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드로럭스는 작년 6월에 창업한 신생회사지만, 1년도 안 돼 유치한 시리즈A 투자금만 75억 원에 이른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하이드로럭스(HYDROLUX)란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울산에서 열린 H2WORLD 국제수소에너지전시회 현장에서였다. 상온, 저압에서 수소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Mg(마그네슘)계 하이브리드형 수소저장합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기억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수소전시회인 ‘FC 엑스포’에 비대면으로 참가해 혼다, 브라더 같은 일본 대기업의 관심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술회사로 출발해 포스코그룹의 벤처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포스코 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Idea Market Place·IMP)’의 투자를 받았고, 대덕벤처파트너스의 투자를 계기로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인 TIPS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작이 좋다. 작년 6월에 창업한 신생회사가 1년도 안 돼 유치한 시리즈A 투자금만 75억 원에 이른다. 기술의 전망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다.

▲ 지난해 11월 울산 H2WORLD 국제수소에너지전시회에 나온 하이드로럭스의 Mg계 하이브리드형 수소저장합금.

‘기계화합금법’으로 만든 Mg계 수소저장합금
하이드로럭스는 서울과 창원, 이 두 곳을 거점으로 투트랙으로 운영된다. 영업과 마케팅은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맡고, 기술연구소를 겸한 생산공장은 경남 창원에 있다. 기자가 찾은 곳은 창원 성산구에 있는 내동산업단지로, 강길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있는 곳이다.

“다음 주면 한 번에 15kg의 수소저장합금을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밀 장비 두 대가 들어옵니다. 고에너지 볼밀링 공정으로 합금을 생산하는 장비로 자체 설계를 적용했죠. 그동안 샘플을 보내달라는 곳이 많았는데, 워낙 생산량이 적어 대응을 못하고 있었어요. 이달(4월) 말까지 설비를 안정화해서 5월 중에는 샘플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 강길구 최고기술책임자가 Mg계 하이브리드형 수소저장합금의 초기 활성화를 위한 고압반응기를 살펴보고 있다.

강길구 박사는 직원과 함께 Mg계 하이브리드형 수소저장합금 초기 활성화를 위한 고압 반응기를 손보는 중이다. 고압반응기는 에너지밀로 수소저장합금을 만든 후 고온으로 수소를 가압해 터널 효과를 주는 장비다.

▲ 반응기 하나당 수소저장합금 10kg 정도를 넣고 고온으로 수소를 가압한다.

“반응기 하나당 10kg의 수소저장합금이 들어가요. 열과 압을 가해 수소 통로를 처음 열어주는 활성화 장비라 할 수 있죠. 수소의 저장과 방출을 위해 꼭 필요한 공정으로, 이 과정을 거쳐 수소저장합금이 됩니다.”

초기 활성화를 마친 합금은 PCT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바로 옆에 장비가 놓여 있다. PCT는 ‘Pressure Composition Temperature’의 약자로 금속 분말의 압력, 조성, 온도 변화를 그래프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PCT 장비도  자체 제작했다. 

▲ 수소저장합금의 수소저장 특성을 알 수 있는 PCT 검사 장비.

“수소저장합금을 만드는 기존의 방식은 공정이 복잡하고 에너지 소모가 많아요. 통상 ‘고주파유도로’라는 장비를 써서 용융법으로 합금을 만들죠. 1,500℃까지 온도를 올린 다음 급냉 과정을 거쳐 수소저장합금을 제작해요. 이런 과정을 세 번 정도 거친 후 균질화 처리를 한 다음 금속을 분쇄하게 되죠. 우리는 기존 용융법이 아닌 ‘기계화합금법’을 적용해서 분말을 넣고 분말 형태로 회수하기 때문에 공정이 훨씬 간단합니다. 높은 열을 쓰지도 않죠.”

강길구 박사는 기계화합금법에서 답을 찾았다. 공정을 단순화하면 설비 부담이 줄고 에너지 소비가 줄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강 박사는 실험실용 소용량 에너지밀 안에 금속 원소를 하나하나 투입하고 그 양을 조절해가면서 연구를 거듭했다. 에너지밀의 회전속도도 아주 중요하다. 1년 정도 연구를 거듭한 끝에 기계화합금법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0년에 기술에 대한 확신을 얻었지만 사업화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동안 연구개발에만 집중해왔고, 이 기술이 시장에서 빛을 못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그동안 알고 지낸 김종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 의기투합하면서 창업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죠.”

작년 초의 일이다. 김종원 대표는 과거에 회사를 상장시킨 경험이 있는 금융, 해외사업 전문가로 하이드로럭스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 강길구 박사가 반응기 내부의 수소 압력과 온도를 제어하고 있다.
▲ 강길구 박사가 반응기 내부의 수소 압력과 온도를 제어하고 있다.

