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1 (수)

INSIDE

P2G 그린수소 사업의 현재이자 미래, 지필로스

제주‧나주 등 국내 대표 수전해 실증과제에 참여
“전력, 가스 함께 가는 섹터커플링 시대엔 수소가 대세”
그린수소 생산에 최적화된 설계‧구축‧운영 기술 확보
수전해 스택 평가장치 개발 중, 향후 시스템 개발 추진
2025년 매출 2,500억 원 목표… ‘중장기 비전 2525’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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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2020년 11월로 기억한다. 제주의 햇살을 받은 노지 귤이 푸른 잎을 배경 삼아 주렁주렁 환했다. 지필로스의 박가우 대표를 처음 본 건 제주의 상명풍력발전단지에서였다. 국내 최초로 풍력발전의 잉여전력을 활용해 그린수소 생산에 성공하면서 ‘지필로스(G-Philos)’란 이름을 각인시킨 곳이다.


근 1년 반 만이다. 이번에는 경기도 용인의 본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본사 왼편에는 처음 보는 건물 하나가 번듯했다. 2공장이라 했다. 조만간 준공을 마치고, 5월에는 생산라인 설비를 들일 예정이다.
 
P2G 그린수소 사업으로 영역 확장 
‘지필로스는 그린수소 생산에 최적화된 설계, 구축, 운영 기술을 통하여 P2G의 토털솔루션을 제공합니다.’ 홈페이지 대문에 걸린 회사소개 문구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그린수소’와 ‘P2G(Power to Gas)’다. 지필로스는 P2G 수전해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전반에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 출발은 PCS(Power Conversion System)로 불리는 전력변환장치였다. 창업 당시만 해도 연료전지시스템용 PCS에 집중했고, 이 기술을 기반으로 지금은 그린수소 사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풍력도 그렇고 태양광도 그렇고 제주의 경우 출력제한 문제가 심각합니다. 전력이 남아 돌아서 발전을 멈추게 하다 보니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그래서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으로 수소를 만들어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쓰자는 겁니다.”

 

이렇게 생산한 수소는 물론 그린수소다. 재생에너지의 전력을 저장해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꼭 필요하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무탄소 섬)’를 지향하는 제주의 에너지 정책과도 잘 맞는 부분이다.

 

지필로스는 2017년을 기점으로 제주 상명풍력단지에서 한국중부발전, 제주에너지공사, 수소에너젠 등과 P2G 그린수소 생산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40%를 넘는 제주는 날씨나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전력 수요를 초과할 때가 많다. 미활용 전력이 많으면 전력계통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발전을 강제로 중단시키게 된다.

 

 

“제주에서 선행학습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향후 내륙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크게 늘면 같은 문제를 겪게 되겠죠. 특히 새만금 같은 곳이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요.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이라고 해서 전력과 가스를 융합하고 통합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이 다 소화를 못하거든요. 이럴 때 수소가 큰 역할을 합니다.”

 

수소의 활용처는 많다. 수소는 탱크에 저장해두고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거나 튜브트레일러로 충전소에 공급해도 된다. 배관으로 이송하는 법도 있지만, 인프라 구축에 큰 비용이 드는 만큼 기존 도시가스 망을 활용해 혼소 형태로 소비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 대표는 4년 정도 제주에서 P2G 실증을 진행하면서 전력, 가스 부문이 함께 가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 한국가스공사가 수소사업을 매개로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화석연료를 개질한 수소, 즉 그레이수소의 탄소배출 문제에 대한 비판을 잘 알고 있고, 수소생산 부문에서 경제성 있는 수전해 설비 운용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제주 상명풍력단지 내 500kW급 수전해 기술개발 과제가 그 시작이었다. 

 

P2G 그린수소 과제는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다. 나주혁신산단에서 진행 중인 2MW급 수전해 실증(태양광 연계), 제주 행원에서 진행 중인 3MW급 수전해 실증(풍력 연계)에 지필로스는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나주에는 알칼라인 수전해 1MW, PEM(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 1MW가 들어와 있어요. 모두 국내 업체 기술이죠. 제주 행원에서 진행 중인 3MW급은 알칼라인 2MW, PEM 1MW가 들어갑니다. 알칼라인은 수소에너젠, PEM은 플러그파워사 제품이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요. 국내외 다양한 종류의 수전해시스템을 운전하면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환경에 꼭 맞는 최적의 모델로 시스템 조합을 꾸릴 수 있게 되겠죠.”

