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8 (월)

INSIDE

수소경제 숨은 조력자, 영도산업

48년 업력의 ‘명문장수기업’이자 ‘수소전문기업’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용기 밸브 개발에 성공
현대차 넥쏘 용기 밸브, 온도감응형 안전밸브 전량 납품
고압·저온 시험 가능한 ‘수소시험동’ 갖춰
수소충전소, 액화수소용 밸브 개발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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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고압의 기체 분야에서 안전과 직결되는 것이 밸브다. 기체가 새면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넥쏘의 수소탱크에는 영도산업의 밸브가 장착된다. 화재 현장에 뛰어든 소방관이 어깨에 맨 산소통에도 영도산업의 밸브가 들어간다. 


기술연구소 김순재 소장(상무)을 따라 에어샤워를 거쳐 클린룸으로 들어간다. 솔레노이드 수소밸브가 트레이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검사를 위해 대기 중인 제품들이다. 


“수소전기차의 경우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됩니다. 연료전지 파워팩 관련 제조사들은 국가에서 관리를 할 정도로 보안이 아주 엄격하죠. 넥쏘의 경우에는 수소용기 밸브 3개가 들어갑니다. 대기압의 700배에 이르는 고압을 견뎌야 하는 핵심 부품이죠.”

 



국내 최초 수소전기차 ‘탱크 밸브’ 양산 

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국가산단에 있는 영도산업은 가스 실린더에 들어가는 저압, 고압, 초고압용 밸브 전문 제작사다.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보자. 현대차는 1998년부터 수소전기차 개발 전담 연구팀을 신설해 싼타페, 투싼 기반의 시험차를 차례대로 선보였다. 현대차는 10년 남짓 연료전지 개발에 몰두했고, 2010년에 이르러 그동안 개발한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핵심 부품 개발에 나섰다. 영도산업이 현대차와 인연을 맺은 것이 바로 그 해다. 


본격적인 밸브 개발은 2011년에 시작됐다. 영도산업은 2년 남짓 밸브 개발에 매진했고, 2013년 8월에 수소연료전지 차량용 실린더 밸브, 온도감응형 안전밸브 2개 제품에 대한 유럽 인증을 취득했다. 국내 최초로 투싼 수소차용 탱크 밸브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수소차 개발 초기에 당사를 포함한 유수의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업들이 고생을 많이 한 걸로 알아요. 자동차와 무관한 회사들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술개발에 뛰어들었죠. 바늘에 실이 따라가듯 탱크와 밸브는 하나로 묶여서 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개발은 별도로 하지만, 인증 과정에서 일종의 ‘결혼 계약’이 이뤄지게 되죠.”




본파이어 테스트(Bonfire Test)라고 해서 수소저장용기의 표준에 중요한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진행한 후 하나의 인증서가 발행된다. 용기 제작사와 밸브 제작사는 이를 계기로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가 된다. 


김순재 소장은 이를 ‘결혼’에 비유했다. 실제로 넥쏘용 타입4 수소탱크를 개발한 일진복합소재(현 일진하이솔루스)와 밸브 제작사인 영도산업은 현대차 협업 이후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넥쏘에는 2.1kg 용량의 수소탱크 3개가 들어갑니다. 700bar 고압에 상시 노출되는 핵심 밸브라 개발에 긴 시간이 걸렸다고 할 수 있죠. 모든 것이 최초의 시도라 현대차뿐 아니라 인증을 맡은 가스안전공사, 용기를 생산하는 일진복합소재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일을 진행했습니다. 회사로서도 큰 모험이었어요. 당사가 개발한 밸브를 단 차량에 문제라도 생기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 두려움과 압박감을 이겨냈다고 할 수 있죠.”


수소탱크에는 용기당 밸브가 하나씩 달린다. 승용차인 넥쏘에는 3개, 수소버스에는 5개, 장거리 수소트럭에는 7개가 들어간다. 버스와 트럭에 들어가는 타입4 용기는 크기가 훨씬 크다. 용기 밸브 반대쪽에 엔드플러그가 장착되는데, 여기에는 화재 발생 시 열을 감지하면 탱크 폭발을 막기 위해 기체를 방출하는 온도감응형 안전밸브(TPRD)가 달려 있다. 영도산업은 TPRD가 장착된 엔드플러그도 전량 납품하고 있다. 




