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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태로 본 수소트럭의 미래 

힌덴버그 리서치 보고서 공개…트레버 밀턴 사임
파워셀 대변인 “니콜라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허풍”
보쉬, 다임러트럭 등 상용차용 연료전지시스템 개발 활발
2023년 이후 전기트럭 vs 수소트럭 주도권 경쟁 치열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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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테슬라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14년 6월에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수소연료전지(fuel cell)는 바보 전지(fool cell)”라고 말했다. 바로 그해에 니콜라는 창업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니콜라: 어떻게 거짓말의 홍수를 활용해 미국 최대 자동차 OEM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나’라는 장문의 보고서를 발표했고,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은 열흘 만에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니콜라는 내 핏속에 있고 영원히 그럴 것이지만 초점은 회사이지 내가 아니다.” 


밀턴은 이런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남기고 십자포화의 과녁에서 몸을 피했다. 

 

“니콜라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허풍”

힌덴버그 이전에도 경고음은 있었다. 지난 6월, 니콜라가 나스닥에 상장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블룸버그통신이 나섰다. 익명의 전문가 말을 인용해 “니콜라는 지난 2016년 12월 니콜라 원 공개 행사에서 연료전지도 없는 트럭 외관에 ‘온실가스 배출 제로 수소연료 차량’이라고 새겨 과장 광고를 했다”고 폭로했다. 기어도 모터도 없는 빈껍데기 트럭으로 사람들을 현혹했다는 것이다.




좋은 소식이 나쁜 소식을 덮었다. 니콜라는 이런 비판이 들릴 때면 새로운 거래로 대중의 환심을 샀다. 쓰레기 수거차량 2,500대의 주문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고, 애리조나 쿨리지의 허허벌판에서 삽을 들고 공장 착공 소식을 전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9월 8일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GM과 맺은 파트너십이었다. 하루 만에 주가는 40% 이상 뛰었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 힌덴버그 리서치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아주 구체적이다. 2018년 공개된 니콜라 원 트럭이 도로를 달리는 영상은 트럭을 언덕 아래로 굴려 찍었고, 니콜라 원을 처음 공개할 땐 차체 밑에 전선을 연결하고 기존 회사 제품의 인버터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니콜라 본사 건물에는 태양광 시설이 하나도 없다며 항공사진을 첨부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따로 있었다. 니콜라와 협업했던 스웨덴 연료전지 업체인 파워셀(PowerCell) 대변인이 “니콜라의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허풍(hot air)”이라고 한 말이다. 파워셀은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연료전지 개발·유통사다. 볼보 그룹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2008년에 분사했다. 파워셀의 말이라면 신빙성이 있다. 니콜라의 기술 수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8월 트레버 밀턴이 국내 언론사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 발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자는 창업한 지 6년 만에 수소차 기술을 확보한 사실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자 밀턴은 이렇게 답했다.


“그래서 내가 ‘혼자서 다 하려면 좀 바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소트럭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가진 다른 기업들과 손을 잡고 있다. 이 방식이라면 스타트업도 충분히 차를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우리의 수소연료전지는 스웨덴의 파워셀과 공동 개발했고, 이후 수년간 개량했다. 이후 독일 보쉬를 찾아가 수소연료전지 생산을 함께하기로 했다. 차량 조립은 이탈리아 트럭 회사 이베코와 협력한다. 그들의 제조 노하우와 설비를 활용하면 차량 품질을 높일 수 있다.”


파워셀은 지난 2017년에 니콜라의 연료전지 스택 공급업체로 지정됐다. 3년 전의 일이다. 파워셀은 이후 보쉬와 손을 잡았다. 보쉬는 지난해 4월 파워셀과 연료전지 개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차량용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보쉬는 올해 2월 독일 베를린에 열린 ‘커넥티드 월드 2020’에서 파워셀의 S3 연료전지 스택을 기반으로 한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개했다. 보쉬는 늦어도 2022년에는 신형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독일 울름을 중심으로 수소트럭 개발 한창

보쉬는 전기 배터리를 통한 전동화를 비롯해 수소연료전지에도 관심이 많다. 영국의 세레스파워(Ceres Power)와 제휴를 맺고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기술을 확보, 10kW SOFC 연료전지 3대를 묶어 파일럿 플랜트를 이미 가동하고 있다. 이베코 트럭 제조사인 이탈리아 CNH 인더스트리얼과 마찬가지로 ‘제2의 테슬라’로 평가받던 니콜라에 초기 투자를 감행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트레버 밀턴은 지난 7월 팟캐스트 방송에서 세계 최대 상용차 박람회인 2020 IAA 하노버 모터쇼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배터리 전기트럭을 보유하고 있다”며 “모터쇼에 니콜라 트레를 선보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9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이 박람회는 코로나19로 취소가 됐다).


