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친환경 선박 실증사업’이 진행된다.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호주 등 해상으로 국내에 수입된 암모니아는 기존 파이프라인과 탱크로리로 공급되고 있으며, 대부분 비료의 주원료(75%)와 화학 공업용(25%, 반도체 제조용 가스 등)으로 사용 중이다. 수소(H2)와 질소(N2)의 합성물인 암모니아(NH3)는 액화・압축 수소 대비 대량의 수소저장・이송이 용이하고, 다른 탄소중립연료 대비 저렴하면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무탄소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7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개최하고 ‘부산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규제자유특구’를 신규로 지정했다. 

부산시는 이번 특구 사업을 통해 ‘암모니아’를 친환경에너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부응하고 신사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역의 강점(조선・해운산업)을 활용, 암모니아 연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암모니아 기반 친환경선박 개발・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향후 암모니아・수소 엔진, 육상용 차량, 수소충전소, 소규모 수소 발전소, 혼소 등 화력발전소, 열병합 발전소, 대형선박 벙커링 등의 산업으로 암모니아 활용을 확대해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암모니아 특구 지정 배경

부산은 조선·해운산업 밀집지로,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인프라가 풍부하다. 조선기자재 관련 기업이 전국의 63% 이상을 차지한다. 친환경 선박개발을 위한 핵심기자재(압력용기, 개질기, PSA, 밸브류, 연료전지 BOP, 전기추진시스템 등)와 수소 모빌리티, 충전소 핵심기자재(수소용기, 디스펜서, 피팅류, 엔지니어링 등) 관련 기업들이 집적되어 있다.

▲ 부산항 북항 전경.

부산은 다른 지역과 달리 선박 배출 오염물질이 전체 대기오염물질의 51%를 차지할 만큼 선박 연료의 친환경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산은 세계적인 항만과 연계한 물류 인프라가 풍부해 향후 암모니아 시장 확대 시 항만 연계 암모니아 공급기지로서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료 및 화학 원료로 사용되던 암모니아가 무탄소 연료로서 수소저장・운송 수단과 친환경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액화 암모니아는 액화수소보다 수소저장밀도가 높아 같은 부피에 1.5배가량 더 많은 양의 수소저장이 가능하다. 수소 생산과정(개질)에서 다량의 CO2를 배출하는 기존 천연가스 수증기 개질 방식과 달리 분해 시 수소와 질소만 생성하는 무탄소 연료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감축하기로 하는 등 해양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LNG 등 저탄소 연료에서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연료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 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 중인 ‘액화수소 운반선’ 개념도.

국내의 경우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액화 암모니아, 액화수소, LOHC(액상유기수소운반체)를 활용한 해외 생산 그린수소 수입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처럼 암모니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기준은 미비한 상황이다. ‘친환경선박법’은 암모니아를 친환경 연료로 명시하고 있으나 선박 건조・검사기준이 없어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선박 건조가 불가능하다. 암모니아를 선박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저장소에서 실증위치까지 이송할 수 있는 ISO 탱크 컨테이너와 선박으로의 암모니아 연료공급에 관한 기준도 없다. 실증 특례가 필요한 현실적인 배경이다.   

부산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이번에 규제 특례가 허용됨에 따라 암모니아 기반 신기술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육・해상에서 단계적 실증을 수행하고, 실증결과를 통해 암모니아 연료의 인프라 구축과 선박 분야 기준 마련이 가능해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암모니아 기반 신기술 상용화를 통한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존의 동남권 규제자유특구, 부산 해양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와의 연계를 통해 친환경연료 선박, 미래에너지산업 등 미래시장 진출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규제자유특구 사업’은 강서구, 영도구, 남구, 사하구, 사상구, 인근 지역 및 해역 등 14개 구역(총 21.768㎢)에서 파나시아를 비롯한 17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다. 특구 지정 기간은 2022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4년간으로, 총사업비 약 380억 원이 투입된다.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규제자유특구에서는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친환경 선박 실증, 이동형 액화 암모니아 표준용기(ISO 탱크 컨테이너) 실증, 이동형 기반 선박용 암모니아 연료 벙커링 구축 및 안전성 실증 등 3개의 실증사업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추진선박의 건조・검사기준 마련, 암모니아용 ISO 탱크 용도・용적 변경 등 5개의 실증특례를 허용했다.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선박 실증

먼저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친환경 선박 실증사업’은 암모니아 기반의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을 해상환경에 적합하게 설계하고, 선박 건조 및 운항 실증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해 관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부산에 있는 친환경 설비 전문 기업인 파나시아가 주관사로, 총 13개의 기업・기관이 참여한다. 

▲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선박 실증사업’ 주관사인 파나시아의 수소추출기.

