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에서 내려다 본 부산신항만.(사진=부산항만공사)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해양수산부는 해양수산업의 탈탄소화, 친환경 해양에너지 확산, 해양 탄소흡수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해양수산 분야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수소항만은 해양수산업 탈탄소화의 핵심으로 수소의 생산, 물류(수입・저장・공급), 소비・활용 등 수소에너지 생태계를 갖춘 항만을 의미한다. 수소항만은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관문이자 LNG를 수입해 수소를 생산하는 데도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항만 배후단지, 물류 모빌리티 등 수소연료 소비지로서 풍부한 수요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부산항 신항 LNG 벙커링 터미널, 울산신항 오일허브 1단계 등의 LNG 공급망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충전소・수소연료전지 발전시설 등을 운영하고자 하는 민간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오는 2030년부터 항만을 통해 해외생산 청정수소를 본격 도입하게 된다. 해외 수소 도입을 위해서는 선박과 수소를 취급할 수 있는 항만 내 저장시설 구축이 필수적이다.    

해양수산부는 평택·당진항을 시작으로 2040년까지 부산항, 울산항 등 전국 주요항만에 ‘수소항만’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해수부는 구체적인 수소항만 조성 방안을 마련해 수소경제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해양수산 탈탄소화 핵심 ‘수소항만’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0년 11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7회 국무회의’에서 전국 항만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개발계획을 담은 ‘2030 항만정책 방향과 추진전략’을 보고했다. 

이 추진전략에는 수소항만 관련 내용이 간략하게 담겨 있다. 먼저 친환경 선박의 출현에 대비해 울산항(2026년)과 부산항(2029년)에 LNG 벙커링 터미널을 구축하고, 수소 벙커링 관련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항만 하역 장비 동력원은 경유에서 LNG와 전기로 전환키로 했다. 

해상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기조에 발맞춰 항만 내 관련 지원시설(부두, 배후단지 등)도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수소 운송 선박, 수소 벙커링 기술, 수소 동력 선박 및 이송·하역 장비 등의 발전 속도를 고려해 R&D를 통한 수소항만 인프라를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항만 수소에너지 생태계 개념도(안).

▲ LNG 개질 (블루)수소 기반 수소항만 시설 개념도(예시).

해수부는 수소항만 모델이 수소생산기술 개발에 따라 추출수소, 수입 수소, 수전해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항만 인프라로 발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3단계 수소항만 조성 방안을 도출했다.  

1단계는 LNG 공급망과 연계해 추출수소를 생산・공급하는 항만이다. LNG 수입・벙커링 기능과 추출수소의 생산 기능이 융합된 항만 터미널이다. 해수부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 이러한 수소항만 구축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액화수소 플랜트・저장 및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2단계는 해외 수소(액화・액상화합물)를 수입해 저장・공급하는 항만 터미널이다. 이와 관련한 수소 이송 선박, 항만 내 적하역(화물역), 수소화 및 탈수소화 등의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수요, 해운 등을 고려해 권역별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단계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받아 수전해 수소를 생산・저장・공급하는 항만 터미널로,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인근 항만이 최적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수소생산 시스템, 생산효율 향상 등의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 평택항 전경.(사진=경기평택항만공사)

우선 해수부는 평택・당진항을 수소항만 선도모델로 개발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26일 ‘평택항 탄소중립항만 비전 선포 행사’에서 평택지방해양수산청, 경기도, 평택시, 한국가스공사, 경기평택항만공사, 현대차, 한국조선해양 등 10개 기관은 평택·당진항을 2040년까지 수소 기반 탄소중립 항만으로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평택·당진항은 부산・광양・울산・인천항에 이어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양의 화물(2020년 기준 총 1억684만5,000톤)을 처리하고 있는 등 국내 주요 수출입 거점항만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평택·당진항은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평택 LNG 인수기지’와 연계해 블루수소를 생산한 후 이를 배후도시, 산업단지, 물류 모빌리티를 통해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어 수소의 생산부터 이송, 소비에 이르는 수소에너지 생태계 조성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됐다. 

수소항만 선도모델 ‘평택항’

평택항 탄소중립항만은 평택시가 추진하는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는 수소특화단지, 수소도시, 수소항만이 융합되어 수소의 생산과 활용이 평택항 일대에서 이루어지고 연관 산업이 집적화되는 복합지구이다.  

올해부터 2040년까지 20년간 평택시 원정지구, 현덕・만호지구, 포승지구, 평택항, 현덕지구를 연계해 수소복합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과 GS칼텍스 등 민간기업들이 향후 5년간 1조2,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평택 원정지구에 조성되는 수소특화단지에서는 수소생산 및 액화, 연료전지발전(20MW), 탄소 포집・활용, 수소 관련 장비제조사업 등을 추진하게 된다. 

▲ 한국가스공사 LNG 인수기지 전경.

특히 한국가스공사의 ‘평택 LNG 인수기지’와 연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블루수소(연간 1만3,000톤)를 생산해 평택항 인근 지역의 수소 모빌리티와 연료전지에 공급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주변 스마트팜, 반도체기업, 드라이아이스 등으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현재 평택 LNG 인수기지 옆 포승읍 원정산업용지에 하루 7톤 규모의 수소생산기지 구축이 진행 중으로, 오는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추가로 2024년까지 하루 30톤 규모의 수소생산기지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평택항 배후도시(현덕・만호지구)는 수소특화단지에서 생산한 수소를 배관(30km 구축)으로 공급받아 교통, 산업, 상업, 주거에 이르기까지 수소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수소 도시로 조성된다.  

