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데가 구축한 독일 로이나 지역의 액화수소플랜트.

[월간수소경제 장성혁 기자] 2차 에너지인 수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각국의 수소전기차 보급계획이 제시되면서 충전인프라인 수소충전소시장이 꿈틀대고 수소생산, 이송, 저장기술 등 관련 산업 생태계도 동시에 조명 받고 있다.

수소전기차 보급은 전 세계적으로 초기시장을 열고 있는 단계로 지금 당장 시장규모를 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주요국의 충전인프라 1차 구축이 완료되는 2020년 즈음 약 10만대 이상의 차량보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의 보급계획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25년 수소전기차는 국내에서만 15만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대략 2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후 매년 증가폭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차량에 공급할 수소생산과 이송, 저장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기술개발과 방안 마련이 요구되며 지금부터 준비돼야 한다.

현재 수소충전소는 물론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수소의 이송·저장 시 고압으로 압축해 처리한다. 그러나 이를 액화시켜 이송·저장할 경우 10배 이상의 처리능력을 갖출 수 있어 고압 대비 경제성이 탁월하다. 또한 수요처의 저장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 유연한 고객 대응 역시 가능하다.

안전성과 활용성도 뛰어나다. 액체수소 사용기압은 1~3기압에서 저장됨으로 고압 대비 높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순도 역시 99.9999% 이상 고순도 수소를 제조할 수 있어 반도체 및 고순도 수소 산업체 활용이 가능하고 에너지밀도가 높아 군수·우주용으로도 적합하다.

이러한 효과로 선진국 대부분은 수소 활용 인프라 구축 시 액체 수소를 기반으로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수소시장의 60% 이상이 액체수소로 유통된다. 일본은 2006년 이와타니산업(주)이 최초의 대형 플랜트를 구축해 기존 우주산업에만 활용되던 액체수소를 산업용으로 확장한 바 있다.

국내 역시 2030년 기준 수소전기차 63만대, 수소충전소 520개 구축이 예정돼 액체수소 기반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지만 문제는 액화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최근 국내에서도 액화기술 확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소량이지만 수소를 액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사업화를 추진하는 벤처기업이 등장했고 연구계를 중심으로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해 액화기술을 확보하려는 계획도 제시되고 있다.

▲ 독일 앙골슈타트 지역의 액화수소플랜트.

액화플랜트 상용화 기술개발, 예타사업 추진
연구계를 포함한 수소산업계의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목소리만 있을 뿐 사업추진을 위한 걸음은 내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움직임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수소산업을 둘러싼 산학연관 각 주체의 만남이 잦아졌다. 실제 사업추진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은 물론 주기적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주축이 된 이 모임은 국내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을 목표로 주요 전문기관, 기업, 학계 관계자가 참여해 각국의 액화수소 현황과 기술수준, 국내 도입방안 등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미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 수소액화 현장 답사도 진행했다. 이후 보고 듣고 얻어낸 결과물을 토대로 수차례 기획위원회를 개최하고 방향을 다듬었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기획보고서까지 완성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기획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최병일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선진시설 답사와 기획위원회를 통한 오랜 논의 끝에 사업방향 등이 구체화됐다”라며 “최근 이러한 방안을 담은 사업추진(안)을 마련해 정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언급된 정부는 정확히 국토교통부다. 국토부는 이 사업을 국가예비타당성조사사업으로 추진할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박사는 “국토부 역시 수소 액화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먼저 액화플랜트를 건설해 운용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최 박사는 액화플랜트 구축사업에 참여할 사업자 모집을 위해 산학연을 대상으로 한 신청서를 접수 받았다. 본격적인 예타사업 추진을 위해 기획보고서와 함께 사업추진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완료되면 국토부 주관의 예타사업으로 기획재정부에 접수하고 내년 하반기 대상사업으로 선정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한다. 최 박사는 “대상사업으로 선정되더라도 2차 본예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종 사업 선정은 내년 말 또는 2019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액체수소 탱크로리.

4가지 사업모델 검토
추진되고 있는 정확한 사업명은 ‘고효율 수소액화플랜트 상용화 기술개발 기획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구축될 플랜트의 수소 생산량은 하루 5톤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최 박사는 “국내 수소충전인프라 구축 계획상 2025년 총 210개의 수소충전소가 운영될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서 사용될 수소는 연간 2만톤 가량으로 추정된다”라며 “이를 다시 일일 수요량으로 계산하면 약 53톤 가량이 필요한데 이들 중 약 10%를 액화수소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루 5톤 생산할 수 있는 액화플랜트 규모는 상용 수소 액화플랜트의 최소용량(표준규격)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사업에서 고려하고 있는 액화수소 플랜트 사업모델은 총 4가지다. 액화를 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필요한데 수소의 공급원을 기준으로 부생수소, 도시가스, LNG, 신재생 수전해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들 각 모델은 각각의 장단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최종 사업모델을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먼저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모델은 울산, 여수, 당진 등과 같은 부생수소 생산지역에 플랜트를 건설하는 방안이다. 부생수소가 생산되는 지역인 만큼 부생수소 량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나 반대로 플랜트 건설 후보지가 특정지역(부생수소 생산지)에 제한된다는 점과 기존 부생수소가 대부분 수요처가 확보돼 있다는 점, 냉열 공급 소스가 없어 액화플랜트 효율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두 번째 모델은 도시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모델로 수소의 원료로 사용되는 천연가스(NG) 공급이 용이하고 전국에 걸쳐 배관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후보지 선정이 자유롭다는 점, 도시가스 사업자의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참여의지가 높다는 점은 유리한 요소다.

