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아침 일찍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울산으로 내려간다. 장생포항 계류장에 도착한 시간이 9시 반. 그때부터 비가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한다. 

“오늘은 시험 운항이 어렵겠는데요?” 

천막 밑에 들어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빗방울은 더 굵어지기만 할 뿐이다. 이럴 땐 참 난감하다. 

지난 8월호 창간 특집호에서 ‘수소 규제자유특구’를 다뤘다. 좌담회 자리에는 울산테크노파크 우항수 단장도 자리했다. 그는 수소선박 사업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선박은 인허가 자체가 상당히 까다로워요. 해수부에서도 인허가를 받아야 했고, 울산항만공사와도 법적인 관계를 풀어야 했죠. 또 수소선박을 실증하는 장생포 항구에 계류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미 그곳에 배를 대고 있는 어업 종사자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우 단장은 임시로 2년간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얻어 계류장을 확보했다고 했다. 바로 그곳에서 비 구경을 하는 셈이다.

다니면서 물어보면 ‘인허가’만큼 힘든 게 없다. 이쪽에선 서둘러 사업을 진행하고 싶은데, 저쪽에선 이런저런 조건을 달며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규제자유특구라고 예외는 아니다. 수소 배관 연결을 위해 경로를 바꾸면 사유지를 지나게 되고, 이 문제를 푸느라 또 시간이 걸리는 식이다. 

공사 자체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패키지형 수소선박 충전소를 짓는 데 두 달이면 충분하다. 이쪽에서 규제를 풀어도 저쪽에서 언제 또 무슨 태클이 들어올지 모른다. 막상 이런 일을 당하면 참 난감하다.

오후 4시가 되자 날이 갠다. 빈센의 울산지사 사무실을 떠나 다시 현장을 찾는다. ‘하이드로제니아’와 ‘블루버드’란 이름을 단 소형 수소선박 두 척을 가까이서 본다. 25kW 연료전지를 넣어 속도를 확 내진 못한다.

비가 그쳤다고 배를 운항할 순 없다. 울산시에 미리 알려야 하고, 해양경찰의 지도도 받아야 한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사전 조치다. 

그러니까 배는 못 탔다. 그래도 비행기는 제시간에 탔다. 그 옛날 고래잡이배로 성황이던 장생포의 첫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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