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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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수소추출시장, 피지도 못한 채 죽어나갈 판

타당성재조사 실시로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지원 중단
2021년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9개 지원 예산 미집행
2022년 산업부 예산에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미편성
정부 정책 믿은 수소추출기 업체 ‘울상’…국산 기술 사장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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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정부가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한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소규모 생산기지에 대한 지자체들의 관심도 많이 떨어졌다. 


정부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 대신 탄소중립을 고려해 수전해 수소생산기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문제는 소규모 수소추출기 시장이 없어질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 과제를 통해 개발된 국산 기술이 사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방안으로 향후 수소버스 보급 확대에 대비해 환경부의 수소충전소 구축 보조금에 ‘제조식 수소충전소’를 신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소추출기 업체들도 그나마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현황 

정부는 대량의 수소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소생산기지는 거점형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 분산형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로 구분된다.


거점형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는 천연가스 공급망에 수소추출기를 구축해 수소를 대량 생산한다. 


분산형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는 온사이트 충전소 연료공급 시설로, 수소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수소전기버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도심지 LPG·CNG 충전소 또는 CNG 버스차고지 등의 도시가스 배관망에 수소추출기를 구축해 수소를 생산하는 한편 인근 충전소에도 수소를 공급하는 ‘Mother station’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도 예산에 처음으로 분산형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지원 예산(3기 총 150억 원)을 반영하고, 2019년 5월에 서울・창원・삼척을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지역으로 선정했다.




이들 3곳 중 창원 수소생산기지를 2021년 4월에 국내 최초로 준공해 운영 중이다. 성주 수소충전소와 연계해 구축된 창원 수소생산기지는 1일 1톤의 수소를 생산해 성주충전소를 포함해 창원 지역 5개 충전소에 공급하고 있다. 


하루 1.3톤 규모의 삼척 수소생산기지는 2021년 내 준공할 예정이었으나 지역주민의 반대로 수소생산기지와 연계한 충전소 위치를 변경하는 바람에 2022년 3월 준공으로 미뤄졌다. 삼척 수소생산기지가 상업운전을 개시하면 평창, 인제(내린천휴게소), 원주 등 인근 지역 수소충전소에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서울 강서구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수소생산기지는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재공모를 통해 평택을 선정했다.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하루 7톤급 규모로 확대해 구축 중으로, 2022년 상반기 내 준공할 예정이다.     


정부는 2020년에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도 착수했다. 산업부는 ‘2020년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국비 299억 원)’ 공모를 통해 소규모는 부산・대전・춘천・인천・완주 등 5곳, 중대 규모는 창원, 광주 등 2곳을 구축지역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소규모 5곳 중 4곳만 구축 중이고, 춘천은 무산됐다. 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권을 반납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생산기지 지원 중단 배경

산업부는 지난 2021년 4월 9일 ‘2021년 소규모(9개) 및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국비 666억 원)’을 공고하고, 중대규모는 평택(하루 16.2톤), 소규모는 부산을 각각 선정했다. 


하지만 사업 규모 확대에 따라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타당성재조사 진행으로 인해 부산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2021년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 예산(9개 총 450억 원)은 집행되지 않았다. 


산업부의 2022년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예산에는 소규모 생산기지 예산이 아예 편성되지 않았다. 


산업부의 관계자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은 국회가 예산을 심의하면서 타당성재조사 실시를 결정해 현재 KDI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업이 보류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공모·관리기관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관계자는 “타당성재조사 기간이 통상 1년 정도 걸리고 이 조사를 통과할지도 확실하지 않은 데다가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에 대한 지자체의 수요도 거의 없어 산업부의 2022년 예산에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라며 “사실상 산업부가 지원하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창원, 삼척 등 기존 7개를 끝으로 종료된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 1일 ‘제1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수소버스·트럭 보급을 위해 대규모 충전소 구축이 대폭 확대될 필요가 있음에 따라 2025년까지 총 40개(연간 1만4,000톤)의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임을 밝혔다. 


1단계로 수소전기버스 보급 의지가 큰 지역(서울・부산・창원・광주・평택・울산 등)을 중심으로 2022년까지 총 17개를 구축하고, 2025년까지 추가로 23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산업부가 지원하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이 같은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 당시에는 지자체들이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에 관심이 많았다. 초기에는 수소충전소가 하루 250kg 규모로 지어져 1톤급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는 4개의 수소충전소를 커버할 수 있다. 


그러나 계획보다 수소전기버스의 보급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한편 최근 수소충전소가 하루 500kg 이상급으로 구축됨에 따라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의 역할이 약화되면서 지자체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운영을 위해 2021년 3월에 출범한 코하이젠의 경우 하루 1톤 이상의 대용량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처음으로 착공한 전주 평화 수소충전소의 경우 시간당 최대 300kg(18시간 가동 기준 하루 5.4톤) 규모로 짓는다.    


이처럼 충전소가 대용량으로 가는 이유는 향후 수소차 증가에 대비하고, 충전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충전소의 용량이 적으면 압력을 채우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 충전 대기 시간도 길어진다. 충전소의 용량이 커질수록 압축기 용량도 커져 그만큼 충전 대기 시간이 짧아진다. 

 

“제조식 수소충전소도 지원해야”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수소생산기지의 핵심설비인 수소추출기 업체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정부 R&D 과제를 통해 하루 250kg, 500kg급 상용 추출기를 개발해 서울 상암 수소충전소와 수소생산기지용으로는 창원에 처음으로 공급한 바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이전(하루 500kg급)을 받아 수소추출기 사업에 진출한 원일티엔아이는 평택 수소생산기지에 처음으로 수소추출기를 공급했다.  


현대로템은 2019년 11월 일본 오사카가스의 수소추출기 기술이전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수소생산기지 및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삼척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수주하는 한편 수소추출기 국산화율을 높여가고 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산업부의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대신 환경부의 수소충전소 구축비용 지원제도에 ‘제조식(온사이트) 수소충전소’ 보조금을 신설해줄 것을 환경부에 건의한 상태다. 전국 버스차고지에 200여 개 정도의 CNG 충전소가 있는데, 수소버스가 본격 보급되면 기존 CNG 충전소를 수소충전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원일티엔아이・제이엔케이히터 등 소규모 수소생산기지용 수소추출기 생산업체들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1톤급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는 향후 수소차가 많아지면 생산기지 내 충전소의 자체 수요만 충당할 정도가 되어 분산형 수소생산기지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제조식 수소충전소에 대해서도 구축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부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대신 수전해 그린수소생산기지 구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2022년 산업부 예산에 신규로 수전해 수소 공급 인프라 구축비용을 반영했다. 2개년 사업으로 3개소를 구축하며, 2022년에 1차년도 구축비(50억4,000만 원)를 지원한다.  


산업부의 관계자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는 탄소중립 등을 감안해 천연가스 개질 기반에서 가급적 수전해 등 친환경 기반으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라며 “2022년에 3개의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공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관계자는 “수전해 그린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모든 지자체가 하고 싶어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라며 “국내 수전해 설비 기술이 상용화 전 단계이지만 그린수소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실증도 해보면서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전환 계획에 따라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고 수전해 관련 설비 시장이 열리는 것은 긍정적이나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소규모 수소추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적극적이고 현명한 정책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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