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위치한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시승행사장.

[월간수소경제 김동용 기자] 2018년은 수소사회의 원년이 될 수 있는 중요한 한 해로 꼽힌다. 수소산업촉진법(가칭)의 입법 가능성,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출시, 정부의 수소충전소 민간보조금 지원정책 등 ‘기대’와 ‘바람’을 몰고 올 요소가 많은 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9일 화려한 개회식으로 시작한 ‘평창동계올림픽’도 빠질 수 없는 기대요소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환경올림픽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환경에너지에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국내외 방문객들은 수소전기셔틀버스를 타고 강릉 올림픽파크와 강릉역을 왕복할 수 있었다. 또한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와 자율주행이 탑재된 ‘넥쏘’ 시승이 가능했다.

이 같은 수소전기차량의 원활한 주행을 위해 평창과 강릉에 구축된 수소충전소는 물론, 국내 최초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문을 연 여주휴게소 수소충전소 역시 수소업계의 기대심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또한 올림픽 개최지 평창과 강릉을 품고 있는 강원도는 지난 몇 년간 석탄, 시멘트 사업의 침체와 관광사업의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新)성장 동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신(新)기후 체제에 따른 에너지산업 환경변화로 미래 에너지로서 주목받고 있는 ‘수소산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모두 감안할 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수소사회 진입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이에 <월간수소경제>는 지난달 9일과 12~13일 총 사흘에 걸쳐 평창올림픽을 방문, 이번 올림픽에서 수소에너지의 활약상을 현장에서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 시승을 신청한 올림픽 관람객(오른쪽)에게 시승장 관계자가 출발 전 설명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더 놀라웠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지난달 12일 영하 13도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 속에서 평창군 진부면에 위치한 현대차 ‘넥쏘’ 시승행사장으로 향했다. 추운 날씨는 오히려 영하 30℃에서도 운행에 전혀 문제없다는 ‘넥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져 시승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다.

현대차의 시승행사는 이번 올림픽 기간 중 평창올림픽파크(자율주행기능 탑재 수소전기차)의 경우 지난달 10일부터 24일까지 1차 운영을,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 2차 운행이 진행된다. 강릉 경포 주차장과 시승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진부 시외버스터미널 시승행사장은 지난달 9일부터 25일까지 운영이 계획돼 있었다. 

‘넥쏘’ 시승예약은 방문 전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물론 현장예약도 가능하지만, 혹시 모를 지연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온라인 예약이 효과적이다.

현장에 도착해 예약자명을 밝히자 곧바로 ‘시승차량 이용동의서’를 작성했다. 동의서는 보험사항, 금지사항, 유의사항, 책임사항 등으로 구성됐으며, 음주·심신미약 상태, 무면허 운전을 지양하고 인스트럭터의 안전지시를 듣고 시승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시승행사장 관계자와 함께 탑승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넥쏘’에는 3개의 수소연료탱크가 탑재돼 있다. 한 개당 2.1kg으로 총 6.3kg이다. 평균연비를 알아보니 수소 1kg당 약 97.3km를 달릴 수 있다. 완충했을 때 약 6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연비다.

또한 ‘넥쏘’는 이른 바 도로 위를 달리는 공기청정기라고 불린다.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순수 산소만을 남기고 나머지 성분은 필터를 거쳐 깨끗하게 걸러진 상태로 다시 배출되기 때문이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수소와 결합할 산소를 거르는 과정에서 정화되는 미세먼지는 같은 주행거리와 시간으로 비교했을 때, 디젤차량 2대가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양과 비슷하다. 특히 운전석 스크린에 표시되는 공기정화량과 CO₂ 감축량은 친환경성을 고려해 구매한 운전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요소다. 이 차량은 매연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연료도 태우지 않으며 순수하게 물만 배출한다.

차량에 탑승해보니 차체는 굉장히 넓고 쾌적했다. 타 SUV차량과 비교해 좌우 공간은 좁지 않지만 상하 차체가 낮아 안정감이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시동을 걸고 스크린을 확인하니 이날 시승차량이 정화한 미세먼지는 주행했던 시간 동안 성인 4명이 숨 쉬는 공기의 양이라고 표시됐다. 미세먼지 뿐 아니라 CO₂ 저감량은 1년을 기준으로 나무 60 그루를 심는 양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더욱 반가웠던 건 네비게이션에 가까운 위치 순으로 표시된 수소충전소다. 특히 연구용이 아닌 민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만 표시돼 효율적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관계자는 “민간에서 사용할 수 없는 충전소는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까운 충전소 순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운전 중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넥쏘’ 운전석 터치스크린에 전국 수소충전소 위치가 표시되고 있다.

