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가스안전공사 수소안전기술원 수소안전점검부의 이진우 과장(왼쪽)과 박종희 차장.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충북 괴산에 있는 개미수소충전소를 찾는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수소안전기술원 수소안전점검부의 두 직원이 상설점검에 나선 길이다. 박종희 차장이 검지기를 들고 저장탱크와 연결된 밸브의 수소누출 여부를 검사한다. 이진우 과장은 열화상측정기를 들고 광신기계공업의 다이어프램 압축기를 살핀다.

“수소 화염은 불이 나도 육안으로 확인이 안 돼요. 그래서 이렇게 열화상측정기로 봐야 불꽃을 볼 수 있죠. 레이저포인터로 초점을 잡아서 한 손으로 편하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 박종희 차장이 검지기를 들고 수소누출 여부를 검사 중이다.

▲ 이진우 과장이 열화상측정기로 압축기를 살펴보는 중이다.

이진우 과장이 이번에는 검지기를 들고 압축기의 밸브와 피팅 부위를 점검한다. 피피엠(ppm) 단위로 극소량의 수소누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지기로 방폭 설계가 적용돼 있다. 

“이곳 괴산충전소처럼 준공 후 1년이 안 된 곳은 일주일에 두 번씩 점검을 다녀요. 준공 후 1년이 넘은 곳은 2주에 한 번씩 다니죠. 일주일에 이삼 일은 현장점검을 다니고 있어요. 어떤 분은 5일 내내 현장을 돌기도 하죠. 수소충전소가 전국에 흩어져 있으니까요.”

상설점검으로 수소안전 확보 나서

괴산군 개미수소충전소는 가스안전공사 음성 본사에서 가까운 편이다. 차로 40분 거리에 있다. 수소충전소 상설점검은 올해 처음 도입됐다. 연구용이나 휴지시설을 뺀, 전국에 있는 상업용 수소충전소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하루에 40대 이상 충전을 하는 곳은 준공 시기와 무관하게 주 1회 점검을 나간다. 

개미수소충전소의 안전관리 책임자인 김영일 소장은 만족감이 높다고 말한다. 자체적으로 매일 안전점검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외부 전문가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점검을 해주면 안심이 된다. 

▲ 개미수소충전소의 안전관리 책임자인 김영일 소장은 상설점검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말한다.

“점검장비를 무상으로 대여 받아서 자체 점검에 쓰고 있죠. 일주일에 두 번씩 이렇게 얼굴을 보면 든든합니다. 안전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궁금한 점을 묻거나 가스안전공사에 이런저런 제안을 할 수 있어서 여러 모로 도움이 되죠.”

상설점검은 수소안전기술원의 수소안전점검부와 가스안전공사 지역본부 직원들이 함께 대응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상설점검 외에도 ‘고성능 점검장비 무상 대여사업’을 하고 있다. 신청만 하면 수소충전소 안전점검에 꼭 필요한 수소누출검지기, 접지저항측정기, 열화상측정기, 표준가스분사장치 등 4종의 장비를 무상으로 빌릴 수 있다. 

무상임대 기간은 최대 4년이다. 운영비 부담에 적자를 보고 있는 수소충전 사업자가 안전관리 비용까지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고 안전을 소홀히 할 순 없다. 가스안전공사는 작년 하반기에 수요 조사를 거쳐 4종의 장비 선정을 마치고 예산을 확보했다. 

“작년 12월에 예산을 확보해서 180세트 구매를 완료했죠. 4종 장비 한 세트 가격이 800만 원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돈이죠.”

수소안전기술원 수소안전점검부 양병조 차장의 말이다. 장비 파손이나 분실에 대한 동산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고, 무상 AS 기간도 3년으로 넉넉해 현장에서 쓰기에 무리가 없다.

“수소는 LPG나 도시가스처럼 부취제 혼입이 어려워요. 냄새로 가스누출을 감지할 수 없다는 뜻이죠. 수소는 확산속도가 워낙 빨라 여기에 맞는 부취물질이 없어요. 그래서 수소누출검지기로 해당 부위를 일일이 검사해야 하죠.”

