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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소택시 체험, 실증과 검증 사이

삼환운수, 서울에서 유일하게 2교대 운행
매일 400km 달려...10개월이면 10만km 주행
자동차연구원 ‘티어다운’으로 내구성 검증
편안한 주행감, 다양한 안전장치가 매력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지난 6월 5일, 서울 은평구의 삼환운수를 찾았다. 수소TAXI의 첫인상은 쿨했다. 흰 바탕에 파란색 그라데이션이 물결처럼 차체를 두르고 있었다. 초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캔디바 같았다. 


“차체가 커서 택시로 보는 분들이 잘 없어요. 주황색 택시가 아니다 보니 요금이 비쌀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그래서 문짝에 이걸 붙여놨어요.”


뒷문 손잡이 쪽 빨간 스티커에 눈길이 간다. ‘일반택시와 요금이 동일합니다.’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은 3,800원이다. 이 넥쏘 수소택시도 동일하다. 택시에 오르기 전에 나눌 이야기가 있다. 이성우 관리부장을 따라 사무실로 든다.

 



하루 400km, 한 달 평균 8,000km 주행

‘수소택시 실증 기반 내구성 검증기술 개발 과제’. 제목이 꽤 길다. 그냥 ‘서울 수소택시 시범사업’으로 이해하면 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주관 아래 수소택시의 내구성을 검증하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이 수소택시의 운영비(연료비)를 지원하고 홍보도 맡고 있다. 


서울에서 운행하는 수소택시는 20대다. 작년 9월 국회 수소충전소 개장에 맞춰 10대를 운행하기 시작했고, 지난 5월에 10대가 추가되면서 총 20대로 늘었다. 수소택시 운행 경험을 듣기 위해 삼환운수를 찾았다. 이성우 관리부장이 말을 잇는다.  




“수소택시 5대를 받아서 국회 수소충전소가 개장한 바로 다음날(2019. 9. 11.)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행하기 시작했어요. 가장 많이 뛴 택시가 10만(km)을 넘겼고, 가장 적게 뛴 차는 7만이죠. 우리 회사가 2교대로 차를 돌려요. 일반 택시랑 다를 게 없죠. 서울에서 수소택시 2교대는 여기밖에 없어요. 다른 곳은 1인 1차제죠. 5시에 교대를 하는데, 일요일을 빼곤 늘 운행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소전기차는 엔진오일을 교환할 일이 없다. 2만km마다 에어필터와 항균필터를 간다. 또 6만km가 되면 부동액과 이온필터를 간다. 이 정도 관리만 한다. 차량 한 대는 부동액 경고등이 들어와 센터에 맡긴 적이 있다. 서비스 비용 처리를 두고 이런저런 절차 탓에 한 달가량 운행을 못했지만, 별 문제 없이 잘 해결됐다.


“운행 시간으로 보면 채 열 달이 안 돼 10만을 뛴 셈이죠. 아마 우리 차가 맨 먼저 들어갈 거예요. 자동차연구원에서 차를 받아서 부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연구를 한다고 들었어요. 내구성을 검증하는 거죠.”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모빌리티연구센터의 김도환 연구원 말에 따르면 이를 ‘티어다운(Teardown)’이라 한다. 현재 서울 시내에 운행 중인 전체 수소택시를 대상으로 16만km, 20만km 등 목표 주행거리에 도달한 차량을 한국자동차연구원에서 회수해 부품 내구성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넥쏘의 보증 기간은 10년 16만km다. 택시의 생은 짧고 굵다. 영화 ‘다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팍팍해서 10년간 뛸 거리를 2년 안쪽이면 도달한다. 


이는 H2KOREA에서 받은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수소택시 10대가 달린 주행거리는 622,946km다. 대당 하루 평균 400km, 한 달 평균 8,000km를 뛴 셈이다. 이러니 1년에 10만km 운행은 일도 아니다. 

 

편안한 주행감, 차고 넘치는 안전장치

“선루프 때문에 택시 팻말을 뒤쪽에 달아서 눈에 잘 안 띄어요. 이거 말고는 흠 잡을 게 없죠. 차가 잘 나왔어요. 타보면 알겠지만, 일단 편하고 안전장치가 아주 잘돼 있죠. 처음엔 서로 몰겠다고 해서 순번을 정하느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이게 뭐랄까, 손님을 태우러 나온 게 아니라 충전을 하러 나왔다고 해야 하나….”


수소차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승전, 충전소로 귀결된다. 삼환운수가 이용하는 충전소는 국회 수소충전소 한 곳으로 봐도 무방하다. 택시기사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 그런데 충전 때문에 그 리듬이 깨진다. 이 말은 택시에 올라 물어보기로 한다. 




내부는 은빛으로 화려하다. 널찍한 12.3인치 와이드 스크린에 서라운드 뷰까지 지원이 된다. 조작 버튼으로 가득한 일체형 센터페시아는 ‘첨단’의 분위기가 난다. 기어도 버튼식이다. 뒷자리에 앉아 쌩쌩한 에어컨 바람을 맞는다. 차량 내부는 싼타페보다 조금 작다. 내연기관 차량 특유의 진동이 없어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SUV라 차체가 높다 보니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타고 내릴 땐 불편함이 있죠. 그래도 차에 타고 나서는 아주 만족해하세요. 엔진 진동이 없다 보니 편안해 하시죠. 장거리를 뛸 땐 주무시는 분도 많고.”


장준호 기사는 택시를 몬 지 3년 정도 됐다. 수소택시의 운전대를 잡은 건 두 달 전이다. 


