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초로 AI 강화학습을 적용한 ‘한국형 수소공급망 설계 플랫폼’ 개발이 진행된다.

▲ 부경대 화학공학과 유준 교수.

[월간수소경제 유준 객원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1년도 기초연구실 신규 과제로 흥미로운 연구가 추진된다. 국립부경대는 경희대, 이화여대와 공동으로 2024년까지 11억 원을 지원받아 ‘지속가능 AI 기반 실시간 동적 한국형 수소공급망 설계 플랫폼 개발’을 진행한다.

이번 연구의 목표는 탄소중립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공급 등 수소공급망 전 과정에 대한 최적화 모델을 실시간으로 설계하는 웹 기반 플랫폼 개발에 있다. 

이 플랫폼이 개발되면 수소공급망 전 과정의 데이터를 활용해 수소생산기지를 어디에 어느 정도 규모로 짓고, 어떤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어떤 경로로 운송해야 하는지, 또 수소충전소의 위치 등에 대한 최적 결과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도출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연구는 경상도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GIS(지리정보체계)를 이용해 읍면동 단위까지 정밀하게 구현한 한국형 수소공급망 설계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다. 

수소공급망 설계의 필요성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는 수소의 전(全)주기(생산, 저장, 운송, 보급) 요소기술 연구는 대부분 신물질 개발 등 단위 요소기술의 성능 향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러한 수소 단위 요소기술의 원천연구는 수소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나, 수소 전주기 제반 인프라의 확보와 운영 등 수소공급망의 설계에 대한 국가 에너지 전환 관점에서 보는 전략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9년 1월에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경제의 청사진을 제시하였으나 수소 전주기를 아우르는 수소공급망의 가치사슬(value chain) 상의 연계나 운영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미래 한국의 국가 차원에서 대단위 수소공급망의 설계는 물론, 여기에 대한 투자와 운영은 경영과학이나 의사결정 기법, 즉 최적화 기법의 도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장기 전략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수소공급망 설계 문제는 혼합정수 선형(또는 비선형) 계획법을 이용하여 예상되는 수소 수요를 충당하고 목표 가격을 달성할 수 있는 수소생산기지의 규모·위치·생산방법, 수소 운송방법 및 수소충전소의 위치 등을 결정하는 대규모의 수학적 최적화 문제이다. 

공급망 설계를 이러한 수리계획법 기반 접근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등 대규모 인프라가 갖춰진 국가에서는 반드시 수행되는 작업이나, 우리나라는 최근(2020년 10월)에 들어서야 정부 지원으로 최적화 기반 수소공급망 설계 연구가 시작됐다(수소 최적 공급 경로 설계를 위한 수소생산기지 및 충전소 배치 모델 개발, 에너지기술평가원).

수소 전주기 관련 150여 개의 회사를 회원사로 하는 한국수소산업협회는 수소공급망 설계, 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 지원 도구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으며, 그 필수 기능으로 다음 세 가지를 선정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요소는 현재 국내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고 있는 최적화 기반 수소공급망 설계 연구에서도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시간 설계 기능 같은 경우, 공급망 설계 같은 대규모의 최적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고사양의 계산용 서버와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실사용자에겐 장애 요인이 된다. 

일례로 본 연구실에서 과제로 수행 중인 바이오매스 공급망 설계 연구의 경우, 국내 16개 시도 단위의 통합모델을 사용하는 데도 전용서버(12코어 @3.8GHz, 128GB 메모리)에서 하나의 시나리오에 대한 공급망 설계에 1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대규모 계산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지 못한다면 많은 시나리오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공급망 설계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동적설계 같은 경우에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처럼 수소 전주기 인프라 구축 계획을 2040년까지 매년 세워야 하는데, 수소 단위 요소기술 중엔 아직도 개발 중인 기술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술의 (예상) 발전속도를 반드시 고려해서 2040년까지 연간 계획을 세워야 사업성 있는 공급망에 대한 올바른 제시를 할 수 있다. 

미 에너지부(DOE)의 지원으로 2005년부터 아르곤 국립연구소,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NNL) 등의 연구진이 참여한 대규모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개발 중인 H2A(Hydrogen Analysis)나 HDSAM(Hydrogen Delivery Scenario Analysis Model)과 같은 수소 생산, 운송 및 공급 분석 도구는 엑셀 기반으로 되어 있어 정책 제안이나 사업 기획에 많이 사용된다. 

이렇듯 실사용자가 쉽게 접근해서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수소 관련 협회나 산업계의 실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공급망 의사결정 도구, 인공지능

앞서 언급한 실시간, 동적설계, 쉬운 접근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대규모 수소공급망 설계 시스템을 혼합정수선형계획법(Mixed Integer Linear Programming)을 이용해 구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본 연구실에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강화학습 기반 의사결정 방법론을 제안했다.

