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카본의 '플라스마 탄소전환장치'.

[월간수소경제 조규정 기자] 리카본(Re-Carbon)의 핵심기술이 국내 첫 상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울산광역시에 건설 예정인 ‘DME 플랜트’에 리카본의 플라스마 탄소전환장치(Plasma Carbon Conversion Unit, 이하 PCCU)가 도입될 예정이다. PCCU는 이산화탄소를 값 비싼 수소로 재탄생 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리카본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월 울산시와 울산테크노파크(이하 울산TP), 대흥산업(DME 생산), 에스코넥(온실가스 전환 시스템) 등과 250억원 규모의 ‘DME 플랜트 건립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산화탄소에 메탄을 주입한 DME의 경우 EURO-6 배출가스 규제에 만족하는 청정연료로 인체에 무해하고 공기 중 자연 분해돼 환경오염이 전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LPG와 혼합해 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배출가스에 따른 매연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점 역시 눈여겨 볼만 하다. 또한 영하 25°C 상태에서 액화되는 성질이 있어 운송과 저장 역시 용이하다.

 

울산시와 울산TP는 공장 인·허가와 기술검증 등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전했다.

 

또한 리카본코리아를 포함한 참여기업들은 이달 울산 남구에 위치한 대흥산업 울산공장 내 여유부지에서 ‘DME 플랜트’ 건립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SPC 설립을 완료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실시설계를 완료해 같은 해 7월 공사를 발주, 2019년 11월 플랜트를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을 줄여야 하는 우리로서는 숨통이 트인 셈이다.

 

특히 울산시가 수소산업에 특화된 지역임을 감안한다면 ‘DME 플랜트’에서 생산된 수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리카본코리아의 큰 그림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총 6,026억원을 투입해 수소전기차 1만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를 20기까지 확대한다. 더불어 수소공급 배관망도 30km 규모로 구축할 방침이다.

 

이와 연계해 리카본코리아는 기존의 전력망이나 도시가스망을 수소망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함께 진행해 수소산업 토대를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일례로 리카본코리아는 울산시가 구축하는 30km 길이의 수소 배관망을 통해 ‘DME 플랜트’에서 생산된 수소 활용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력 불균형이나 절전 시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이용해 분산발전 용도로도 활용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DME 플랜트를 통해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리카본코리아는 기대했다. 한편 ‘DME 플랜트’를 통해 매년 이산화탄소 2만5,000톤을 처리하고 약 1,000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장봉재 리카본코리아 대표는 “수소를 생산하는 데 있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방식은 기후협약에 적합하지 않다”라며 “수소사회로 가더라도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해야 하며 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4월 19일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DME 플랜트 건립 투자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CCS 기술 한계…국내선 ‘유명무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 가운데 하나가 CCS(Carbon Capture & 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기술이다. CCS 기술은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노출되기 전 압축해 액화상태로 만든다.

 

이후 저장장소까지 안전하게 이송해 처리하는 기술이다. 즉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액화상태로 수송한 후 석유와 천연가스를 축출한 해양층의 빈 공간에 투입해 이산화탄소의 외부 유출을 막는 방법이다.

 

과거 해외에서 이산화탄를 줄이는 핵심 방안으로 각광받은 바 있다. ‘런던협약 96의정서’에 따라 지난 2007년 해양 오염 방지법이 개정되면서 이산화탄소를 해저 지층에 저장하는 방식이 가능해 졌다.

 

하지만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액화시켜 수송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국내에서는 적합한 기술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석유나 천연가스를 직접 생산하지 못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묻을 곳이 없는 우리로서는 CCS 기술의 적합성 여부 논란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장봉재 대표는 “CCS 기술은 1조원 정도 투입하면 1년 기준 이산화탄소 100만톤 가량을 포집할 수 있다”라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곳도 없지만 묻는다고 해도 약 1조원의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해 선택하기가 어려운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이산화탄소를 보관하기 위한 장소적 제약과 비용, 효과 등을 고려할 때 CCS기술은 이산화탄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와 함께 마그네슘과 칼슘, 칼륨 등 이산화탄소를 첨가할 수 있는 광물에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고체 형식으로 저장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 역시 낮은 저장용량 등의 문제로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다.

 

결국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생산할 수 있는 제품군의 제약과 이를 활용해 경제성 있는 자원으로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CCS 기술이 없다는 점이 한계일 수밖에 없다.

 

리카본 특허기술 경제성

▲ 장봉재 리카본코리아 대표.

리카본의 핵심기술에 대해 자세히 파헤쳐 보자. 앞에서 언급한 CCS 기술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시된 기술이 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기술이다.

 

CCU 기술은 CCS 기술과 달리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즉 포집한 이산화탄소에서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생산해 내는 리카본의 PCCU는 CCU 방식과 맥을 같이 한다.

 

PCCU의 핵심기술은 플라즈마에 있다. 플라즈마는 기체상태의 물질에 계속 열을 가해 이온, 전자, 중성입자 등으로 나눠져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의 물질을 의미한다. 자연현상 가운데 번개와 오로라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분자구조가 단단한 이산화탄소를 분해하기 위해서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플라즈마가 필요하기 때문에 더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리카본의 특허기술이 담겨있다. 바로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기술이다.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는 생활 압력(1기압)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작동 시간이 길다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가정용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고주파 장치를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에 사용해 PCCU 원가 절감에도 한 몫 했다.

 

또한 기존 플라즈마의 경우 물질에 1,000°C 이상의 온도를 유지시켜야 작동되지만 ‘넌 써멀 플라즈마(Non Thermal Plasma)’를 이용해 작동온도를 550~600°C까지 낮춰 경제성을 더했다.

 

이러한 기술력이 담긴 PCCU에 이산화탄소 1만톤을 주입할 경우 생산되는 수소는 400톤, 일산화탄소는 9,800톤에 이른다.

 

‘2015 환경부 수소차·보급 로드맵’과 ‘2015년 일산화탄소 거래가격’ 기준에 따르면 수소 1kg과 일산화탄소 1kg 단가는 각각 8,500원, 1,300원이다. 이 기준에 따라 계산했을 때 이산화탄소 1만톤 기준 PCCU에서 생산된 수소와 일산화탄소의 연간 매출액은 각각 34억원, 127억원 규모에 달한다.

 

더욱이 수소와 일산화탄소 시장은 매년 성장추세에 있어 2020년까지 현재 2배 규모의 수요가 예상될 만큼 시장성도 충분하다.

 

장봉재 대표는 “미국 본사에서는 현재의 기술력을 업그레이드 할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기술력을 활용할 경우)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3억톤을 감축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이산화탄소 문제 해결을 위한 유용한 방법 중 하나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카본은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시작됐다. 창업자인 김중수 사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문 연구진들은 기존 플라즈마 기술에 대한 단점을 보완해 리카본만의 ‘플라즈마 이산화탄소 분해·재생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리카본은 2015년 한국에 리카본코리아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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