지대전 및 여의도 수소전기하우스를 방문하도록 했다. 또 양재동 수소스테이션을 방문해 실제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충전하는 과정과 각종 설비 견학도 진행했다. 12월에는 참여기업 중 한곳과 울산수소타운을 견학할 계획이다.

이번 양성과제의 연구 측면에서 기계공학과는 수소저장용기의 설계 및 해석을 맡고 화공생명공학과는 수전해 관련 연구, 소방방재과는 수소 누출시 감지 및 경보 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각각 분담해 계획대로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해 참여기업을 확대해 나간다면 그에 따라 연구 분야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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