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플러그파워의 액화수소플랜트.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액체수소는 기체수소를 극저온상태(-253℃)로 냉각해 액화한 수소로, 천연가스(NG)를 냉각(-162℃)해 액화한 LNG와 유사한 원리다. 액체수소는 수십 년 전부터 대형 우주로켓 발사체의 연료로 사용되어 왔다.  

액체수소는 고압의 기체수소와 달리 대기압에서 저장이 가능해 안전성(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또 수소 운송, 충전소 부지면적·사용량 등에서 기체수소 대비 경제성이 높아 버스·트럭·열차·선박 등의 대형 모빌리티 활용에 적합하다.

특히 수소 운송량이 기체수소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운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향후 액체수소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체수소는 1회 운송에 300kg 정도인 반면 액체수소는 1회 3톤 이상 운송이 가능하다.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는 액체수소충전소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내는 기체수소가 공급되고 있지만 오는 2023년부터는 액체수소도 공급될 예정이다. 효성, SK, 두산 등의 주요 기업들이 버스・트럭 등 대형 수소 모빌리티의 본격 도입에 맞춰 2023년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할 예정이다. 

정부, 액체수소 보급 정책 추진

정부도 수소의 대량 저장・공급을 위한 액체수소 보급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액화수소 관련 핵심기술 국산화 개발을 지원키로 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수소액화플랜트를 상용 운영 중이지만 국내는 전무한 상태이다. 현재 한국기계연구원을 주관기관으로 액화플랜트 및 액화탱크 펌프, 밸브 등의 국산화 기술개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 1일 ‘제1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의결한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액체수소충전소 구축계획을 밝혔다. 2023년 하반기부터 울산(연 1만3,000톤), 창원(연 1,650톤)에서 액체수소가 생산될 예정임에 따라 2025년까지 액체수소충전소 40기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충전소마다 최소 하루 1톤 이상 소비를 기준으로 40기(연 1만5,000톤)를 산정한 것이다. 

그러나 SK가 인천에 연 3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짓기로 하면서 액체수소충전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현대차의 2021년형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액체수소충전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수소 사용 물량이 많은 수소 버스・트럭 보급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정부는 수소 버스・트럭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차량 구입비와 연료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수소버스에 대해서는 차량 구입비와 연료보조금(시범)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된 수소트럭도 구입비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연료보조금은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지급액을 산정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쿠팡로지스틱스가 수소트럭 시범사업에 참여해 10톤급  수소전기트럭을 활용한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정부는 지난 2021년 3월 2일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의결한 ‘수소경제 민간투자 계획 및 정부 지원 방안’을 통해 액체수소에 대한 지원 방안을 구체화했다. 

관련 기업들은 정부에 대규모 액화수소 출하에 맞춘 규정·제도 마련, 저장·운송 인프라 설치, 상용차 적기출시 등 액화수소 생태계 조기구축을 위한 전주기 지원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액체수소가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액체수소 생산시설 및 충전소 관련 안전규정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2020년부터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액화수소 저장·운송(강원), 액화수소드론(충남) 등의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액화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업 투자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시너지 제고를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별 일괄 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계와 공동으로 화석연료 차량의 단계적 수소전기차 전환 계획을 마련하고, 액화수소 출하 시점에 대형버스·물류트럭 등 상용차가 적기 공급되도록 중소·중견 부품업체의 R&D를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부생수소 활용도 지원키로 했다. 수소생산지원금, 탄소배출권할당량 조정 등 부생수소의 활용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검토할 예정이다. 

▲ 이와타니 간사이공항 액체수소충전소에 설치된 액체수소 저장탱크.

정부는 지난 2021년 11월 26일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수소액화플랜트 구축을 확대하는 계획을 밝혔다. 

민간 중심으로 LNG 인수기지 유휴부지, 규제 샌드박스 등을 활용해 액화플랜트를 조기 구축한다는 것이다. 2023년 인천(연 3만 톤), 울산(연 1만3,000톤), 창원(연 1,650톤) 외에도 평택에서는 2024년 연 1만 톤에서 2030년 2만 톤으로 확대하고, 통영에서는 2026년 연 1만 톤을 생산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출하센터, 트레일러, 충전소 등 액체수소 유통과정의 전반을 지원하고, 기술확보를 통해 2030년부터 국내외 건설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하루 0.5톤급 플랜트 기술 및 핵심 기자재 개발이 진행 중인 가운데 2024년부터 2029년까지는 하루 5톤급 액체수소 생산을 위한 LNG 냉열 활용 기술과 시스템 효율 11.4kWh/kg의 액화플랜트 개발・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인천・울산・창원에 액화플랜트 2023년 준공

2023년 액체수소 시대를 열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효성은 액화수소플랜트 구축을 위해 독일 린데와 손을 잡았다. 효성과 린데코리아는 지난 2021년 6월 21일 울산시 용연동에서 액화수소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 효성과 린데코리아는 지난 2021년 6월 21일 울산시 용연동에서 액화수소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효성과 린데의 생산 합작법인인 린데수소에너지는 효성화학의 용연공장 부지에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공장을 건설·운영할 예정이다. 판매 합작법인인 효성하이드로젠은  액체수소충전소 설치·운영과 액체수소 제품의 운송·유통 사업을 전담한다.

