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6 (수)

HOT ISSUE

수소연료전지 vs 수소엔진, 시장의 향방은?

도요타, 2023년 코롤라 수소엔진 차량 출시 목표
커민스, 디젤엔진 기반 중대형 수소엔진 개발 중
차량 엔진부터 발전기까지 ‘수소엔진 개발’ 활발
효율, 내구성 등 수소연료전지와 경쟁 가능

URL COPY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수소엔진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수소엔진은 수소연료전지와는 무관하다. 수소를 연료로 구동되는 내연기관 엔진을 말한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도요타다. 도요타는 지난 5월 시즈오카현 후지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참가했다. 여기에는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 카레이서이기도 한 그는 이번에도 ‘모리조’라는 가명으로 5명의 드라이버와 함께 레이싱에 참가했다. 


이 차량은 1.6리터 3기통 터보 수소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소형 스포츠카로 뛰어난 성능을 보유한 코롤라 GR(GR 야리스)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덴소(Denso)의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혁신적인 인젝터 기술을 적용했다. 




이 차량에는 당연히 연료전지가 없다. 가솔린엔진의 연료 공급과 분사 계통을 변경한 새로운 수소엔진이 들어갔다. 수소는 연소효율이 높다. 휘발유보다 7배나 빨리 연소되어 엔진 부품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기술적인 개량이 필요하다. 그 핵심인 연료분사 기술을 덴소에서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수소엔진 차량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속도를 즐기는 드라이버의 감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환경에도 큰 해가 없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극미량의 오일 연소분을 빼고는 주행 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배기음의 감성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스포츠 레이싱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 웅장한 배기음에 열광하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포르쉐나 맥라렌 같은 자동차 회사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한 그린수소에 이산화탄소나 질소 등을 합성한 탄소중립 연료인 e퓨얼(electro fuel) 생산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e퓨얼은 일반 연료처럼 차량에 사용할 수 있다. 

 

도요타의 수소엔진, 마쓰다의 로터리엔진

잠시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수소엔진을 장착한 코롤라 GR은 5월 22일 경기에 출전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키오 사장이 소유하고 있는 ‘ORC 루키 레이싱’ 참가 자격으로 3차전인 NAPAC 후지 TEC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했다. 




경기 당일 비가 쏟아졌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찬 에어필터를 새로 갈아야 했다. 또 야밤에 전기 문제를 바로잡느라 피트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쨌든 차는 달렸고, 평균 시속 67.963km로 총 358바퀴를 도는 데 성공했다. 


차량 뒷좌석은 연료탱크 4개로 꽉 차 있었다. 튜브트레일러와 연결된 이동식 수소충전소에서 때마다 수소를 충전하며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처음에 우리는 휘발유와 수소를 5대 5로 쓰는 이중연료 접근 방식을 시도했어요. 2016년에 제가 직접 차를 몰기도 했죠. 하지만 100% 수소 연료로 달리자 엔진이 5분도 안 돼 고장이 나고 말았어요. 그때를 떠올리면 24시간 경주에 도전하는 일은 우리에게 꿈을 넘어서는 일과도 같죠.”


아키오 사장이 이번 경기를 앞두고 한 말이다. 5년 전과 비교해 기술은 진일보했다. 연료의 효율을 따지기에 앞서 도요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358바퀴를 완주한 것만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도요타는 최근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2023년에는 수소로 구동하는 프리우스와 코롤라 모델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대표하는 프리우스의 경우 휘발유가 아닌 수소로 구동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을 새롭게 추가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코롤라 GR의 상용화도 추진한다. 


올해 미라이 2세대를 출시한 도요타가 수소엔진 개발에 공을 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자동차가 배터리 전기차로 바뀌면 일본에서만 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아키오 사장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수소엔진은 기존 엔진과 플랫폼을 공유할 수 있다. 고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제주만 해도 전기차가 늘면서 차량정비 수요가 크게 줄었다. 친환경 차량은 내연기관 차량보다 내부 구조가 단순해 정비소를 찾을 일이 훨씬 적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마쓰다의 로터리엔진(방켈엔진)도 짚고 넘어가겠다. 마쓰다가 2013년에 단종한 스포츠카인 RX-8에 르네시스(Renesis)란 이름으로 장착돼 화제가 된 엔진이다. 방켈엔진은 실린더 내 피스톤의 왕복운동으로 바퀴 축을 돌리는 일반 엔진과 달리, 삼각형의 로터가 연소실에서 회전하며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행정을 완성한다. 


