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항공·해운을 망라한 전 수송 분야의 탈 탄소화를 위한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해외 메이저 석유 기업들도 원유 정제공정을 바이오원료 정제공정으로 전환하거나 지속가능항공유(SAF)와 그린수소 생산을 추진하는 등 저탄소 연료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2회에 걸쳐 해외 메이저 석유 기업들의 저탄소 솔루션 사업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월간수소경제 = 이상현 기자 | 유럽은 무탄소 시대 개막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정책과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움직임으로는 ‘유럽 그린 딜’,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이 있다. 유럽 기업들도 덩달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분주하다. 정유사도 마찬가지다.  

세계 7대 정유사, 슈퍼메이저에 4개의 유럽기업이 몸을 담고 있다. 엑슨모빌, 쉐브론 등 미국 정유사 대비 활발히 탈탄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BP와 린데가 저탄소 수소 생산을 위해 CC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사진=BP)

BP
BP는 영국의 최대 정유기업이다. 현재 수소를 산업 클러스터와 가까운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 미국, 호주 전역에서 10개 이상의 수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연간 50만~70만 톤의 저탄소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2050년까지 에너지 산업에서 수소가 차지할 수 있는 비중이 현재의 천연가스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이발(HyVal)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수소 프로젝트다. 2030년까지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스페인 까스뗄욘(Castellon) 정유소에서 최대 2GW의 전해조 용량을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산된 그린수소로 현재 천연가스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그레이수소를 대체한다. 또 바이오 연료 생산,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의 공급 원료로도 사용된다. 

하이발 프로젝트는 2단계로 개발된다. 먼저 2027년까지 까스뗄욘 정유소에 200MW 용량의 전해조 플랜트를 설치한다. 이 단계에서는 연간 최대 3만1,200톤의 그린수소가 생산될 전망이다. 천연가스 대신 이 그린수소를 사용하면 매년 3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 2030년에 완공될 두 번째 단계의 골자는 전해조 용량을 2GW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도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BP는 링겐(Lingen) 정유 공장에는 100MW의 전해조를 설치할 계획이다. 최대 500MW까지 늘릴 가능성도 있다. 자금 지원 승인에 따라 100MW 전해조는 2026년 초, 시운전에 돌입한다. 

BP는 또 2027년 출범을 목표로 한 1GW 규모의 블루수소 프로젝트 ‘H2 티스사이드’, HyCC와 협력해 로테르담에서 2026년에 시작될 250MW급 수소 생산 프로젝트 ‘H2-피프티’, 네델란드에서의 1,500MW급 블루수소 개발 프로젝트 ‘H-비전’ 등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 최대 그린수소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로테르담 항구.
유럽 최대 그린수소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로테르담 항구.


쉘은 네덜란드 왕립 석유회사와 영국의 쉘 트랜스포트&트레이딩의 합병으로 등장한 영국의 석유에너지기업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업 운영, 판매 연료기타 에너지 제품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차츰 줄여가고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수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쉘은 2025년에 유럽 최대의 그린수소 공장으로 거듭날 ‘Holland Hydrogen I’을 건설하기 위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렸다. 200MW 전해조는 로테르담 항구에 들어서며 하루 약 6만~8만kg의 재생가능한 수소를 생산한다. 이 수소는 ‘하이트랜스포트(HyTransPort)’라는 수소 파이프라인을 통해 쉘과 로테르담 화학단지에 공급된다. 

독일에서는 ‘REFYHNE’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쉘은 베셀링에 세계에서 가장 큰 수소 양성자 교환막(PEM) 전해조 중 하나를 구축했다. 최대 용량은 10MW에 이르며 연간 1,300톤의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또 중국 장자커우에 있는 20MW 규모의 전해조와 수소충전소를 2022년 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해 하루 8톤 가량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쉘은 모빌리티 분야의 수소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수소트럭의 대중 시장 출시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H2Accelerate(H2A)’라는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대형 모빌리티의 연료로 수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월정액 요금제 ‘Hydrogen Pay-Per-Use’를 출시한 바 있다. 
 

