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수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교수.
▲ 최재혁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교수.

[월간수소경제 김종수, 최재혁 객원기자] 전 세계적인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육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해상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한 그린수소를 생산함으로써 지역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동시에 안전성 확보, 이동성, 효율성, 활용성 등의 강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 부유식수소생산해양플랜트 개발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 해상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부유식수소생산해양플랜트의 연구개발・실증 사업이 착수됐다. 이번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의 김종수 교수와 최재혁 교수가 공동으로 작성한 ‘해상 재생에너지 활용 부유식수소생산해양플랜트’에 대한 기고문을 게재한다.  

해양 기반 수소생산기지 필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시점에서는 광구(Oil & Gas Well)를 가진 나라들이나 엑슨모빌(ExxonMobil), 토탈(Total), 셰브론(Chevron) 등 광구의 채굴권을 가진 오일 메이저 회사들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이끌어왔지만 탈탄소 시대로 접어드는 현재는 그린에너지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주도할 수 있는 국가와 기업들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그린에너지 관련 요소기술과 시스템, 안전관리 기술의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그린에너지를 생산・수출하는 에너지 주도국으로의 발전을 이끌기 위해선 정부의 과감한 적시 적소의 투자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에너지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하며, 국가 안보・식량문제와 함께 국민의 생활에 직결되는 산업으로, 미래사회에서는 최우선으로 자체 기술력을 갖추고 자립해야 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의 질적인 면에서도 친환경성의 확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적인 2050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한 탄소 규제 등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그린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운송, 활용 및 관련 안전관리 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 미래 해양플랜트 기반 수소생산 시스템 모식도(European Power to Gas).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에너지 수요는 2015년 8EJ, 2020년 10EJ, 2030년 14EJ, 2040년 28EJ, 2050년 78EJ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정부는 지난 2019년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22년 47만 톤/년, 2040년 526만 톤/년의 수소를 각각  6,000원/kg, 3,000원/kg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는 대부분이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이다. 모두 탄소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수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일본과 같이 수소를 수입해 활용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우리 기술력으로 안전한 대량의 그린수소의 생산이 가능한 해양플랜트 기반의 수소생산기지를 확보해 에너지 자립화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 에너지와 해양을 접목한 차원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해상풍력, 태양광 등과 같은 해상 재생에너지의 전력을 활용해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을 담당할 수 있는 그린 해상에너지 플랫폼 개념의 부유식수소생산플랜트(HFPSO; Hydrogen Floating Process Storage and Offloading)’ 개발・운용이 절실하다.  

2030년까지 GW급 HFPSO 개발 

최근 한국해양대학교와 한국선급의 주도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조선해양플랜트기자재연구원, 조선·해양·수소 관련 업체들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생에너지(해상풍력)를 활용한 부유식수소생산해양플랜트(HFPSO)의 연구개발・실증 사업이 착수됐다. 

이번 사업은 국내 기술력으로 부유식수소해양생산플랜트 관련 기술과 시장을 선점해 한국도 화석연료 시대를 주도해온 오일 메이저와 같이 탄소중립 시대의 그린에너지 주도국으로 올라서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존의 Oil & LNG FPSO의 운영은 오일 광구(Oil Well)가 있어야 가능한 사업이었지만 부유식수소생산해양플랜트는 해양 기반의 재생에너지와 물만 있으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광구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 최적의 에너지 사업이다. 

▲ HFPSO 구성 요소기술 모형.

한국해양대학교와 한국선급의 컨소시엄은 오는 2022년부터 1MW급 파일롯급을 시작으로 2030년에 GW급의 부유식수소생산해양플랜트를 개발해 실증할 계획이다. 

해상풍력을 전력원으로 사용해 바닷물을 담수화한 후 수전해 혹은 알칼라인 방식 등의 기술로 그린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고, 용도에 따라 수소의 압축과 액화뿐만 아니라 암모니아, LOHC(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s, 액상 유기물 수소 저장체 기술)로 치환・저장이 가능한 효율적이고 안전한 시스템을 부유식 선박(FPSO)에 탑재해 그린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공급, 활용을 최적화하도록 운용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이다. 

또한 해양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안전기술이 적용된 밸류체인 모델(비즈니스)의 구축을 위해 문제 예방・감지, 누출 방지, 방폭, 피해경감 기술, 유독성 연료 사용에 따른 보건안전(HSE) 확보, 그린수소 전주기(생산, 저장, 운송・공급, 활용) 관련 소재·부품·기계·기술의 안전확보 등의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소형모듈원자로(Smaller Module Reactor: SMR)를 활용한 대량 부유식 수전해 수소생산 및 암모니아 치환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해양에너지의 생산, 저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이나 환경에서도 규모의 확장성, 이동성, 위치의 비제한성 등에서 활용도가 높은 스테이션 형태의 시스템으로 발전될 것이다.

HFPSO 개발 기대 효과

이처럼 해상에서 플랜트의 형태로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지역주민의 민원 해결, 안전성 확보, 이동성, 효율성, 청정성, 활용성, 경제성 등의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조선・해양플랜트 관련 건조기술과 인프라가 잘 구축된 우리나라가 에너지 관련 산업과 함께 융합기술을 접목한다면 새로운 신성장 동력원으로서 관련 기자재 업체들의 발전과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이번 사업은 국내 기술로 HFPSO의 핵심 구성요소에 대한 연구개발과 실증이 진행되므로 향후 상용화 시 해외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오히려 기술의 축적으로 인해 기술 자립과 수출을 통해 로열티를 받는 구조가 될 것이다.

현재는 LNG 운반선 한 척을 건조할 때마다 약 100억 원의 로열티를 해외의 관련 요소기술 회사에 지급하는 실정이다. 이는 관련 핵심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기술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 해외에서 개발 중인 해상풍력 연계 수소-암모니아 플랫폼 예상도.

과거 해양플랜트 산업이 활황이던 시기에 척당 수조 원에 달하는 플랜트 건조를 해외로부터 수주받았지만 정작 플랜트의 껍데기인 선체만 제작하고, 내부 구성요소인 주요 설비들은 해외의 선진 기업들로부터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수입해야 했다. 그 비용은 수주가격의 약 80%가 넘는 금액에 해당한다. 

기존에는 해외 오일 메이저 회사들이 발주한 FPSO를 제작만 하고 운영과 에너지 생산은 못하는 형태였지만 부유식수소생산해양플랜트는 제작과 운영은 물론 에너지 생산까지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어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고, 관련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를 수출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핵심 요소기술과 에너지 생산기술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한다면 과거 150년 이상 에너지 강대국에 휘둘렸던 상황이 미래에도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

HFPSO 프로젝트는 한국이 해양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첫걸음이다. 관련 기술의 국산화를 통해 그린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기술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외 수주를 통한 HFPSO의 제작・수출과 그린수소의 생산・공급뿐만 아니라 플랜트의 운영・유지보수 산업도 선점함으로써 해양에너지 산업의 전주기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HFPSO의 연구개발과 병행해 국내 전문인력 양성도 필수적인 사항이다. 해양에너지 관련 설계, 개발, 건조, 운영 인력의 양성을 위한 기술교육과 더불어 안전 전문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과 자격증 관리, 검사, 시험 등의 연관 분야도 육성하게 된다면 세계시장으로의 진출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에너지산업이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해양에너지 강국의 위상을 높이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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