마쓰다의 방켈엔진은 작은 배기량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다. 이론적으로 같은 배기량의 4행정 가솔린엔진에 비해 두 배가량 출력이 높다. 다만, 방켈엔진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기밀유지가 어렵고 윤활이 까다로워 내구성에 큰 약점이 있다.


마쓰다는 이미 2008년에 RX8 하이드로젠 RE 콘셉트카를 선보인 적이 있다. 트윈로터 방켈엔진을 장착한 수소 연료 차량으로 약 107마력의 출력을 냈다. 휘발유를 쓰는 동일한 로터리엔진에 비해 출력은 절반에 그쳤다. 그 후 이 프로젝트는 서랍으로 향했다. 


당시만 해도 수소가 널리 유통되기 전으로 지금과는 사정이 달랐다. 그런 마쓰다가 최근 수소 연료를 적용한 로터리엔진 기술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피스톤엔진의 경우 열이 피스톤과 엔진 헤드 언저리에 몰리게 되고, 폭발성이 높은 수소의 경우 조기 폭발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로터리엔진은 이런 문제가 없다. 또 피스톤엔진보다 부피가 아주 작다. 이 엔진을 전기차 배터리 충전에 활용할 경우 배터리 크기를 줄이면서 주행거리를 늘리는 ‘레인지 익스텐더’로 사용할 수 있다. 연료전지 대용인 셈이다.

 

BMW와 커민스의 선택

BMW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에 X5를 기반으로 한 수소전기차를 선보였다. ‘iX5 하이드로젠’의 외관은 X5와 판박이라 할 수 있다. 




이 차량은 현대차의 넥쏘처럼 연료전지를 적용한 수소전기차다. 수소 연료로 전기를 생성하는 연료전지는 최대 125kW의 출력을 낸다. 또 전기모터는 BMW의 5세대 e드라이브 기술을 품고 있다. 


BMW는 도요타와 기술제휴로 개발한 연료전지를 iX5 하이드로젠에 적용했다. 독일이 연료전지 기술은 조금 뒤처졌을지 몰라도, 수소충전 기술이나 인프라만큼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차량은 타입4 수소탱크 2개를 T자 모양으로 장착하고 있다. 700bar로 총 12kg의 수소를 3~4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BMW도 과거에 수소엔진 차량을 개발한 적이 있다. 시간을 2008년 5월로 되돌려보자. BMW 하이드로젠 7의 한국 시승행사가 올림픽공원에서 열렸고, 유명인들이 행사에 참여해 큰 화제가 됐다. BMW 관계자가 배기구에 유리컵을 대고 물을 받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BMW 7 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든 이 차량의 엔진은 액체수소와 휘발유로 작동했다.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BMW 기술진이 1980년대 초반부터 갈고닦은 수소 기술을 꾹꾹 눌러 담은 역작이었다. 


하이드로젠 7은 기존 BMW 차량의 역동성과 민첩한 주행성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230km로 버튼을 눌러 연료를 전환했다. 액체수소와 휘발유를 사용하는 듀얼모드 엔진을 장착해 액체수소 7.8kg으로 200km, 가솔린 74리터로 500km를 주행할 수 있었다.


상업용으로 팔릴 차는 아니었다. 그 시절에 액체수소충전소라니 가당치 않다. 100대만 만들어 유명 인사들에게 리스 형태로 빌려주고 사진을 주로 찍었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도 이 차를 시승했다.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기 4년 전의 일이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났다. BMW는 수소엔진 차량보다는 수소전기차 쪽에 방점을 두고 사업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에 반해 도요타는 트럭을 포함한 수소전기차와 함께 수소엔진 차량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그동안 전기차에 소극적이라는 평을 들었던 도요타가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개발과 생산에 2030년까지 1조5,000억 엔(약 1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함께 공개한 걸 보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서 다시 수소엔진으로 돌아가보자. 상용차 파워트레인과 발전기 분야 전문업체인 커민스(Cummins)도 최근 디젤엔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6.7리터, 15리터의 수소엔진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했다. 