그러나 이 모델 역시 냉열 공급 소스가 없어 액화플랜트 효율이 저하될 수 있고 수소를 얻기 위한 추가적인 개질장비인 SMR(Steam, Methane, Reforming) 초기 구축비용이 높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세 번째 방안은 LNG를 활용하는 것으로 도시가스와 같이 SMR 플랜트 비용이 추가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수소를 생산할 LNG 확보가 용이하고 또 LNG 냉열을 활용해 수소액화플랜트의 고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신재생에너지 연계 방식이다. 이 모델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전기분해 방식)하는 것이 핵심으로 수소 생산에서 사용까지 이산화탄소에 자유롭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그러나 냉열 소스가 없어 액화플랜트 효율 저하 문제와 높은 발전단가 대비 낮은 수전해 효율로 인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이다. 추진팀은 각 사업모델의 장단점을 포함한 SWOT분석과 국내환경, 기술확보, 실증사업 성공 가능성 등의 상용화 전략을 동시에 검토해 사업모델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 국내 액화수소플랜트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주축이 된 추진팀의 산학연 전문가 포럼.

2개 플랜트 동시 구축해 상용화·기술확보 기대
전 세계 운영되고 있는 액화수소 상용플랜트는 30개로 이 곳에서 생산되는 액체수소는 2010년 기준 355톤/day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미국과 캐나다로 이들 지역에서만 300톤/day이 생산된다. 다음으로는 중국과 인도, 일본이 포함된 아시아지역으로 30.6톤/day 규모다. 유럽은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네덜란드에서 액화수소플랜트를 운영 중에 있으며 생산 규모는 총 24.4톤/day이 생산된다.

추진팀이 목표한 플랜트 용량은 상용 수소 액화플랜트의 최소 규모인 5톤/day 급으로 미미하지만 국내에 구축될 경우 심리적·산업적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는 전 세계 10여개 국가만이 지닌 액화수소기술을 우리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실질적인 관련 산업군의 확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추진팀은 2개의 액화플랜트를 구축해 운영 경험과 기술 확보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해외 선진기업의 기술을 활용해 플랜트(1호기)를 도입한다. 선진 기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초기 구축 및 운영 위험을 줄이면서 운영 과정에서의 공정 데이터와 경험을 확보해 자체 기술개발 가능성을 염두했다.

2호 플랜트는 국내 독자 모델로 구축할 계획이다. 1호기 운영을 통해 확보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테스트베드 EPC를 수행함으로써 액화플랜트 구축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추진방안이 계획대로 실행될 경우 자체적인 수소액화 및 플랜트 구축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향후 해외 액화수소플랜트 구축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전략물자인 액체수소 생산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국방, 항공 및 우주산업의 확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진팀은 국토부의 예타사업을 추진하면서 액화수소플랜트시장과 연관된 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어 기술확보를 위한 연구기관, 플랜트 구축 EPC를 담당할 건설사, 수소유통업체, 지자체 등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식이다.

최 박사는 “수소액화플랜트 구축이 목적이 아니라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기획사업의 최종 목표인 점을 감안하면 관련 산업군과 기관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린데 직원들이 독일 로이나 지역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점검하고 있다.

액화기술 선두기업 ‘린데’
린데그룹 창업주인 독일의 칼 본 린데(Carl von Linde)박사는 1895년 세계 최초로 공기를 액화해 산소와 질소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로부터 산업용가스가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이후 액화기술은 일반가스는 물론 천연가스, 수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발전돼 현재에 이르렀다.

린데는 기체수소 액화기술, 액화수소 압축 및 이송기술 등 액화수소와 관련된 다양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액화플랜트의 핵심기술인 ‘Expansion Turbine’의 ‘Bearing Technology’와 관련해서는 1세대 ‘Oil Bearing’과 2세대 ‘Static gas bearing’ 기술을 거쳐 현재 3세대로 인정받는 ‘Dynamic gas bearing’ 기술을 유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압축펌프의 기술적 효율도 뛰어나다. 기체수소의 경우 25~30㎏을 900bar 압축 시 70~90kW/h의 전력이 소모되지만 린데의 압축펌프를 이용하면 80㎏의 액체수소를 900bar로 압축하는데 소모되는 전력이 25kW/h에 불과하다.

린데는 독일뿐만이 아니라 주요국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직접 구축했다. 린데의 액화수소플랜트 기술이 적용된 곳은 독일(잉골슈타트, 로이나), 일본(간사이, 오사카, 치바, 도쿠야마현)을 비롯해 캐나다, 인도, 중국 등이다. 린데는 이와 같은 액화기술을 기반으로 최근 수소충전인프라 구축사업에도 활발하게 참여해 15개국 120여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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