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4 (목)

FOCUS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을 두고 벌이는 한 판 ‘오징어 게임’

건물용 연료전지 “의무화 시장 보고 버티는 중”
일본 에네팜과 다른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
도시가스사에 솔루션 제시, 연료전지 사업 함께 가야
SOFC와 PEM은 상호보완 관계…기술·수요처 달라
“협회끼리 기 싸움 버리고 상생 위해 뭉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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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고분자전해질(PEM), 고체산화물(SOFC)을 아우르는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에 ‘협회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1월 26일에 ‘청정건축물 연료전지협의회’가 출범했다. 연료전지 부품·소재 전문기업을 비롯해 연료전지 R&D를 수행하고 있는 출연연구원, 대학 등을 포함해 총 55개 산학연이 참여하고 있다. 

바로 엿새 뒤인 12월 1일에는 SOFC산업화포럼이 제7기 정기총회를 열고 가칭 ‘한국연료전지협의회’란 이름으로 사단법인 설립 준비에 나섰다. 이런 행보의 배경에는 발전용 연료전지에 비해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다는 위기감,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사실상 국내 가정용 연료전지 시장은 실패했다. 일본은 올해 초 에네팜(Ene-Farm)으로 불리는 보조금 지급을 종료했고, 이는 가정용 연료전지 시장이 보조금 없이 굴러가는 자립 단계에 올라섰음을 뜻한다.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업체들은 공공건축물 신재생설비 설치의무화 시장, 보조금 시장을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게 됐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PEM과 SOFC 업체들이 ‘오징어 게임’에 나서야 하는 형국이다.

PEM과 SOFC는 연료전지 기술이나 수요처가 다르다. 부하추종이 가능한 PEM과 기저부하로 운전되는 SOFC는 상호보완의 관계로 봐야 한다. 또 가스비에 비해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는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에 <월간수소경제>는 신년호 특집으로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청정건축물 연료전지협의회 회장인 동아퓨얼셀 박달영 대표,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에스퓨얼셀의 김민석 연구소장, 올해 10kW SOFC 개발을 완료한 ㈜두산 퓨얼셀파워 전략팀의 김석규 차장이 참석했다. 

이종수 취재팀장의 사회로 수소지식그룹 회의실에서 12월 10일에 진행된 간담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각 사별로 올 한해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두산 김석규 차장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은 의무화 시장이다. 외형적으로는 우상향하면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공공건물이나 서울시의 의무화 비율은 연차별 증가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태양광, 지열은 제한된 면적에 설치가 어렵지만, 연료전지는 동일한 면적의 신축건물에도 설치가 쉽다. 

연료전지 용량을 기준으로 할 때 보조금 시장의 외형은 분명히 커졌지만, 내용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른 목표가 높게 설정되면서 정책적으로 보조금의 규모가 크게 늘 거라 예상했지만, 2019년 이후로 보면 연간 200억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보조금은 제품 기기에 대한 70% 지원가다. 1kW당 지원단가가 2019년에 약 1,800만 원, 2020년에 1,500만 원, 2021년에 1,300만 원 정도다. 기기 단가가 떨어지면 보조금 총액이 그대로 가도 기기 보급은 늘게 된다. 일단 우상향이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회사가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원 규모가 늘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든 유지는 되겠지만 시장 확대가 어렵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의무화 시장보다 보조금 시장이 더 어렵다.
 


에스퓨얼셀 김민석 연구소장
두산과 같은 시장을 공유하고 있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여기에 가정용 연료전지 시장은 없다. 지지부진이 아니라 사장이 됐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보조금 단가다. 첨언을 하자면 전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이 2019년~2021년에 이룬 성장률이 이전과 비교해 반 이상 확 떨어졌다. 

코로나19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건설 경기가 죽다 보니, 대부분 의무화 사업으로 진행되는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이 위축됐다. 증축이 어려워지거나 연기가 됐다. 우리가 생각한 대로 시장이 돌아가지 않고 정체가 됐다. ‘위드 코로나’로 가면서 기대가 많았는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다시 주춤하는 분위기다. 내년 초도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다. 

