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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저장합금 상용화 이끄는 ‘원일티엔아이’

장보고급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에 수소저장합금 납품
사용자 요구에 맞춰 배출압 11~30barA 조정 가능
4,500회 이상 충전·방출 테스트 통해 불량품 판별


[월간수소경제 최형주 기자] 수소의 저장·운송방식은 크게 기체·액체·고체로 나뉘며, 기체와 액체수소의 경우 현재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원천기술 확보와 상용화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고체수소의 경우엔 부피와 무게 등의 문제로 그 사용이 쉽지 않고, 상대적으로 연구도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에너지 기업 원일티엔아이는 지난 2017년부터 국산 장보고급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인 ‘장보고-III’에 참여해 고체수소 사용을 위한  ‘수소저장합금’을 납품하고 있어 주목된다.


수소저장합금이란 말 그대로 수소를 저장하기 위한 합성 금속체다. 수소를 고체로 저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합금의 주원료를 수소 저장용기(실린더)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와 형태로 만든다. 이후 합금이 삽입된 용기(실린더)에 기체수소를 압축해 저장하듯 주입한다.




이렇게 주입된 기체수소를 실린더 내부에서 일정압력 이상으로 압축시키거나 온도를 내리면, 수소가 수소저장합금(금속 수소화물)에 달라붙어 우리가 생각하는 ‘고체수소’가 된다.


고체수소를 사용할 때는 반대로 온도를 올리거나 내부 압력을 낮춰주면 기체수소가 방출돼 쉽게 사용이 가능하다. 장보고급 잠수함은 이렇게 실린더에 충전된 수소와 연료전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는다.




LNG부터 원자력·수소까지, 에너지 전문성 확보

이러한 고체수소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사실 원일티엔아이는 수소산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다.


1990년 원일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천연가스의 생산·공급에 필요한 각종 장비들을 국산화한 업체가 바로 원일티엔아이다. 특히 창사이래로 현재까지 가스, 발전소, 원자력발전소, 정유·석유화학, 조선·해양 등의 부문에서 다양하게 사업을 펼쳐왔다.


원일티엔아이가 수소 산업에 발을 들인 것은 2000년 초반, LNG선박에 사용될 질소를 생산하기 위해 질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멤브레인 연구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때 원일티엔아이는 선박에 들어가는 엔진과 원료저장용기 등을 대우조선에 납품하고 있었다. 그러다 2009년 대우조선이 장보고급 잠수함에 들어갈 연료전지체계를 국산화하는 연구 과제를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원일도 수소저장합금과 실린더를 납품하는 업체로 참여하게 됐다.


고체수소 개발에 대해 이덕열 원일티엔아이 전무는 “고체 수소를 연구·개발하기 이전부터 동경에서 열리는 수소·연료전지 박람회에 매년 참가하는 등 수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천연가스 등의 저장 용기를 만든 경험과 수소가 가지는 안정성의 문제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고체수소 저장방식의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고체수소의 특성을 이용한 잠수함
이후 원일티엔아이는 잠수함용 연료전지개발을 위한 수소저장합금 및 수소실린더 응용연구(’09.03~’10.07) 계약과 시험개발 단계 연구(’12.02~’13.11) 계약을 체결했다. 두 번의 연구 납품이 끝나고, 2017년 12월부터 장보고-III 1번함의 수소실린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소저장합금’ 납품을 시작하게 된다.


잠수함은 물 밑으로 내려가 다양한 작전을 펼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 특수선이다. 이 잠항을 위해 일정 이상의 무게가 확보돼야 하고, 어뢰 공격을 받는 순간의 폭발을 고려해 제작돼야 한다. 고체수소는 잠수함의 이러한 특징을 충족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


첫 번째 요소는 안정성이다. 언급했듯 수소가 수소저장합금에 달라붙게 되면 그 순간 수소의 특징이 사라지게 된다.


채길병 원일티엔아이 차장은 “실린더에 들어간 수소가 일정 압력이 돼 고체화되면 자연히 실린더 내부 압력도 10bar 미만으로 낮아지게 돼 안정적인 수소저장이 가능하다”며 “대중적으로 수소는 폭발한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고체수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수소의 저장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수소저장합금이 가지는 무게다. 자동차는 더 빠른 속도를 위해 무게를 줄이지만 잠항이 필요한 잠수함은 일정이상의 무게를 가져야 한다. 따라서 고체 금속이기에 가지는 수소저장합금과 실린더의 무게가 잠항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고체저장합금의 장점과 함께 원일티엔아이의 수소저장합금과 실린더가 가진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고체수소가 기화될 때 ‘방출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출압이란 고체수소를 사용하기 위해 열을 가하거나 압력을 낮춰 고체에 달라붙은 수소를 기화시키는, 기체로 배출될 때의 압력을 뜻한다.


채길병 차장은 “사용되는 목적에 따라 고체수소가 방출하는 압력을 조절하는 기술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생산하는 고체저장합금과 실린더는 방출되는 수소의 양을 구매 목적에 맞게 11barA에서 30barA 사이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만들어진 수소저장합금과 실린더는 이후 약 4,500회 이상의 충전·방출 테스트를 거쳐 불량품을 판별한다. 초기 연구개발된 수소저장합금들은 충전·방출과정에서 대부분 열화의 문제로 일정 횟수가 되면 사용이 불가능했지만, 원일티엔아이의 저장합금은 열화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


장보고급 잠수함 한 척은 이렇게 세밀히 조정되어 만들어진 수소 실린더 수십여 개를 필요로 한다. 특히 원일티엔아이가 납품하는 수소저장합금의 에너지 저장량은 온도 32℃(상온), 압력 64bar기준으로 1.8wt% 수준이며, 이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다.


현재 원일티엔아이는 장보고급 잠수함 2호선에 저장합금과 실린더 납품을 이미 완료했고, 3호선은 납품 중, 4호선은 납품 준비 중이다. 이 프로젝트로 원일티엔아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판매 가능한 고체실린더와 수소 저장합금’을 만드는 기업이 됐다.


고체수소 산업 선도를 위해 풀어야할 숙제, 충전속도와 무게
하지만 아직 고체수소는 대중화되지 못했다. 충전속도와 금속 고유의 무게 때문이다. 원일티엔아이 측에 따르면 상용화된 수소 차량인 넥쏘에 6kg의 기체수소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분임을 감안할 때, 고체수소의 충전속도는 현실적으로 대중이 쓸 수 있도록 상용화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고체수소는 부피대비 저장량에 있어 고압 기체수소 700bar를 기준으로 약 2배 이상의 수소 저장이 가능해 매우 우수하게 평가되지만 무게에 민감한 자동차 특성 상 고체저장합금을 연료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채길병 차장은 “지금은 무게와 충전속도 등의 이유로 건설장비, 버스, 철도 등 상대적으로 무게에 민감도가 덜한 모빌리티 분야에 우선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며 “그러나 일부 자동차 제조사에서 최근 연구를 목적한 수소저장합금 구매를 요청하고 있어 (이러한 연구가 잘 진행된다면) 향후 자동차에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덕열 전무는 “원일티엔아이가 생산하는 수소저장합금과 실린더는 안정성과 기술을 인정받았지만, 비용적·무게적 측면에서 고체수소가 가지는 경쟁력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그래도 수소는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 에너지인 만큼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고체수소의 상용화에 기여하고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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