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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의 공약으로 본, 미국의 친환경 정책

청정에너지 저탄소 녹색 인프라에 2조 달러 규모 투자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 2050 탄소중립 선언 가능성
전기차·수소전기트럭 중심 캘리포니아식 친환경차 확대
범부처 연구기관 출범 ‘100% 청정에너지’ 목표 달성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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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미 대선을 앞두고 증권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8월, 한 증권사가 내놓은 투자 보고서는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다. ‘강력한 친환경 정책’에 따른 2차전지와 신재생·고효율 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예견하면서 ‘조 바이든 관련주’ 리스트를 뽑아 투자 종목 상단에 배치했다.


표 대결은 예상보다 팽팽했다. 반들반들한 철이 녹슬어 쇠락해가는 ‘러스트벨트(Rust Belt)’ 지역의 여론이 이번에도 당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재검표를 두고 이런저런 잡음이 일긴 했지만, 조 바이든은 노익장을 앞세워 트럼프를 누르는 데 성공했다. 


바이든은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 2050년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035년까지 환경과 청정에너지 산업에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원화 강세로 환율이 크게 떨어진 걸 감안해도 2,000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EU 집행위원회가 유럽 그린딜을 위해 10년간 제시한 1조 유로도 여기엔 크게 못 미친다. 




바이든 정부의 청정에너지 혁신 정책

트럼프와 바이든의 공약은 코로나19 대처법만큼이나 뚜렷이 갈렸다. 정권 교체는 정책의 전환을 뜻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수소경제를 독려하는 측은 트럼프보다 바이든에 큰 지지를 보낸 게 사실이다. 


바이든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1967년식 콜벳 스팅레이를 소장할 정도로 올드카를 좋아하는 스피드광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와 콤비를 이룬 부통령 시절에도 콜벳의 운전대를 못 잡아 안달하곤 했다. 바이든의 당선으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대가 앞당겨지게 됐다. GM은 이를 의식한 듯 대선이 끝나자마자 전기차 개발 인력 충원에 나섰다. 


바이든은 선거 공약을 통해 2030년까지 미국의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를 추가하고, 모든 버스의 생산을 무탄소 전기버스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전기차 구매자에 세제 혜택을 주고, 친환경 자동차 생산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관용차 300만 대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바이든노믹스의 수혜기업으로 테슬라와 GM이 언급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2016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오바마 정부는 10년에 걸쳐 상용차의 탄소 배출과 디젤 연료 소비를 10%씩 줄이겠다는 ‘중대형트럭 친환경 정책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로드맵은 트럼프 집권 후 없던 일이 됐다. 이젠 바이든의 민주당이 다시 권력을 잡았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2026년부터 미국 내 연간 탄소 배출량을 6%씩 절감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는 오바마 정부의 로드맵보다 한층 강화된 수치다. 전기·수소 등 친환경 자동차 보급도 크게 늘려 10년 안에 디젤차 6,300만 대를 친환경차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는 에너지 정책의 전환이 있다. 지난 2017년 트럼프가 탈퇴 의사를 밝힌 파리 기후협정 재가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위터 계정을 통해 “77일 안에 복귀하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해서는 유럽과 동일한,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혁신 관련 정책은 청정에너지 연구개발과 저탄소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수소전기차, 2차전지, 태양광·풍력 발전 같은 청정에너지 산업이 탄력을 받고, 관련 인프라 증설에 따른 대규모 일자리 확보로 코로나19로 침체된 미국 경제의 부흥을 기대하고 있다. 




미 전역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태양광지붕 800만 개, 태양광패널 5억 개를 설치하고, 풍력터빈 6만 기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4년의 임기 동안 건물 400만 채와 주택 200만 호를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친환경 공공주택 150만 호를 공급하는 등 주거 부문의 탄소 저감에도 나선다. 또 대규모 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친환경 기술 도입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반대로 각종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고, 가스와 석유 산업의 공유지 임대는 신규 허가를 금지한다.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송유관 사업인 키스톤 파이프라인 XL 프로젝트도 중단된다. 이를 통해 전 부문 탄소중립 목표보다 15년 빠른 2035년에 에너지 부문의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의회와 협력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실패한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안을 마련한다. 