“연료전지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700bar 수소기체를 16bar로 낮춰주는 레귤레이터(감압기), 또 스택의 전단에서 유량을 제어해주는 유량제어장치(FPS)가 하나씩 필요해요. 이 두 종류의 밸브는 각각 다른 국내 업체에서 납품을 하고 있죠.”


수소밸브에 쓰는 소재는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으로 국한된다. 몸체는 주로 알루미늄을 쓰고, 몸체 안에 들어가는 부품은 스테인리스 소재를 쓴다. 알루미늄은 가벼워서 드론용 밸브, 휴대용 호흡기 밸브 등에 사용되지만, 부식 방지와 강도 향상을 위한 특수 표면처리가 꼭 필요하다. 


“수소밸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밀이라 할 수 있어요. 여기에 어떤 소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밸브의 내구성에 큰 차이가 납니다.”


48년 업력의 ‘명문장수’ 밸브 전문기업

본사 2층 회의실에서 이병성 대표이사(사장)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1974년에 설립됐으니 햇수로 보면 48년의 업력을 지닌 밸브 전문기업이라 할 수 있죠. 지난해 영도산업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대한민국 명문장수기업’에 선정이 됐어요. 비슷한 시기에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수소전문기업에 지정되기도 했죠.”


이병성 대표가 회의실 진열장에 놓인 수소전문기업 현판과 확인서를 가리킨다. 정부는 2025년 100개의 수소전문기업을 지정하고, 2040년까지 1,000개를 발굴해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새로 개업한 식당 중에 음식 맛이 좋다고 소문난 집은 많아요. 하지만 그 식당의 역사와 내력을 봐야죠. 45년 넘게 식당을 운영한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업력 45년 이상의 기업만 ‘명문장수기업’에 신청할 수 있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국내 기업의 수는 총 4,376개로 알려진다. 이 중에서 지금껏 30개 회사가 명문장수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비율로 보면 상위 0.7%에 해당한다.  


“지난해 서면평가, 현장평가, 미디어평가 등 6개월간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정이 됐어요. ‘명문’은 실력을 뜻하고, ‘장수’는 업력을 뜻하죠. 실력만 뛰어나서도 안 되고, 업력이 길다고 해서 모두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가치와 역사를 동시에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영도산업이 그동안 제품 인증을 받은 독자 모델만 400여 개에 이른다. 지난 1985년에 국내 최초로 LPG 용기용 밸브에 대한 KS 인증을 받았고, 2001년에는 국내 최초로 CNG(압축천연가스) 용기용 밸브를 개발했다. 또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양산용 초고압 용기 밸브 개발에 성공했다.


영도산업은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현재 관리직 사원 중 30%(20명)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수출 비중도 업종 평균 대비 149%로 높은 편이다. 코로나19로 제조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지만, 영도산업은 2018년 대비 매출액이 110% 상승했다.


“산업용 가스밸브의 경우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중국의 저가 제품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어요. 경쟁사보다 한 발 빠르게 시장의 흐름을 읽으면서 산업용 가스밸브에서 친환경 가스밸브로 사업을 확장한 게 주효했다고 할 수 있죠. CNG밸브 기술을 기반으로 과감하게 수소밸브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수소연료전지는 모빌리티, 발전용 쪽으로 활용 폭이 넓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할 수 있죠.”



픽업트럭을 비롯해 수소버스, 수소트럭 등 차체가 큰 상용차 부문의 탈탄소화에 수소연료전지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초고압 밸브 기술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플라스틱 라이너에 탄소복합소재나 유리섬유를 감아서 제작하는 타입4 저장탱크만 해도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많은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소재 업체들의 참여가 눈에 띄고, CNG 용기 제작사들도 알루미늄 라이너를 채택한 타입3 탱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자동차산업의 전환 추세를 반영한다. 


전기차에 가려 잠잠해 보이지만,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을 중심으로 픽업트럭이나 경상용차를 수소전기차로 전환하는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영도산업은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중국의 완성차 시장에도 관심이 크다. 


“중국은 전기차 다음으로 수소차 시장을 키워가고 있어요. 지금은 보조금 시장을 축으로 움직이지만, 앞으로 수소상용차 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요. 물류 이송에 트럭이 필요하고, 디젤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수소 외에는 없다고 보고 있죠.”


영도산업은 부산의 수소기업 18개 사가 참여하는 ‘수소동맹’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파나시아, 금양, 동화엔텍, 엔케이, 대하, 한국유수압, 범한퓨얼셀 등 부산을 대표하는 업체들이 속해 있다. 지역 업체들과 수소 저장·운송, 연료전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 등에 협력할 방침이다.