정부 지원 사업은 그렇게 크지 않다. 건물용만 놓고 봤을 때 두산, 에스퓨얼셀, 미코가 하기에는 작은 시장이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다. 동아퓨얼셀처럼 해외로 빨리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동아퓨얼셀의 일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동아퓨얼셀 박달영 대표
우리는 아직 성과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 스타트업으로 조만간 제품을 출시해서 선배 회사를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다.  기존 시장과 경쟁하다기보다는 고온 PEM 쪽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전기 생산뿐 아니라 열(난방수)을 활용하고 냉방까지 하는 트라이젠 쪽을 생각하고 있다.

내년 목표는 일본 진출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시장 진출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가상발전(VPP) 시장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고, 내년 6월 정도에 일본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시장이 훨씬 크다. 에네팜으로 일반 주택에 700W, 1kW급 수십만 대를 보급했다. 일본에서 5kW는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5~10kW 수요가 많다. 5kW를 주력으로 하는 동아퓨얼셀이 사업하기에 좋은 시장이다.

물론 진입 장벽은 있다. 그래서 일본 회사와 제휴해서 일본에서 생산하는 형태로 추진 중이다. 일본을 교두보로 해서 유럽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업무협약도 맺었고, 1천만 불 정도 되는 계약도 맺었다. 물론 JIS(일본공업규격) 인증을 받는 조건이다. 

일본은 전력자유화 시행으로 전력회사와 가스회사가 경쟁체제로 가고 있다. 일단 인증을 받아서 연간 천대 규모로 시작할 생각이다. 용량은 5kW, 10kW에 대한 수요가 많고, 천연가스 개질 대신 순수소로 가동하기를 원하는 곳도 있다. 파나소닉만 해도 지난 10월에 5kW 순수소용 건물용 연료전지(H2 키보우)를 출시했다. 일본의 보조금 시장이 활발하다. 동아퓨얼셀의 모회사인 동아화성도 일본에서 처음 출발했다. 코트라(KOTRA)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어 큰 힘이 된다.
 
에스퓨얼셀 김민석 연구소장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을 지칭할 때 ‘가정’은 일본에서 온 말이다. 우리나라는 주택지원사업에서 왔다. ‘가정·건물용’을 ‘주택·상업용’으로 바꿔 부르는 게 맞다. 우리끼리라도 말을 통일해서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주택용 시장은 일본처럼 가기 힘들다는 게 명확해졌다. 시스템 제조사보다는 정부 쪽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본다. 올해 주택지원사업에 에스퓨얼셀도 두산도 안 들어갔다. 안 들어간 게 아니라 못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2년 연속이다. 주택용 시장은 말라죽었다. 대신 상업용은 우리나라가 강점이 많고, 정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우리 나름으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일본 에네팜 관련 질문이다. 왜 우리나라는 주택용 연료전지가 정착을 못했다고 보나? 이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은 없는지 들어보고 싶다.
 
동아퓨얼셀 박달영 대표
일본 에네팜 시장을 모니터링해보면 도시바, 파나소닉 같은 업체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도시가스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인구가 줄면서 도시가스 수요가 줄다 보니 가스사들이 영업과 홍보에 적극적이다. 전기로 지은 밥보다 가스로 지은 밥이 맛있다고 홍보할 정도로 도시가스사와 전력회사끼리 싸움이 치열하다.



우리도 도시가스사들이 나서야 한다. 국내는 시스템사와 가스공급사가 그동안 따로 움직여왔다. 모임의 자리를 가진 적이 없고, 건물용 연료전지에 관심도 없었다. 연료전지를 하면 이익이 되는 솔루션을 도시가스사에 제시했어야 한다. 시스템 제작사가 영업과 AS를 도맡다 보니 힘이 부치는 거다. 

