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사업센터가 위치한 STX중공업 대구공장. (사진=STX중공업)

[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2018년 1월호부터 연재 중인 ‘수소·연료전지 연구현장을 가다’ 기획의 다섯 번째 연구소로 STX중공업의 연료전지 기술 개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신사업센터를 찾았다.

STX중공업은 지난 2월 1kW급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Solid Oxide Fuel Cell) 시스템 ‘encube’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연료전지 규격(KGS AB934) 설계단계 검사에 합격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SOFC 시스템으로는 국내 최초 사례다.

연료전지는 작동 온도와 전해질 종류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는 저온형 연료전지로 수송용 또는 가정용, 건물용으로 쓰인다. 인산형 연료전지(PAFC)와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는 건물이나 대규모 발전에 활용된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즉 SOFC는 고온형 연료전지로 가정 및 건물, 분산발전 등 활용범위가 가장 넓다. 잘만 개발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SOFC는 발전 효율이 55~70%로 연료전지 중 가장 높다. 발전 출력 범위 또한 넓다. 이에 따라 블룸에너지(Bloom Energy), 아이신(AISIN), LG그룹, 경동나비엔, 미코(MiCo) 등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건물용 SOFC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STX중공업 역시 그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연료전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신사업센터를 통해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그 결실이 최근 연료전지 규격 설계단계 검사에 합격한 SOFC 시스템 ‘encube’다.

▲ SOFC의 구동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모형.

신사업센터 연구개발 핵심 ‘연료전지 및 MGT’
최근 몇 년간 STX그룹은 조선산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석탄발전 기반의 STX에너지 및 STX전력, 태양광발전 사업을 위한 STX솔라, 풍력발전 사업을 위한 STX윈드파워 등이 그 예시다.

STX중공업 역시 신사업센터를 통해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사업과 분산발전용 마이크로 가스 터빈(MGT)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TX중공업 신사업센터가 SOFC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2009년 무렵이다. 차세대 연료전지로서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이 가장 우수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2012년에는 독자 기술을 통해 스택, 개질, 통합반응기, 열교환기 등 SOFC의 핵심 부품을 개발했으며, 지난 2월에는 국내 SOFC 제품으로는 최초로 연료전지 규격 검사에 합격했다.

MGT 사업과 관련해서는 2011년부터 LNG, 바이오가스 등을 연료로 하는 200kW급 도심형 분산발전용 MGT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개발 과제가 종료돼 본격적인 상용화 준비에 들어갔다. 회전수 40,000RPM, 발전효율 30% 이상, 종합효율은 75% 이상의 성능을 확보했다. 올해부터는 2019년 시스템 양산을 목표로 60kW급 MGT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SOFC 및 MGT 시스템은 발전출력이나 설치 면적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LNG를 연료로 사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고효율·친환경 열병합발전시스템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STX중공업의 건물용 SOFC 시스템 encube.

encube, SOFC의 가능성 열다
STX중공업의 건물용 SOFC 시스템 ‘encube’의 발전출력은 1kW이며, 발전 및 열효율은 각각 45% 이상이다. 종합효율은 91%에 이른다. 지난 2월에는 연료전지 규격 설계단계 검사에 합격, 도시가스를 연결해 사용하는 데 있어 충분히 안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로써 시판의 길도 앞당겼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국내 연료전지 시장에 SOFC 시스템이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국내에는 SOFC 제품이 없다’는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면 가스안전공사의 검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이동원 STX중공업 신사업센터장은 “현재 연료전지 규격(KGS AB934)은 보일러 규격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에 보다 적합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SOFC 시스템인 ‘encube’가 검사에 합격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현재 연료전지 규격에 SOFC의 특성을 추가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예 통과할 수 없는 규격은 아니다”라며 “SOFC를 개발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있어 ‘우리도 할 수 있다’라고 가능성을 연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가스안전공사를 확인한 결과 SOFC 제품 검사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는 후문이다.

자체 설비로 부품, 시스템 모두 평가 가능
STX중공업 신사업센터 내 기술연구소 시험실에서는 연료전지 부품과 시스템 모두 자체적으로 검증 및 평가가 가능하다.

시험실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부품 평가 파트에서는 스택이나 고온열교환기, 개질기 등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가 이뤄진다. 내구성 평가 장치에서는 실제 연료전지 시스템과 똑같은 환경으로 핫 박스(Hot Box)나 스택 등의 내구성을 평가한다. 스택의 경우 5kW급까지 평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개질기 평가기와 가스 분석기를 구비하고 있어 개질된 가스에 대한 분석도 가능하다.

▲ 개질가스 분석이 가능한 가스 분석기.

시스템 평가 파트에서는 검증된 부품들로 구성된 전체 연료전지 시스템을 평가한다. KGS 규격에는 발전효율이나 열효율 외에도 다양한 시험 항목들이 있다. 자체적인 시스템 평가에서 전자적 항목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다.