하지만 보쉬의 대변인은 힌덴버그 리서치와의 전화 통화에서 “독일 울름에 조립 라인을 두고 생산 중인 5대의 트럭”에 대한 존재를 부인했다. 


울름은 독일 자동차산업의 심장부로 통한다. 포르쉐, 다임러, 보쉬의 본거지로 이베코 또한 이곳에 자사의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밀튼이 서둘러 트위터에 공개한 울름의 이베코 공장 사진에는 니콜라 로고가 인쇄된 랩핑 트럭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차량을 니콜라를 위한 단독 개발 차량으로 보기는 어렵다. 유럽연합이 자금을 지원하는 H2Haul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H2Haul은 탄소배출 제로 운송을 위해 유럽 전역에 16대의 수소전기 대형 차량을 개발하는 5년짜리 프로젝트다. 이베코 외에도 FPT Industrial, VDL ETS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는 엘링크링거(ElringKlinger), 하이드로제닉스(Hydrogenics), 파워셀의 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한 수소트럭을 개발하게 된다. 


H2Haul 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일정이 잡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7월 ‘유럽 수소전략’ 발표에 맞춰 보쉬가 새 파트너로 합류했다는 점이다.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기술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자사가 개발한 연료전지시스템을 장착한 수소트럭을 실증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연료전지 제공 업체로 독일의 엘링크링거, 스웨덴의 파워셀 외에 하이드로제닉스가 눈에 띈다. 고속열차를 생산하는 프랑스의 알스톰(Alstom)은 2018년 9월 독일에서 처음 출시한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여객 열차(코라디아 아이린트)에 하이드로제닉스의 90kW 연료전지를 쓰고 있다. 유럽에선 이미 익숙한 캐나다 연료전지 회사로, PEM 수전해 쪽으로도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드로제닉스는 지난해 미국의 디젤 엔진 전문 제조사인 커민스(Cummins)에 인수됐다. 커민스는 유럽의 10톤급 쓰레기 수거차량과 도로청소차를 생산하는 독일 키르히호프 그룹의 자회사인 FAUN에 하이드로제닉스의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했다. 배터리 구동 방식을 기반으로 30kW 연료전지 3개를 추가해 주행거리를 늘린 방식이다. 


니콜라의 기술력이나 내부 사정은 알 길이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유럽이 상용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우디도 최근 발라드가 새롭게 출시한 140kW 연료전지 스택으로 개발 의사를 내비쳤다.


여기에 일찌감치 상용차 시장을 중심으로 수소전기차 개발을 추진해온 중국이 있다. 차세대 미라이의 연료전지를 적용한 트럭을 개발 중인 도요타나, 올해 스위스로 50대의 수소트럭을 수출하는 현대차의 소식도 빠뜨릴 수 없다. 전 세계 상용차 시장의 화두는 ‘전기’보다는 ‘연료전지’에 쏠려 있다.

 

다임러트럭의 GenH2 연료전지 트럭

경제용어 중에 레거시 코스트(Legacy cost, 유산비용)란 말이 있다. 투자자는 기존 업체의 전망을 낮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강성 노조와 오래된 설비 등 혁신을 가로막고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여긴다. 


새로운 기술을 들고 나온 혁신가에 시장은 관대하게 반응한다. 창업자의 말투는 늘 확신에 차 있고, 기업의 전망은 볶음밥에 올린 달걀노른자처럼 환해 보인다. 사람들은 니콜라의 시가 총액이 포드를 넘어선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 중심에 테슬라가 있다. 사람들은 이 회사를 자동차 업체가 아닌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으로 인식한다. 니콜라, 아무리 봐도 작명을 잘했다. 테슬라에 나란히 붙어가는, 하나의 이름 같다(실제로 천재 과학자인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에서 따왔다). 적어도 테슬라는 애플처럼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폐쇄성을 유지하는 법을 안다. 꼭 필요한 핵심 기술만큼은 외부에 손을 벌리지 않는다. 


니콜라의 지난 행보를 보면, 연료전지시스템이나 배터리 기술을 비롯해 대부분의 설비나 기술을 외부에 의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태양광, 수전해를 아우르는 수소충전 설비 또한 넬이나 한화에 기대지 않고는 해결이 안 된다. 늘 손을 벌린다. 그러다 손을 잘못 잡기도 하고, 퇴짜를 맞기도 한다.  




