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한산업 기술연구소 장덕호 소장이 새로 개발한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살펴보고 있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국내 최초 버스노선 연계형 수소충전소가 경남 창원에 문을 열었다. 마산합포구 가포동에 있는 가포수소충전소로 지난 5월 9일부터 본격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창원은 전국에서 부산(36대) 다음으로 수소버스를 가장 많이 운행하는 곳이다. 창원에만 총 28대의 수소버스가 다닌다.

“수소버스 15대는 성주수소충전소, 13대는 덕동수소충전소를 이용했죠. 이번에 가포충전소가 개장하면서 덕동충전소를 이용하던 버스 7대가 이쪽으로 넘어왔어요. 인근에 차고지가 있는 마창여객에서 4대, 여기서 회차하는 마인버스 3대를 우선 받았죠. 실제 노선버스용으로 개장한 수소충전소로는 전국 최초라 할 수 있습니다.”

창원가포수소충전소 박삼서 소장의 말이다. 700bar 압력으로 25kg 정도의 수소를 충전하는 데 15분이면 충분하다. 충전기가 2개라 버스 2대의 동시충전도 가능하다. 범한산업에서 이번에 새로 개발한 50kg/h급 다이어프램 수소압축기, 독일 호퍼사의 50kg/h급 유압피스톤 압축기를 통해 시간당 최대 버스 4대까지 충전할 수 있다.

▲ 창원가포충전소에서 마창여객의 수소전기버스가 충전 중이다.

저압·중압 압축기 구분…3단으로 구성
가포충전소는 범한산업에서 개발한 다이어프램 압축기가 처음으로 설치된 현장이다. 충전소 구축은 연료전지 사업을 병행하는 범한퓨얼셀에서 맡았다. 이번 압축기 개발을 주도한 범한산업 기술연구소의 장덕호 소장을 따라 설비실로 향한다. 피바텍의 고압용기를 지나자 독일 호퍼사의 압축기가 눈에 든다. 그 왼편에 범한산업의 수소압축기 두 세트가 나란히 놓여 있다. 

“처음 개발한 압축기다 보니 우려가 많았어요. 그래서 역으로 제안을 했죠. 혹시 모를 고장에 대비해서 두 세트를 넣겠다고. 압축기 형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중압에 저압압축기를 하나 추가하고 여기에 고압압축기를 더해 총 세 대를 한 세트로 구성했어요. 부품의 크기를 줄이면서 호환성을 높인 덕분에 제조단가를 낮출 수 있고, 정비에도 훨씬 유리합니다.”

튜브트레일러에 든 200bar 수소는 연료가 빠져나가면서 압력이 100bar 밑으로 떨어진다. 바로 이때부터 저압압축기가 함께 돌면서 압을 올리게 된다. 일손이 늘면 일에 능률이 오른다. 다만 시스템 운전은 더 복잡해진다. 튜브트레일러 압력이 100bar 밑으로 떨어지는 순간부터 두 대의 압축기를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군협력진흥원이 주관하는 민군겸용 기술개발사업으로 ‘도너-억셉터(donor&acceptor) 방식의 트레일러형 수소충전시스템 개발’ 과제란 걸 지난 2016년부터 수행했어요. 450bar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개발했는데, 성능 대비 크기가 너무 크게 나왔죠. 제작비와 가공성, 정비성을 고려해서 현재 방식으로 후속 개발이 이뤄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세 대를 묶어서 한 세트로 간 건 범한이 세계 최초라 할 수 있죠.”

▲ ‘도너-억셉터 방식의 트레일러형 수소충전시스템 개발’ 과제로 제작한 중압압축기로 다이어프램의 크기가 상당하다.

트레일러형 수소충전시스템은 이미 개발이 끝났다. 성주수소충전소가 있는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단지’ 인근에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해놓고 올해 8월까지 실증을 이어가게 된다. 

“현장에 가보면 아시겠지만 수소개질기, 압축기 두 대, 수소충전을 위한 디스펜서까지 개발이 완료돼 있어요. 범한퓨얼셀과 함께 연료전지부터 충전소 구축까지 수소 전주기 기술을 개발하고 있죠.”