 

P2G 플랫폼 사업에도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지필로스는 크게 한 발 앞서 있다. 

 

제주는 P2G 그린수소 실증사업의 최적지에 든다. 제주시는 올해 구좌읍의 행원풍력단지에서 진행 중인 3MW 수전해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대로 수소버스 9대와 넥쏘 관용차 10대를 확보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함덕에 수소충전소도 구축한다. 

 

“올해는 한국남부발전 주도로 제주 구좌읍에서 10MW급 P2G 과제가 시작됩니다. 이 사업에는 알칼라인, PEM뿐 아니라 AEM(음이온교환막) 수전해, SOEC 고온수전해가 다 들어오죠. 수전해시스템에 따라 응답성이나 안정성, 효율이 다 달라요. 이런 제품들을 한 곳에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죠.”


AEM 수전해는 독일 인앱터 사의 제품이 들어온다. SOEC는 블룸에너지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가 참여한다. 총 네 가지 수전해 설비를 다 돌려보면서 전력계통의 보상 기능, 계통 안전성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게 된다. 


수전해 스택 평가장치 개발 중
글로벌사업본부 구정웅 이사를 따라 본사 건물을 둘러본다. 사옥을 새로 짓고 경기도 성남에서 이곳 용인으로 이전을 한 게 2019년이다. 오렌지 빛이 도는 파벽돌로 외벽을 꾸며 공장의 느낌은 덜하다. 건물 입구에는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수소전문기업 명판이 붙어 있다. 

 

 

먼저 2층을 찾는다. 생산라인에서 조립을 끝낸 연료전지용 전력변환장치 검사가 한쪽에서 진행되고 있다. 2009년 창업 당시만 해도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전력변환기는 전무했고 시장도 매우 열악했다. 값비싼 일본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지필로스는 연료전지용 전력제어시스템에 들어가는 인버터(600W~500kW) 제조사 중 최다인 30여 종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말에는 실리콘(Si) 계열 전력반도체가 아닌 차세대 반도체라 불리는 질화갈륨(GaN) 소자를 적용한 연료전지 인버터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다. 공장 1층은 천장이 높다. 안쪽에 보이는 복층 사무실은 설계실이다. 150kW DC-DC 컨버터가 맨 먼저 눈에 든다. 나주 P2G 현장에 들어가는 설비로, 25kW DC-DC 컨버터 모듈 6개가 세로로 꽂혀 있다. 뒷줄에는 발전용 연료전지시스템에 들어가는 PCS 장비가 한 줄로 서 있다. 

 


유독 눈에 띄는 장비가 있다. 직원 서너 명이 빙 둘러싸고 의견을 나누는 중이다. 작년에 수소전문기업에 지정되면서 받은 지원금으로 새롭게 개발 중인 수전해 셀·스택 평가장치다. P2G개발본부 이한종 부장이 앞으로 나선다. 


“1~5kW의 수전해 스택을 평가할 수 있죠. 물을 전기분해 했을 때 나오는 수소와 산소의 유량과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어요. 올해 상반기에 상용화 모델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죠. 향후 수전해시스템 개발까지 보고 있습니다.” 


지필로스는 케이세라셀이 주관하는 ‘대면적 고효율 SOEC’ 개발 과제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작년 여름에 시작된 사업으로 고온수전해 기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린수소에 대한 지필로스의 열정은 ‘진심’이다.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기술인 수전해 장비를 평가하는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본사 건물을 나서 2공장으로 향한다. 1공장 디자인과 통일성이 있다. 공장을 형상화한 외벽의 파벽돌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내부는 비어 있다. 준공이 완료되는 대로 생산라인을 깔고 1공장에 있는 장비들을 모두 2공장으로 옮겨 제품 생산과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지필로스의 사업 영역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P2G 솔루션, 수소 솔루션, 파워 솔루션이 그것이다. 전력변환장치 개발에 집중한 초기와 달리 수소사업을 대하는 시각이 한층 넓어졌다.