인공지능 중 강화학습은 어떤 환경 안에서 에이전트가 관찰하여 선택할 수 있는 행동 중 보상이라는 신호에 의지한다. 시행착오를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가장 최대의 보상을 주는 최적의 정책을 스스로 학습해서 실시간으로 예측하게 된다. 

가장 잘 알려진 예로 컨볼루션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CNN)을 사용해 바둑 경기에서 이세돌, 커제 9단에 승리를 거둔 알파고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알파고의 강화학습 정책망은 바둑판의 총 361개 위치 중 어디에 돌을 놓을지에 대한 확률을 따지고, 가치망은 현재 상태의 승률을 계산하게 된다.

강화학습은 사람의 개입과 과제 달성을 위한 명시적 프로그래밍 없이 특정 과제에 대한 보상을 최대화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전통적인 기술로 풀기 어려운 복잡한 시스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의사결정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상당히 크다. 

현재 강화학습은 시뮬레이션 기반 최적화,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을 비롯해 자율주행 시스템, 얼굴인식 시스템, 주식거래 시스템, 질병진단 시스템, 자연어처리 시스템, 수학증명 시스템 등에서 그 효용성을 입증 받고 있으며 로봇, 게임, 제어, 통계학, 유전학 등 광범위한 분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강화학습을 의사결정 분야에 활용하려는 연구들은 구글의 딥마인드 사와 같은 세계 최고의 연구진에 의해 일부 수행 중이나, 해당 방법론을 최적 수소공급망 설계에 적용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전무하다.

강화학습을 통한 동적설계가 핵심

최근 연구 동향과 관련해 이해 당사자의 니즈(needs)를 토대로 설정한 본 연구실의 비전은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강화학습)을 이용해 수소공급망 설계를 실시간화 하고 설계된 공급망의 (경제성, 환경성, 안정성 포함) 상세 비즈니스 모델 분석을 제공하는 웹 기반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공개한다는 것이 이번 과제의 목표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시도하고자 하는 ‘인공지능 기반 동적 수소공급망 설계 실시간화 및 공급망 비즈니스 모델 분석 웹 기반 플랫폼 개발’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시도된 바가 없다. 

본 연구에서 한국형 동적 수소공급망 설계, 공급망 설계용 강화학습 개발 및 적용, 설계된 공급망의 (경제성, 환경성, 안정성 포함) 상세 비즈니스 모델 분석 및 웹 기반 플랫폼 개발·공개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본 연구실의 구성원은 이러한 연구에 기반이 되는 요소기술을 개발, 보유하고 있어 새로 개척하는 수소공급망 설계 분야에서 학문적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른 수소공급망 확대는 2050년까지 30년에 이르는 장기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만큼 연차별 수소공급망의 구조가 달라질 전망이다. 따라서 수소의 공급 비용은 생산 용량, 수송 수단, 거리, 충전소의 방식, 용량에 따라 매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최적의 공급 방안 도출이 요구된다. 

특히 수소의 생산-저장-운송에 이르는 수소 전주기를 고려하는 공급망 투자 계획의 경우, 의사결정을 위한 탐색 공간이 매우 방대할 뿐만 아니라, 생산-저장-운송에 해당하는 각 에이전트의 의사결정 과정은 상호 의존적이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외부요인들을 고려할 수 있는 최적의 수소공급망 설계를 위한 장기 동적 계획법을 풀기 위해서는 특별한 의사결정 방법론이 필요하다. 우리는 강화학습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한편, 이 과정에서 단위 요소기술(생산, 저장, 운송)에 대한 정밀한 공정설계, 경제성 및 환경성 평가를 통해 도출될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수소 정책과 투자 전략에 기여 

본 연구를 통해 내놓는 결과물을 통해 실시간 최적화 연구에 기반 한 수소경제 전환의 예비타당성 검증과 이를 통한 정부나 기업의 효율적인 수소기술 육성 정책, 투자의 전략 제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궁극적으로는 비용 효율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지속 가능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수소공급망 설계·투자·운영 플랫폼 구축을 통해 수소경제의 조기 실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특히 미래 수소경제에서 직접적인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의 한계점 및 기술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환경·안전 친화적인 수소공급망 구축을 지원해 수소 공급 인프라 구축 시 주민 수용성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연구단에는 앞서 설명한 각 요소기술의 개발을 위해 공정설계·최적화, 시스템·인공지능, 제어·경제성/환경성평가를 포함하는 3곳의 세부 전문그룹(부경대 유준 교수, 이화여대 나종걸 교수, 경희대 원왕연 교수)이 속해 있다. 


이번 과제를 통해 다양한 연구 주제와 각 요소기술에 대한 기초연구로 각 분야에서 전문 역량을 보유함과 동시에 다른 영역의 연구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깊은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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