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군 장비가 개발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군 장비가 개발되고 있다.

월간수소경제 = 이상현 기자 | 탄소중립을 향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뜨겁다. 여타 산업 대비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안전 요건이 까다로워 신기술 도입에 신중을 기하던 방산업계에도 새 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실제로 국내기업들이 일선에서 방산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방산업계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수소연료전지다. 전력 소비가 많아 높은 에너지 효율이 필요한 방위산업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저소음·저발열의 고성능 동력장치를 확보해야 하는 미래 기동무기체계에 연료전지가 적격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 맞아떨어지는 선택지다.

국내 정부와 기업들은 방산업계에 수소연료전지를 도입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은 지난 12일 ‘수소연료전지 추진체계 실증과제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미래 무기체계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하기 위한 초석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날 수소연료전지 관련 정부과제 및 기술개발 진행현황 발표·공유의 장이 마련됐다. 세부적으로는 △수소연료전지 추진체계 확보 로드맵, 전투차량·장갑차 수소연료전지 적용 실증과제 △수소연료전지 관련 주요 정부과제, 함정분야 수소연료전지 적용 방안 등이 논의됐다.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민간 모빌리티기술을 기동무기체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전투차량과 장갑차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술개발 및 실증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26년에는 수소연료전지를 실제 군 장비에 탑재해 입증한 연구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범한퓨얼셀 연료전지가 탑재된 도산안창호함.(사진=한화오션)
​범한퓨얼셀 연료전지가 탑재된 도산안창호함.(사진=한화오션)

범한퓨얼셀은 잠수함용 연료전지 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이번에는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장보고-III(KSS-III) Batch-II 3번함에 연료전지를 공급한다. 범한퓨얼셀은 한화오션과 장보고-III Batch-II 3번함에 연료전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계약금액은 285억9,500만 원이다.

장보고-III Batch-II 3번함은 Batch-II의 마지막 잠수함이며, 방위사업청의 ‘장보고-III Batch-II 후속함 건조계획’에 따라 향후 잠수함 3척이 추가 건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범한퓨얼셀이 추가 수주를 기대하는 이유다. 

또 현재 해군이 운용 중인 장보고-II(KSS-II)급 잠수함 9척에 탑재된 연료전지 모듈 국산화 개발도 진행 중이다. 올해 8월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며, 2025년부터는 해군으로부터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 모형.(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 모형.(사진=한화오션)

장보고-III 3번함은 한화오션이 건조한다. 한화오션은 해당 잠수함에 연료전지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다. 잠수함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잠항 시간을 늘리기 위함이다. 디젤추진 잠수함의 경우 납축전지에 저장된 전기가 모두 소진되면 수면 위로 올라와 엔진을 작동해야 해 잠항 시간이 길지 않다. 연료전지는 잠수함 내부의 수소와 산소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수면 위로 올라갈 필요 없이 동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한화오션이 건조하고 있는 잠수함은 군으로 들어가기에 잠항 시간이 중요하다. 적으로부터 발각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납축전지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한 것도 잠항 시간을 늘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군에 납품되는 만큼 무장능력도 갖췄다. 잠수함에 수직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다.

한편 한화오션은 지난해 10월 국방과학연구소의 시험제작 사업인 ‘무인 잠수정용 에너지원 시스템’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다목적 모듈형 무인 잠수정에 적용될 수소연료전지 체계를 개발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중동 최대 규모 방산전시회  ‘UAE IDEX 2023’의 현대로템 부스.(사진=현대로템)
​​​​​​중동 최대 규모 방산전시회 ‘UAE IDEX 2023’의 현대로템 부스.(사진=현대로템)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차세대 차륜형장갑차.(이미지=현대로템)

현대로템은 지난해 2월 UAE에서 열린 중동 최대 규모의 방산전시회 ‘IDEX 2023’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차륜형장갑차를 전시했다. 이 장갑차는 2022년 착수한 국책과제로 개발됐다. 미래 친환경 동력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 및 전기구동 시스템 마련에 나선 것이다.

수소연료전지 기반 미래 무인 플랫폼인 디펜스 드론도 공개한 바 있다. LIG넥스원의 대드론 통합 방어 체계(ADS, Anti Drone System)가 적용됐다. 자율·원격주행이 가능하고 운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임무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수소 ATV 콘셉트카(왼쪽)가 폴란드에서 개최된 ‘MSPO 2023’ 방산전시회에 전시된 모습.(사진=기아)
수소 ATV 콘셉트카(왼쪽)가 폴란드에서 개최된 ‘MSPO 2023’ 방산전시회에 전시된 모습.(사진=기아)

기아도 연료전지를 장착한 군용차를 내놨다. ‘수소 ATV 콘셉트카(이하 수소 ATV)’가 대표적이다. 이 차량의 출력은 90kW 수준이다. 기아는 2020년부터 군용 ATV를 개발해왔다. 초기에는 내연기관 엔진을 채택했으나 환경·비전 등을 고려해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료전지는 엔진 대비 저소음·긴 주행 시간 등을 구현할 수 있어 보안, 전술 유연성·효율성이 중요한 군 기동작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기아는 방산전시회 ‘DX KOREA 2022’에서 수소 ATV를 포함한 총 수소차량 3종을 공개했다.

기아의 중형 수소연료전지 트럭 콘셉트카.(사진=기아)

‘중형 수소연료전지 트럭 콘셉트카’는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기반으로 개발된 군용 차량이다. 6x6 전륜구동화와 최저 지상고 증대를 통해 기동성을 강화했다. 소형전술차량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탑재 콘셉트카’도 전시했다. 군 작전지역 등 특수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군, 연구기관, 업체 등 관계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수소연료전지 등 새로운 동력체계를 확보하겠다”라며 “국방 분야에 수소 활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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