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9 (수)

HOT ISSUE

‘글로벌 넘버원’을 향한 도전, 수소압축大戰

국내 압축기 시장 ‘다이어프램 vs 피스톤’ 구도 형성
대용량 수소충전소 늘면서 압축기 대형화 추세
다이어프램, 피스톤 장점 살린 ‘하이브리드’ 운전이 대세
최근 린데 방식 응용한 ‘피스톤 아이오닉 압축기’ 개발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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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전국 방방곡곡 수소충전소를 참 많이도 다녔다. 그때마다 빼놓지 않고 살피는 것이 압축기다. 압축기가 서면 충전소도 문을 닫아야 한다. 우리 몸으로 치면 심장에 해당한다. 

 

물론 다른 설비들도 중요하다. 수소저장탱크를 비롯해 디스펜서(충전기)와 칠러(냉각기)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우선순위제어패널 등에 들어가는 밸브나 피팅 부품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압축기다. 충전소가 운영을 멈추는 가장 큰 원인이 여기에 있다. 

 

2년 전만 해도 외산 압축기의 비중이 높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국산 압축기가 더 자주 눈에 들기 시작했다. 광신기계공업을 비롯해 한국유수압, 지티씨 제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최근에는 범한산업에서 3단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새롭게 출시했다. 또 아이오닉 액체(Ionic liquid)를 적용한 유압피스톤 압축기 개발 소식도 들린다.

 

다이어프램 vs 피스톤, 압축 방식의 차이
압축기는 작동 방식에 따라 크게 다이어프램과 피스톤 방식으로 나뉜다. 아이오닉 액체를 기반으로 하는 린데의 IC90 압축기 정도를 빼면 대부분 이 범주에 든다. 

 

다이어프램, 피스톤 모두 유압을 이용해 구동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기체를 압축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장단점이 명확하다. 

 

먼저 다이어프램(Diaphragm)을 보자. 유압의 힘으로 얇은 금속판에 해당하는 다이어프램을 작동시켜 수소 기체를 압축하는 방식이다. 압축기 헤드에 보통 세 장(다섯 장을 쓰기도 한다)의 다이어프램 판이 겹쳐 들어간다.

 

 

오일이 이동하는 부분과 수소가 이동하는 부분이 딱 나뉘기 때문에 수소 순도의 관리에 유리하다. 또 저압이나 중압에서 기체를 처리하기가 쉽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강한 압력을 받은 금속판이 상하운동을 지속하다 보면 파손이 일어날 수 있다. 금속판 세 장이 동시에 손상될 경우 사태는 심각해진다. 수소의 순도는 스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불순물이 거의 없는 99.99%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탄화수소계 성분의 오일(작동유)이 가스라인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 체결 부품 하나까지 모두 세척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다이어프램은 미국의 PDC, 영국의 하우덴(Howden), 노르웨이의 넬(Nel) 등이 국내에 들어와 있고, 국산 압축기 제작사로는 광신기계공업과 범한산업을 들 수 있다.

 

 

다음은 피스톤(Piston) 압축기다. 실린더 속을 왕복운동하는 유압피스톤의 압력으로 기체를 압축하는 방식이다. 다이어프램과 다르게 회전 운동부 없이 유압으로 피스톤을 바로 움직이는 직구동 방식이라 시스템이 간단하고 고압처리 능력이 좋다. 유지보수 작업도 다이어프램에 비해 수월하다.

 

다만 피스톤과 실린더 사이에서 기체 누설을 잡아주는 피스톤 압축링의 수명이 곧 장비의 수명과 직결된다. 압축링이 닳거나 파손되어 기체가 새는 리크(Leak)가 발생할 수 있고, 유압펌프에서 나오는 작동유의 방향 전환 시 밸브 매니폴드의 맥동 충격이 강해 부품의 내구성에 지속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에는 독일의 호퍼(Hofer), 미국의 하이드로팩(Hydro-Pac), 해스켈(Haskel) 제품이 주로 들어와 있고, 국산 제조사로는 한국유수압, 지티씨가 있다. 

 

 

여기에 또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제품이 린데의 아이오닉 5단 압축기다. 글로벌 가스제조·엔지니어링 기업인 린데가 기존 압축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이오닉 기술을 적용,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을 2007년 베를린의 수소충전소에 처음 설치했다.

 

린데는 수소사업 초기에 타 회사의 압축기를 구매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수소 순도, 오염 문제, 동력 대비 효율, 압축기 설치 공간, 정비 문제 등을 고려해 휘발성이 없는 이온성 액체를 적용하기로 하고 개발에 성공한 제품이 바로 IC90이다.