강길구 박사는 산화철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EG에서 수소연료전지와 고체수소저장 소재 관련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수소차용 고체수소저장 소재 개발에 나서 소재 합성에도 성공했다. 당시 개발한 소듐알라네이트(NaAlH4)만 해도 5.5wt%로 수소저장량이 높지만, 금속수소화물에 수소를 흡착하거나 방출하는 데 120℃의 열이 필요했다. 또 금속 소재의 단가가 워낙 비싸 상용화에는 무리가 따랐다.

“당시 진행한 연구가 금속수소화물의 합성이라면, 이후 하이드로럭스에서 개발한 것은 수소저장합금입니다. 정육면체 모양의 원자 배열을 갖춘 BCC(Body Centered Cubic)계, 그러니까 체심입방격자 구조의 원소를 써서 합금을 만들고, 여기에 수소저장량을 높이기 위해 마그네슘을 추가했어요. 쇠구슬을 충돌시키는 볼밀링(Ball-milling) 공정으로 BCC계 합금을 만들고, 여기에 열과 압력을 가해 마그네슘을 코팅했다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수소저장량 3.3wt%, 상온·저압에서 사용

현재 수소 운송은 튜브트레일러 중심으로 돌아간다. 200bar 압력으로 한 번에 300kg 정도의 수소를 담아 운송한다. 튜브트레일러의 경우 총 무게 40톤, 차량 길이 16m 등 규격 제한으로 도심 진입에 어려움이 있다. 또 액화수소의 경우에는 영하 253℃의 극저온 설비가 필요하다.

수소저장합금은 오래전부터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이드로럭스가 개발한 새로운 수소저장합금은 상온에서 수소를 저장·방출할 수 있고,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을뿐만 아니라 어떠한 형태나 크기의용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연료전지 잠수함에 수소저장합금이 들어가요. 국내 업체가 납품하는 수소저장합금의 에너지 저장량이 상온(32℃)에서 64bar 압력 기준으로 1.8wt% 수준이죠. 현재 이 정도가 최고 수준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가 개발한 마그네슘계 하이브리드형 수소저장합금은 3.3wt%입니다. 수소저장합금 1kg당 33g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뜻이죠. 상온에서 10~40bar의 낮은 압력으로 작동하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일반적으로 Mg계 수소저장합금은 수소저장량이 7.6wt%로 현존하는 수소저장합금 중에서 가장 높지만, 수소의 저장과 방출을 위해 300℃가 넘는 고온이 필요하다.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후속 작업으로 마그네슘을 코팅한 것이다.

▲ Mg계 하이브리드형 수소저장합금은 다양한 수소모빌리티나 소형 수소발전시스템의 저장용기로 활용된다.

“수소저장합금에는 여러 가지 금속이 들어가요. 기본적으로 희토류를 쓰거나 티타늄계, 마그네슘계, 지르코늄계를 기반으로 합금을 만드는데, 이들 금속은 수소저장량이나 작동 온도, 수소 충방전에 필요한 압력이나 온도, 내구성 등이 다 달라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금속을 섞어 이원계, 삼원계, 사원계 식으로 합금을 제조하죠.”

이 외에도 나노 소재, 화학수소화물 등이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와는 거리가 있다. 화학수소화물은 10wt% 이상의 수소저장량을 나타내지만 400℃ 이상의 높은 작동 온도와 재생 공정이 필요하고, 나노 소재는 10wt% 내외의 수소저장량에도 불구하고 영하 196℃에서 작동된다. 

“수소저장합금의 양산 비용, 실제 수소저장량, 작동 온도와 압력, 내구성 등을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크다고 확신 합니다. 지난해 ‘FC 엑스포’에서 혼다나 브라더 같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며 샘플을 요청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자연 재해의 위험성이 큰 일본은 연료전지 비상발전기의 수요가 높다. 지진의 충격에도 폭발의 위험 없이 연료전지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소저장합금 방식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 정치형으로 현장에 설치하기도 쉽다.

다만 극복해야 할 약점은 있다. 수소저장합금은 수소의 저장과 방출에 긴 시간이 걸리고, 충방전 횟수에 따른 내구성의 검증이 요구된다. 강 박사는 현장에 있는 수소충전기로 1kg의 수소저장합금을 완충하는 데 3, 4분이 걸린다고 말한다. 

▲ Mg계 하이브리드형 수소저장합금이 든 용기에 수소 주입관을 체결하고 있다.

“에너지밀 장비가 워낙 소형이라 합금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요. 15kg짜리 에너지밀 장비 두 대가 들어오는 대로 데이터를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5월 이후에는 수소저장합금이든 용기 샘플을 보내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죠.”