에너지 업계가 연료전지 보급에 팔을 걷고 나서야 보급량이 늘어난다. 사업 초기에는 어쩔 수 없었다 치고, 이제라도 에너지사와 협력해서 솔루션을 제시하면 주택용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보급 대수가 늘면 주택용 시장도 활로를 찾게 된다. 가정용을 버리면 안 된다. 주택시장이 상당히 크다. 성장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두산 김석규 차장
일본과 우리나라는 전기료와 가스비의 차이가 크다. 우리는 누진제로 가면서 전기료가 너무 싸졌다. 가스비만 해도 연료전지 전용요금제가 있다. 연료전지 보급 활성화를 위해 작년에 만들어졌다. 그 요금이 오르더니 지금은 일반용보다 더 비싸졌다. 정책과는 다른 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경제성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한다. 이 점에서 정부와 의견 차가 있다. 

일본은 목욕문화가 발달해서 상대적으로 온수 사용량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는 공동주택 비율이 높다. 양국의 주택 특성 자체가 다르다. 아파트 가구에 연료전지를 하나씩 설치해서 쓰기도 어렵다. 일본 에네팜이 좋은 모델이긴 하나 국내 여건과는 안 맞는 부분이 많다. 일본이 10년간 50만 대 정도를 보급했다면 우리는 한 500대 정도 될까? 규모의 경제가 다르다.

동아퓨얼셀 박달영 대표
도시가스 요금제를 건드리는 건 어렵다. 개인적으로 수소가격으로 가는 게 낫다고 본다. 향후 도시가스사가 수소를 공급하고, 연료전지는 순수소로 가는 방향이 차라리 낫다. 도시가스사들이 천연가스를 개질한 수소를 공급하고, 이걸로 연료전지를 돌리면 스택의 효율이 55%로 높아 경쟁력이 있다. 개질기가 필요 없으니 시스템 자체의 크기도 작아진다. 수소 전용요금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기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이 낫다.

마진이 남으면 가스회사들이 하려고 할 것이다. 일단 수소 단가가 맞아야 한다. 온사이트로 가지 않으면 운송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소시범도시를 중심으로 실증사업을 해서 나온 데이터를 들고 정부에 건의를 하는 방식이 좋아 보인다. 정책 건의를 이런 식으로 가야 한다. 

에너지는 에너지사가 하고, 시스템사는 연료전지 제품을 싸게 양산하는 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일본은 도시가스협회가 그런 일을 다 한다. 국내는 도시가스사가 해야 할 일을 시스템사가 하고 있다. 도시가스사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동안 그런 구심점이 없었다. 협회를 중심으로 충남도시가스, 서울도시가스, 삼천리 같은 오너 회사를 끌어들어야 한다. 수소를 파는 시장으로 가는 솔루션이 필요하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건물용 연료전지의 낮은 가동률이 이슈가 됐다. 사실 한두 해 나온 얘기가 아니다. 경제성 확보가 안 되니 연료전지를 돌리지 않는다. 여기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에스퓨얼셀 김민석 연구소장
경제성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연료전지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의 시기에 연료전지의 역할이란 게 있다. 개인이나 사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시장이다. 신재생에너지 쪽이 대부분 그렇다. 

“왜 바꾸느냐?”라고 했을 때 “싸서 바꾼다”는 건 옳은 답이 아니다. 경제성이 안 나오기 때문에 안 돌린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책이 중요하다. 정책적으로 돌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경제성이 나오도록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지원이 되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세계 1위’ 같은 말로 실적을 논하기도 좋다. 하지만 건물용은 이런 지원이 없다. 딱 그 문제다. 

그렇다면 이 정책을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 제조사들 목소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 에네팜과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일본 정부의 의지가 높았다고 본다. 대규모 양산이 가능해질 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은 그렇게 해서 사그라졌다. 
 