 

 

유압펌프의 사판으로 피스톤을 구동시켜 수소 기체를 압축하는 방식으로, 세로로 장착된 5개의 피스톤 상단에 든 이온성 액체가 수소를 밀어 올리며 순차적으로 압축한다. 이 액체는 수소의 냉각, 기밀에도 깊이 관여한다. 

 

린데는 지난 2016년에 이엠솔루션과 손을 잡고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에 진출했다. 창원의 팔용, 성주수소충전소, 현대차 전주공장 인근에 있는 완주수소충전소 등에 IC90 압축기가 들어가 있다. 
 
다이어프램 & 피스톤, 하이브리드가 대세
국내 압축기 제작사인 광신기계공업과 지티씨는 모두 경남 함안에 자리하고 있다. “마산 일대에 구리광산이 많았는데, 일제강점기 때 관련 장비가 많이 들어왔고, 해방 이후에 그 장비들을 고쳐 쓰기 시작하면서 관련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는 말이 있다. 

 

광신기계공업이나 지티씨 모두 CNG 압축기술을 수소에 적용하면서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광신은 지난 2006년에 수소충전소용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처음 개발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현대차와 협업해 여주휴게소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기도 했다.  

 

음식물쓰레기의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하는 국내 최초 온사이트형 ‘충주바이오 그린수소충전소’는 광신의 압축기를 쓴다. 현재 저압용 피스톤 압축기 한 대, 중압용 다이어프램 압축기 2대, 고압용 다이어프램 압축기 1대가 들어와 있다(올해 안에 저압용 압축기 한 대가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수소추출기에서 7bar의 압력으로 넘어온 수소를 저압압축기가 87bar까지 올린 다음 중압압축기(2대)로 450bar까지 가압하게 된다. 고압압축기 한 대는 이를 870bar까지 가압해 700bar 충전용 고압탱크에 저장하게 된다. 

 

하루 1톤에 이르는 대용량의 수소를 생산해 튜브트레일러로 판매하거나 수소차에 충전하려면 기본적으로 이 정도 설비를 갖춰야 한다. 저압의 수소를 한 번에 고압으로 올리면 압축기에 무리가 간다. 충전용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저·중·고압으로 압축기를 구분해 사용하는 방식이 하나의 추세로 자리를 잡았다.

 

수소버스 등 상용차 충전을 위해서는 대용량 압축기가 필요하다. 한 시간에 네 대꼴로 버스를 충전하려면 시간당 최소 100kg의 충전량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자면 50kg급 압축기 두 대가 필요하다. 최근 한국자동차연구원(이하 ‘한자연’)의 버스노선 연계형 실증사업으로 처음 문을 연 창원가포수소충전소가 여기에 든다. 이곳에는 호퍼사의 피스톤 압축기(50kg급/h)와 범한산업의 다이어프램 압축기(50kg급/h)가 들어와 있다.

 

 

범한산업은 아예 저·중·고압으로 나눈 3단 압축기를 제작했다. 저압·중압 압축기를 하나의 스키드에 올렸다. 튜브트레일러의 압력이 100bar 밑으로 떨어지면 저압압축기가 같이 돌면서 압을 올려준다. 호퍼사의 압축기(고압)가 돌 때 범한산업의 저압·중압 압축기가 함께 도는 식으로 사실상 하이브리드 운전이 이뤄진다. 

 

‘다이어프램 & 피스톤’ 압축기 조합의 하이브리드 제품도 개발 중이다. 지티씨는 자사의 50kg급 피스톤 압축기에 50kg급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붙여 하나의 모터로 구동되는 ‘100kg급 하이브리드 압축기’를 제작하고 있다. 300bar까지는 다이어프램 압축기, 300~900bar까지는 피스톤 압축기로 압축을 진행한다. 이 제품은 한자연의 창원 미래모빌리티 연구지원센터에 설치되어 성능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티씨의 피스톤 압축기는 하이드로팩, 해스켈과 동일한 1단 2기통이다. 하이드로팩은 국내 파트너사인 대하에서 패키징과 AS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유수압의 경우에는 해스켈의 국내 에이전트로 출발했다 향후 ‘한국형 수소압축패키지’를 새롭게 출시한 사례에 든다.

 

 

유압피스톤 압축기 제품은 모양과 구조가 거의 동일하다. 유압파워유닛(Hydraulic Power Unit, HPU) 상단에 피스톤이 든 길쭉한 실린더가 자리하고 있다. HPU 안에는 유압탱크, 밸브, 모터, 펌프 등이 들어 있다. 지티씨는 자체 개발한 피스톤 압축기 제품을 수소로 테스트하기 위해 함안공장 안에 수소충전 시험동을 설치하기도 했다. 