▲ 넥쏘’ 운전석 터치스크린에 공기정화량이 표시되고 있다.

시동을 걸자 너무나 조용해 시동이 걸렸는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동승한 관계자는 “다른 시승객들도 시동을 걸었을 때 ‘소음이 없어서 조금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한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시동소리가 유독 시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천히 주행을 시작하자 말 그대로 물 흐르듯이 도로 위를 달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가속페달을 밟는 느낌이 거의 안 들 정도로 부드럽게 속력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다만 풍절음(차량 밖에서 나는 바람소리)은 내부가 워낙 조용하다 보니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다소 크게 느껴졌다.

운전 중 일시적으로 130km까지 속도를 높여보았다. 풍절음은 조금 더 커졌지만 매우 부드럽게 가속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탑재된 ‘차선이탈방지 기능’은 차선을 넘을 경우 센서가 감지 해 화면에 표시되는 기능으로 실제 주행에서는 50km의 속도에서도 반응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서 시승행사장으로 돌아오니 약 20분이 흘러있었다. 가속페달을 밟는 느낌과 주행감 등은 일반차량에 비해 나았고 친환경성까지 고려한다면 차량 구매를 결정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관건은 수소충전인프라와 차량구입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평창올림픽 파크 내 위치한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전경.

▲ ‘현대차 파빌리온’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수소전기차와 수소에너지를 형상화한 ‘현대차 파빌리온’

‘넥쏘’ 시승을 마치고 방문한 곳은 평창올림픽 파크 내 위치한 ‘현대차 파빌리온’ 행사장이다. 이 곳은 수소전기차와 그 연료인 수소를 다양한 각도로 형상화한 체험관이다. 지난달 9일~25일, 이달 9일~18일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1,225㎡(약 370평) 면적에 높이 10m 규모인 ‘파빌리온’은 외벽 4개면이 우주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진 파사드 작품 ‘유니버스(Universe)’로 시작한다. ‘유니버스’는 우주의 75%를 수소가 차지하며 수소전기차의 연료인 수소가 태초에는 우주와 모든 생명의 에너지원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외벽은 어둡지만 건물 내부는 온통 하얗다. 두 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으며 핵심은 ‘워터(Water)’라는 이름의 실내 전시실이다. 안내를 맡은 관계자는 “맑고 깨끗한 물을 형상화한 체험장으로 대리석 위에 수만 개의 물방울들이 여정을 펼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스위치(air switch)로 불리는 구멍에 손을 대면 바람이 느껴진다. 가까이 댈수록 물방울이 빠르게 움직이고 완전히 손바닥으로 막으면 물방울들의 움직임이 멈춘다. 안내를 맡은 관계자는 “모든 물방울은 사람의 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현대차 파빌리온’ 내부모습.

미래 사회, 미래 모빌리티의 ‘씨앗’을 물방울로 형상화한 한 ‘워터’에서는 새하얀 방에서 2만5,000개의 물방울이 센서에 의해 수백미터의 대리석 수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물방울은 초속 1m의 빠른 속도로 움직여 커다란 호수에 모여들고 사라지기를 약 3분마다 반복한다. 이 곳은 깨끗한 물들이 모여 깨끗한 호수가 되듯이 수소전기차를 더욱 많이 생산해 깨끗한 도시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는 현대차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워터'옆 전시실은 4개의 각각 다른 소재와 감각적인 색으로 구성된 ‘하이드로젠(Hydrogen)’ 전시공간으로 수소 추출부터 수소전기차 구동 이후 물의 배출까지 수소전기차의 원리를 4단계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4개의 방은 각각 태양에너지, 물의 전기분해, 연료전지, 깨끗한 물을 상징한다.

수소전기차와 수소에너지를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환경보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다만 수소전기차 관련 사진, 모형 등은 전혀 볼 수 없다는 점, 수소전기차의 원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다.

▲ 평창 수소충전소 전경.

하루 평균 13대 충전… 평창·강릉 수소충전소

지난달 13일 오전 9시 30분 평창에 위치한 이엠솔루션 수소충전소에 도착했다. 도착 후 곧바로 눈에 띈 건 거대한 가스탱크(튜브트레일러) 차량이었다. 이엠솔루션 관계자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기간 중 평창에서 운행되는 수소전기차는 현대차가 시승용으로 운영 중인 넥쏘 20대(자율주행기능 탑재된 넥쏘 5대 포함)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현대차로부터 대여해 사용 중인 넥쏘 10대, 총 30대다.