현행 선박안전법과 수소법에 따르면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추진 선박의 건조·검사 기준과 선박에 장착되는 수소 용품(암모니아 기반 수소추출기, 연료전지)에 대한 검사기준이 없어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추진 선박의 건조와 운항이 불가하다.

정부는 이번 실증사업이 무탄소 연료인 암모니아 기반의 친환경선박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잠정기준 마련 및 육상 실증을 통한 안전성 검증 후 해상 실증 등을 조건으로 특례를 허용했다. 

이 사업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암모니아 연료탱크,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 암모니아 개질기, 수소연료전지, 전기추진시스템 등의 구성요소에 대한 육상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통합 성능 실증시험을 수행한다. 

2단계는 알루미늄 소재의 실증 선박을 설계・건조하는 것이다. 암모니아 연료탱크 등 세부 구성요소의 육상 테스트베드 안전성 평가 후 최적 배치를 통해 실증용 30톤급 선박을 건조할 예정이다. 이 선박의 재질은 설계변경 사항이 발생할 경우 수정이 용이한 알루미늄으로 선정했다.

아울러 개질기 시스템을 반영한 초기 선행연구를 수행한다. 개질기 시스템을 고려한 기본설계와 일반배치도 작성, 개질기 에너지로 작업 선속과 주 운항 선속의 달성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한국선급(KR)으로부터 선박용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에 대한 개념설계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3단계는 선박 해상 실증을 하는 것이다. 육상 통합 성능시험을 통한 시스템 최적화 후 선박에 탑재해 실제 해역 해상시험(내항・외항 운항 부하 환경)을 통해 개질기, 연료전지, 추진기의 성능을 확인하고 안전성을 검증하게 된다. 

부산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추진선박 실증을 위한 연료저장-공급시스템, 연료전지・전기추진시스템 핵심부품 등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로, 암모니아 수소추출기는 실증을 통해 추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라며 “암모니아 수소추출기의 유사 기술인 수증기 탄화수소 개질기 시스템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는데, 이를 활용한 실증 전 개발은 약 80% 수준으로 육상 테스트베드에서 개발과 검증을 거치면 해상 실증도 가능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액화 암모니아 이송 표준용기 실증

‘이동형 액화 암모니아 표준용기(ISO 탱크 컨테이너) 실증사업’은 액화 암모니아 이송·저장수단으로 활용할 표준용기와 IT 무선 통합관제 시스템을 제작해 암모니아의 이송과 저장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부산 소재의 주강제품 생산 기업인 대창솔루션이 주관사로, 총 4개의 기업・기관이 참여한다. 

국내에서 일반 순도의 암모니아 이송은 탱크로리로 이루어지나 ISO 탱크 컨테이너에 비해 여러 단점이 존재한다. 고순도 암모니아는 ISO 탱크 컨테이너에 의해 운반되고 있으나 용도・용적・재질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암모니아 생태계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제62조에 따른 ‘고압가스 및 액화석유가스 ISO 탱크 컨테이너의 제조, 충전·운반, 저장·사용에 관한 기준’을 고시했는데, 여기서 암모니아용 ISO 탱크 컨테이너는 반도체・LCD・LED 제조 공정 및 그 공정에 필요한 삼불화질소(NF3) 제조에 사용하는 99.999% 이상의 고순도 암모니아를 충전·운반, 저장・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내용적 적용 범위와 재질은 각각 1만800(-2%)~2만2,500(+2%) 리터, 스테인리스강으로만 제한되어 있다. 

▲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선박 실증사업’에서 연료전지・전기추진시스템 설계・제작을 담당하는 범한퓨얼셀의 연료전지시스템 공장.

중국을 비롯한 해외 제조국의 경우 암모니아용 ISO 탱크 컨테이너에 대해 ASME+, 컨테이너 안전에 관한 국제협약(CSC), 국제해상위험물규칙(IMDG Code)을 준용하고 있는데, 이에 부합되면 제조・사용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 선박용 연료 암모니아용 ISO 탱크 컨테이너의 재료와 용적을 확대하면 경제성과 운송·저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독성, 부식성 등 암모니아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기준 마련 등을 조건으로 특례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용도에 ‘친환경선박 연료용’이 추가됐다. 용적은 최대 2만2,500L에서 3만7,000L로 확대됐다. 재질은 기존 스테인레스강에 저온탄소강과 고망간강이 추가됐다. 저온 압력용기용 탄소강과 함께 국내에서 개발한 고망간강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 표준용기 가격을  30~5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형 액화 암모니아 표준용기 실증사업도 3단계에 걸쳐 추진된다. 

