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폐화 문제가 대두됐던 삼척원전예정부지.

[월간수소경제 최형주 기자] 강원도가 ‘수소기반 에너지 거점 도시’ 조성을 목표로 투입 가능한 지역자원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해당지역은 삼척시 근덕면 인근 ‘원전예정지구’로 고시된 곳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달 말 전원개발추진위원회는 이 지역을 ‘원전예정구역’에서 철회하는 안건을 통과시킴으로써 에너지거점도시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2030년까지 친환경 LNG와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각각 37%, 2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강원도가 삼척 원전 부지에 ‘수소기반 에너지 거점 도시’를 조성키로 한 것도 이러한 정부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강원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한 ‘2019년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삼척은 수소생산에 최적화된 도시다. 지난 2017년 완공된 한국가스공사의 ‘LNG생산기지’를 갖추고 있어 추출수소의 주원료인 천연가스 공급이 용이하고, 태양광·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역시 기대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강원도는 이러한 특성과 장점을 살려 삼척을 중심으로 한 수소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강원도는 지난달 9일부터 10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수소경제, 액화를 논하다’라는 주제로 ‘국제수소포럼 2019’를 개최하고, ‘수소기반 에너지 거점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 적극 표명했다.

이번 포럼에는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 수소산업 및 기술전문가, 업계, 일반인 등 약 1,200여명이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 ‘국제수소포럼 2019’ 개회식 모습.


강원도, 수소산업 비전 선포
강원도는 개회식에서 ‘강원도 수소산업 비전’을 선포하는 것으로 이번 포럼의 시작을 알렸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삼척원전 예정부지에 ‘수소기반 에너지 거점 도시’를 조성하는 내용의 ‘강원도 수소산업 비전’을 직접 발표했다.

최 지사는 삼척LNG기지와 풍력단지를 연계한 추출 및 그린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지사는 “강원도는 현재도 최고의 풍력에너지 생산지역이지만 추가적으로 140MW의 대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풍력발전을 이용해 깨끗한 그린수소를 생산할 것”이라며 “여기에 삼척LNG기지를 적극 활용하고 향후 러시아 PNG가 삼척으로 연결되면 국내 최대의 추출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수소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했다.

‘수소기반 에너지 거점 도시’는 이러한 수소생산 외에도 추출수소 생산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온열을 적극 이용하게 된다. CO2팜을 통한 원예식물 유통단지를 조성하고 단지 내 온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수소 연료전지와 가정용 태양광발전기를 활용해 단지 내 통용 화폐인 ‘에너지코인’ 시스템을 도입해 신에너지 기반 혁신 주거단지를 조성하게 된다.

▲ 수소기반 에너지거점도시 구상도.(자료=강원테크노파크)

▲ 강원도의 수소산업 육성 청사진.(자료=강원테크노파크)

계획대로 에너지 거점 도시가 조성될 경우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 및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조기 달성해 프로젝트 참여기업은 탄소배출권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신사업을 통한 기업유치로 지역 내 지속 가능한 일자리까지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원도는 이러한 수소산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포럼 행사 기간 중 총 4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먼저 강원도는 현대자동차, 강원테크노파크와 ‘친환경 수소어선’을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디젤 기관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매연 문제 해결을 위해 동해안의 1,000여 척의 어선 엔진을 ‘수소추진’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강원도는 하이넷, 넬코리아, 제이엔케이히터 등 수소전문기업과도 ‘강원도 수소산업 활성화 MOU’를 체결했다. 수소산업 육성의 기반이 되는 수소생산 시설과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해 강원도는 인·허가를 지원하고, 하이넷, 넬코리아는 수소충전소를, 제이엔케이히터는 수소생산 시설을 각각 구축할 예정이다.

‘강원도 스마트 수소도시 조성’ MOU는 삼척시, 에릭슨엘지와 맺었다. 강원도는 5G기반 유망산업 실증과 상용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고, 삼척시는 스마트 수소도시 기업 유치 및 프로젝트 실증을 지원하게 된다. 에릭슨엘지는 스마트 수소도시 기술협력 및 인프라 구축을 통해 관련 기술 개발, 테스트, 인증, 상용화를 담당한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오른쪽 1번째)와 한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부장, 김서영 하이리움산업 대표, 김양호 삼척시장이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 업무 협약' 이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원도 액화수소플랜트 구축’ MOU는 수소를 저장하고 이송하는 데 있어 대용량 이송 실현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기체 형태의 수소를 액체로 변환 시 부피는 850배가 줄어들고, 대기 압력보다 조금 높은 압력으로 안전하게 액체수소를 저장·이송할 수 있다.