두산 김석규 차장
분산전원의 궁극적인 모습은 마이크로 그리드다. 바로 이 최종단에 건물이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거점형 발전소에 해당한다. 송전 선로를 필요로 하고, 주민 수용성도 해결해야 한다. 분산형이 아닌 중앙집중식에 더 가깝다. 결국 건물 개소 단위에서 에너지가 소비돼야 하고, 그 역할을 건물용 연료전지가 맡고 있다. 

현재만 보지 말고 10년, 20년 후에 개소 단위에서 경제성이 나오는 상태, 즉 사회적인 편익비용을 생각했으면 한다. 그때까지 업체들이 살아남아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다. 그때를 위한 투자로 봐줬으면 한다. 왜 30%만 돌리고, 70%는 안 돌리고 그냥 세워둘까? 이는 경제성 때문이고, 열 사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아퓨얼셀 박달영 대표
협회 차원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한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연료전지 가동률이 높은 회사는 협회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정부도 인센티브를 주도록 건의를 하겠다. “우리 스스로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니 정책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쪽으로 가야 더 설득력이 있다. 

앞서 말했지만 에너지 가격을 흔들기는 어렵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요금제를 바꾸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연료전지에만 특혜를 준다는 반대 목소리가 일게 뻔하다. 연료전지 전력요금제는 빼는 게 낫다. 그보다는 차라리 ‘상계제도’를 만드는 편이 낫다. 가정용 태양광처럼 전기요금을 상계 거래하는 ‘연료전지 전력요금 상계제도’가 좋아 보인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을 보면 처음에 한국남동발전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키워갔다. 발전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참여를 유인했다. 그런데 우리는 혼자 싸운 셈이다. 건물용에선 도시가스사가 발전사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연료전지로 500kW를 할 테니 우리도 REC를 달라.” 전기와 열을 함께 쓰는 국가 과제로 실증을 해서 관련 데이터를 제시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발전용 연료전지가 일자리 창출에 얼마를 기여하고 있는지, 따져 보자는 것이다. 가상발전에서 REC를 받을 수 있으면 된다. SOFC도 일정 부분 함께해야 한다. 정부 정책의 문제로만 몰아가면 안 된다. 우리 나름의 논리를 개발해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건물용 연료전지 도입에 서울시가 적극적이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지자체의 녹색건축인증에 따른 세금 경감, 용적률 완화 같은 혜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산 김석규 차장
서울시가 가장 선도적으로 추진 중이다. 녹색건축인증은 다 있는데, 중요한 차이는 건축 인허가 조건 반영 여부에 있다. 서울시는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비율을 건축 인허가 시에 충족해야 승인을 해준다. 이런 방식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타 지자체에도 의무비율은 있지만 아직은 권고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에 추진이 쉽지가 않다.

건물용 연료전지에선 의무화 시장이 가장 크다. 수소경제법에서 지자체별로 목표치를 설정하고 연 단위로 보급 목표량을 정하면 서울시처럼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선언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수소법 개정안에서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는 현재 발전용 중심이다.
 
동아퓨얼셀 박달영 대표
지자체마다 신재생 할당을 받아서 열심히 한다. 서울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다른 지자체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서울시는 태양광, 풍력이 안 된다. 할당량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연료전지 쪽에 집중하는 게 아닌가 한다. 

우리가 전국의 지자체를 다 보고 가는 게 아니라 특별시, 광역시처럼 할당량을 못 맞추는 도시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충남과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을 비교하면 서울시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지열도 안 되고 하니 연료전지에 집중하는 걸로 보인다. 용적률 때문에 고층빌딩이 많고, 이런 도심에 연료전지가 좋은 대안이다. 지자체마다 타깃을 다르게 가야 한다.
 
에스퓨얼셀 김민석 연구소장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건물용 연료전지의 타깃은 ‘도시’로 봐야 한다. 부산도 서울처럼 수요가 많을 것 같고, 세종시도 그렇다고 본다. 강원도는 풍력을 하는 게 맞다. ‘도시형 신재생에너지는 곧 연료전지’라는 인식과 공감대가 필요하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도심으로 들어가야 한다. 연료전지는 좁은 공간에 복층으로 쌓기도 좋다. 
 


