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수소공급의 전주기 과정과 주요 수입국, 수출국을 나타낸 도식도.(그림=UNIST)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우리나라의 수소사회 조기 진입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가 나왔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임한권 교수팀은 고등과학기술원(원장 김진균)과 함께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모델의 경제성과 환경타당성을 동시에 평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생산과 저장, 운반 등 전 과정의 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수소 해외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책 수립 지표로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소 수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 공업국이 수소사회로 조기 진입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들 국가는 당장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나 신재생에너지, 대규모 인프라 같은 자원은 부족한 반면 에너지 수요는 많아 수소 자급자족이 어렵다. 

제1저자인 김아연(에너지화학공학과 석박통합과정) 연구원은 “비슷한 처지인 일본이나 유럽 일부 국가들은 이미 호주 같은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모델을 실증 연구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해외 공급망을 구체화하는 연구가 시급하다”고 연구 계기를 밝혔다.

임한권 교수팀은 인도네시아산 블루수소를 액상 저장체(암모니아 등)로 변환해 해상 운송하는 모형으로 수소 수입 모델을 구체화했다. 

사례 분석 결과 수소 1kg를 공급할 때 생산단가는 약 3.45~3.72달러에서 형성됐다. 수소생산 방식과 운송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는 2030년 수소경제 로드맵에 제시된 1kg당 4천 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9.64~18.4kg 수준이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해상 수송선박의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거나, 수소 액상변환에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하는 방식 등으로 감축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석탄가스화 방식의 수소 생산단가(3.72달러)가 조금 비싼 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가장 적었다는 점이다. 천연가스 개질(3.45달러)이 경제적인 이점은 있으나, 수소생산 과정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고 이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특히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블루수소를 한국으로 수입하는 사례 연구를 통한 분석 그래프. 수소생산 비용은 4번(천연가스 습식개질 생산‧액체유기수소운반체로 운송), 6번(천연가스 습식개질 생산‧암모니아 형태로 운송) 사례가 3.45달러로 가장 낮지만, 암모니아 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UNIST)

공동 제1저자인 이현준 연구원(에너지화학공학과 석박통합과정)은 “시뮬레이션 결과, 수소를 수입할 경우 정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제안된 2030년의 목표(1kg당 4천 원) 달성은 가능하나, 2040년 목표(1kg당 3천 원) 달성을 위해서는 수소 생산이나 운반, 저장 부문에서 비용 감소를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수소의 생산부터 공급을 총 5단계로 나눠 진행했다. 습식메탄개질과 석탄가스화 방식으로 생산(i)한 수소를 액화하거나, 암모니아 또는 액상유기체(LOHC)로 변환(ii)해 해상으로 운송(iii)한다. 

수입국으로 운송된 액상 저장체는 다시 수소로 변환(iv)되며, 특수 수송차량(트레일러)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주요 소비처로 공급(v)된다. 특히 사례 연구뿐만 아니라 각 단계별 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 분석해 최적의 공급 루트를 찾는 연구도 함께 수행했다. 

임한권 교수는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수소를 수입하는 모델의 경제성과 환경타당성을 전주기적으로 평가한 최초의 연구”라며 “향후 다양한 해외 수소공급 모델 평가 연구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20일 ‘저널 오브 클리너 프로덕션(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에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NRF)의 수소에너지혁신기술개발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