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법적인 기반이 있어야 시장이 움직인다. 한편 올해 2월 5일부터 수소안전법이 시행된다.


‘수소법 개정안’ 국회 처리 논의 난항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여야가 청정에너지의 인정 범위를 놓고 임시국회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당초 여야는 수소법 개정안 통과에 긍정적이었다.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야 위원들이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법안심사 소위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이번에는 수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수소생산에 원전을 활용하는 방안이 포함되지 않으면 생산단가 하락이 어렵고, 수소경제 활성화 역시 요원할 것이라는 지적이 발목을 잡았다.

이로써 정부의 수소경제 드라이브 정책을 믿고 투자에 나선 기업들의 향후 사업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책과 법이 엇박자를 내면서 수소경제로 글로벌 친환경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정수소’를 두고 벌이는 주도권 싸움

수소법 개정의 핵심은 청정수소의 정의를 기반으로 청정수소 인증제,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를 시행해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자는 데 있다. 결국 ‘청정수소’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다. 

현재 발의된 수소법 개정안에 따르면 “청정수소는 수소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지 않거나 현저히 적게 배출하는 수소”로 정의돼 있다. 

이와 관련해서 여당은 탄소 배출이 ‘그린수소’를 중심으로 법 개정과 향후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야당은 수소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향후 정부가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원전을 활용한 수소생산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수소경제가 활성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수소생태계 조성 위한 제도 기반 ‘절실’

수소법 개정안이라는 첫 단추를 꿰지 못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부족한 점은 추가 입법을 통해 보완해가면 된다. 정부는 청정수소를 ‘무탄소 수소’, ‘저탄소 수소’로 이원화해 기술 발전 방향을 지켜보면서 차등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수소법에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수소 연료전지와 모빌리티 등 활용 단계에 머물던 국내 수소경제는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안전, 인프라에 이르는 전주기 분야로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산업계는 정부 정책에 호응해 2030년까지 수소생태계 조성에 50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선 곤란하다. 법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에너지산업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는 수소 산업은 정부의 정책과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적 기반이 꼭 필요하다.


2월 5일부터 ‘수소안전법’ 시행

올해 2월 5일부터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안전에 관한 법률(수소법)’ 중 안전분야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수소용품 제조업체는 지자체 행정관청에 수소용품 제조허가를 받아야 하고, 행정관청은 제조허가를 위한 기술검토, 완성검사, 안전관리규정 심사 등을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위탁하게 된다.

가스안전공사는 수소안전법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4대 수소용품인 고정형·이동형 연료전지, 수소추출설비, 수전해설비에 대한 법정 검사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해당 용품과 시설별로 가스관계법령에서 정한 상세 기준을 담은 KGS코드를 제정했다.


‘강릉 수소폭발 사건’의 교훈

지난 2019년 5월 23일 강원도 강릉의 과학산업단지 안에 있는 강원테크노파크에서 일어난 수소폭발 사건은 명백한 인재였다. 태양광과 연계한 수전해시스템의 버퍼탱크와 수소탱크에 혼합농도 이상의 산소가 유입됐고, 내부 정전기 불꽃 등이 점화원으로 작용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정부가 ‘수소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10bar 미만의 저압 수전해설비와 수소추출기, 연료전지를 수소안전법에 포함시킨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소용품 안전관리의 경우 기존 액화석유가스법에서 관리하고 있던 고정형 연료전지를 수소법으로 이관하고, 수전해설비와 수소추출기를 새롭게 추가하는 등 적용 대상을 구체화했다.


수소 전주기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

가스안전공사는 수소 관련 안전 인프라를 하나씩 갖춰가고 있다. 전국 수소충전소의 이상 신호를 원격으로 감지·대응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해 8월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충전소 설계·시공 단계의 위험 요인을 발굴하는 위험성 평가와 시공 이후 운영 단계에 적용하는 정밀안전진단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전북 완주군에 세계 최초로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가 2024년까지 들어서고, 수소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액화수소 검사지원센터’ 구축사업도 올해부터 시작된다. 

내년에는 충북 음성군 대소면 성본리에 수소차와 상용차 부품에 대한 성능 시험을 평가할 수 있는 ‘수소버스·충전소 부품 시험평가센터’가 들어서고, 충북혁신도시 안에 ‘수소가스안전 체험교육관’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 모든 것이 수소법이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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