연료전지 분야에 대한 확고한 의지
조선산업의 침체는 STX중공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X중공업은 연료전지 사업 비중을 줄이기는커녕 신규 투자를 늘렸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추후 투자계획도 잡혀 있다. 또한 최근 STX중공업은 신입사원을 맞이했는데, 여타 부서와 비교해 연료전지 연구파트의 신입사원 비율이 가장 높다. 에너지산업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 STX중공업 신사업센터 연료전지 연구파트의 직원들.

국내 건물용 SOFC 업계는 기술 개발 및 사업 성장 등을 목표로 2015년 8월 ‘SOFC산업화포럼’을 발족했다. 18개 기업이 정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한전 전력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자문기관으로 참여한다. 이동원 센터장은 STX중공업 신사업센터를 이끄는 동시에 SOFC산업화포럼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3020’ 정책은 2030년까지 총 전력 생산량의 2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재생에너지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재생에너지원 대부분의 전력변환효율과 에너지이용률이 10%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SOFC 시스템은 40~60%의 전력변환효율과 90% 이상의 이용률을 자랑한다. 이 센터장은 “SOFC 시스템은 환경 문제 해결, 안정적인 전력 공급, 대형 발전소 등에 대한 님비 해소 등 국내 환경 및 산업 생태계를 감안할 때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이라며 “다만 경제성이나 기술 성숙도, 인증 체제 마련 등의 문제를 속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encube’는 KS 인증과 실증 사업을 남겨두고 있다. STX중공업 신사업센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미니인터뷰 - 이동원 STX중공업 신사업센터장>


최종 목표는 발전·선박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건물용 SOFC 시스템 시장 규모 꾸준히 커질 것”


▲ 이동원 STX중공업 신사업센터장.


건물용 SOFC 시스템 ‘encube’의 향후 보급 계획은.

KGS 검사 합격은 시작 단계나 마찬가지다. KS 인증과 실증 등 여러 난관들이 남아있다.

우선은 가정·건물용 소형 연료전지 시장을 대상으로 설치 실적을 쌓고자 한다. 최종 목표는 발전·선박용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시장 진출 초기 상태이므로 기술 및 자격 안정성을 먼저 확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실증 사업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제도와 같은 정부 정책을 기반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보급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어느 정도 사업성이 확보된 다음에는 개발 및 사업 범위를 중·대형 건물 및 발전용, 선박용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STX중공업에서 SOFC 시스템 관련 기술을 직접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연료전지 KS 인증이 중요한 이유는.

연료전지는 그 종류를 막론하고 ‘가격’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있다. 물론 기업 측에서도 가격저감을 위한 노력에 더욱 힘써야 하나, 기술 개발을 통한 가격 인하는 단기간에 해내기 힘든 일이다.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보조금이다.

하지만 현재 ‘encube’는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SOFC를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할 수 있는 KS 규격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공단과 국가기술표준원에서 SOFC KS 규격을 제정할 예정이나 당장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또한 KS 규격과 인증기관이 확정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공단에서 보조금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2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본다. 기업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SOFC 시스템의 시장 전망은.

건물용 SOFC 시스템의 시장 규모는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누진제는 다소 완화되었지만 기저부하(base load)가 증가하고 있어 전기요금 절감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인 연료전지 전용 요금제가 확정돼 8~15%의 할인율이 적용될 경우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SOFC 시스템은 고급 소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생산 공정이 개선되고 양산이 가능해질 경우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따라서 보조금을 기반으로 양산에 돌입하게 되면 시장 전망은 한층 더 밝아질 것이다.

SOFC 활성화와 관련해 선진국으로부터 배울만한 점은.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 능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을 예로 들어 보자. 일본은 오일 쇼크를 계기로 1970년대부터 수소 및 연료전지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에는 NEDO(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를 설립해 집중적인 투자에 나섰다. 정부 부처에서 투자를 하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사람을 모으는 것은 NEDO의 역할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연료전지 분야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을 유지해 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서가 다르다 보니 같은 아이템을 따로 추진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일본 사례처럼 수소 및 연료전지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 거기에 투자하는 쪽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본다.

국내 SOFC 활성화를 위해 정부나 관련 기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당장 필요한 것은 ‘실증 시험’이다. 이미 다양한 R&D 과제를 수행했지만 제품으로 출시된 SOFC 시스템의 성능 및 운전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실제 설치 환경에서의 운전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KS 인증’과 ‘보조금 지급’이다.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려면 신재생에너지 설비 인증이 필요한데, SOFC는 아직 인증을 위한 규격과 인증기관이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여러 기업의 SOFC 제품들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따라서 정부 및 관련 기관에서는 이 같은 업계 수요를 고려해 속히 규격을 제정하고 인증기관을 지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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