▲ 범한퓨얼셀 변용수 상무와 함께 트레일러형 수소충전시스템 실증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수소충전을 위한 디스펜서를 새로 개발했다.

가포수소충전소에는 디스펜서 두 기가 설치돼 있다. 왼쪽 디스펜서(A)는 호퍼사 압축기가 대응하고, 오른쪽 디스펜서(B)는 범한산업의 고압압축기가 대응한다. 어느 한쪽에서 고압충전이 이뤄질 때 양사의 압축기가 함께 대응하면서 중압용기에 수소를 채우게 된다.

또 액화탄산(액체 CO2)을 활용한 대용량 수소냉각설비를 도입, 수소버스 충전 시 영하 37~38℃의 안정적인 온도로 수소를 충전하게 된다.  

“충전소 설비의 국산화 비율을 80% 이상으로 맞춰서 구축했어요. 국산 부품의 작동특성, 성능분석, 내구성,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조치죠. 국산, 외산 압축기를 각각 적용한 것도 성능을 모니터링해서 향후 수소충전소 국산화율을 높이는 자료로 활용되게 됩니다. 또 수소버스의 1회 충전량, 충전횟수 등 충전패턴을 분석해서 수소버스용 충전소 표준모델을 만들게 되죠.”

▲ 가포충전소 구축에 참여한 범한퓨얼셀 직원들이 충전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이 업무는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맡고 있다. 연구원의 담당자가 일주일에 한 번 현장을 찾아 충전기, 압축기, 저장용기별 자료를 받아간다. 또 고압충전 설비의 고장 상황을 가정한 저압충전(350bar) 실증도 진행된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는 향후 수소상용차 보급에 맞춰 다양한 영역에 활용될 수 있다. 

압축기는 크게 다이어프램과 유압피스톤 방식으로 나뉜다. 다이어프램은 금속 판막이 심벌즈 모양으로 오르내리며 기체를 흡입하고 토출한다. 오일막이 따로 구분되어 있어 안정적으로 수소를 공급할 수 있지만, 판막의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유압피스톤 방식은 압축효율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관성 때문에 진동이 발생하고 압축 공기에 맥동이 있다. 또 무급유 방식이라 실린더와 링의 마찰로 기체가 누설될 수 있다.

국내에 다이어프램 수소압축기를 유통하는 업체로는 PDC, 넬, 하우덴 등이 있다. 또 국내 압축기 회사로는 광신기계공업이 있다. 범한산업은 광신기계공업과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압축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범한산업 기술연구소의 장덕호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저압, 중압을 나눠서 가기로 한 이유가 궁금하다.
일반적인 부스터 압축기는 흡입압력이 일정하거나 압력변동이 크지 않다. 그러나 수소충전소용 수소압축기의 경우 튜브트레일러에서 당겨오는 흡입압력이 200bar에서 30bar까지 편차가 크다. 한 대의 압축기로 다단압축을 할 경우 흡입압력에 따라 불필요하게 크게 설계하게 되고 동력 손실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 두 기의 튜브트레일러가 들어와 있다. 

당사는 이런 문제점을 흡입압력에 따른 압축기의 운용 방식 변화로 해결했다. 튜브트레일러의 압력을 200~100bar 구간과 100~30bar 구간으로 구분해 압력이 높을 때는 중압과 고압의 압축기만 기동하고 튜브트레일러의 압력이 낮아지면 저압, 중압, 고압의 압축기가 동시에 기동되는 방식을 적용했다. 

저압, 중압, 고압의 압축기 작동에 필요한 동력과 구조적 하중을 동일하게 설계했으며, 1단 압축으로 2개의 실린더를 V자 형태로 설계해 대부분의 부품이 세 가지 압축기 모두에 호환이 되도록 했다. 또 부품의 소형화로 제품의 유지보수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 저압·중압·고압으로 구성된 범한산업의 다이어프램 압축기.
▲ 가스와 오일의 온도와 압력을 볼 수 있다.

‘도너-억셉터 방식의 트레일러형 수소충전시스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수소를 연료로 하는 연료전지 차량이나 잠수함에 수소를 공급하기 위한 설비라 할 수 있다. 천연가스(LNG)나 석유가스(LPG)를 개질해 수소를 제조하는 수소생산설비, 여기서 나온 수소를 승압하는 승압설비, 이 수소를 최종 900bar 압력으로 압축해서 저장한 후 충전하는 설비로 구성된다. 수소생산, 수소승압, 수소압축·저장·충전 설비가 하나씩 있고, 여기에 시스템을 제어하는 유틸리티가 추가됐다. 

