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미국의 알라카이 테크놀로지가 지난 2019년 6월에 공개한 수직이착륙기(eVTOL) 콘셉트인 스카이를 다시 본다. 또 봐도 멋지다. BMW 디자인팀이 참여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 기체는 액체수소 연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을 태우고 4시간 동안 640km를 날겠다는 일종의 ‘기대’를 담은 실물 크기의 모형이다.

기대는 기대일 뿐이다. 기술로 구현이 안 된 아이디어는 ‘개념(concept)’에 지나지 않는다. 알라카이의 비전은 딱 여기까지다. 그 후로 어떤 ‘실물’을 내놓지 못했다. 

도심항공교통(UAM)을 위한 eVTOL 개발은 수소연료전지가 아닌 전기배터리를 이용한 파워트레인의 전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독일의 볼로콥터나 중국의 이항처럼 드론의 원형에서 발전한 형태든, 릴리움이나 오버에어처럼 수직으로 상승한 후 프로펠러를 앞으로 꺾어 수평의 추진력을 얻는 형태든 마찬가지다.

기술개발에는 난이도별로 순서가 있다. 전기차를 알아야 수소전기차를 할 수 있다. 중국은 이 순서대로 ‘전기차 굴기’에 이어 ‘수소차 굴기’에 매진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UAM 부문에서 액체수소 연료를 적용한 수소연료전지를 논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방향성은 좋지만, 기술개발의 현 수준은 여기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신기술의 트렌드를 선점하는 건 중요하다. 선두업체에 자금이 몰리면서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테슬라도 그랬고 니콜라도 그랬다. 하지만 그 결과물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개념은 디자인에 녹여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형’인지 ‘실물’인지 겉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대중은 멋진 디자인에 열광하지만, 제 구실을 못하는 과도한 디자인에는 아주 박한 평가를 내린다.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별하는 눈, 그 분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겉보기엔 투박해도 ‘실물’을 내놓을 줄 아는 기업. 이런 기술기업에 더 많은 지원이 가고 힘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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