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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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술로 만든, 50kg급 유압피스톤 수소압축기

지티씨의 50kg/day급 압축기, 최근 NEP 인증 받아
수소버스용으로 창원 성주수소충전소서 “데뷔”
1단 2기통 유압피스톤 압축기로 기계 효율 높아
함안공장에 수소충전 시험동 마련해 2천시간 이상 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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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창원에 있는 성주수소충전소를 찾는다. 딱 6개월 만이다. 대운교통의 100번 수소버스가 미끄러지듯 들어와 충전기 앞에 멈춰 선다. 패션쇼 런웨이를 보는 것 같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충전기는 한 대였고, 시내버스와 일반 넥쏘 차량이 한 줄로 서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지티씨의 50kg급 수소압축기 데뷔 무대라 할 수 있죠. 창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소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곳 성주충전소만 해도 16대의 시내버스 충전을 맡고 있죠. 이번에 버스 전용 충전소를 세우고 시범 충전을 진행 중입니다.”

 



수소버스용 50kg급 하이드로콤프 출시

날이 뜨겁다. 냉각기의 온도가 영하 40℃로 떨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지티씨(GTC) 수소사업본부의 정재훈 본부장을 따라 수소버스 전용 충전소 안으로 든다. 6개월 전 지티씨 함안공장에서 본 50kg급 하이드로콤프 압축기가 안쪽에 놓여 있다. 


“작년에 압축기를 선보였다면 25kg급을 먼저 출시했겠죠. 하루에 250kg 정도 수소를 쓴다고 보고 수소충전소를 지었다면, 요즘은 500kg에서 1톤 정도로 규모를 늘려가는 추세예요. 수소 시장의 성장 속도가 그만큼 빨라진 거죠.”





지티씨는 창원시에서 부지를 제공받아 국내 최초로 개발한 50kg급 유압식 왕복동 압축기를 현장에 설치했다. 충전소 구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현재 운영과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지금은 사정상 200bar TT(튜브트레일러)가 들어와 있지만, 압력과 용량이 훨씬 큰 450bar TT를 들이는 게 맞죠. 애초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충전소를 구축했어요. 시범 운영이 끝나는 9월 이후에는 창원산업진흥원이 인수해서 상업 운영에 나설 예정입니다. 앞에 있는 컨테이너박스에 마련한 제어실도 성주수소충전소와 통합해야죠.”


지티씨는 창원 지역의 압축기 전문회사다. 지난 2017년 12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부터 대용량 수소압축기 개발을 위한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한국가스안전공사, HST, 호서대학교산학협력단 등 참여기관과 함께 수소압축기 개발을 추진해왔다. 


지티씨의 수소압축기는 고온, 고압에 적합한 소재 선정, 정밀가공을 통한 부품 국산화와 규격화로 해외 선진사 제품과 비교해 95% 이상의 고효율화를 이뤄냈다. 초고압부에 2단계 씰링(Sealing, 밀봉) 기술을 적용했고, 가스압축부와 유압구동부를 분리해 저진동과 저소음을 실현했다.


지티씨는 2019년 9월에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고, 올 7월에는 신제품(NEP) 인증도 받았다. NEP 인증을 받은 혁신제품은 조달청 시범구매 사업 대상에 든다. 공공기관이 3년간 수의계약으로 구매할 수 있어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전통적인 수소 고압장비로 NEP 인증을 받은 제품은 지티씨의 하이드로콤프가 유일합니다. 세계적으로 하이드로(Hydraulic, 유압) 타입으로 나온 왕복동 압축기는 가장 큰 제품이 30kg급이죠. 50kg급은 하이드로 타입 중에서 가장 큰 대용량 제품이에요.”


수소전기차 보급 초기만 해도 시간당 25kg급 압축기면 충분했다. 지금도 웬만한 수소충전소는 이 정도 유량의 압축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버스나 트럭 같은 수소 상용차가 도입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소버스 한 대의 충전 기준이 20kg이다. 탱크가 비었을 경우 최대 30kg까지 수소가 들어간다. 50kg급 압축기는 돼야 시간당 2대 꼴로 대응이 가능해진다. 




“50kg급도 버스차고지 같은 곳에서는 턱없이 부족해요. 코하이젠(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만 해도 시간당 100kg급의 압축기를 원하고 있죠. 해외에서 항구를 거점으로 대형수소트럭이 드나드는 터미널의 경우에는 300kg급을 요구하기도 해요.”