수소는 분자가 아주 작아 누출이 되기 쉽고, 최소 점화에너지가 매우 적어 정전기나 작은 불티에도 쉽게 불이 붙는다. 하지만 불꽃이 눈에 보이지 않아 잘못하면 큰 화상을 입게 된다. 열화상측정기가 꼭 필요한 이유다. 

접지저항측정기는 충전소 설비에서 발생한 정전기가 점화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정전기 제거설비가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장비다. 3개의 리드선을 포트에 연결해 저항을 측정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표준가스분사장치는 긴 막대 모양의 분사기에 수소 표준가스를 연결해 사용한다. 가스경보기의 검출부에 낮은 농도의 수소기체를 분사해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가스경보기는 대게 높은 천장에 달려 있어 사다리가 꼭 필요하다. 자주 쓰지는 않지만 현장점검에 꼭 필요한 장비라 할 수 있다. 

“매주 공사 직원들이 상설점검을 다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현장의 자율점검이 가장 중요하죠. 장비만 나눠드리고 끝내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자주 쓰도록 독려하고 사용법도 알려드리고 있죠.”

▲ 충북 음성에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본사.


실시간 안전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8월 말에 ‘수소충전소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본사 1층에 새로 구축했다는 모니터링 상황실을 둘러본다. 가로로 긴 스크린 화면이 맨 먼저 눈에 든다. 바로 뒤에 붙어 있는 지휘통제실에서도 이 화면을 볼 수 있다. 위급상황 발생 시 지휘통제실에 모여 대응책을 논의하게 된다.

수소충전소 안전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사업은 산업부가 세운 ‘수소안전관리 종합대책’ 중 충전소 안전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7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각 충전소에 설치한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충전소 안전장치와 핵심설비의 작동 상태를 이곳 상황실로 실시간 전송하게 되죠. 안전장치 작동 같은 이상신호가 발생하면 상황실 화면에도 바로 위험신호가 뜹니다. 동시에 충전소 안전관리자와 가스안전공사 근무자에게 비상문자가 발송되죠.”

수소안전점검부 양병조 차장의 말이다. 그는 “사업자가 실시하는 자체점검, 가스안전공사가 현장에서 진행하는 상설점검, 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점검, 이렇게 삼중의 안전점검 체계를 갖췄다”고 강조한다. 

▲ 양병조 차장은 삼중의 안전점검 체계를 갖췄다고 말한다.

수소충전소에는 가스감지기, 불꽃감지기, 긴급차단장치(ESD)가 설치돼 있다. 또 압축기, 고압용기, 디스펜서(충전기) 같은 핵심설비의 작동 여부를 볼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정보들을 VPN 서버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수소뿐 아니라 LPG나 CNG 충전소도 이런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죠. 운영사나 설비 제작사에서 예민하게 보는 부분, 즉 영업이나 운영 정보 데이터는 빼고, 경고·위험 신호에 대한 정보만 받게 돼 있어요. 디스펜서의 충전 횟수처럼 충전소 이용자들이 중요하게 보는 정보는 받습니다. 충전 횟수를 보면 차량 대기상태를 알 수 있죠.”

경고는 주황색, 위험은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위험신호가 잡히면 해당 지역의 지도가 크게 뜨면서 화면이 전환된다. 위험신호는 가스감지기 등 안전장치가 작동하거나 주요 설비의 온도나 압력, 유량이 정상범위를 크게 벗어난 상황을 이른다. 

때마침 위험신호가 뜬다. 서울에 있는 한 충전소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신호발생 현황, 이상신호 상세정보, 충전소 시설정보가 오른쪽 화면에 보인다. 압축기 아이콘 아래 ‘1단 압력’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이상신호 발생 시 해당 아이콘과 문구가 빨간색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이상 부위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 가스안전공사 본사 1층에 구축된 ‘수소충전소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 위험신호가 뜨면 해당 지역의 지도가 크게 확대되어 표시된다.

“현장 관리자에게 문자가 자동으로 발송되고, 이곳 상황실에서도 관련 상황을 체크하게 되죠. 압축기 같은 경우 순간적으로 고압이 걸리거나 고온에 도달할 때가 많아요. 통상 5분 정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압축기 압력 문제는 바로 해결이 됐는지 전국지도 현황판으로 화면이 다시 바뀐다. LPG, CNG 충전소와 함께 운영하는 복합 수소충전소의 경우 안전관리자가 충전을 위해 자리를 비울 수 있다. 이중 모니터링을 통한 교차 확인으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전체 94, 운영 57, 미운영 37’이라는 숫자를 보니, 모든 충전소에서 정보를 받는 건 아닌 모양이다. 8월 말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정보를 받는 수소충전소 숫자를 하나둘 늘려가는 단계라고 한다. 

