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복합충전소(주유소+수소충전소).

[월간수소경제 장성혁 기자] 최근 친환경차 보급 정책이 속속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차량 보급을 좌우할 충전인프라 구축에도 속도가 붙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지난 2월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된 ‘친환경차 충전인프라 구축 방안’은 업계에서 ‘묘수’로 불릴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민간에 휴게소 운영권을 보장해 주고 휴게소와 충전소를 동시에 구축하는‘복합휴게소’ 개념이 제시됐기 때문. 충전소 운영에서 다소 적자를 보더라도 휴게소 상업시설을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충전인프라 구축방안은 정부 예산이 아닌 민간투자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실제 민간 참여를 이끌 수만 있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서도 충전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어 충전소 구축의 가장 큰 걸림돌인 과도한 ‘예산 투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정부안 반겨…핵심은 30년 휴게소 운영권
업계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발표 내용이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좀 더 들여다보자.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것은 ‘휴게소 운영권’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휴게소 운영권을 민간에 주고 휴게소 조성 시 충전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라는 것이 발표 내용의 골자다.

휴게소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곤 한다. 2015년 한국도로공사의 한 산하 기관에서 작성한 ‘휴게소 매출증대 방안 연구’를 살펴보면 전체 휴게소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휴게소의 연평균 매출증가율은 6.53%를 기록했다. 이처럼 잘나가는 휴게소 사업권을 내준다니 업계의 높은 관심은 당연하다. 휴게소 운영기간도 매력적이다. 정부는 30년을 제시했다. 동기간 상업시설 운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토록 사업 골격을 짰다.

일반적으로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경우 5년을 기본으로 임대계약이 체결된다. 이후 운영서비스 평가 등을 거쳐 두 차례(각각 3년, 2년) 연장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년 운영권은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복합휴게소 조성안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오는 2025년까지 총 200개소의 수소충전소가 신규 건설돼 수소전기차 보급 초기 부족한 충전인프라를 일시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추진일정 늦어지며 업계 ‘셈법’ 작동…수익 ‘글쎄’

▲ 발표 당시 부처합동 보도자료.
정부는 2월 관련 계획 발표 시 4월 중 사업계획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오는 9월 중 사업자 모집을 공고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7월이 마감되는 현재 시점까지 가이드라인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 탄핵사태로 조기에 치러진 대선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조기대선 후 부처 수장 교체 등의 일정으로 새롭게 추진된 정책은 사실상 멈춰 섰다”라며 “관례적으로 신임 장관에 주요 업무 보고가 진행된 후 정책사안별 추진이 이뤄질 예정이며 현재 휴게소 연계 복합충전소건은 보고 전으로 향후 일정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4월 말 발표키로 예정한 가이드라인은 준비돼 있으며 기회가 되면 바로 시장에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 발표가 늦어지면서 업계가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는 점은 부담이다. 더 큰 문제는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추정된 결과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안다”면서도 “2월 발표된 내용만으로 놓고 보면 휴게소 규모가 크지 않아 초기투자액대비 회수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수소충전소 1기 구축에 약 3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더군다나 정부가 제시한 LPG, 수소충전소, 전기차 충전 등 융·복합 충전 형태로 구축할 경우 투자비는 최소 2배 이상 올라 설 것이라는 것이 업계 측 분석이다. 관계자는 “휴게소를 이용하는 차량이 많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현재까지 제시된 사업내용만으로는 투자비 회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 수익보전 방안 등 인센티브 내 놓나


▲ 복합 휴게소 개념도.

시장의 의심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먼저 복합휴게소로 수익을 낼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알려진 바로는 복합 휴게소 규모가 기존 고속도로 휴게소의 약 1/10 수준인 간이휴게소 형태다.

실제 국토부가 제시한 예시 도면을 살펴봐도 총 부지 면적 2,000~3,000㎡(약 605~907평) 내에 융·복합충전소와 주차장, 근린생활시설로 복합휴게소가 구성돼 있다. 이러한 면적으로는 화장실, 편의점, 분식형태의 식당만이 겨우 구성될 수준이다.

두 번째로는 대상지가 고속도로, 국도, 순환도로 등 기타도로로 설정됐다. 이 경우 통행량이 많은 고속도로, 순환도로 등을 제외한 국도, 기타도로에 들어설 복합휴게소는 차량유입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시장의 이 같은 판단은 초기 높은 구축비와 대비되며 운영수익에 대한 의심을 낳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정부 발표 직후 휴게소 운영권 30년이 부각되면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지만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느긋한 입장이다. 관계자는 “준비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복합휴게소 사업이 지닌 장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지금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감정평가를 통한 기준을 마련해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정책이 사장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는 물론 기재부 등 4개 부처가 수 개월간 협의해 발표한 정책”이라며 “정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민간투자를 이끌 수 있는 방안인데다 신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미세먼지 대응과 친환경 정책과도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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