평택항 배후단지와 관광단지에는 수소항만을 조성한다. 대용량 충전소와 수소차 정비소가 있는 수소교통복합기지를 기반으로 항만 내 물류트럭, 야드트랙터, 하역장비, 화물기차, 선박 등에 대한 수소전환 실증 및 보급사업, 선박 전용 수소충전소와 수소 기반 육상전원공급장치 보급사업, 해외 그린수소 도입사업 등을 추진하게 된다. 

올해 말까지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조성을 위한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항만 활용 수소 프로젝트 봇물

해수부가 도출한 수소항만 모델 중 1단계(LNG 공급망과 연계한 추출수소 생산・공급)에 해당하는 수소항만은 전국에 LNG 기지를 다수 보유한 한국가스공사와 SK, 한양 등 LNG 터미널을 보유한 민간기업들에 의해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인천, 평택, 삼척, 통영, 제주에 LNG 인수기지를 운영 중이고, 추가로 당진에도 LNG 인수기지 건설을 추진 중인 한국가스공사는 LNG 인수기지 기반 수소생산 인프라를 구축해 2030년에 연간 83만5,000톤의 그레이・블루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 한국가스공사의 LNG 벙커링 실증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가스공사는 LNG 벙커링은 물론 연료전지, 냉열, 트레이딩사업을 포괄하는 ‘부산항 신항 복합 LNG 허브 터미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해수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제4차 전국 항만기본계획(2021~2030년)’에 반영된 부산항 신항 계획 평면도에 LNG 허브 터미널 위치도가 명시됐다. 

특히 가스공사는 2025년부터 국내 최초로 호주,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그린수소를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2025년 10만 톤을 시작으로 2030년 20만 톤, 2040년엔 121만 톤의 해외생산 그린수소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민간기업 중 SK그룹이 수소항만 조성에 가장 적극적이다.  

SK는 지난 9월 14일 해수부와 ‘탄소중립·친환경 수소항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SK의 항만 수소복합 스테이션 예상 조감도.

▲ SK의 항만 친환경 블루수소 생산기지 예상 조감도.

SK는 그룹의 수소사업 주력 계열사인 SK E&S를 통해 전국 주요항만에 항만 수소복합 스테이션과 항만 친환경 블루수소 생산기지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선도사업으로 여수광양항에 항만형 수소복합 스테이션을 2023년까지 구축한다는 사업계획을 여수광양항만공사에 공식 제안했다. 수소 야드트랙터 등 항만 장비의 수소연료 단계적 전환 등 항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증사업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SK는 앞으로 부산항, 인천항, 울산항 등 주요항만의 특성에 맞는 수소복합 스테이션 모델을 개발해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 항만 내에 연 20~30만 톤 규모의 친환경 블루수소 생산기지 구축도 추진한다. 생산된 수소 중 일부는 액화수소로 가공해 항만과 인근 수요처에 공급하고,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도 활용해 전력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 보령 LNG 터미널.(사진=SK E&S)

이미 SK와 중부발전은 SK E&S와 GS에너지가 공동으로 투자해 건설한 보령 LNG 터미널 인근 지역에 2025년까지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연간 25만 톤)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가스는 울산 항만에 LNG 터미널, 수소추출설비, 연료전지 발전소, 액화수소 플랜트 등이 들어서는 14만㎡ 규모의 수소복합단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7월 LNG 터미널을 착공했다. 

울산항만공사는 지난 8월 26일 한국동서발전, 롯데정밀화학, SK가스,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울산항에 그린수소 물류 허브를 육성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기업들은 해외 암모니아 구매 및 운송, 유통, 수요처 등 구체적 협력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울산항만공사는 울산항 내 터미널 구축을 위한 부지와 항만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항만기본계획상 매립을 통해 액체화물 취급부두로 조성될 예정인 울산 북신항 2, 3번 선석을 수소 전용 시설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저장시설인 수소 탱크터미널은 업체 간 합작법인을 구성해 건설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 울산항 전경.(사진=울산항만공사)

울산항을 통해 도입될 수소는 암모니아 상태로 도입해 직접 활용하거나 수소로 분해·추출해 활용하는 방식을 병행할 예정이다.

한양은 전라남도 여수시 묘도에 ‘동북아 LNG 허브(Hub) 터미널’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미 1·2호기 LNG 저장탱크를 건설 중이며,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3·4호기 LNG 저장탱크(20만㎘)에 대한 공사계획을 승인받았다.

한양은 이 터미널을 구축한 후 국내 발전용, 산업용 수요처에 LNG를 공급하는 한편 LNG 벙커링, 트레이딩, 수소산업, 냉열 이용 창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LNG 터미널을 활용한 수소 단지 구축도 계획 중이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블루수소를 50만 톤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가스전에서 블루수소를 생산해 이를 암모니아로 합성해 국내로 도입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가 운영 중인 광양LNG터미널 부지에 블루암모니아 인수기지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에너지는 광양 LNG 터미널을 활용해 복합수소단지 건설과 수소 혼소 발전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지난 10월 7일 인천에서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수소사용량을 현재 22만 톤 수준에서 2030년 390만 톤, 2050년 2,700만 톤까지 확대하고, 청정수소 비율을 2030년 50%, 2050년 100%로 높여갈 계획임을 밝혔다. 

수소항만을 조성해 원활한 해외 수소 도입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해외 청정수소 개발부터 운송·저장, 활용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별 관련 기업들이 연합해 청정수소를 도입하는 ‘청정수소 밸류체인 5개 프로젝트(H2 STAR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당진・태안, 영흥・인천, 삼척, 동해, 보령 등의 7개 지역 항만이 청청수소 도입 거점이다. 

이렇듯 국내 항만에 수소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수소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항만의 재탄생이 기대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전국 주요항만을 대상으로 수소에너지 생태계 조성 가능성을 검토하고, 2040년에는 국내 수소 총 소비량의 60% 이상이 수소항만을 통해 공급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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