민간이나 군에서 목적이나 상황에 맞게 쓰도록 개별 이동이 가능한 트레일러 형태로 운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창원시 성주동 현장에서 도시가스로 수소를 생산해 압축한 후 수소전기차에 충전하는 실증이 이뤄진다. 네 대의 트레일러에 각 설비를 싣고 현장으로 이동해 전투함정이나 특수차량에 수소를 공급하는 게 가능하다.

압축기 개발 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범한산업은 30년 넘게 왕복동형 고압공기압축기를 생산해왔다. 그동안 축적된 기술이 있어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이어프램의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압축기 개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수소취성을 극복하는 고내구성 소재를 선정하고, 판막이 들어가는 공동(Cavity)의 디자인, 응력의 분산설계에 특히 신경을 썼다.

저압, 중압, 고압 압축기의 사양은 어떻게 되나?
저압과 중압 압축기는 하나의 스키드에 올렸고, 고압은 따로 뺐다. 튜브트레일러의 수소 압력에 따라 중압 단독 또는 저압과 중압 압축기가 동시에 기동하며, 최대 토출압력은 500bar, 평균유량은 시간당 51.2kg이다. 고압압축기의 토출압력은 900bar, 평균유량은 시간당 58kg이다.

▲ 고압압축기가 맨 안쪽에 따로 놓여 있다.

압축기 개발에 3년이 걸렸다고 했다. 내부적으로 어떤 시험을 얼마나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제품의 성능시험을 위해 자체적으로 폐회로형 수소압축기 성능시험기를 제작해 테스트에 활용했다. 무인으로 24시간 연속운전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한 달 이상 연속운전을 실시하는 등 내구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시험을 진행했다. 올해는 창원 본사에 국내 최대 용량의 대형 수소충전시험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며, 완공 후 많은 시험을 통해 더욱더 신뢰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퍼사 제품은 어떤 역할을 하나?
호퍼사 압축기는 국산 압축기와의 성능 비교를 위해 설치했다고 볼 수 있다. 1단 압축, 유압피스톤 방식의 수소압축기로, 1차로 튜브트레일러의 수소를 흡입해 중압탱크에 저장하고 2차로 이를 다시 흡입해 고압탱크에 충진하게 된다.

▲ 범한산업 기술연구소 장덕호 소장이 호퍼사의 50kg급 유압피스톤 압축기를 살펴보고 있다.

호퍼사 압축기와 연결된 A 디스펜서로 버스를 충전할 때 범한산업의 저압, 중압 압축기가 동시에 돌았던 걸로 기억한다.
맞다. 가포충전소의 경우 450bar 중압저장탱크를 공용으로 쓰고 있다. 호퍼사 압축기로 고압충전을 하고 있을 때 범한산업의 압축기(저압, 중압)가 같이 돌면서 중압탱크에 수소를 충진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반대로 범한산업의 압축기로 버스를 충전할 땐 호퍼사 압축기가 같이 돌면서 중압탱크에 수소를 채운다.

다이어프램, 유압피스톤 방식의 장단점에 대해 묻고 싶다.
다이어프램 방식이든 유압피스톤 방식이든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다이어프램 압축기는 압축 시 수소의 누기가 없고 압축기의 효율이 높다. 반면에 유압피스톤 압축기는 설치 공간이 작고 단속운전(斷續運轉)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 장덕호 소장이 압축기의 운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수소충전소가 900bar의 압축 방식을 채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은 세계적으로 많은 수의 압축기가 운영되고 있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상용사이트에서 운영 데이터를 쌓으면서 지속적인 개선에 나선다면 다이어프램 방식의 압축 기술이 계속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

향후 수소압축기 개발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 범한산업은 상용차 수소충전소용으로 토출유량 100kg/h 이상의 대용량 수소압축기, 수전해 및 수소개질기용 대용량 수소압축기를 개발 중에 있다. 또 액화수소 시대를 대비해 액체수소충전소용 수소압축기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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