토탈스에너지스가 항공분야 탄소감축을 위해 에어버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사진=에어버스)
토탈스에너지스가 항공분야 탄소감축을 위해 에어버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사진=에어버스)

토탈에너지스
토탈에너지스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석유·가스기업이다. 토탈에너지스는 지난 2월 21일(현지시간) 에어버스(Airbus)와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항공 탈탄소화 과제 해결을 위한 전략 파트너십을 맺었다. 항공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이며 토탈에너지스는 유럽에서 필요한 항공 연료 절반 이상을 SAF로 공급할 방침이다. SAF는 화석연료 대비 CO2 배출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

또 토탈에너지스는 그랑퓌(Grandpuits) 정유소에서 재생 가능한 수소 생산을 위해 에어리퀴드(Air Liquide)와 손을 잡았다. 연간 2만 톤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수소 생산 시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천연가스 대신 그랑퓌 바이오 리파이너리의 잔여 바이오 가스를 재활용해 수소를 생산한다. 탄소 포집 기술과 함께 수행돼 11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토탈에너지스는 2030년까지 유럽 정유소에 수소를 적극 배치할 계획이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300만 톤 감소시키는 효과를 불러온다. 

에너지 전환에는 수소뿐만 아니라 바이오매스 변환 또는 이퓨얼(e-fuel)을 기반으로 하는 저탄소 에너지 개발도 포함된다. 토탈에너지스는 이러한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고 있다. 

토탈에너지스는 2025년까지 바이오연료 생산에 사용되는 공급 원료의 50% 이상을 순환 공급 원료(폐유, 동물성 지방)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바이오연료의 경우 원자재의 현지 가용성과 비용 때문에 쉽게 상용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에니가 이탈리아 리보르노에 바이오 정유공장을 건설한다.(사진=에니)

에니
에니는 이탈리아의 석유·가스기업으로 슈퍼메이저 중 유일하게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에니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수소 생산자이자 소비자다. 경제성 확보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직접 수소 생산에 나서고 있다. 

에니는 에디슨(Edison), 안살도 에네르기아(Ansaldo Energia)와 함께 이탈리아 마르게라(Marghera)에 있는 에디슨 발전소에서 메탄을 대체할 수소 생산을 실험하고 있다. 

베니스 정유소에서는 재활용이 불가한 폐기물의 가스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소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폐기물이 수소로 전환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 가스화 시스템은 증기 개질에 의한 수소 생산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줄일 수 있다. 

또 수전해를 통한 수소 생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최대 국영 전기회사 에넬(Enel)과 협력하고 있다. 양사는 2개의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13개국 이니셔티브인 IPCEI Hy2Use의 지원을 받고 있다. 2개의 플랜트는 남부 이탈리아의 에니 정유소에 지어지며 PEM 전해조 용량은 각각 20MW, 10MW다. 

에니는 이탈리아의 수소 공급망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 에디슨, 밀라노 폴리테크닉 재단 등과 수소 공동 연구 플랫폼(Hydrogen JRP)도 구축했다. 수소 관련 기술 개발이 주업무이며 세부적으로는 △청정수소 생산 △운송·공급 저장 시스템을 위한 솔루션 도출 △수소 수송·저장 인프라 설계, 이를 구현하기 위한 모범 사례 개발 등을 수행한다. 

지난 1월 29일(현지시간)에는 리보르노에 이탈리아의 세 번째 바이오 정유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지었다. 바이오 정제 능력을 연간 165만 톤에서 2030년 500만 톤까지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수소화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한 새로운 시설인 바이오 원료 전처리 장치, 연간 50만 톤 규모의 에코파이닝 공장, 메탄가스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는 등의 내용이 함께 담겼다. 

이밖에도 바이오메탄을 공급 원료로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합성가스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kGas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가스 터빈에서 수소와 천연가스 혼합물 연소에 대한 전문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스 터빈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수소 비율을 높여 저탄소 전기를 생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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