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프랑스의 ‘하이페(HYPE, Hydrogen Powered Electric Taxi Service)’. 독일의 ‘비제로(BeeZero)’.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수소전기차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전자는 한 스타트업 기업이 프랑스에서 시작한 택시사업. ‘비제로’는 독일 가스제조엔지니어링 글로벌 기업인 린데(Linde)가 자회사를 설립해 추진하는 ‘수소전기차 카셰어링’ 사업의 명칭이다.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모두 한국의 현대차가 제조한 수소전기차 ‘투싼ix’를 기본 모델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 사업을 바라보고 있자면 몇 가지 의문이 든다. 가장 먼저 사업성이 낮다. 그리고 수소전기차 생산도 하지 않은 유럽에서 왜 이 같은 사업을 펼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지만 울림이 작지 않다. 수소전기차가 지닌 친환경성을 홍보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대중교통(택시)과 공유차량(카셰어링) 모두 시민과 친숙한 모델이다. 차량의 숫자 대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어 인지도 확산에도 뛰어나다.     

차량은 생산되고 있지 않지만 충전인프라인 수소충전소 구축에도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유럽은 현재 약 120~130개소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충전인프라 구축의 핵심은 ‘H2Mobility’ 프로젝트이다. 독일은 ‘H2Mobility Deutschland’ 프랑스 역시 ‘H2Mobility France’를 운영하며 각각 2023년 400개소, 2030년 600개소의 충전소 구축 목표를 세워 놓았다. 독일,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의 주요 국가가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H2Mobility’는 다름 아닌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법인 구성원으로 참여시켜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이 법인을 상대로 각 정부가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의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생각을 쉽게 풀자면 이렇다. “유럽산 수소전기차는 없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가야 할 방향은 맞다. 유럽의 많은 완성차 기업이 연료전지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나설 수 있는 환경(충전인프라)을 조성하고 시민 인지도 제고(택시 및 공유차량 등) 노력을 기울이면 빠른 시간 내 그들이 내놓은 차량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로 읽혀진다.

국내는 수소전기차 완성차가 있음에도 충전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차량 보급이 더디다. 지난해 말까지 대략 170여 대가 팔렸다. 이러한 숫자는 같은 기간 미국 3,500여 대, 일본 2,000여 대, 유럽 1,000여 대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결국 내수시장을 활성화해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수소전기차 기술과 제조능력을 글로벌시장에서 마음껏 펼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충전인프라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자동차 시장에서 언제 우리가 ‘퍼스트무버’로 나선 적이 있는가. 패스트팔로워 전략을 통해 글로벌 5위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여전히 어중간하다.

그룹 오너의 의지와 기술개발 노력이 합쳐져 이뤄낸 수소전기차 시장의 ‘퍼스트무버’ 위치를 더욱 곤고히 해 향후 상업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내 수소전기차 시장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

그 열매조차 완성차 업체에만 돌아가지 않는다. 퍼스트무버에 탑재된 수많은 부품은 향후 팔로워의 차량 부품으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검증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 신호탄이 지난달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산업부는 물론 환경부, 국토부 등 3개 부처와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현대차, 가스공사, SK가스 등 13개 기업과 함께 수소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키로 하고 약정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유럽의 H2Mobility와 같은 한국판 ‘SPC’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법인의 구성범위와 운영방식, 역할 분담 등의 조율은 거쳐야 한다.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만난 만큼 그 과정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힘을 실어 줘야 한다. 방향이 옳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쟁이 심화되다 못해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는 자동차부품을 포함해 국내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출 주도형 국내 산업구조에서 새로운 신산업으로서의 성장이 예상되고 이는 국가 기간산업의 유지와 성장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SPC 설립은 단순히 이해관계자의 이합집산으로 볼 수 없다. 수소전기차 시장을 ‘한 단계’가 아닌 ‘전면적 재편’을 기대할 수 있는 시발점이요, 차량의 보급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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