하이드로럭스가 제시한 수소저장량 3.3wt%를 적용하면, 수소저장합금 30kg에 수소 약 1kg을 저장할 수 있다. 이 수치만 달성해도 상당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물론 내구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잦은 충방전에 따른 팽창과 수축으로 금속의 미분화가 진행되면 열전도도가 떨어지면서 내구성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필드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없어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1천 회 충방전의 내구성을 맞춰야한다고 보고 있죠. 충전속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내부적으로 정리가 됐고, 그러자면 용기 개발이 꼭 필요합니다. 또 분말로 그대로 넣으면 비산이 되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펠릿으로 압축해서 넣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죠. 직경 30cm 이상의 용기에는 펠릿 형태로 가는 게 좋습니다.”

수소 운송·저장용 펠릿 용기 개발 나서
수소저장합금은 1기압의 수소기체보다 저장밀도가 천 배나 높고, 고압이나 저온을 필요로 하지 않아 저장이나 운송에 유리하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합금의 생산단가, 무게, 충전속도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수소 저장의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 상대적으로 무게에 대한 제약이 덜한 건설장비, 선박, 철도 등 모 빌리티 분야나 소형 수소발전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 라보(LAVO)가 대표적이다. 태양광 발전과 연계해 독일 인앱터(Enapter) 사의 음이온교환막(AEM) 전해조로 생산한 수소를 금속수소화물 형태로 저장하게 된다. 필요 시 이 수소로 연료전지를 가동해 전기를 공급받는 가정용 수소발전시스템이다.

지난 2017년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교수진이 설립한 ‘GRZ 테크놀로지스’도 10bar의 낮은 압력으로 작동하는 수소저장합금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는 이미 2년 전에 넥쏘에 들어가는 95kW급 연료전지 시스템을 유럽으로 보내는 등 GRZ와 협력하고 있다.

“수소저장합금은 용기 개발을 병행할 수밖에 없어요. 저압으로 충전이 되기 때문에 알루미늄 소재의 타입1 탱크면 충분하죠.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놓고 고민이 많은데, 일단은 수소충전 수요를 반영한 수소저장합금 트레일러 개발을 우선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창원공장에서 만난 김경훈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말이다. 

수소저장합금을 활용하면 기존 튜브트레일러로 수소 300kg을 저장하는 것보다 무게는 3분의 1, 부피는 5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차량의 도심 진입이 쉬워지고, 안전에 대한 주민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 

김경훈 CMO는 “수소충전 인프라 측면에서 사업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33kg의 수소를 저장하려면 수소저장합금 1,000kg이 필요하다. 튜브트레일러 한 대 용량을 넘는 수소 330kg을 충전하려면 수소저장합금 10톤이 필요하다.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 자체 설계를 반영한 에너지밀 장비 2대가 창원공장에 들어왔다. 4월 중순에 받은 사진이다.

“기술개발 여부, 대량생산을 통한 소재 단가 하락, 압축설비 등의 절감 요인을 고려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충전 인프라로 방향을 잡으면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아졌어요. 그 첫 단계가 용기 개발이죠.”

▲ 15kg 용량의 에너지밀 내부의 모습이다.
▲ 15kg 용량의 에너지밀 내부의 모습이다.

하이드로럭스는 수소저장합금을 펠릿 형태로 압축해서 원통의 알루미늄 저장용기에 넣을 계획이다.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KITIA)의 투자연계형 R&D사업으로 30리터급 펠릿 용기 개발 과제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제안서를 넣었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올여름에는 과제에 착수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수소저장합금의 저장량을 5.0wt%까지 높이는 목표치가 들어 있다. 

이와 별도로 400리터급(수소 100kg 저장) 수소 운송용 펠릿 용기 개발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400리터급 용기 3개로 튜브트레일러 한 대 분에 해당하는 300kg의 수소를 충전소에 공급하는 유통시스템을 사업 모델로 잡고 있다. 여기에는 수소출하 설비도 포함된다.

“15kg 용량의 에너지밀을 2024년까지 60대로 늘릴 겁니다. 하루 900kg에서 1톤 정도의 양산설비를 갖춰야 수요 대응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죠. 창원특례시가 수소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공장을 확장이전하는 계획도 세워둔 상태입니다.”

사업 모델이나 밑그림은 다 그려져 있다. 자체 설계로 제작한 에너지밀 설비로 공언한 만큼의 결과물을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3wt%만 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강길구CTO의 어깨가 무겁다.

“랩 스케일에서 출발해 이제는 양산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 가는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200kg 정도는생산해야 양산화 설비를 갖췄다고 할 수 있죠. 수소저장합금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별도의 열원이 필요하다거나 희토류를 써서 생산 원가가 크게 뛰면 상용화가 힘들어요.”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도 많다. 하지만 어느 길로 가야 출구가 나오는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하이드로럭스는 지도를 들고 움직인다. 시장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수소저장합금에 대한 수요는 해외에서도 높다. 본인들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한다면 샘플을 요청하는 업체들이 줄을 설 것으로 보인다. 하이드로럭스가 조만간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 차분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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