 

수소충전소, 액화수소용 밸브 개발 중 

영도산업은 기술연구소 옥상에 수소시험동을 새로 설치했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질소를 주입해 밸브의 기밀을 시험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분자량이 작은 수소가 저온, 고압의 상태에서 실제로 밸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면 제대로 된 시험설비가 꼭 필요하다.


“밸브 업체 중에서 이런 설비를 갖춘 곳은 영도산업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어요. 저압챔버 안에 밸브를 넣고 고압의 수소로 시험을 진행하게 되죠. 영하 50℃ 저온 환경에서 875bar의 압력으로 시험이 가능합니다.”





김순재 소장은 “밸브의 경우 설계보다 중요한 것이 검증 능력”이라고 한다. 영도산업은 최신 캐드(CAD)와 해석을 연동한 디지털 검증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수소시험설비를 비롯해 극한의 조건에서 제품을 검증할 수 있는 다양한 시험장비를 갖추고 있다.  


700bar 초고압에서는 먼지 한 톨로도 기체 누설이 일어나기 때문에 클린룸 운영이 꼭 필요하다. 또 초정밀 가공을 위한 전용 가공설비, 특수검사 설비를 운영 중에 있다. 생산관리시스템(MES)을 통한 생산이력 관리, 품질관리시스템(QMS)을 통한 품질관리도 기본이다. 


“수소충전소용 밸브 개발도 진행하고 있어요. 충전소 현장에서 ‘방폭형 솔레노이드 밸브’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걸 알고 시제품 개발을 진행해왔죠. 현재 유럽 인증을 받고 있어요. 작년 말에 들어갔으니 올여름 전에는 인증을 받을 것 같습니다.”




수소충전소 한 기에 15개가 넘는 솔레노이드 밸브가 들어간다. 밸브도 수명이 있다. 국산을 쓰면 교체를 받기가 쉽고, 가격도 낮아진다. 외국계 기업의 제품을 주로 쓰는 만큼 충전소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차량용 용기 밸브에는 체크밸브, 유량조절밸브, 수동밸브 등이 내장돼 있어요. 기술적으로 분리해서 수소충전소용 밸브를 개발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죠. 국산화가 필요한 고부가가치 밸브부터 단계적으로 개발에 나설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소밸브의 최신 트렌드가 궁금했다. 이 질문은 이병성 대표에게 했다. 그는 ‘액화수소’와 ‘수소모빌리티’라는 두 단어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최근 들어 수소의 저장량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액체수소용 용기와 밸브에 대한 개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요. 액체수소저장용기는 극저온을 유지하기 위한 복잡한 시스템이 검토되고 있죠. 몇몇 용기회사와 함께 극저온에서 구동하는 퍼지밸브, 레귤레이터, 안전밸브 같은 다양한 기능의 밸브 개발을 검토 중에 있어요.”


모빌리티는 차량에서 확대된 운송수단을 아우른다. 크게는 선박, 기차, 트럭부터 작게는 드론이나 로봇 같은 무인기기를 포함한다. 전자는 큰 유량과 긴 수명을 갖는 밸브가 요구되고, 후자는 경량화를 통한 통합 기능이 요구된다.


수소드론만 해도 밸브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구조를 단순하게 가면서 많은 기능을 내장하게 된다. 소재만 해도 가벼운 알루미늄을 최대한 많이 써서 무게를 줄이게 된다. 제품별로 요구되는 특성이 다 다르다.


“밸브 종류만 해도 수천 가지입니다. 소량으로 주문을 받아도 늘 성심을 다해 응하고 있죠. 그렇게 입소문이 나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었어요. 한 분야에서 꾸준하게 오래 잘할 수 있는 비결은 다른 게 없습니다. 고객의 사소한 요구도 귀담아들으면서 한 눈 팔지 않고 우리가 잘하는 일을 하는 거죠. 영도산업의 저력은 여기서 나옵니다.”  


부산 범일동에서 반세기 넘게 돼지국밥을 팔아온 노포의 인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변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밸브는 유량이나 압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으로 치면 심장과 혈관의 판막에 해당된다.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상상도 하기 싫다. 영도산업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48년간 묵묵히 한 길을 걸어왔다. 본사 입구에 붙은 ‘명문장수기업’ 현판이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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