지티씨는 수소충전소 대형화 추세에 맞춰 50kg급 하이드로콤프로 수소시장에 뛰어들었다. 제품 개발에만 3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지만, 해외 선진업체들이 제품 개발에 쏟은 시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지티씨는 함안공장 안에 수소충전 시험동을 갖추고 있다. 인허가 문제 등으로 관련 시설을 갖추는 데만 1년이 걸렸다. 덕분에 수소 실증 테스트를 공장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25kg급 하이드로콤프를 물려 2,000시간 이상 가동하면서 제품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시험해왔다. 


“튜브트레일러에 든 200bar 수소를 875bar까지 한 번에 올리는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오류나 문제점을 바로잡았죠. 분자량이 작은 수소는 리크(Leak)의 우려가 있어요. 요소 부품의 수명을 알아보려면 수소를 넣고 직접 돌려보는 수밖에 없죠. 장비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필요한 메인터넌스(Maintenance)를 알고 나서 제품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의지가 확고했어요. 그래서 제품 출시에 시간이 걸린 겁니다.”

 

1단 2기통 구조의 유압피스톤 압축기

이곳은 국내 1호 소규모 수소생산기지가 있는 ‘창원 수소에너지 순환단지’에 든다. 지난 3월에 하루 1톤 규모의 수소생산기지가 완공됐고, 그 앞에 수소출하장도 새로 생겼다. 향후 탄소포집 설비도 들어올 예정이다.


담당 직원이 버스의 충전구에 노즐을 체결한다. 무전기를 들고 제어실과 통화하며 시험 충전에 들어간다. 지티씨의 압축기는 유압피스톤 방식이다. 커다란 피스톤 2개가 좌우로 움직이며 피슉, 피슉 소리를 낸다. 바로 옆 성주충전소에서 돌아가는 린데 사의 아이오닉 5단 압축기와는 소리의 결이 다르다. 





“린데 사 압축기는 작은 피스톤 5개가 상하로 운동해서 진동이 있는 편이죠. 린데 제품은 특별한 경우고, 통상 압축기는 다이어프램 방식과 유압피스톤 방식으로 크게 나뉘어요.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다이어프램은 중압에 유리하고 유압피스톤 방식은 고압에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죠. 압축기를 처음 개발할 때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어요. 우리는 1단 2기통 유압 방식이 최선이라고 봤죠.”


유압피스톤 방식으로 압축기를 만드는 회사로 독일의 호퍼(Hofer), 미국의 하이드로팩(Hydro-Pac)과 해스켈(Haskel) 사가 있다. 호퍼의 경우 다단 2기통 방식으로 좌우 기통의 크기가 다르다. 한쪽에서 450bar로 먼저 압축한 뒤 다른 쪽 기통으로 보내 875bar로 압축하는 식이다. 


그에 반해 하이드로팩과 해스켈, 지티씨는 1단 2기통 구조다. 1차로 450bar를 압축해 중압탱크에 수소를 저장하고, 이 수소를 2차로 875bar까지 압축해 고압탱크에 저장했다 700bar로 충전하게 된다.  


“왕복운동을 하는 피스톤의 특성상 구조적으로 좌우 대칭이 동일한 게 가장 이상적이죠. 양쪽이 같이 닳기 때문에 부품 수명이 비슷해서 교체 주기를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어요. 부품 호환성도 좋고요.”


1단 2기통 유압피스톤 압축기의 구조는 거의 동일하다. 크게 상단의 실린더, 하단의 HPU(Hydraulic Power Unit)로 나뉜다. HPU는 ‘유압파워유닛’으로 유압탱크, 밸브, 모터, 펌프 등이 들어 있다. 


“경험과 지식이 있으면 설계는 어렵지 않죠. 아무래도 고온, 고압에 적합한 소재를 선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소재는 크게 금속과 화학 소재로 나눌 수 있죠. 금속 쪽은 어떻게든 해결이 되는데, 화학 쪽은 국내에 관련 소재가 없었어요. 피스톤에 들어가는 씰(Seal)이나 피팅에 들어가는 오링(O-ring) 같은 압을 잡아주는 제품은 외국산이 아니면 대응이 어렵죠.”


금속은 수소 취성(脆性)에 유의해야 한다. 또 화학소재는 함침(含浸)의 우려가 있다. 고무의 미세한 기공으로 수소가 파고들어 씰이나 오링이 파손되면 기체가 새게 된다. 다행인 것은 유압피스톤 방식은 고장 시 대처가 쉽다는 점이다. 실린더의 격벽을 열어 부품을 교체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압축기를 구동하면 150~200℃를 예사로 넘나들어요. 하지만 80℃ 이상에서 오래 버티는 고무 소재를 찾기가 어렵죠. 그 비중은 작지만, 요소요소에 꼭 필요한 부품들이 있어요. 국내에 이런 소재나 부품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없다 보니 독일이나 일본으로 눈을 돌리게 됐죠. 최대한 표준 사이즈에 맞춰서 쓰는 수밖에 없어요. 국산 압축기 수요가 늘고 국내 부품 제작사들이 같이 움직여주는 때가 곧 올 겁니다.”