이엠솔루션 관계자는 “현대차의 1세대 수소차 ‘투싼ix'는 이번 올림픽기간에 운행하지 않고 넥쏘 차량만이 하루 평균 13대 정도 충전하고 있다”며 “충전차량은 주로 오전에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 수소전기차가 이엠솔루션 수소충전소(평창)에서 수소가스를 충전하고 있다.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산단에서 출발해 평창에 위치한 수소충전소까지 수소를 운송 후 축압용기에 저장시키면 저장압력은 875bar에 달한다. 이를 ‘넥쏘(700bar)’에 충전하면 약 175bar의 압력이 발생, 그 압력 차이로 수소가스를 밀어 넣는 방식으로 충전된다. 축압용기에 저장된 수소가스를 모두 사용하면 다시 튜브트레일러가 와 채워주는 작업을 반복한다.

수소충전시설은 틈틈이 점검한다. 육안으로 1차 점검을 거친 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2차로 시스템을 세밀하게 점검하는 방식이다.

평창수소충전소 취재를 마친 후 강릉수소충전소로 향했다. 강릉수소충전소는 강원테크노파크가 소재해 있는 산업단지 내 위치하고 있어 평창수소충전소에 비해 좀 더 아늑한 느낌을 받았다. 강릉수소충전소는 ‘넥쏘’ 뿐 아니라 강릉올림픽파크와 강릉역을 왕복 주행하는 수소전기버스의 충전도 담당했다.

이엠솔루션 관계자는 “수소전기버스는 수소에너지를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좋은 교통수단인 것 같다”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 많은 방문객들이 수소에너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평창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전기차가 충전하는 모습(위)과 수소충전시설을 점검하는 모습.

승객들 인기를 한 몸에… ‘수소전기셔틀버스’

강릉수소충전소 취재를 마친 후 오후 2시 강릉역에 위치한 수소전기버스 차고지에 도착했다. 수소전기버스는 이곳을 시작으로 강릉역 정류장을 거쳐 강릉올림픽파크까지 주행 후 다시 차고지로 돌아오게 된다.

수소전기버스 운행 책임자와 함께 수소전기버스에 오르고 출발하자 가장 먼저 든 느낌은 ‘넥쏘’에서 느꼈던 조용함과 부드러움이다. 출발할 때 약간 뒤로 밀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일반버스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 수소전기버스 내부 모습.

동승한 관계자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 소리가 없어서인지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 같다고 말하는 승객들이 많다”며 “조용하고 승차감이 좋다는 이유로 일부러 이 버스를 골라 타려는 분들까지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차내 천장에 탑재된 화면에서는 평창올림픽 홍보영상과 수소전기버스의 구조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영상이 교대로 상영됐다. 강릉올림픽파크 정류장에서 잠시 정차한 버스는 약 5분간 승객들을 기다렸다.

이러한 수소전기버스 전용 정류장에는 수소전기버스의 구조 및 성능, 운행시간, 정류장과 올림픽 주요행사장, 경기장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설치돼있었다. 일부 관람객들은 수소전기버스를 사진 촬영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수소전기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정류장에 도착한 관람객들은 수소전기버스에 탑승했다. 동승한 관계자는 “교통약자우선탑승이 원칙이지만 대기 중인 일반셔틀버스가 없는 출발 직전에는 일반승객들을 태우고 있다”며 “경기가 많이 열리는 날에는 승객이 꽉 찬 상태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강릉수소충전소에서 수소전기버스가 충전을 하고 있다.

버스는 강릉올림픽파크에서 승객들을 승·하차 한 후 강릉역 정류장을 거쳐 다시 차고지로 향했다. 해당 버스는 차고지에서 운전기사만 교체한 후 곧바로 강릉수소충전소로 향했다. 충전시간은 약 15분 정도 소요됐다.

수소전기버스를 시승한 소감은 전반적으로 만족에 가까웠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조용함은 대부분의 승객들이 느끼는 장점인데다 무공해라는 점에서 더욱 마음이 쏠렸기 때문이다. 마치 자기부상열차가 달리는 듯한 느낌은 앞으로도 잊기 어려울 것이다. 향후 수소전기버스가 상용화돼 전국의 시내를 누비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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