6.7리터 수소엔진은 중형 트럭, 버스, 굴착기 같은 건설기계 쪽에 쓰임이 있고, 새로운 15리터 플랫폼은 장거리용 대형트럭에 수소 연소 기능을 더하는 잠재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커민스는 상용차용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해왔고, 지난 7월에는 에어프로덕츠에 약 2,000대에 이르는 수소전기트럭을 공급하는 협약을 맺었다. 도요타, 현대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다.


CMB.Tech도 눈여겨볼 만하다. 벨기에 앤트워프에 본사를 둔 해운사인 CMB의 클린테크 사업부로 디젤 기반의 이중연료 엔진 개발에 특화돼 있다. 지난 2017년 11월에 최초의 디젤·수소 동력 소형 여객선인 하이드로빌(Hydroville)을 출시한 바 있다. 또 이 기술을 발전시켜 올해 6월에는 경유와 수소로 구동되는 르누아르(Lenoir)란 이름의 이중연료 수소트럭을 공개했다. 

 

선박엔진, 발전기 시장에 부는 수소 바람

현대중공업은 킨텍스에서 열린 수소모빌리티+쇼에 수소나 암모니아의 혼소가 가능한 이중연료 기반 선박엔진을 전시했다. 실물보다 작게 축소한 모형으로, 세계 1위의 점유율(25%)을 확보하고 있는 중형엔진 브랜드인 힘센(HiMSEN)의 이름을 달고 개발 중인 제품이다. 




수소나 암모니아의 혼소가 가능한 선박엔진 개발은 세계적인 추세다. 핀란드의 선박엔진 제조사인 바르질라(Wärtsilä) 또한 수소와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이중연료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바르질라가 지난 7월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일반적인 해양 부하 범위에서 암모니아가 70%일 때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했다”며 “순수수소로 작동하는 다른 엔진의 평가에서도 테스트 결과가 고무적이었다”고 밝혔다.


바르질라의 선박엔진은 현재 천연가스, 바이오가스, 합성 메탄 또는 최대 25%의 수소를 섞은 혼합 연료로 작동할 수 있다. 바르질라는 올해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100% 암모니아 연소 엔진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순수수소로 작동하는 엔진과 수소플랜트의 공급은 202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전기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건설장비와 광산장비, 디젤·천연가스 엔진, 산업용 가스터빈 등을 제조하는 캐터필라(Caterpillar)도 올해 4분기에는 그린수소를 포함해 100% 수소로 작동하는 Cat 발전기 세트를 주문 설계 방식으로 제작할 방침이다. G3516H 가스발전기 모델로 내년 후반에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 첫 선을 보인다. 




또 올해 말에는 천연가스에 최대 25%의 수소 혼소가 가능한 400kW~4.5MW용 발전기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또한 내년 4분기에 맞춰 시장에 공급하며, 기존 제품을 수소 혼소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하는 ‘개조 키트’도 새롭게 선보인다. 


캐터필라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회사인 셰브론 USA와 손을 잡고 자회사인 프로그레스 레일(Progress Rail)을 통해 수소기관차 실증에도 나선다. 기존의 엔진을 개조한 수소엔진에 셰브론이 수소를 공급하게 된다. 

지난 2015년에 터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이후로 수소에너지에 주목하는 자동차 업체들이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배터리 전기차의 경우 소형이나 픽업트럭에 집중돼 있고, 상용차에는 여전히 수소가 대안으로 여겨진다. 


수소 모빌리티의 측면에서 보면 연료전지뿐 아니라 수소엔진도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수소엔진은 휘발유나 디젤 등 기존 엔진의 부품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연료전지와 같은 환경의 이점뿐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한 점은 큰 강점이다. 또 수소연료전지에는 99.97% 이상 고순도 수소가 필요하지만, 수소엔진은 저순도 수소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엔진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 수소전기차 가격은 크게 떨어질 테고, 수소엔진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더라도 연비나 승차감 등에서 밀리면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아직은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선택과 집중의 순간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업들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서기 마련이다. 수소경제는 긴 여정이다. 마라톤 코스로 치면 반환점으로 난 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엔진이 선두권의 경쟁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페이스를 유지하다 때가 되면 한쪽이 치고 나가는 순간이 올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