부품이 됐든 장비가 됐든 ‘수요가 있는 제품은 반드시 시장에 나온다’는 것이 정재훈 본부장의 생각이다. 시장이 열리고 수요가 늘면 제품 국산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100kg급 하이브리드 압축기 개발 중

지티씨는 창원산업진흥원과 오랜 논의 끝에 수소버스 충전 수요가 많은 성주충전소에 50kg급 압축기를 들이기로 결정했다. 창원시로부터 부지 인허가에 도움을 받았고, 수소충전소 구축은 지티씨가 주도했다. 


공장 안에 수소충전 시험동을 세운 경험이 있어 충전소 구축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수소저장용기는 미국의 피바테크, 냉각기는 삼정이엔씨, 충전기는 일본의 다쓰노 제품을 쓰고 있다. 수소충전 시 결빙을 막기 위해 웨(WEH) 사의 노즐 안쪽에 드라이에어를 불어넣는 관도 달려 있다. 





‘창원 수소에너지 순환단지’는 실증 베드다. 처음 출시한 제품을 테스트하기에 부담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정 본부장의 생각은 다르다. 


“일종의 모델하우스라고 생각해요. 모델하우스가 마음에 안 들면 분양이 안 되겠죠. 그래서 더 잘해야 해요. 지티씨의 압축기가 어떤 점에서 뛰어난지 증명하는 자리라 할 수 있죠.”


지티씨는 앞으로 버스 충전속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현행 수소버스 충전속도인 분당 2.2kg(넥쏘는 1.6kg 적용)에서 분당 3.6kg대까지 충전량을 늘리는 게 목표다. 450bar 튜브트레일러를 물릴 경우 승압이 한결 쉬워 충전속도를 두 배로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1시간에 수소버스 4대 충전도 가능하다.


지티씨는 이동식 수소충전소용 10kg급 압축기 개발도 마쳤다. 25톤 트럭 위에 수소저장탱크, 냉각기, 충전기 등과 함께 올라간다. 이동식 충전소라고 해서 아무데나 차를 세우고 수소를 충전할 순 없다. 현행법상 불법이다.


“충북테크노파크와 부지를 마련해 오는 10월부터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10kg급이면 시간당 넥쏘 2대 정도를 충전할 수 있죠. 수소가 든 튜브트레일러는 현장에 따로 배치가 돼요. 여기서 수소를 끌어와서 충전하는 형태죠.” 


이동식 수소충전소도 수요가 있다. 설비에 문제가 있거나, 심각한 피해로 가동이 어려운 충전소가 있다면 임시로 배치해 백업용으로 쓸 수 있다. 도심에 두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홍보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압축기는 수소충전소의 심장과도 같다. 단순한 부품 교체가 아닌, 기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충전소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 시국이라 해외 기술진이 입국해서 일을 처리하는 데 몇 달이 걸린다. 반면에 국산 압축기라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8월 3일 기준으로 국내 수소충전소는 총 110기로 늘었다. 한국의 수소충전 인프라 시장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초기의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수소압축기도 하이브리드로 가는 게 나아요. 중압에 유리한 다이어프램, 고압에 유리한 유압피스톤 압축기를 직렬로 연결해서 동시에 돌리는 거죠. 450bar 중압까지는 다이어프램이 맡고, 875bar 고압까지는 유압피스톤 압축기가 맡는 식이죠. 이렇게 해서 시간당 100kg의 수소를 압축하면 여러 모로 유리합니다.”


실시간으로 두 대의 압축기를 돌리기 때문에 중압탱크를 크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 지티씨는 모터 하나로 두 대의 압축기를 동시에 돌리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100kg급 압축기를 개발 중이다. 


“이렇게 가면 설치 면적도 줄고, 에너지 효율도 높일 수 있죠. 각 기기의 장점을 적용한 단순한 공정이라 압축기의 고장 확률도 크게 떨어져요. 향후 대용량 융복합충전소에는 이런 형태의 압축기들이 들어갈 거예요.”


수소버스 충전소의 정식 개장은 9월 중순으로 잡고 있다. 정식 데뷔를 앞둔 하이드로콤프 압축기가 등 뒤에서 피슉, 피슉 하며 워밍업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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