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기술연구원 전경.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올해 신년호부터 새롭게 연재 중인 ‘수소·연료전지 연구현장을 가다’ 여섯 번째 기획을 맞아 찾아간 곳은 고등기술연구원(IAE)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다.

수소는 생산부터 저장·운송·공급의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선택과 마주한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만 해도 석유화학 플랜트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와 화석연료를 ‘개질’하는 방법,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가령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할 경우 기존 전력망의 전기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완벽한 이산화탄소 무배출(zero emission)을 실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산된 수소는 파이프라인이나 튜브트레일러 등으로 이송한다. 최근에는 원거리 수소생산 및 운송 방법으로 수소를 액화시킨 후 선박으로 이송하는 기술·실증연구가 일본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생산된 수소가 공급되기까지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소의 제조 원가와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달라진다. 따라서 각 요소 기술의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수소의 밸류 체인(Value Chain) 전 과정에 대한 분석이다.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는 수소의 생산·정제, BOP(Balance of Plant) 시스템 등의 요소 기술을 연구하는 동시에, 수소 밸류 체인 전반에 대한 분석 및 경제성 평가에도 집중하고 있다.

1992년 대우그룹 중앙연구소에서 시작한 고등기술연구원은 2000년 무렵 대우자동차, 에너지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국내 최초의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나섰다. 이후 연료전지 분야 연구는 잠시 주춤했지만, 5~6년 전부터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를 중심으로 수소의 생산·정제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주요 연구 내용으로 해양 미생물을 활용한 수소 제조 기술을 비롯해 가스화연료전지발전 초고순도 정제 기술, 시스템엔지니어링 기반 연료전지용 BOP 시스템 기술, 알칼라인 연료전지 시스템 설계 및 수소 제조 촉매 시스템 개발 등이 있다.

해양 미생물을 활용한 수소 제조 기술
현재 고등기술연구원은 경동엔지니어링,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등과 공동으로 해양 미생물을 활용한 수소 제조 기술 상용화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지난 2002년, 파푸아뉴기니의 심해 열수구에서 ‘Thermococcus onnurineus NA1’이라는 미생물을 분리 및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 미생물은 일산화탄소와 해수를 원료로 수소를 생산한다.

▲ 해양 미생물을 활용한 고순도 수소 제조 시스템.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는 대량의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해당 미생물을 기반으로 ‘생물학적 수성가스 전환 반응공정’ 개발에 나섰다. 센터는 다양한 종류의 상업용 엔지니어링 툴을 활용해 공정 최적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충남 태안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 부지에 실증 플랜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실증 플랜트는 현재 한국서부발전에서 운영 중인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 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 실증 플랜트에서 생산되는 합성가스 중 일부를 공급받아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실증 플랜트에서 생산될 수소의 양은 연간 약 250톤으로 이는 수소전기차 1대가 연간 10,000km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소전기차 2,500대를 1년간 움직일 수 있는 양이다.

▲ 합성가스 초고순도 정제 시스템.

가스화연료전지발전 초고순도 정제 기술
가스화연료전지발전(IGFC, Integrated Gasification Fuel Cell)은 석탄이나 석유코크스, 바이오매스 등에서 생산된 합성가스를 초고순도로 정제한 후 이를 연료전지에 다시 투입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IGFC는 석탄을 활용하는 여타 발전 기술에 비해 발전효율이 높다. 석탄을 연소시켜 증기 터빈만 돌릴 때 발전효율은 40~41%다. 석탄을 가스화해서 증기 터빈과 가스 터빈을 동시에 돌리는 IGCC는 43% 상당의 발전효율을 보인다. 이에 비해 IGFC의 발전효율은 45~50%로 더 높은 수준이다. 300~500MW에 이르는 대용량 발전에서의 1~2% 효율 차는 경제적 산출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또한 IGFC는 오염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아 차세대 융합 발전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미국, 일본 등에서도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고등기술연구원을 비롯해 전력연구원, 한국서부발전, PTK, 영남대학교 등이 참여해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석탄 합성가스에는 주성분인 수소와 일산화탄소 외에도 황화합물, 메탄가스, 미세분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오염물질은 연료전지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고등기술연구원은 합성가스에 포함된 불순물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및 운전비용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공정 최적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 IGFC 시스템 운전·제어 현장.