1단계는 이동형 액화 암모니아 표준용기・안전장치, IT 무선 통합관제 시스템의 기준 분석과 설계를 진행하는 것이다. 액화 암모니아 탱크 컨테이너용 핵심기자재(밸브, 긴급차단장치, 독성중화장치) 국산화 개발도 병행할 예정이다. 

2단계는 이동형 액화 암모니아 ISO 탱크 컨테이너, IT 무선 통합관제 시스템, 안전장치를 제작해 랩 테스트(Lab Test)를 진행한다. 

용량 확대 및 소재 변경 특례를 반영한 암모니아 ISO 탱크 컨테이너를 제작해 국제기준(IMDG, CSC 등) 인증과 국내기준(KGS) 승인을 획득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선급(자회사 KR Hellas 포함)을 통한 검사 시험・인증 절차를 정립하고, 한국선급에 의한 국제기준 검사(IMDG, CSC, ADR/RID, DOT, TC, ASME) 시험(ISO 1496-3) 인증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현대중공업이 개발 중인 수소・암모니아 힘센엔진 콘셉트 모델.

3단계는 실사용 환경에서 이동형 액화 암모니아 ISO 탱크 컨테이너와 IT 무선 통합관제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실증하게 된다. 

ISO 탱크 컨테이너는 시험·검사승인용(20ft - 저온탄소강, 고망간강)과 실증 테스트용(30ft -저온탄소강, 고망간강)으로 구분해 총 4개가 제작될 예정이다. 

부산테크노파크 관계자는 “2025년을 기점으로 암모니아 추진선박 개발에 따른 선박용 연료 수요와 수소 캐리어 분야에서 암모니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암모니아의 저장·운송·사용을 위해 수소충전용 튜브트레일러와 같은 ISO 탱크 컨테이너 타입의 표준용기 개발이 시급하다”라며 “기존 암모니아 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 탄소중립의 수소 운반과 암모니아 추진선박의 확대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안전성 실증과 인증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박용 암모니아 연료 벙커링 실증

‘이동형 기반 선박용 암모니아 연료 벙커링 구축 및 안전성 실증사업’은 암모니아를 육상(ISO 탱크 컨테이너)에서 실증 선박으로 충전하는 이동식 벙커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누출 예방기술 실증으로 안전성을 검증해 관련 기준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부산 소재의 가스제조・유통기업인 MS가스가 주관사로, 총 4개 기업・기관이 참여한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육상에서 용기와 차량에 고정된 탱크에 대한 암모니아의 충전은 가능하지만 육상(ISO 탱크 컨테이너)에서 해상(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추진선박)의 연료탱크에 암모니아를 충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정부는 암모니아용 ISO 탱크 컨테이너를 통한 선박으로의 암모니아 충전에 대한 적합한 안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특례를 허용했다.

▲ 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이 선박에 대한 LNG 벙커링 작업을 하고 있다.

1단계로 암모니아 육상 벙커링 체계의 기본설계(공급 유량 12㎥/hr)를 하고, 2단계로 실증용 벙커링 시스템을 제작해 육상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3단계로 해상 실증 선박에 대한 암모니아 연료 벙커링(충전)을 실증하게 된다.  

실증용 벙커링 시스템은 ISO 탱크(최대용량 32.6㎥)에서 선박 용기(1㎥)로 충전(공급 유량 12㎥/hr), ISO 탱크(최대용량 32.6㎥)에서 바지 선박 ISO 탱크(20㎥)로 충전(공급 유량 20㎥/hr)하는 방식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암모니아용 디스펜서 및 세이프티 커플링(충전 프로토콜, 유량계 등), 커플러, 중화처리 장치(암모니아 회수·중화·외기 방출 제로화 설비 등) 등의 주요부품을 제작하고, IoT 기반의 핵심안전요소 모니터링・제어시스템을 구축해 안전성을 검증한다.

부산테크노파크 관계자는 “개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LNG 연료 벙커링 시스템에 적용된 일부 부품(커플러, 밸브 등)을 독성가스인 암모니아 특성에 맞게 개선해 벙커링 시스템의 실증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암모니아 벙커링 시스템의 핵심기술은 벙커링 종료 후 호스 연결부에 있는 잔류 암모니아(독성가스)를 제거하는 것으로, 실증특례를 통해 적용 기술의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이번 실증사업의 기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특구 사업은 ‘2050 탄소중립’과 IMO의 환경규제에 가장 강점을 가진 무탄소 암모니아의 에너지 분야 신산업 생태계 조성과 선박 분야의 친환경 연료 다양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무탄소 선박기술 선점을 통한 세계 친환경선박 시장 조기 진출은 물론 조선기자재 등 부산지역 기업들의 신사업 참여와 연계 산업 발전으로 매출 증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산에 특화된 선박 적용 실증을 통해 암모니아 연료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암모니아 기반 친환경에너지 산업 표준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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