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CNG 충전소와 함께 운영하는 복합 수소충전소의 경우 안전관리자가 충전을 위해 자리를 비울 수 있다. 이중 모니터링을 통한 교차 확인으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스안전공사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각 설비별, 시공사별, 제조사별, 운영기관별 이상신호 발생 통계를 취합하게 된다. 특정 회사의 압축기나 고압탱크, 충전기에 비슷한 문제가 자주 발생할 경우 합동점검에 나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점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현장을 둘러보고 나자 문득 2019년 5월에 일어난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가 떠올랐다. 사고와 사건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욕심과 자만, 부주의에 따른 ‘사고’로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설계에 꼭 반영되어 현장에 설치되어야 할 정전기 제거설비가 빠져 있었다. 출력범위 이하의 전력으로 수전해시스템이 운영되면서 버퍼탱크 내 산소 농도가 높아졌고, 여기에 내부 정전기 불꽃이 점화되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비용 문제로 산소제거기, 산소측정기 같은 안전설비 설치를 건너뛴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크게 염려가 되는 건 저가 입찰입니다. 정말로 이 시스템을 다시 들여다봐야 해요. 전통 산업의 저가 경쟁 입찰을 수소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전에 큰 구멍이 날 수 있어요. 원칙을 저버린 가격 경쟁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죠.”
액화수소용 진공단열밸브를 제작하는 수림테크 이덕재 대표의 말이다. 2023년에는 액화수소가 시장에 유통된다. 액화수소는 정점에 있는 기술이다. 설비 부품의 가격이 비싸지만 꼭 그 부품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다.
터무니없는 입찰가로 높은 점수를 받아 납품에 들어간 제품이 제 구실을 할 리 만무하다.
어떤 ‘사건’은 시스템을 핑계로 ‘사고’로 간주된다. 그 편이 책임 소지를 따지기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굳건하다. 작은 사고로는 잘 바뀌지 않는다. 이참에 그 시스템을 한번 들여다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