현재 연간 100톤 내외의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 연구를 수행 중이며 실증 연구를 통해 기술력이 확보될 경우 중대형 발전 연료전지인 인산형 연료전지(PAFC) 외에도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등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엔지니어링 기반 연료전지용 BOP 시스템 기술
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 시스템은 공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생산 효율이 높아 차세대 발전 시스템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의 효율을 한층 더 높이고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택 성능 개선, 고효율 BOP 개발, 시스템 최적화 기술 등이 필요하다. 이 중 고등기술연구원은 BOP 시스템 개발 및 최적화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 연료전지용 BOP 시스템.

시스템엔지니어링 기반의 M&S(Modeling and Simulation)을 통해 BOP 시스템의 공정 설계를 최적화하고, CAE(Computation Aided Engineering)를 활용해 핵심 요소 기술의 설계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의 핵심 요소 기술인 연료개질기, 버너, 복합열교환기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연료개질기 연구에는 플라즈마-촉매 하이브리드 개질 기술을 적용했으며 도시가스, 바이오가스, 가솔린, 디젤 등 다양한 탄화수소계 연료를 활용해 수소를 다량 포함한 개질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버너의 경우, 스택에서 반응하지 않고 배출되는 가스(AOG, COG)를 촉매 산화시켜 연료전지 시스템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 연료전지용 BOP 시스템.

복합열교환기는 후연소버너의 배열에 열 캐스케이드(thermal cascade) 기술을 적용, 공기 예열과 스팀 생산, 잠열 회수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때 운전에 따른 열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질기와 후연소버너, 복합열교환기를 통합 유닛으로 구성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또한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의 대용량화를 위해 수치해석과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료전지용 BOP 시스템에 대한 설계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미니인터뷰 - 유영돈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장>

고등기술연구원의 강점은 ‘연구 결과와 엔지니어링의 결합’
“수소 생산부터 공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분석 필요해”


▲ 유영돈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장.


현재의 국내 수소산업을 진단한다면.

최근 수소에 대한 담론은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수소 사회를 실현하는 데 있어 수소전기차와 충전인프라의 역할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수소의 생산·저장·운송·공급 등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연료전지 발전 과정만 놓고 보면 수소는 발전효율이 뛰어난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부생수소나 화석연료 개질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수소를 운송하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다. 운송 방법에 따라서는 수소 제조 원가보다 운송 원가가 더 높게 나올 수도 있다.

수소를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공급하느냐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수소 제조 원가 등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수소 생산부터 이용까지 전 과정에 대한 분석 및 평가가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물론 수소의 생산, 운송 및 분배, 연료전지 효율 향상 등 각각의 단위 기술에 대한 연구는 로드맵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수소에너지 전 과정에 대한 기술성·환경성·경제성의 평가 및 분석을 수행하는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고등기술연구원의 강점을 꼽는다면.

우선 고등기술연구원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공급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하드웨어적 연구와 소프트웨어적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수소에너지를 둘러싼 전 과정에 대해 경제적·환경적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이 가능한 연구 기관은 국내에서 고등기술연구원 한 곳으로 자부한다.

또한 R&D와 엔지니어링을 결합함으로써 연구 결과를 ‘설계패키지’의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 R&D 결과를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연구소는 연구개발에 집중하느라, 기업은 제품화에 집중하느라 엔지니어링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업성이 부족해 제품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고등기술연구원은 연구 결과가 도출될 경우 이를 엔지니어링과 결합해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므로, 기업 입장에서 연구 결과를 손쉽게 제품화할 수 있다. 또한 경제성 분석을 통해 연구 결과를 사업화하기에 적절한 시점을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전력연구원, 한국서부발전 등과 함께 석탄가스화 연료전지 복합발전용(IGFC) 고순도 수소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연구에서 고등기술연구원이 맡은 역할은.

지난 2006년 충남 태안에서 진행된 IGCC 기술 개발에 참여해 가스화 기술 개발을 수행했다. 해당 발전 시스템은 2016년 8월부터 상업 운전에 나서 지난해 10월에는 가동률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실증운전과 설비 최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당시 기술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합성가스 생산 및 초고순도 정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와 연계한 통합 시스템 운전기술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고등기술연구원은 에너지 환경 분야에 있어 대규모 실증 경험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수소 제조 및 관련 분야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라이센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라이센싱 가능한 기술로는 수소 제조를 위한 가스 정제 기술, 미생물을 이용한 수소 제조 기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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