트레버 밀턴은 니콜라를 창업하기 전 디하이브리드(dHybrid)라는 회사를 운영했다. 그는 디젤 트럭에 압축천연가스(CNG)를 사용하는 기술을 다뤘다. 수소전기차는 ‘수소’도 알고 ‘전기’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기술의 진입 장벽이 높다. 혼자서 꼭 해내야 하는, 도전과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얻어지는 기술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현장에서 CNG를 다뤄본 사람들이 수소시장으로 넘어가는 건 맞지만, 200bar와 700bar의 압력은 엄연히 다르다. 수소충전소에 이런저런 잔고장이 많은 것도 현장에 설비를 구축해서 운영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그것이 수전해 설비라면 더더욱 그렇다. 니콜라가 제시한 비전은 빛나지만, 이 회사가 내놓은 결과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다임러트럭은 최근 GenH2 연료전지 콘셉트 트럭을 최초로 공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GenH2’란 이름이 붙은 이 수소전기 트럭은 2023년에 고객이 수행하는 광범위한 테스트를 거쳐, 양산은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해질 전망이다.  




트럭의 세부 사양을 보면, 150kW 연료전지 두 개에 70kW 용량의 배터리 팩을 붙여 일시적으로 최대 400kW의 출력을 내게 된다. 여기에 기체수소 대신 액체수소를 채택해 최대 1,00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스테인리스스틸 탱크 2개면 80kg의 수소를 실을 수 있다. 액체수소는 저장 온도가 워낙 낮아 가만히 있어도 기화손실이 있지만, 매일 일정한 구간을 달리는 40톤 트럭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다임러트럭은 10년 뒤에나 기존 대형 디젤 트럭과 비슷한 수준의 수소트럭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트레버 밀턴이라면 너무 먼 미래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다임러트럭은 그 시간을 되도록 일찍 앞당기기 위해 볼보트럭과 손을 잡고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양사의 협약이 일정대로 추진될 경우 지분을 반반씩 나눠 가진 연료전지 합작법인이 탄생하게 된다.

 

니콜라 사태에서 우리가 놓친 것

GM은 니콜라와 손을 잡는 대가로 11%의 지분을 얻어냈다. GM은 본사의 하이드로텍(Hydrotec) 연료전지와 얼티엄(Ultium) 배터리 기술로 픽업트럭인 니콜라 배저를 생산하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OEM 위탁생산이다. 이렇게 되면 레거시 코스트가 다시 작동한다. 오래전 혼다와 협력해서 개발한 GM의 연료전지 기술력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전에 ‘평가절하’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사태는 트레버 밀턴의 일인 동시에 니콜라의 일이기도 하다. 창업자는 그렇게 회사와 자신의 이미지를 겹쳐서 구축했고, 이제 초점을 흐리는 방식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나서 조사에 들어간 만큼 이제 기다림의 시간이 남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혐의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지난 8월 현대차 전주공장 안에 있는 상용파이롯트동에서 김종해 상무에게 들은 말이 떠오른다. “이 정도 라인을 갖춰야 고품질의 차량을 양산할 수 있죠.”




니콜라는 라인을 갖추지 못했다. 니콜라의 러브콜에 퇴짜를 놓은 현대차만 해도 수소트럭의 국내 양산 일정을 2023년으로 잡고 있다. 그동안 시범사업을 통해 내구성과 성능 개선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번 니콜라 사태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화솔루션의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니콜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까지 수전해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올해 초 ‘수전해기술개발팀’을 만들었고, 최근 낸 채용 공고를 보면 음이온교환막(AEM) 수전해가 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은 염소와 가성소다를 추출하는 클로르알칼리 전해조 기술에 30년 넘는 노하우가 있다. 안정적인 알칼리 전해조에 AEM 수전해를 붙여 태양광으로 얻은 잉여전기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일이 3년 뒤에는 현실이 될 수 있다.


“테슬라가 얼마나 이익을 낼 것인가, 시장 점유율이 얼마나 될 것인가는 주식하는 사람들의 관심사이지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가 최근 블룸버그와 나눈 인터뷰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수소만 한 대안이 없다. 차량의 덩치가 커질수록, 무거운 화물을 싣고 다닐수록 수소의 활용도는 더 커진다. 


3년 후에는 일론 머스크도 이런 고민을 하게 될지 모른다. ‘우리도 수소연료전지를 한번 써볼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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