이 사업에서 액화수소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하이리움산업이 기술 자문 및 지원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최문순 지사는 모든 업무 협약식을 마친 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시멘트 생산을 통해 국가산업의 원동력을 제공했던 삼척시가 이제 ‘스마트 수소도시’로 거듭나고자 한다”며 “이번 협약이 스마트 수소도시 ‘삼척’의 비전을 현실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협약 의미를 전했다.

‘액화수소·수전해’ 중심 발제 ‘관심’
이번 포럼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 ‘수소 액화’와 ‘수전해’를 중심으로 국내외 수소산업 및 기술 동향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수소 제조와 액화 기술’을 주제로 한 세션 1에서는 국제에너지기구 연료전지분과 위원장이자 독일 유리히 IEK-3연구소 전기화학공정공학연구소 소장인 데트레프 스톨텐 교수의 ‘수소에너지 국제 동향과 전망’에 대한 기조발표에 이어 독일 린데 그룹의 피터 게르스틀(Peter Gerstl) 기술 담당 이사가 ‘액화 수소 공급 연쇄를 위한 해법’을, 최병일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대한민국 액체수소 기반 구축 방안’을, 남기석 전북대학교 교수가 ‘고효율 자원 전환 체계 구현을 위한 나노공학 전략’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 독일 IEK-3 연구소 전기화학공정공학연구소 데트레프 스톨텐 소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데트레프 스톨텐 IEK-3연구소 전기화학공정공학연구소장은 수소가 가지는 특성과 저장·운송에서의 신기술에 대해 독일 수소산업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데트레프 소장은 “지구온난화를 제한하기 위해 전 세계가 동의했고, 2050년까지 약 80~95%의 CO2 감소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수소에너지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라며 “수소의 저장과 운송 부분에서 맞닥뜨린 비용장벽을 새로운 기술의 완성으로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린데 그룹의 피터 게르스틀 이사는 “현재 전 세계는 가장 경제적인 수소의 수송·유통 방식인 액화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린데의 액화수소탱크와 트레일러 등 액체수소 저장·운송 장비에 대해 소개했다.

최병일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액체수소는 대기압에서 저장이 가능하고 고압기체수소에 비해 6배 이상의 우수한 체적 에너지 밀도를 지니고 있으며, 폭발의 위험성이 낮아 수소의 대량 이송 및 저장에서 매우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액체수소 제조 시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고 단열 성능이 우수한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기술 개발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최 실장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380억 원(정부 280억, 민간 100억)을 투자하는 ‘액체수소플랜트 핵심기술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남기석 전북대학교 교수는 수소제조 및 저장 등의 에너지전환시스템 촉매의 구조제어 나노공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 교수는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에너지 전환과 저장기술”이라며 “전해조에서 수소와 산소 제조 시 ‘전기화학 촉매반응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나노 재료 구조제어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국내 액화수소 플랜트 후보지.(자료=‘국제수소포럼 2019’ 최병일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발표자료)

‘수전해 기술과 P2G 실증’을 주제로 한 세션 2에서는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에너지시스템부 암가드 엘고와이니(Amgad Elgowainy) 책임 연구소장의 ‘수전해 전망과 P2G 자원 저장 기술’에 대한 기조발표를 시작으로, 노르웨이 DNV-GL의 알버트 반 덴 노르트(Albert Van Den Noot) 수석컨설턴트, 국제적 수전해 기업인 노르웨이 넬의 에버렛 앤더스(Anders) 부사장이 각각 ‘유럽 재생 자원 및 P2G의 실증 사례와 이동에 관한 연구’, ‘탈 탄소화를 가능하게 하는 수전해를 통한 대량의 수소생산’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아르곤 국립연구소의 암가드 엘고와이니 책임연구소장은 미국 에너지부(DOE)의 H2@Scale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며 ‘수전해의 전망과 P2G에너지 저장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암가드 소장은 “에너지로서 수소는 확장성과 빠른 충전에 장점이 있고, 미국 에너지부는 H2@Scale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를 합리적 가격으로 대규모 생산·운송·저장·활용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천연가스 개질, 태양광과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한 수소생산은 신산업 발굴을 가능케 하고, 이는 미국 내 수소 수요를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DNV-GL의 알버트 반 덴 노르트 수석컨설턴트는 네덜란드의 세계 최초 파이프라인 공급 개질수소와 영국의 가정난방에 수소를 적용하기 위한 H21프로젝트 등 유럽의 P2G 실증사례를 설명했다.