전기차·수소전기트럭 중심의 친환경차 확대

새해 1월부터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되면 자동차산업이 당장 규제를 받는다. 유럽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km당 95g 이하로 낮춰야 한다. 1g 초과 시 대당 95유로의 벌금이 부과되고, 해가 갈수록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내연기관차의 생산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앞서 추진되고 있다. 조 바이든은 미국의 자동차 부문에서 탄소배출을 규제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식 자동차 연비 규제를 본보기로 삼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해 9월 23일, 2035년부터 모든 휘발유 신차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뉴섬 주지사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나 수소를 동력으로 하는 배출가스 제로 승용차와 픽업트럭을 많이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는 2024년부터 도입되며 초기에는 5~9%를 무공해 차량으로 판매하도록 규제한다. 이어 2030년에는 30~50%로 늘리고, 2045년에는 100% 판매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캘리포니아는 트럭도 환경 규제 대상에 넣어 2024년부터 규제를 시사했다. 의무판매 대상이 되는 트럭은 3.8톤 이상 중대형 상용차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운행되는 수소전기차의 대부분이 승용차임을 감안하면, 향후 전기트럭이나 수소전기트럭의 판매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선과는 무관하게 이미 미국의 15개 주가 2050년까지 디젤 트럭을 단계적으로 없애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주고받은 점을 감안하면, 캘리포니아의 친환경 정책이 미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점은 중국의 자동차 정책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신에너지차 기술 로드맵’

(2021~2035년)을 통해 2035년에는 순수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을 중단하고 친환경차만 판매하기로 했다. 자동차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나라들 중에서 사실상 최초로 내연기관 차량 퇴출 계획을 명시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는 신에너지차(전기차·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중을 크게 늘려 전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친환경 정책의 목표는 제조업 재건을 통한 ‘미국 경제의 부흥’에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바이든이 원산지 규정 강화, 고관세 부과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폐기하고 이전의 자유무역 기조로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LG솔루션에너지(LG화학에서 분사)와 SK이노베이션이 앞 다퉈 미국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기 위해 새롭게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대하는 바이든의 태도가 이를 잘 말해준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공장을 둔 자동차 제조업체는 미국 내 부품 조달 비율을 기존 62.5%에서 75%까지 그 비율을 높이도록 했다. 이 기준을 못 맞추면 관세가 부과된다. 바이든은 후보 시절 NAFTA 수준으로 원산지 규정을 되돌릴 의향이 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자국에 유리한 협상은 그대로 품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정책 또한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술 주도권을 놓고 양국이 벌이는 기싸움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은 과거 부통령 재직 때도 중국과의 기술우위 문제를 다뤄왔고 인공지능, 클라우드, 양자컴퓨터 등 미래 신기술 개발에서 중국보다 앞설 것을 약속한 바 있다. 




다만 탄소 감축은 양국의 공통 관심사이다. 바이든은 중국과 탄소 감축 양자 협정을 체결하고 중국에 석탄 수출 보조금 철폐를 요구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 주도의 신실크로드 전략)’에 대응하는 친환경 국제 개발 협력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7위, 1인당 배출량 4위를 기록하고 있고, 여전히 전체 전력의 40%를 석탄발전에서 얻고 있다. 화석연료에 집중된 전력 생산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이 EU와 손을 잡고 탄소배출 국가의 상품과 원료 수입을 규제하거나,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이 납품업체나 협력업체에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환경 규제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경기 부양에 따른 금융 부실로 사업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친환경 정책을 두고 바이든은 트럼프의 대척점에 서 있다. 발전·수송·건물·산업·자원 등 전 부문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포스코, SK, 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이 수소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혁신 연구’

바이든의 공약에 보면 ARPA-C(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 focused on Climate)라는 범부처 연구기관 출범 계획이 올라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혁신 연구 전담기관’이라 할 수 있다. ARPA-C는 사실상 새로운 조직은 아니다. 2007년에 설립되어 2009년부터 800개가 넘는 에너지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해온 ARPA-E를 그대로 잇는 범부처 조직이 될 전망이다. 용어만 해도 에너지(Energy)를 기후(Climate)로 바꾼 데 불과하다.