“들리는 말이 있어서 처음엔 망설였어요. 한 시간씩 기다리며 충전을 한다는 게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거든요. 그러다 차를 받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죠. 진동이 거의 없어서 몸이 확실히 덜 피곤해요. 차선유지 보조장치나 자동긴급 제동장치 같은 안전장치도 잘돼 있고요. 위험 상황이 생기기 전에 미리 다 알려주죠.” 




방향지시등을 켜면 계기판에 후방 차선 화면이 바로 뜬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차선을 바꿀 수 있다. 운전에 워낙 능숙해서 자동주차나 반자율주행 기능은 쓸 일이 없다. 속도가 0이 되면 저절로 파킹 브레이크가 체결되는 오토홀드 기능도 칭찬한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마음 놓고 발을 뗄 수 있어 정말 편하다고 한다.


“오전 6시부터 9시 반까지는 출근 손님을 태우느라 바빠요. 오늘도 아침 일찍 인천 연안부두로 가는 손님을 태우고 왔죠. 그러다 11시쯤 되면 한가해져요. 그 시간에 슬슬 충전을 하러 여의도로 향하죠.”

 

아직은 낯선 수소차, 승객 만족도는 9.2

택시는 버스처럼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지 않는다. 손님의 행선지가 정해져 있지 않아 늘 충전을 신경 쓰게 된다. 서울엔 현재 국회 수소충전소가 있고, 최근 강동에 수소충전소가 새로 문을 열었다. 운행 반경이 은평구 중심이라 강동구까지 갈 일은 드물다. 그래서 대부분 국회 충전소를 이용한다. 


“11시쯤 가면 대여섯 대 정도 줄이 서 있죠. 그 정도면 1시간이 걸려요. 저한테는 그 시간이 쉬는 시간이에요. 화장실도 가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도 하죠. 넥쏘 운전자 분들과 차량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고. 다만, 충전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대기 시간이 확 늘죠. 어제만 해도 2시간을 기다렸어요. 그럴 땐 답이 없죠.”


회사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사납금을 낮춰주는 식으로 편의를 봐주고 있다. 현재 서울의 수소 가격은 1kg당 8,800원이다. 700bar 압축기로 6kg을 완전히 충전을 하고 나면 600km를 달릴 수 있다. 


“일반 차주 분들은 한 달에 두세 번 충전소를 찾지만, 우리는 매일 가잖아요. 충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죠. 연료비는 체감상 LPG보다 싸요. 한 번 충전할 때 4kg 남짓 들어가니까 3만 원대로 보면 됩니다. 가까운 상암이라도 빨리 문을 열어서 이용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강변북로에 오르자 차가 밀려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발길이 뚝 끊겼지만, 지난해만 해도 하루에 두세 번은 공항 손님을 태웠다. 인천공항이 수소 셔틀버스를 도입하면서 내년 3월에는 에어리퀴드가 짓는 수소충전소가 들어선다. 일반 수소전기차에도 개방할 예정이라 조금씩 숨통이 틀 전망이다.


“아직은 수소차를 생소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일반 택시랑 나란히 서 있으면 피해서 뒤차로 가는 분도 봤죠. 실상 그런 일은 드물고, 80% 정도는 콜을 잡아서 운행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어요. 오히려 재밌죠. 수소차를 처음 타는 분들한테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 다들 관심을 보이세요. 실제로 승차감도 좋고, 공기청정 모드 같은 거 돌리면 신기해하고. 다른 기사님들은 어떤지 몰라도 저는 아주 만족해하면서 타고 있습니다.”


H2KOREA에서 받은 자료를 보니, 작년 설문조사에서 승객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2로 나온다. 꽤 높은 점수다. 차체가 높아서 한강을 바라보기도 좋다.

 

서울 도심을 누비는 ‘수소 홍보대사’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시간이 금방 간다. 스포츠 모드는 없다. 시내 주행에선 늘 에코 모드로 달린다. 속도감을 즐기기보단 편안한 운행과 좀 더 널찍한 내부에 초점을 맞춘 차량이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코나나 니로 전기택시만 하더라도 내부 공간이 훨씬 좁다. 또 전기택시는 50분을 충전하면 4시간가량(200km 남짓) 운행할 수 있어, 긴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야 하는 기사들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비단 수소택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환경도 고려하면서 기술의 편의를 누리려면 이 정도 번거로움은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 다행인 점은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더디긴 해도 친환경 자동차의 인프라가 조금씩 갖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 왔습니다. 저기네요.” GS칼텍스의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끝자리에 ‘H 강동 수소충전소’가 눈에 든다. 바로 이날의 목적지다. 영수증을 받아들고 택시에서 내리자 장준호 기사가 마스크를 쓴 얼굴로 꾸벅 인사를 한다.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짓기가 참 어렵다. 이곳 강동 수소충전소만 해도 개발제한구역 내 수소충전소 허용 등 규제 완화를 적용받아 들어섰다. 규제 샌드박스로 국회 바로 앞에 수소충전소를 열어 운영하고 있지만, 대중의 선입견을 없애고 민원을 해소하는 데는 긴 시간과 노력이 든다. 


서울에 20대의 수소택시가 돌아다닌다. 은평구의 삼환운수(5대), 서초구의 시티택시(5대)에 이어, 동대문구의 대덕운수(7대)와 강동구의 유창상운(3대)이 올해 새롭게 추가됐다. 일상에서 수소에너지를 경험하는 데 이만한 과제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실증’이 곧 ‘검증’이다.


이들 택시가 서울 도심을 돌며 수소차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를 잘 갖추고, 차량 가격을 더 낮춘다면 수소전기차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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