2019년에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고, 최근에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이 나왔다. 연료전지 전용요금제 외에는 로드맵을 따라간 게 잘 안 보인다. 2040년까지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보급량 목표인 2.1GW 달성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스퓨얼셀 김민석 연구소장
그동안 액션 플랜을 한목소리로 제시한 적이 없었다. 회사에서 제시하기는 어렵다. 협회가 가장 좋다. 그동안 연료전지협회가 없었다. 로드맵에 나온 대로 갈 수 있도록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동아퓨얼셀 박달영 대표
그나마 옛날에는 사업단이 있어서 의견이 잘 반영되곤 했다. 업체별로 의견이 따로 들어가면 반영이 되기가 어렵다. 신뢰성 있는 기관에 용역을 의뢰하기도 하고 공청회도 하고 해서 업계의 요구사항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SOFC산업화포럼이 연료전지협의회로 이름을 바꿔 대정부 창구로 승격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걸로 안다. 협회 성격은 비슷한데 둘로 나뉘어 가게 되는 셈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에스퓨얼셀 김민석 연구소장
SOFC와 PEM은 상호보완 관계다. SOFC는 연료전지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온오프가 자유롭지 않다. SOFC 시장과 PEM 시장은 겹치지 않는다. 별개의 시장으로 볼 수 있다. SOFC는 기저부하로 가고, PEM은 부하추종으로 함께 가면서 시장의 파이를 빨리 키워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 

SOFC산업화포럼에 가서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SOFC란 말을 빼고 같이 가자고 했다. 같은 건물용이라 하더라도 지향점이 다르고, 기술 자체도 다르다. 경쟁 구도로 몰고 가는 분들이 있기는 한데, 정작 업체끼리는 그렇지 않다. 상호보완적이라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고온 PEM만도 해도 그렇다. 전기, 난방, 냉방을 아우르는 트라이젠에 특화된 시장을 노릴 수 있다. 연료전지별로 특징이 뚜렷하다. 
 
두산 김석규 차장
두산은 SOFC를 개발했고, 사업화에 나설 참이다. 전기효율이 높은 기기에 대한 수요가 많다. 전력 판매가 가능한 분산전원으로 SOFC의 미래가 밝다고 본다. 다만 둘은 자체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PEM도 유지해야 한다. 열 수요가 있는 곳은 PEM으로 가면서 온오프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뿐 아니라 모빌리티 부문에서도 앞으로 어느 쪽이 앞설지 잘 모른다. 그래서 둘 다 관심을 두고 개발하고 있다. 
 


동아퓨얼셀 박달영 대표
PEM과 SOFC는 특성이 명확히 다르다. SOFC는 기저부하로 운전을 하면서 여기에 태양광발전을 붙이고, ESS까지 해서 삼전지 시스템으로 간다. 일본이 이렇게 한다. 같은 건물용이라고 해도 SOFC는 연료전지를 끄지 않고 계속 돌리는 현장이나 데이터센터 같은 곳에 백업용으로 활용도가 높다. 외국만 해도 세라믹 분야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SOFC산업화포럼이 연료전지협의회로 갈 경우 명칭 안에 SOFC의 정체성이 안 보인다. 결국은 건물용이 아니라 발전용으로 갈 텐데, 하는 생각이 있다. SOFC의 궁극 목표는 발전용이다. 우리는 가상발전소를 생각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PEM뿐이다.

PEM은 대상이 명확하다. ‘청정건축물 연료전지협의회’라는 말 안에 대상이 명확하게 들어 있다. SOFC 쪽 분들이 연료전지협의회로 가면, 협회가 둘로 쪼개진 듯한 인상을 주게 된다. 연료전지협회로 크게 뭉쳐서 하나로 가는 게 낫다.

