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완공된 한국남부발전 신인천빛드림본부의 4단계 발전설비 현장.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단일 사이트로 세계 최대 80MW급 규모인 한국남부발전의 신인천빛드림 연료전지단지가 최근 종합 준공식을 열었다. 위치는 인천국제공항으로 난 영종대교를 건너기 바로 전이다.

사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한국서부발전 서인천발전본부도 연료전지 5단계 공사를 마쳤다. 총 설비 용량이 77MW급으로 신인천빛드림보다 3MW 정도 용량이 적다. 두 곳 다 연료전지의 종류는 같다고 보면 된다. 첫 사업으로 퓨얼셀에너지의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20MW를 설치했고, 이후 단계별 공사에는 모두 두산퓨얼셀의 인산염 연료전지(PAFC)를 설치했다. 

“애초에 난방열 수요를 염두에 두고 연료전지 사업을 진행했어요. 인근에 청라에너지를 통한 지역난방 수요가 많거든요. 1단계 사업 당시만 해도 퓨얼셀에너지, 두산퓨얼셀 이렇게 두 곳을 두고 경쟁 입찰을 진행한 걸로 알아요. 1단계는 퓨얼셀에너지, 그 후로는 두산퓨얼셀 제품이 선정됐죠.”

남부발전 신인천빛드림본부 김인수 차장의 말이다. 남부발전은 현재 5단계 후속사업으로 21MW 정도의 연료전지 설비 추가를 논의하고 있다. 이 사업이 확정되면 100MW 단지로 거듭나는 셈이다.

▲ 연료전지 1단계 전기실이다. 각 단계별로 연료전지 전기실을 따로 하나씩 갖추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맑음’

신인천빛드림본부의 연료전지 1단계 공사는 지난 2017년에 시작됐다. 퓨얼셀에너지의 2.5MW급 MCFC 주기기 8개가 맨 먼저 현장에 들어왔다. 이후 2, 3, 4단계를 거치며 두산퓨얼셀의 PAFC가 20MW 정도씩 순차적으로 늘어났다. 4단계 공사는 이미 올해 초에 마쳤지만, 코로나19로 시기를 조율하다 지난 10월에야 종합 준공식을 열었다. 

한국전력이나 발전공기업들이 연료전지 사업에 집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레이수소에 대한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의 전망은 현재로서 ‘맑음’이다. 김인수 차장의 말을 들어보자.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태양광만 해도 새만금 정도를 빼면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가 어렵죠. 그나마 비용이 저렴한 육상풍력은 적당한 부지를 찾기가 어렵고, 주민 민원을 해결하기가 힘들어요. 해상풍력의 경우에는 공사비가 아주 많이 들고 사업 시작부터 최소 10년은 잡아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죠. 그에 반해 연료전지는 확장이 쉽고, 연간 이용률도 90%가 넘어 매력이 크다고 할 수 있죠.”

연료전지는 신재생에너지에 든다. 지난 7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연료전지의 REC 가중치 관련 개정(신설)이 이뤄졌다. 연료전지의 경우 부생수소 사용 시 0.1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전기와 열을 합쳐 에너지효율 65% 이상일 시 0.2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연료전지 REC가 기존 2.0에서 1.9로 줄기는 했지만, 종합효율 65% 이상에 해당되면 2.1의 가중치를 적용받을 수 있어요. 연료전지의 경우 20MW를 설치하는 데 15개월이면 충분합니다. 기초공사가 완료되면 완성된 주기기를 설치한 후 전력 케이블과 수배 전반, 각종 기계배관을 연결하는 정도라 공사 난이도도 높지 않죠. 이런 이점 때문에 연료전지가 인기를 끌고 있죠.”

신인천빛드림 연료전지 발전단지에서 나오는 열은 지역난방사업자인 청라에너지에 판매가 된다. 판매가는 1Gcal당 2만1,000원 내외로 주택용 판매요금의 약 27% 수준이다. 

“청라에너지에서 물을 보내오면 연료전지 발전 때 나오는 스팀이나 중온수의 열로 105℃까지 올려서 공급을 하게 되죠. 지금은 겨울이라 40℃ 정도 되는 물을 받고 있어요. 열을 활용하는 MCFC나 PAFC는 종합 에너지효율이 75~80% 정도 됩니다.”

▲ 남부발전 신인천빛드림본부 전상만 과장 뒤로 PAFC 단지와 청라에너지 건물이 보인다.

서인천 지역은 열 수요가 많다. 청라에너지는 인근의 청라신도시, 가정지구, 신현지구를 비롯해 장기지구, 양곡·마송지구, 검단신도시까지 열(온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청라지구만 해도 스타필드, 아산병원, 대단지 아파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 그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발전효율만 따지면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가 가장 뛰어납니다. 여기엔 이견이 없죠. 실제로 발전만 하는 곳은 블룸SK퓨얼셀이 시장을 대부분 가져간 걸로 알아요. 열 회수가 안 되기 때문에 경쟁 입찰에 들지 못한 거죠.”