“충전소별로 아이디(ID)를 하나씩 부여해서 관리자 프로그램에서 이상신호 발생 통계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게 해놨어요.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설비가 뭔지 한눈에 알 수 있죠. 충전소별로 안전관리 방향을 잡고 설비개선 계획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이는 곧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각 설비별, 시공사별, 제조사별, 운영기관별 이상신호 발생 통계를 취합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점은 아주 중요하다. 특정 회사의 압축기나 고압탱크, 충전기에 비슷한 문제가 자주 발생할 경우 제조사나 운영사, 시공사 등과 합동점검을 실시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점을 요구할 수 있다.  

▲ 이진우 과장이 안전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현장과의 교감이 중요

가스감지기, 불꽃감지기, 긴급차단장치 같은 안전장치는 경고신호 없이 바로 위험신호가 뜬다. 그 자체로 위험한 상황이란 뜻이다. 압축기, 압력용기, 충전기 같은 주요 설비의 경우 경고신호·위험신호 두 가지로 구분된다. 압축기는 압력과 온도, 압력용기는 압력, 충전기는 압력·온도·유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위험신호로 이상상황 발생 시 대응 체계도 마련했다. 이상상황이 지속되거나 사고가 날 경우 사고조사팀의 현장출동 조치가 내려진다. 이때 지원요청이 있으면 수소안전기술원에서 기술지원에 나선다. 

개미수소충전소를 돌며 현장점검을 마친 이진우 과장과 대화를 이어간다. 그는 수소충전소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의 실무를 담당했다. 가장 중요한 건 현장이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상설점검과 자율점검을 시스템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 이진우 과장이 다이어프램 압축기의 수소누출 여부를 검사 중이다.

▲ 밸브 구멍에 검지기 막대를 일일이 대며 꼼꼼하게 검사한다.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안전관리자의 협조가 정말 중요해요. 이상신호 발생 시 조치를 완료한 후에 결과를 등록하는 것도 그분들의 일이죠. 모니터링 시스템 안에 충전소별로 관리자가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난도 따로 만들었어요. 수소 판매가격이나 충전소 운영시간, 요금 결제방법 같은 걸 직접 올릴 수 있죠.”

가스안전공사는 충전소별 위치와 운영 여부, 요일·시간대별 충전 현황을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다만 넥쏘 차주들이 애용하는 하이케어(H2care) 같은 앱 형태가 아닌 모바일 홈페이지 버전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수소안전전담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10월 안에는 공개가 될 겁니다. 수소충전소 이용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충전 현황이나 차량 대기시간을 실시간으로 가장 정확하게 제공하게 되죠. 공사가 공공기관이다 보니 보안 문제로 앱을 만들어 배포하는 데 제약이 있어요. 홈페이지 모바일 버전도 핸드폰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핸드폰 홈 화면에 바로가기 아이콘을 따로 만들어두면 앱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편 가스안전공사는 수소법에 따른 수소안전전담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1월 기존에 운영하던 ‘수소안전센터’를 확대 개편해 ‘수소안전기술원’을 신설한 바 있다. 수소안전기술원은 5부 1팀으로 총 4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수소안전정책부, 수소용품시험부, 수소검사진단부, 수소안전점검부, 수소연구관리부로 나뉜다. 이 중 수소안전점검부에서 상설점검, 안전모니터링 시스템 관리, 점검장비 임대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축적된 관련 정보는 향후 제도 개선이나 설비 개선, 시공 개선, 충전소 운영 개선 등 충전소 안전관리에 요긴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또 수소충전소 안전관리자 교육이나 대국민 홍보에 중요한 통계자료로 쓰이게 된다. 

지난 2019년 5월에 일어난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를 애써 떠올려본다. 코로나19 백신처럼 몸 안에 ‘수소안전’이라는 항체를 만들어두고 크고 작은 사고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소안전기술원의 시작도 그 기원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2년 전의 그 아픈 기억과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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