최근 일본의 전문가들이 쓴 ‘연료전지 40년 후를 생각한다’는 특집 글을 보면, 향후 연료가 순수소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SOFC나 PEM이나 전기효율이 55%로 동일해진다. SOFC는 천연가스에 최적화되어 있다. 순수소가 들어오면 그 장점이 사라진다. SOFC는 ‘화석연료를 쓰면서도 효율이 높다’로 가야 한다. 

PEM과 SOFC는 섞여서 들어가게 되어 있다. 둘은 장단점이 명확해서 겹치지 않는다.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라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솔직하게 터놓고 같이 갔으면 한다. 

두산 김석규 차장
그동안 경제성 때문에 경부하 구간에서 연료전지를 끄는 형태로 운영이 됐다면, 서울시가 전력중개사업을 허용하면서 24시간 돌려도 되는 여건이 갖춰지게 됐다. 자가 전력으로 소비하고, 중간에 경부하 구간에서는 한전에 전력을 팔거나 건물 간 잉여전력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런 그리드망이 형성되면 건물용에도 발전용 연료전지가 필요하고, 여기에 SOFC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두산이 10kW 건물용으로 SOFC를 개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순수소로 간다고 해서 SOFC가 죽는 건 아니다. 그에 맞는 유형의 연료전지가 나올 테고, PEM이든 SOFC든 고유의 특성에 따라 시장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동아퓨얼셀의 일본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번에는 각 사의 해외 진출 전략을 들어보고 싶다. 
 
동아퓨얼셀 박달영 대표
코트라의 도움을 받아 지난 11월에 일본의 사단법인인 에코파(Ecofa)와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호응이 훨씬 좋았다. 일본은 지금 건물용 연료전지가 없다. 우리와 달리 가정용에 집중하고 있다. 동아퓨얼셀은 5kW 고온 PEM으로 KS 인증을 받았다. JIS 인증을 받고 나서 보조금을 받아 일본 연료전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 파친코 사업장을 운영하는 분과 대화를 나눴는데, 이런 업종에 전기 사용량이 아주 많다고 한다. 연료전지를 넣긴 해야겠는데, 1kW는 너무 작고 5kW, 10kW 정도 되는 걸 넣고 싶어했다. 열 수요가 높은 병원이나 요양시설 같은 곳도 연료전지 도입에 아주 적극적이다.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이 우리보다 훨씬 크다는 걸 이번에 실감했다. 일본은 2024년부터 건물용에도 연료전지 보조금이 지급된다. 그 시장을 보고 있다. 
 


두산 김석규 차장
두산은 영국의 세레스파워와 제휴해서 10kW SOFC를 개발했다. 이 제품으로 유럽 쪽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의 수요를 지켜보면서 정책 변화 같은 것을 눈여겨보는 중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에 산불이 크게 난 후로 비상발전용 연료전지의 수요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쪽에 기회를 보고 있다.
 
에스퓨얼셀 김민석 연구소장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국책 과제의 일환으로 체코 최대 국영인증기관인 SZU에서 1만 시간 실증 운전을 하고 있다. 실증 기간은 2년으로 2023년 10월까지 잡혀 있다. 이 기간 동안 제품의 CE 인증 획득을 병행하게 된다.  

동유럽 쪽이 도시가스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면 전기료가 비싸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성 확보가 좋은 이점이 있다. 해외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은 첫째가 인증,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AS이다. 일본 JIS와 달리 유럽은 연료전지 관련 인증이 명확히 갖춰져 있지 않다. 만들면서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후발업체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연료전지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고, 비용 면에서 태양광처럼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주 쪽을 타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경우 시장은 분명히 있고, 인증 문제는 내년에 풀린다. 이렇게 되면 AS 문제가 남는다. 최소 몇 대 이상을 팔아야 상주 직원을 두고 운영할 수 있다. 2025년 이전에는 유럽 진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PEM 연료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에스퓨얼셀은 ‘에스모빌리티솔루션’을 설립했고, 두산은 연구개발 전문회사를 따로 세웠다. 모빌리티 쪽 진출 여부나 계획, 시장 동향이 궁금하다.
 