이날 기공식에서는 효성–린데 공동의 수소 사업 비전 선포식과 울산광역시-효성-린데 간 울산광역시 수소경제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도 이뤄졌다. 

효성과 린데는 비전 선포식에서 약 3,000억 원의 공동 투자로 액화수소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생산 및 수소에너지 선도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울산시, 효성, 린데는 업무협약에서 최적의 대용량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추진 중인 액화시설을 중장기적으로 연 3만9,000톤으로 확대하고, 관련 설비 국산화와 청정수소 생산 확대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 창원시는 2021년 7월 28일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착공식을 개최했다.

두산중공업과 창원산업진흥원의 합자회사인 하이창원은 2021년 7월 28일 착공식을 열고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부지에 연간 1,650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이번 사업에 국비가 지원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창원시는 액화수소 핵심기술 국산화를 추진하기 위해 2019년 1월에 ‘수소액화 저장장치 개발 및 실증사업’을 산업부에 제안했고, 2020년 3월에 산업부의 ‘산업단지환경개선(스마트산단) 펀드사업 주관사업자’로 선정되어 국비 17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창원시는 그간 창원국가산단 관리기본계획 변경 승인, 창원국가산단 구조고도화계획 변경 승인, 지방재정 중앙투자사업 심사 승인 등으로 하이창원의 액화수소플랜트 구축을 위한 다양한 행정적 지원을 해왔다.  

창원시는 액체수소 공급을 위해 2022년 말까지 창원지역 버스・화물 공영주차장 등에 액체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창원시는 액체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기 위해 액화수소플랜트 설치기업인 두산중공업, 운영기관인 하이창원과의 논의를 통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설비를 구축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CCU 설비 구축사업은 창원 액화수소플랜트에서 하루 5톤의 액체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48톤을 포집·활용하는 설비를 구축하는 100억 원 규모의 사업으로, 산업부의 ‘지역에너지신산업활성화 사업’ 공모를 통해 추진될 예정이다. 

CCU 설비 제작에는 창원지역 주요 기업체가 다수 참여해 압력용기, 열교환기, 펌프, 블로워, 배관 및 밸브류 등 핵심 설비 대부분을 국산화하게 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인천석유화학에서 액화수소플랜트 구축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SK는 2021년 3월 2일 SK인천석유화학에서 개최된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국내 수소 생태계 조성 전략과 액화수소플랜트 구축계획을 밝혔다. 

SK그룹의 수소사업 추진회사인 SK E&S는 1단계로 2023년까지 인천시의 ‘바이오·부생 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 사업’과 연계해 약 5,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인 액화수소 연 3만 톤을 공급하고, 2단계로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청정수소 연 25만 톤을 보령LNG터미널 인근 지역에서 추가로 생산함으로써 글로벌 1위의 친환경 수소 기업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SK E&S는 인천시 서구 원창동 일대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약 1만3,000평의 부지를 매입해 연 3만 톤 규모의 수소액화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SK인천석유화학으로부터 공급받은 부생수소를 고순도로 정제하고 액체 형태로 가공한 뒤 수도권에 공급하게 된다.

또한 보령에서 생산하는 청정수소 연 25만 톤 중 5만 톤을 액체수소로 생산할 예정이다.  

▲ 일본 이와타니 액체수소충전소.

SK E&S는 2025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00여 개를 구축해 연간 8만 톤(인천 3만 톤, 보령 5만 톤) 규모의 액체수소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SK E&S가 미국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와 아시아 수소사업 공동 추진을 위해 설립할 예정인 합작법인이 액체수소 유통을 담당하게 된다. SK E&S는 지난 2021년 10월 6일 합작법인 설립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SK E&S가 51%, 플러그파워가 4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게 된다.

플러그파워는 이미 미국 전역에 120개소의 액체수소충전소를 운영 중이며, 액체수소 탱크로리를 이용한 유통 노하우도 축적하고 있다. SK E&S는 합작법인을 통해 태동 단계인 국내 액체수소 유통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액화수소 실증특례 승인

이러한 기업들이 구축하는 액화수소플랜트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관련 기준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9월 15일 ‘2021년도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액화수소 플랜트·충전소 구축’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린데수소에너지·효성하이드로젠, SK E&S·IGE, 하이창원은 액화수소 플랜트·충전소 구축·운영, 액체수소 운송 등을 위해 실증특례를 각각 신청했다. 하이창원은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과 액체수소 운송만 실증을 진행한다. 

▲ 이와타니 간사이공항 액체수소충전소에 설치된 기화기.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상 액화수소 플랜트의 주요 설비, 수송 트레일러 용기, 충전소의 기술·안전기준 등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액화수소 설비는 이미 상용화되었지만 국내에서 구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규제특례심의위는 액체수소가 기체수소 대비 대기압 수준의 저압으로 저장·운송되므로 폭발 위험성이 낮고, 적은 부피에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 효율적인 운송이 가능하다는 점 등 액체수소의 장점을 고려해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다만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산업부가 제시한 액화수소 플랜트·운송·충전소 안전기준 준수 등 조건부로 승인했다.

정부는 이번 실증을 통해 국내 최초로 액화수소 설비가 구축되어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수소경제로 진입하는 초석이 되는 한편 플랜트 구축 등을 위해 울산·인천·창원에 최소 1조 원 규모 이상의 투자가 진행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