 

수소압축기의 경우 수소 충방전 설비를 갖춘 곳에서 시험해야 제대로 된 성능검사가 가능하다. 현재 창원시 성산구 상복동에는 한자연 경남본원이 이전하게 될 ‘미래모빌리티 연구지원센터’ 구축 공사가 한창이다. 가스반복시험실을 통해 수소로 직접 충전할 수 있어 경남에 몰려 있는 압축기 제작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피스톤 아이오닉 압축기, 새로운 도전
6월 10일 기준으로 국내 수소충전소 숫자는 170기에 이른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상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그렇다고 작은 규모는 아니다.  

 

수소충전소 구축이 한국만큼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도 없다. 특히 도심의 수소충전소에서 700bar 고압으로 수소차를 하루에 50대 이상 충전하는 곳은 한국 시장이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전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넥쏘의 후속 모델 출시가 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소차 보급이 2만3,000대 수준으로 주춤해진 면이 있기는 하나,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창원, 전북 등 지방을 중심으로 수소버스 보급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수소충전 용량이 하루 250kg에서 500kg으로 늘고 있고, 차고지를 중심으로 수소버스가 도입되면 하루 1톤 수준으로 소비가 뛰게 된다. 유압피스톤 압축기만 해도 시간당 50kg급을 최대치로 본다. 피스톤이나 실린더 크기를 늘릴 순 있지만, 피스톤의 선속도에 맞는 압축링, 씰(Seal)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스톤 링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제품을 사용한다.  

 

용량 면에서는 다이어프램이 좀 더 이점이 있다. 범한산업은 상용차 수소충전소용으로 토출유량 100kg/h 이상의 대용량 다이어프램 압축기 시제품을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상세설계 마무리 단계로 기존의 V자 형이 아닌, 대향형(一자 모양)으로 중·고압 2단 압축기를 제작하게 된다. 헤드의 크기를 키울수록 다이어프램의 내구성 확보가 더 어려워진다. 이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광신기계공업의 경우 헤드 부분에 감지기를 설치해 금속판의 이상 여부를 알려주고 있다. 이상신호에도 금속판을 교체하지 않고 무리하게 운전을 지속할 때 판이 파손되는 일이 생긴다.

 

광신의 연구개발 담당자는 “제품 라인업은 이미 다 나와 있다. 현재로서는 다이어프램의 내구성을 잡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압축기가 멈춰 있다 갑자기 고압을 가하면 금속판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기기를 멈추지 않고 상시 운전하는 형태로 로직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큰 흐름은 아이오닉 액체를 적용한 ‘피스톤 아이오닉 압축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피스톤 압축기는 오일프리, 즉 건식 환경에서 피스톤이 움직인다. 여기에 이온성 액체를 쓰면 윤활 역할을 하면서 습식 분위기에서 구동할 수 있다. 

 

 

피스톤 아이오닉 압축기를 개발하고 있는 지에이치피시스템 측은 “피스톤 압축링 마모 문제를 해소해 내구성을 크게 높일 수 있고, 마찰을 줄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체적의 다변화가 가능해 고용량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린데가 확보하고 있는 아이오닉 액체 관련 특허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인다. 

 

“유기용매의 조성비에 따라 특허가 달라진다. 국내 화학업체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조성의 아이오닉 액체를 개발한 상태다. 린데와 같은 5단 압축 형태가 아닌, 기존 피스톤 압축방식을 적용했다. 또 맥동 방지를 위해 새로운 밸브를 최초로 적용했다. 20rpm 이하의 매우 낮은 회전수로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압축기 수명이나 운전 효율에 큰 이점이 있다. 현재 시제품도 나와 있다”는 것이 개발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와 별개로 울산에 있는 티이씨란 회사가 울산테크노파크, 울산대, 한자연 등과 아이오닉 압축기의 개발과 실증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도전과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다. 기업은 시장을 보고 움직인다. 수소충전소뿐 아니라 수소생산과 연계한 수소출하센터 등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서 압축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수소압축기는 한국이 최전선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압축기 회사들이 다 여기 들어와서 운전 로직을 잡고 있다. 한국에서 1등을 하면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 도전할 가치가 있는 시장이다.”

 

국내 압축기 업체들은 이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이어간다면 이 분야에서도 한 단계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K반도체, K배터리처럼 ‘K압축기’가 세계시장에서 고유명사로 인식될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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