먼저 ‘P2G 솔루션’이다. 풍력, 태양광, 수력, 해양에너지와 연계한 수전해시스템이 여기에 든다. P2G 엔지니어링 기술을 바탕으로 현장 조사, 기술 검토, 인허가, 시스템 구축·운영 등 전주기 솔루션을 제시한다. 수소생산에 필요한 전력 상황, 수소의 생산과 운송 현황 등을 관리하는 ‘그린수소 관리시스템(G-HMS)’도 제공한다.


‘수소 솔루션’에는 수전해시스템을 비롯해, 이동식 전기 발전시스템에 해당하는 수소파워팩, 드론·굴착기 같은 모빌리티에 장착되는 경량 파워팩, 수소저장시스템이 포함된다. 또 ‘파워 솔루션’에는 주택·건물용, 발전용을 아우르는 연료전지 인버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이 속해 있다.


ESS의 경우 화재 이슈가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NAS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또 레독스흐름전지(RFB)도 화재에 대한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필로스는 ESS와 연계해 전동차가 정차할 때 생기는 회생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와 함께 제주 북단의 추자도에 방파제와 연계한 30kW급 파력발전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그린’에 대한 명확한 ‘철학’
박가우 대표를 다시 만나 지난해 11월 추자도 묵리포구에 설치했다는 파력발전소에 대해 물어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개발한 파력발전 기술로,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24시간 작동하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발전기를 방파제에 부착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작은 파도에도 발전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죠. KRISO와 함께 연안 1km 바다에서 파력발전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사업을 해양수산부에 제안을 해둔 상태예요. 바다에서 얻은 전기로 수전해시스템을 운영해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거죠. 수소는 저장탱크에 모아뒀다가 배로 실어오면 됩니다.”

 

지필로스는 파력발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KRISO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시스템 운영을 겸하고 있다. 하이드로웨이브파워란 업체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P2G 사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비싼 땅값, 또 하나는 주민 민원이다.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부지를 구하기가 어렵고, 땅을 구하더라도 민원 해소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잖아요. 그래서 바다에서 해법을 찾은 거죠. 파력에너지는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아요. 에너지 간헐성 문제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죠. 추자도 묵리 연안에서 풍력 500kW급, 파력 100kW급 조합으로 실증에 나설 계획입니다. 해수부 과제로 올여름에는 착수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박 대표는 올해 시무식에서 2025년 매출 2,500억 원 달성을 위한 ‘중장기 비전 2525’를 발표했다. 그는 P2G시스템 기술 선도, 에너지 융합기술 강화, 그린수소 솔루션 기반 기술을 ‘3대 추진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린수소 사업에 속도를 내 2025년까지 글로벌 수소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Green Organization G-philos. 지필로스가 추구하는 중장기 전략의 핵심 가치를 담은 슬로건이다. ‘그린 조직’이라는 말은 부연 설명에 가깝다. 지필로스란 사명에 그린(Green)에 대한 명확한 철학(Philosophy)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수소산업을 크게 키워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죠. 사업 초기부터 연료전지 산업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고, 우리가 지향하는 그린수소 쪽으로 그 폭을 넓혀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진행되는 P2G 그린수소 사업만 해도 500kW로 시작해 3MW, 12.5MW로 그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부하변동에 대응하면서 그린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수전해 기술은 여전히 연구개발(R&D) 과제에 집중돼 있다. 연속성을 살려 도전하면서 경험치를 쌓아야 ‘레벨 업’ 할 수 있다. 

 

 

“수소사업은 10년, 20년 길게 보고 가야 합니다. 탄소중립만 해도 2050년을 목표로 하고 있잖아요. 지금 함께 고생하는 기업이나 기관들이 팀코리아로 해외 수전해 시장에 진출할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지필로스는 오래전부터 그린수소 사업에 집중해왔다.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포스코기술투자가 운용하는 포스코 GME 1호 펀드 등으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또 지난 2월에는 코스닥 상장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하기도 했다. 


“상장 시기는 2023년 정도로 보고 있어요. 서두를 생각은 없습니다. 수소사업이 잘 굴러가고 사업을 확장할 좋은 기회가 열린다면 IPO가 큰 힘이 되겠죠. 그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지금은 그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표정에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난다. 경영진의 ‘철학’이 분명하고 심지가 굳다는 인상을 받는다. 수전해 기술이나 P2G 그린수소 사업은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밟아야 할 단계가 있고, 쏟아야 할 시간이 있다. 그 시행착오의 경험치가 지필로스의 ‘넥스트 레벨’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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