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월간수소경제] 역사적으로 1세기 넘게 수소에너지 기술이 이용돼 왔고 매년 5천만톤의 산업용 수소가 쓰이고 있다. 2차례에 걸친 석유위기를 거치면서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해 물을 분해, 수소를 만들어 효율적으로 사용한 후 다시 물로 되돌아가게 하는 지속가능사회를 꿈꾸게 됐다.

수소를 매개로 하는 에너지시스템은 다양한 원료로 수소를 만들 수 있어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한다. 연료에서 구동에 이르는 효율(well to wheel)이 19%인 내연기관과 비교해 수소전기차는 천연가스-수소의 변환경로를 거치더라도 효율이 41%에 달하고 또 환경적인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이미 에너지전환은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에서 발표한 ‘International Energy Outlook 2017’ 주요 내용을 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에 따른 反기후변화적 정책으로 인해 청정전력계획 백지화 및 화석연료 개발을 다시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2040년 신재생에너지 점유율은 1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소요량은 575 quadrillion BTU로 에너지원별로는 석유 33%, 석탄 28%, 천연가스 23%, 재생에너지 12%, 원자력 4%에서 2040년에 각각 31%, 22%, 25%, 17%, 5%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19일 정부는 ‘신재생 3020’의 세부 이행 계획안을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우선하는 것은 세계 추세와 부합한다. 또한 지역주민 및 일반국민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이들 발전원이 지역의 협조 없이는 확산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동안 세계 시장을 주도해 왔던 도심지 최적의 분산발전원인 연료전지 비중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간헐적 전력원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및 활용 방안으로서의 수소 역할이 기술 실증 정도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실망은 크지 않을 수 없다.

▲ 린데의 수소충전소.

에너지 기본계획에 수소연료전지의 보급을 반영하는 등 수소연료전지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민간기업의 기술 개발 및 축적을 촉진해 수소전기차, 가정용·건물용 PEMFC, 알칼라인 연료전지 및 MCFC 분야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창출하는 제역할을 해왔다.

다만 관련 정책이 선도 국가인 일본과는 달리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초기 보급을 활성화해 장기적 시장 창출로 이어지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고 이로 인한 정책의 지속성과 신뢰성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부존자원의 빈약을 기술력으로 극복하려면 국가차원에서 일관된 정책과 신호로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기업들에 보여줘야 기술개발과 보급 확대 등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에스퓨얼셀이 설치한 100kw급 연료전지 시스템.

역시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래차 기술로드맵’에서 언급된 수소전기차 분야의 주요내용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수소전기차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격저감, 부품 국산화, 대량생산 기술 확보 및 부품 공용화를 추진하고 버스와 대형트럭 등 다양한 모델의 수소상용차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이동식 충전소 및 압축기, 충전기, 고압부품 국산화 등을 통해 인프라 구축비용 저감을 실현시킨다는 계획도 포함시켰다. 

이러한 정책이 진행되고 완성차 업체의 양산 조립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차량 제조가격은 크게 낮아져 대중의 눈높이와 근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전기차는 한 번 충전에 내연기관과 견줄만한 주행거리와 버스, 대형 트럭 및 기타 고도로 활용되는 차량(군용 차량 등)에 특히 유리하다. 또한 오염 배출물이 없다는 사실은 도시, 철도, 공항, 항만 및 물류 창고 등에서 수소전기구동 차량을 확산시키는 견인력이 될 것이다.

이미 주요 국가들이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금지 일정을 내 놓고 있다. 노르웨이, 네덜란드는 2025년 이후, 인도는 2030년 이후,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 이후를 언급하고 있고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와 일본 도요타는 202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생산·판매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 에어리퀴드의 충전시설.

우리나라 최근 1년간 신차 등록대수는 102만대로 이 가운데 전기구동차 비중은 아직 0.4%에 불과하다. 앞서 정부에서 발표한 2030년 누적 수소전기차 63만대 목표는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중지는 아니더라도 2030년 새롭게 출시되는 차량 중 적어도 20%를 수소전기차로 대체한다는 야심찬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수소충전 인프라는 수소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필요조건이다. 수소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연간 5천만톤 정도가 생산돼 이용되고 있어 기존 기술로도 충분히 생산해 이용이 가능하다. 수소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우선인지 대규모 충전인프라가 선행적으로 구축돼야 하는지에 대한 ‘닭과 달걀’에 대한 논쟁이 여전하지만 사실 상호 이득을 줄 ‘꿀과 벌’에 대한 관계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시장 초기에는 기존 기술과 인프라를 적극 이용해 큰 투자를 피하면서 꾸준하고 일관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 하겠다.

수소전기차의 운행에 필요한 수소충전소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수소사회에 대한 비전을 바탕으로 에너지기본계획과 보급 로드맵을 연이어 발표하고 정부의 정책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과 의지를 확인한 민간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 닛산, 혼다를 필두로 JXTG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 11개 회사가 공동출자해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2022년 3월 말까지 수소전기차용 수소스테이션 80곳을 건설할 방침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수소충전소는 현재 90여기에서 4년 내 170여 곳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조립라인.

공동출자 회사는 수소충전소 관련 설비를 일괄 발주함으로써 충전소 구축비용을 절감하고 기업의 의견을 집약해 규제 완화 등 요구사항을 정부 측에 전달하는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수소충전소 운영은 회원사 가운데 이미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JXTG나 이와타니산업 등에 위탁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적인 움직임을 비춰볼 때 우리 정부가 발표한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 방안은 실망할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선도적이고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문제는 이러한 계획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고 이를 위한 세부적인 실행 계획과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수소전기차, 수소충전소 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도요타자동직기는 미국에서 유용성이 입증돼 보급 확대 추세에 있는 수소전기 포크리프트(지게차)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역사적으로 이미 1세기 넘게 이용된 수소는 열, 전기, 화학원료로도 사용 가능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 에너지 매체로 이용한다면 에너지 분야의 탈탄소화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도 일조할 것이다. 이미 자국 내 가정용 연료전지시스템을 20만대 이상 보급한 일본은 관련 기업의 양산능력과 시스템 성능 등의 경쟁력을 무기로 독일 등 유럽지역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국내 연료전지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어떤 나라보다 잘 구축된 천연가스 네트워크망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경쟁력있는 시스템 가격만 확보하면 열과 전기를 동시에 공급하는 편의성과 친환경에너지원으로서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 중국의 수소전기버스 생산시설.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에너지네트워크의 탈탄소화에 기여하며 에너지시장의 주축으로 자리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의 관심과 민간의 시장창출 노력이 어우러져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국부 창출의 주역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경쟁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요구하고 싶다. 독일과 일본은 기초기술에 많은 공을 들이는 국가이다. 산업 전반에 폭넓은 인프라를 지니고 있는 것은 해당산업 발전의 원천이다.

현재 우리가 지닌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등의 우위적 요소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새로운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꾸준한 연구개발은 필수요소이지 결코 선택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김종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주요 이력>
현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실 책임연구원
전  • 과기부 수소에너지사업단 단장
     • 한국수소 및 신에너지학회장
     • 환경부 저탄소차보급촉진 자문위원
     •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안전전문위원
     •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수소기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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