에스퓨얼셀 김민석 연구소장
정치형 연료전지나 모빌리티 쪽이나 기술은 동일한데 비즈니스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새로 회사를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해보니 영업이나 마케팅 분야가 완전히 다르다. 현재 에스모빌리티솔루션이 집중하고 있는 건 수소 지게차와 드론이다. 

지게차는 현대건설기계와 업무협약을 맺고 1~3톤급 소형 수소지게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 파워팩을 개발했고, 이미 시제품이 나온 상태다. PEM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금방 할 수 있었다. 현대건설기계가 두산인프라코어와 합병이 되면서 새 이름을 짓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내년 이후로 KGS 코드가 나오면 협력업체와 같이 시장에 론칭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수소드론 시장이다. 드론 쪽은 DMI(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오래 나는 것만으로 장점이 있는지, 오래 나는 것보다는 페이로드(화물의 중량) 쪽이 더 중요한지, 의견이 갈린다. 전자는 해안·산불 감시 쪽에 유용하고, 후자는 택배 운송 쪽에 무게가 실린다. 어떤 시장이 먼저 열릴 거냐를 보면서 가고 있다. 
 
두산 김석규 차장
PEM 기술이 있으니 모빌리티 쪽은 꼭 해야 한다. 다만 어떤 분야에 집중할지를 두고는 고민이 많다. 활용 부문은 늘 수소공급 인프라와 연계되기 때문에 사업성이 쉽게 안 나온다. 주행거리 연장형의 하이브리드 개념 상용차 시장이 있고, 지게차나 수소선박 시장 등이 있다. 모빌리티 분야를 들여다보면서 파워팩 설계 준비는 하고 있다. 선박의 경우 공간 확보가 쉽기 때문에 꼭 모빌리티용으로 따로 가지 않고 지금 있는 걸 넣어도 된다.  

수소연료전지 R&D 전문회사인 ‘두산에이치투이노베이션’을 신설한 건 지난 9월 말이다. 계열사에 분산된 연구개발 역량을 결집해서 정비하기 위함이다. 현재 SOFC 발전용 중심으로 인력이 구성돼 있고, 나머지는 점진적으로 틀을 잡아가려고 한다. 향후 수소 관련 사업은 R&D센터 중심으로 움직일 것 같다.
 
동아퓨얼셀 박달영 대표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모빌리티용도 우리 나름으로 생각은 하고 있다. 고온 PEM이 150~180℃에서 운전이 되기 때문에 메탄올 개질 온도와 딱 맞아떨어진다. 보조전원용으로 메탄올을 연료로 쓰겠다는 곳이 많다. 중국도 메탄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지게차도 메탄올로 할 생각이 있다. 고온 PEM에 적용하면 설비가 단순해진다. 메탄올 개질은 천연가스 개질보다 훨씬 쉬워 직접 개발해서 스택과 붙여도 된다. 수소 쪽과 충돌 없이 갈 수 있는 사업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오랜 기간 차량용 연료전지를 개발해온 현대차가 PEM 기술을 앞세워 발전 시장에 뛰어들면 어떻게 되나? 가정이긴 하나 여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동아퓨얼셀 박달영 대표
우선 내구성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될 것을 본다. 차량용 금속분리판에 비해 정치형 PEM 스택에 들어가는 탄소분리판의 내구성이 훨씬 좋다. 금속분리판으로 4만에서 6만 시간에 이르는 내구성을 따라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 순수소를 쓰면 또 모를까, 개질 가스용은 어렵지 않을까 한다.
 
에스퓨얼셀 김민석 연구소장
현대차가 순수소로 해서 건물용까지 들어온다고 하면 현대가 무조건 이긴다. 그 시점이 언제냐가 문제다. 도시가스 개질이 아닌, 순수소로 가면 금속분리판의 내구성 이슈가 있기는 하나 현대 정도 되는 회사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서 경험을 쌓으면 극복이 빠르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같은 중소·중견 업체들은 정말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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