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 연료전지를 품은 주유소가 서울에 등장했다. 국내 1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인 박미주유소를 찾았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주유중 엔진정지’. 세로로 붙은 노란 경고문이 눈에 익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박미주유소’는 주유기 3기를 갖춘 아담한 주유소로, 겉보기엔 여느 주유소와 다를 게 없다.

“199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주유소예요. 지난해 태양광 패널과 SOFC 연료전지를 옥상에 설치하면서 새롭게 리모델링을 했죠.”

건물 외벽에 코르크로 짠 틀을 덧대어 자연미를 살렸다. 수경재배로 푸릇푸릇한 식물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그 위에 ‘에너지 슈퍼스테이션(Energy Super Station)’이라는 글자가 도드라져 보인다.


#전기차 급속충전기

조홍준 소장을 따라 주유소 뒤편으로 간다. 전기차 충전기 2기가 보인다. 왼쪽은 100kW 급속충전기, 오른쪽은 350kW 용량의 초급속충전기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경우 18분이면 80% 충전이 가능하다.

“연료전지 설비를 모두 옥상에 올린 덕분에 공간을 넓게 쓸 수 있게 됐죠. 세차장이 바로 앞에 있는데, 차량 이동이나 동선에 무리가 없습니다.”


#연료전지 발전

건물 옥상에 발을 들이자 블룸에너지의 SOFC 연료전지가 눈에 든다. 50kW 파워모듈 6기를 한 줄로 붙여 300kW급을 구성했다. 맨 오른쪽에 놓인 한 기는 스페어라 할 수 있다.

“공사 착공은 지난해 10월에 했고, 12월 22일에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했어요. 규제샌드박스에 따른 규제특례로 서울시의 인허가를 받아서 진행한 사업이죠.”

국회 수소충전소를 떠올리면 된다.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는 한전에 판매가 된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 겸업을 금하고 있어 전기차 충전에 바로 활용할 순 없다.


#태양광 발전

사다리를 타고 건물 꼭대기에 오르면 태양광 패널을 볼 수 있다. 주유소 천장에 다닥다닥 설치한 패널까지 더하면 총 20kW 용량이다.

“주변에 큰 건물이 없어 일조량이 좋습니다. 도심 태양광으로는 발전량이 높은 편이죠. 연료전지와 마찬가지로 자체 생산한 전력을 일부 소비하고, 나머지는 승압해서 한전 송전망으로 내보내게 돼요.”

SK에너지는 2년간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운영하면서 안전성을 검증하게 된다. 향후 이를 브랜드화해 친환경 에너지 충전소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규제샌드박스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주유소 안에 연료전지를 설치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SK에너지는 산업부, 소방청과 수차례 협의를 거쳐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적용에 합의했고, 위험성 평가와 안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한 뒤 주유소 안에 연료전지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차량의 보급이 늘고 있는 만큼, 연료전지와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스테이션’이 하나의 흐름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샌드박스는 현재진행형

규제샌드박스는 아이들의 ‘모래놀이터’처럼 안전을 확보한 뒤 규제를 풀어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수소 튜브트레일러를 이용한 수소유통 실증특례에 나선다. 유통전담기관인 가스공사가 전면에 나서 수소연료 공동구매사업을 진행하고, 100대에 가까운 튜브트레일러를 충전소에 임대해 운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자동차는 수소항공모빌리티의 수소충전과 비행시험에 대한 실증특례에 나선다.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와 저장탱크를 장착한 비행체를 제작해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 건설기계부품연구원은 유휴부지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수소 굴착기, 지게차, 무인운반차 등의 충전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하게 된다.

이런 시도를 통해 수소경제를 활성화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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