혁신 연구 전담기관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100% 청정에너지’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내놓게 된다. 우리 정부가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의 발 빠른 이행을 위해 ‘범부처 수소 R&D 협의체’를 꾸리고, 수소 전주기 관점에서 연계 사업을 기획해서 추진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바이든이 제안한 ARPA-C 프로그램은 다음 8가지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비용의 10분의 1로 가능한 그리드 규모의 배터리 저장 기술, △현 원자로 건설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소형모듈원자로 기술, △지구 온난화 가능성이 없는 냉장·냉동 기술, △탄소중립을 위한 제로넷 에너지 건물 기술, △셰일가스와 동일한 비용으로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 기술, △강철, 콘크리트, 화학물질, 건축 자재 생산의 탈탄소화 기술, △식량과 농업 부문의 탈탄소화 및 농업 예산 저감 기술, △발전소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 포집·제거 기술이 여기에 든다.


SMR(Small Modular Reactor)로 불리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 기술이 들어 있긴 하나, 이를 두고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비판하는 것은 과장된 면이 있다. 미국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대형 원전의 폐쇄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저렴한 셰일가스를 활용한 복합화력발전의 경쟁력이 더 높다. 1979년 펜실베이니아 주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40년간 미국에 새로 건설된 원전이 아직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연구개발 과제가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활용 측면에서 탈탄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 연계형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온실가스 무배출 냉동 공조기, 탄소중립 건축 자재, 초저가 그린수소 생산 설비, 그린 암모니아를 활용한 비료 생산 등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저탄소 또는 무탄소 기술을 깊이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국내로 보면 ‘그린뉴딜’ 기술들이다.


수소전기차 개발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교훈을 얻게 된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전임인 조지 부시가 지지하던 수소차 정책을 폐기했다. GM이 처음으로 수소차 콘셉트카를 내놓은 해가 1966년이지만, 될성부른 기술로 보지 않았다. 관련 예산은 삭감됐고, 연구 조직은 와해됐다. 




오바마의 에너지 정책은 천연가스에 기울어 있었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에 집중하면서 에너지 자립을 넘어 에너지 수출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 과정에서 천연가스 기반 자동차(NGV: Natural Gas Vehicles)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이 늘었고, LNG나 CNG(압축천연가스) 차량도 크게 늘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는 그 바통을 전기차가 이어받는 셈이다. 


현대차는 1998년에 처음 수소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과감한 투자와 노력으로 2013년에 세계 최초로 투싼ix를 양산했고, 이듬해엔 도요타가 수소전기차 세단인 미라이를 출시했다. 그 후 현대차와 도요타는 수소전기차 시장의 선두업체로 발돋움했지만, 개발 과정에서 단절을 겪은 GM은 선두에서 밀려나 추격자의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지난해 6월 전화위복을 위해 손을 잡은 니콜라가 사기 의혹에 휘말리면서 체면을 구겼다.  




정부 정책에 따라 어떤 기술이 살아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에 영향력이 큰 미국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손자병법’ 모공(謀攻) 편에 보면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란 말이 나온다. 우리가 흔히 쓰는 ‘백전백승’은 와전된 표현이다. 손자는 승리를 입에 담은 적이 없다. 그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미국은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향해 정책을 마련하고, 2035년까지 2,000조가 넘는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이 싸움의 목표는 누구를 이기기 위함이 아니다. 30년 뒤에는 이 지구에서의 삶이 더 위태롭지 않기 위해 너와 나의 처지를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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