발전만 놓고 봤을 때 보증효율은 MCFC가 46%, PAFC가 41%다. 운전 온도가 낮으면 발전효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에 반해 SOFC는 보증효율 56%로 월등히 높다. 

다만 SK에코플랜트가 현재 동해시에 건설 중인 북평레포츠센터의 4.2MW 연료전지발전소의 경우 열 회수 모듈이 옵션으로 추가됐다. 연료전지에서 배출되는 열을 회수해 100℃ 이상의 중온수를 공급해 건물 난방과 수영장 급수에 활용하게 된다. 

‘세계 최초 열공급형 SOFC 발전사업소’란 타이틀을 단 이 발전소는 내년 6월에 준공될 예정이다. 열 회수 설비에 드는 비용, 운영비 등을 따져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이 서면 발전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용률 90% 이상, 지역난방 수요와 결합

신인천빛드림본부 연료전지운영과의 전상만 과장을 따라 연료전지 종합사무동을 찾는다. 이곳은 연료전지 장기유지보수계약(LTSA)을 맡은 필드서비스팀이 근무하는 곳으로 남부발전 측에서 새롭게 마련해준 공간이다. 팀별 직원으로 퓨얼셀에너지 2명, 두산퓨얼셀 10명이 일하고 있다. 

연료전지 전기실 건물을 지나 1단계 단지로 들어선다. 퓨얼셀에너지의 2.5MW 주기기(총 8개)가 눈에 든다. 2016년 12월에 준공한 서울 상암의 노을그린에너지와 같은 규모라 할 수 있다. 퓨얼셀에너지의 직원이 인버터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 1단계 현장인 퓨얼셀에너지의 MCFC 주기기 위로 수증기가 오르고 있다.

▲ 퓨얼셀에너지 필드서비스팀 직원이 인버터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철제 계단을 오르자 일대 전경이 눈에 든다. 전상만 과장 바로 뒤로 두산퓨얼셀의 PAFC 연료전지 발전단지가 펼쳐진다. 440kW 주기기 대수만 해도 2단계 42개, 3·4단계 46개씩을 합쳐 총 134개에 이른다. 연료전지가 그린 수평선 끝에 청라에너지 건물이 볼록 솟아 있다. 

“과거에는 5년 단위로 LTSA를 체결했지만, 요즘은 10년 단위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죠. 연료전지도 기술개발이 지속되면서 기술 안정화가 많이 진행됐어요. 퓨얼셀에너지의 MCFC만 해도 과거에는 스택의 평균 교체주기가 5년이었지만, 지금은 7년으로 늘었죠. 포스코에너지와 관계가 틀어지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시장 점유율이 훨씬 높았을 거예요. 두산퓨얼셀이 그 덕을 많이 봤죠.”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2019년 11월에 연료전지 부문을 분사해 한국퓨얼셀을 설립했고, 이를 두고 퓨얼셀에너지와 포스코에너지는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 후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을 두산퓨얼셀이 독차지했지만, SK에코플랜트(SK건설)가 블룸에너지와 손을 잡고 SOFC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주도권이 넘어간 모양새다. 

발전 온도는 MCFC가 650℃ 정도로 PAFC(200℃)보다 훨씬 높다. 그래서 날이 쌀쌀한 겨울철에는 온도 차이로 흰 수증기가 자주 발생한다. 그에 반해 PAFC는 주기기 위에 2단으로 쌓은 냉각기 위로 아지랑이가 몽글몽글 피어나는 정도다. 

▲ 두산퓨얼셀의 PAFC 1단계 설비 현장을 돌아보는 중이다.

“서울 상암에 있는 노을연료전지발전소의 경우 주민 민원 때문에 큰돈을 들여 백연저감장치를 했다고 들었어요. 대부분 수증기라 환경에 해롭지 않은데도 민원이 세게 들어오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죠. 보다시피 여기는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에선 보이지도 않고, 기존 LNG복합발전소와 함께 가동되어 단독 설치된 노을보다는 상대적으로 민원이 없는 편이죠.”

실제로 연료전지는 화력이나 복합발전 대비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분진 등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남부발전의 담당자가 보내온 자료를 보면, 1MWh 기준 NOx 배출량의 경우 복합발전은 0.042kg/MWh, 연료전지는 0.006kg/MWh로 7분의 1에 불과하다. PAFC의 경우 중온수가 폐수로 나오지만 오염물질이 없는 순수한 물에 가깝다고 한다.  

연료전지의 경우 건설단가나 발전원가가 복합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이용률이 90% 이상으로 높아(복합발전의 평균 이용률은 55.7%) 단순 비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수요지 인근 설치로 송전선로 설치비를 줄일 수 있고, 장거리 송전이 불필요해 전력손실도 크지 않다.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

두산퓨얼셀의 PAFC 사이트로 넘어간다. 두산퓨얼셀의 필드서비스팀 서부1파트장인 이종걸 과장이 현장을 안내한다. 한 직원이 PAFC 주기기 덮개를 열고 노트북을 연결해 자체 점검을 하고 있다. 

