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HyTReC(Hydrogen Energy Test and Research Center) 구축 조감도.

[월간수소경제 김동용 기자] 국내 수소산업 기술력 향상 및 소재·부품 국산화 등을 통한 경제성 확보를 뒷받침 할 ‘수소 부품 성능평가센터’가 구축된다.

1회 설치가 통상 15년 이상 장기간 운영으로 이어지는 수소에너지 설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신뢰성·안정성 확보는 제품화의 필수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그간 국내 중소기업은 기술 및 개발을 위한 성능 평가 설비 미비로 신뢰성 및 안정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이는 제품단가 저감, 안전기준 제정 및 국제표준 대응의 걸림돌이 돼 왔다.

특히 지난 2015년 일본 ‘닛케이 BP클린테크’ 연구소가 수소에너지 관련 기반설비 세계시장 규모를 오는 2050년 1,73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미래 수소에너지 글로벌 경쟁 심화까지 고려한다면 ‘수소 부품 성능평가센터’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수소부품 성능평가센터 구축 배경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지난해 1월 ‘수소산업 전주기 실증테스트 지원 사업 추진계획(안)’을 준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후, 같은 해 8월 기획재정부의 적격성심사를 거쳐 본격적인 사업준비에 착수했다.

기재부의 적격성심사는 다양한 항목으로 구성돼 통과하기 쉽지 않지만, 90점을 상회하는 높은 점수(통과 기준 80점)로 통과됐다. 지난해 5월 새 정부 출범 후 심사를 통과한 신규 사업 중 보조금과 관련된 사업은 이 계획(안)이 유일하다.

이 계획안은 지난해 8월 기재부의 적격성심사를 통과했다. 정권교체 등 외적요인으로 사실상 무산되다시피 한 첫 번째 적격성심사(지난해 5월) 일정을 감안하면, 실제 준비기간은 약 5개월(지난해 1월~5월)이었다. 반년도 안 되는 짧은 준비기간에 매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셈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사무총장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는 평가다.

이 사무총장은 가스안전공사 재직 당시 수소용기의 시험설비 설계·설치·시험분석 등을 포함한 기반구축사업 과제를 추진했으며, 가스안전공사의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기초설계까지 참여했다. 이번 계획(안)에서도 이 사무총장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기획안을 짧은 기간 동안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 사업의 목표는 신규 친환경 수소사업제품 부품의 개발을 위해 시험평가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기술력 향상을 지원하고 국민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한 “보통 수소 기반설비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수소충전소를 떠올리게 되지만 포괄적으로 수소를 에너지저장물질로 사용하게 되면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수소를 저장하는 새로운 산업이 생성될 수도 있다”며 “유럽은 이미 그런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하이드로젠 마이크로그리드(Hydrogen Microgrid)’ 사업으로 불리는 방식이다.

한 예로 지난 2015년부터 한국전력공사에서 추진 중인 ‘에너지자립섬’ 사업을 살펴보면 사업 1호인 가파도의 경우 약 30%의 자립률을 나타내고 있다. 경유발전기로 그 외 전력을 보완 중인데, 이를 수소저장시스템(HESS : Hydrogen Energy Storage System)과 연계한다면 저장기간을 포함한 활용도 면에서 더 큰 시너지효과(synergy effect)를 낼 수 있다.

추진방향 및 전략
총 200억 원의 산업부 예산이 투입되는 ‘수소 부품 성능평가센터’ 구축 사업은 수소의 생산, 충전, 공급, 이용 분야 제품, 시스템 및 부품 관련 성능평가 설비 10종과 모니터링 및 데이터(Data) 분석 센터 1개소(제품 설계 지원 : FEM + 유동해석 분야 포함)를 오는 2020년까지 구축하는 계획이다.