알버트 반 덴 노르트 수석컨설턴트는 P2G 기술에 대해 “현재 세계는 탄소배출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때 필요한 풍력·태양열과 같은 재생에너지원의 가변성이 전기 생산·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며 “남는 재생에너지(잉여전력)를 이용해 수소로 생산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매력적인 통합 에너지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에버렛 앤더슨 넬 부사장은 “넬은 1927년 최초의 전해조를 실증한 세계 최대 수전해 장치 개발 기업으로, 1952년부터 1991년까지 산업에 사용될 암모니아를 만들기 위한 대량의 수소를 수전해로 제조한 바 있다”라며 “또한 2006년 노르웨이 Rjukan 지역에 9.2MW급, 2013년 말레이시아에 25MW급의 세계 최대 규모 수전해 플랜트를 구축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 *자료= ‘국제수소포럼 2019’ 김창희 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발표자료.


미래 수소기술을 엿보다
미래 수소기술을 주제로 한 세션 3에서는 권태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수석연구원의 ‘미래를 반기는 깨끗한 수소시범도시 추진 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이제명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가 ‘수소경제 시대의 조선산업 국제동향 및 전략’, 류준형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동력시스템을 적용한 철도차량 추진시스템 최적화 기술개발’, 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한국의 P2G 프로젝트 현황’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를 진행했다. 수소도시, 수소선박, 수소열차, P2G 등 향후 각광받을 기술들이 한 자리에 소개된 것이다. 

권태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세계와 인류가 당면한 에너지·환경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수소”라며 “주거특성을 고려한 공동주택, 교통시스템 등에 수소플랫폼을 활용하면 시민들이 수소의 안정성을 직접 체감하고 자연스럽게 수소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명 부산대 교수는 “수소경제 시대의 조선산업은 수소연료선박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액체수소 운반선과 같은 해외 수소 수출입 수단으로서 에너지 가치사슬을 형성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세계 1위 조선국인 우리나라가 수소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서의 입지를 다져 에너지산업기술과 조선·기자재 산업기술, 클린항만인프라가 융복합된 조선·해양강국으로 다시 한 번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류준형 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기술은  수송용 철도차량이 요구하는 주행거리를 충족시키고, 독립전원 방식으로 전력인프라가 상이한 지역과 비 전철화 구간의 연속적 운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수소철도차량은 경유철도차량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철도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김창희 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활용전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량이 2030년 21만 톤에 이를 것”이라며 “2040년 수소공급량을 526만 톤으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P2G는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가장 유망한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 국·내외 수소관련 기업들이 직접 부스 운영을 통해 새로운 수소기술을 선보였다.


홍보관 마련 등 부대 행사 ‘풍성’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의 춘계학술대회, 미래 수소기술 워크숍, 강원도 신재생에너지 발전포럼 등이 연계행사로 진행됐다.  

또한 국내외 수소 유관기업들이 직접 부스를 마련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먼저 야외 홍보관에서는 수소전기차·수소전기버스의 시승을 비롯해 수소연료전지드론 시연이 이뤄졌다. 수소전기버스의 경우 포럼 기간 동안 행사 이동차량으로도 활용돼 참가객의 호응을 얻었다.

실내 홍보관에서는 넬코리아(수소충전 및 수전해 시설), 제이엔케이히터(수소개질기), 코알라(연료전시 서핑보트), CNL에너지(수소자전거), 하이리움산업(수소드론), 강원테크노파크(수전해 모형), 모토모(배터리 서핑보드), 대영씨엔이(수소 저장합금), 미코(수소연료전지-SOFC), 에릭슨, 동서발전 등 총 11개 기업이 부스를 운영하며 각종 수소기술과 제품을 뽐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첫 포럼을 진행한 후 “이번 포럼은 강원도가 추진하는 수소산업 육성 의지를 대내외 천명하고, 액화 수소와 수전해를 중심으로 수소생산과 저장·이송·활용에 이르는 수소산업 가치사슬의 향후 움직임과 나아갈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뜻 깊은 장이었다”며 “강원도는 국제수소포럼을 국내외 수소 전문가들과 일반인이 참여하는 화합의 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매년 개최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삼척에서 개최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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