▲ 두산퓨얼셀 필드서비스팀의 이종걸 과장(왼쪽)이 현장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단계 사이트는 지난 2019년 2월에 준공됐다. 그 옆에 3, 4단계 사이트가 1년 간격으로 들어서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가장 최근에 지은 4단계 사이트의 주기기 모양과 색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종걸 과장의 말로는 “유지보수와 관리에 최적화된 신형 제품”이라고 한다. 

“제가 이곳 남부발전과 바로 옆에 있는 서부발전의 필드서비스를 총괄하고 있어요. 신인천빛드림본부에는 10명의 직원이 있고, 서인천발전본부에는 11명의 직원이 필드서비스를 맡고 있죠. 두산퓨얼셀의 강점이라면 미국의 클리어에지파워(Clear Edge Power)를 인수하면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2017년에 전북 익산에 공장을 세우고 현재 98%의 국산화를 이뤄냈어요. 협력업체와 함께 전량 해외에 의존하던 ESM(전력시스템모듈)의 국산화를 이뤄낸 점도 큰 성과라 할 수 있죠.”

두산퓨얼셀은 PCS(전력변환장치) 전문업체인 데스틴파워와 함께 연료전지용 ESM을 개발했다. 이 장치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또 블룸에너지가 주도권을 쥔 SOFC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는 후문이다.

남부발전의 담당자는 두산퓨얼셀의 PAFC 선정 이유를 두고 이렇게 답했다.

“공개 입찰을 통해 공사비, 유지관리비, 종합효율 등을 모두 고려해서 경제성 평가 후에 내린 결정이죠. 인근의 지역난방사업자에 열을 판매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기기 가격, 장기유지보수계약 비용 등을 따져 가장 유리한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 올해 초 완공된 4단계 설비에는 유지보수에 최적화된 신형 제품이 설치됐다.

연료전지를 주택이나 건물용이 아닌 발전용으로 널리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 있다. 연료전지의 장점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레이수소 논란을 피할 순 없다. 천연가스를 개질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연료전지는 탄소배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부발전은 지난 10월 26일에 열린 ‘신인천빛드림 연료전지단지 종합 준공식’에서 수소사업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그 내용은 역시 탄소중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부발전은 2030년까지 수소전 1.7GW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놨다. 수소연료전지 1GW, LNG가스터빈의 수소 연소 발전 0.7GW를 더해 1.7GW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도입기(2021~2023년)’ 전략으로 블루수소 및 수소 연소기술 개발, 수소 고압저장기술 개발, 연료전지 융복합 사업 확대와 부생수소 연계 사업 등을 추진하게 된다. 두 번째 ‘선도기(2024~2026년)’에는 그린수소 도입 인프라 구축, 수소 인수기지 구축, 가스터빈 수소 혼소 발전 등을 추진하고, ‘확산기(2027~2030년)’에는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수소 액상 저장기술 개발, 수소도시 구축 등을 계획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2030년까지 연간 수소 1.5만 톤 생산, 90만 톤 수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 포집·저장(CCS)을 통한 블루수소,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는 국내 생산보다는 해외 수입이 더 경제적이다. 

“대용량 청정수소 확보를 위해 남부발전 해외사업소가 있는 중동이나 호주 등지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 도입을 검토 중에 있어요. 그린수소 생산은 제주의 풍력발전과 연계한 그린수소 실증단지를 구축하고 이를 확대해가는 방안이 유력하죠. 이렇게 확보한 청정수소를 신인천빛드림이나 부산빛드림의 복합발전에 LNG와 혼소하거나, 현재 건설 중인 신세종빛드림 복합발전 혼소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 두산퓨얼셀 직원이 4단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남부발전은 지난해 5월부터 두산중공업과 ‘5MW급 수소 전소 터빈 연소기 개발’ 국책과제를 수행 중에 있다. 연소기 개발이 완료되는 2025년부터 2년간 수소 혼·전소 터빈 실증사업을 함께 진행하게 된다. 대상지로는 남부발전이 운영하고 있는 한림, 부산, 영월 등이 거론된다.

남부발전은 삼성물산, 남해화학과 실무진 중심의 ‘사업개발위원회’를 꾸려 해외 청정수소 도입·활용 사업 추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기획 중이다. 해외에서 그린 암모니아를 수입해 국내 석탄발전에 혼소하거나, 암모니아 크래킹으로 하루 100톤 정도의 수소를 추출해 활용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환경이냐, 비용이냐?’를 두고 큰 숙제를 안긴다. 초기에는 큰 비용이 들겠지만, 이 길이 옳다면 서둘러 도전에 나설 필요가 있다. 기술적으로 극복 방안을 찾아내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연료전지만 해도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를 발판 삼아 약점을 보완해가고 있고, CCUS 등 새로운 기술의 접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지원, 민간의 노력이 보조를 맞춰갈 때 ‘수소경제’는 순항할 수 있다. 이 둘 사이에 에너지 공기업의 분명한 역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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