추진단은 △성능평가 기반 구축(제품의 기밀·안전성 등 설계 및 신뢰 확보를 위한 실증설비 구축, 고압 내구성·수명·효율 등 성능확보를 위한 단계별 시험평가 시스템 구축) △시험평가이력관리 시스템(Data-Base) 구축 및 설계 지원 시스템 구축(시험결과 Data-Base를 통한 최적 설계 컨설팅 지원, 수소제품의 설계·검사·인증·솔루션 제공) △시험기준 개발 및 국제표준 대응(신규부품에 대한 시험결과 활용, 국내외 인증시험 표준 작성으로 안전성 향상)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에 소재하는 비영리 신청기관을 주관기관으로 선정해 시험분석·성능·신뢰성검증·실증장비 및 공용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Test-bed 사업계획(추진전략, 운영, 자립화 방안 외), 사업능력(주관기관 등 수행능력, 재원조달방안, 참여협력기관 적정성 등), 입지조건 및 지역발전 △지자체 협력을 통한 공동 컨소시엄 구성, 지자체·민간자금 매칭 펀드 유치 등에 대한 가점 부여 등을 통해 주관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추진단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수소 부품 성능평가센터가 구축된 후에는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 확보 △국내 수소제품 안전기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통해 국민의 불안감 해소 및 국제표준에 대한 능동적 대응 △기업의 시험지원을 통한 개발비용 절감, 제품 국산화를 통한 수소부품 기업 비용 절감, 수출확대,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사례
수소의 이송, 생산과 관련된 산업부품은 수소의 분자크기가 작기 때문에 기밀성과 신뢰성이 타 분야에 비해 높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일본은 수소에너지 관련 기반설비 세계시장 규모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를 토대로 지난 2009년 3월 후쿠오카에 수소부품성능평가센터 ‘하이트랙(HyTReC : Hydrogen Energy Test and Research Center)’을 구축했다.

▲ 일본 수소스테이션 종합시험센터 전경.

▲ 일본 수소스테이션 종합시험센터 구성도.

사업영역은 △시제품 시험(내구, 성능, 진단, Leak, 압력반복, 가스투과, 재료) △제품 시험절차 개발(신규제품의 시험평가 기준 개발) △수소제품 연구개발 시험 지원(부품, 밸브 및 피팅류 등) △세미나 및 홍보, 국제 표준 대응 등이다.

지난 2015년 기준 실적은 총 8억3,695만2,000엔(한화 약 80억원)으로 그 중 중국 관련 실적은 1억9,844만엔(한화 약 19.9억원)이다.

대표적인 제품화 실적으로는 △‘키츠’의 고압 볼 밸브(2012년 제품화에 성공, 수소스테이션에서 다수 채용, 해외 진출 진행) △‘NOK’의 O링 씰(2012년 완성도 높은 재료 개발 성공) △‘썸텍’의 수소스테이션 축압기용 Type3 고압 복합 용기(하이트랙에서의 시험결과에 따라 KHK 특인, 실증 수소 스테이션에서의 도입 실적을 근거로 상용 수소 스테이션에 채용) △TOKi 엔지니어링의 고압수소용 스텐레스 패킹(최첨단 고압가스시설로 하이트랙의 새로운 시험동에 채용, 전략 회의 제품 연구 지원 사업에 활용) 등이 있다.

▲ 일본 HyTReC 지원에 의한 제품화 실적.

반면 피팅(Fitting)을 제조하는 일부 국내기업의 경우 시험설비의 부재로 신뢰성과 내구성을 보장받지 못해 중·저가에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이승훈 사무총장은 “국내 기업의 관련 기술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일본의 하이트랙 같은 평가센터가 필수”라며 “하이트랙의 대표 사례 중 ‘NOK'의 O링은 사용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 데다 수익성도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국내기업이 개발하려면 많은 시험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여건이 되지 않아 아직 만들지 못한 것 같다”며 “시험설비를 만든 규모 있는 기업들도 시험설비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관리·사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총장은 끝으로 “현재 추진 중인 수소부품평가성능센터는 기본적으로 수백 종류의 수소고압 실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 갖출 예정”이라며 “안전기술개발 국제표준 대응과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