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김종남) 수소연구단 조현석 박사 연구진이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부하변동에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연구진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전원 꺼짐·켜짐 반복운전)으로 수전해 전극이 산화(부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응성이 더 큰 물질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찾아내고 원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통상 수전해 장치는 수소가 발생하는 음극, 산소가 생기는 양극이 있고, 양쪽 전극 사이에 단락이 생기지 않게 분리막을 넣어 이온을 전달하게 된다. 이런 구성으로 양쪽 전극에 전기를 인가하면 전기화학반응으로 수소와 산소가 각각 발생된다.

수전해 반응은 전극 표면에서 발생해 전극의 활성도가 수소생산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알칼라인 수전해 장치는 대부분 니켈, 코발트, 철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이금속을 바탕으로 한 전극을 이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 황, 붕소 등의 비금속 원소를 전이금속 전극 소재에 결합해 수소발생 활성도를 높이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멈추면 음극에서 역전류 현상이 일어나 전극 표면이 산화되고, 반대로 발전량이 갑자기 많아지면 높은 전압으로 양극 표면이 산화된다. 이렇듯 부하변동이 짧은 주기로 급격히 반복되면 전극이 손상돼 수전해 장치의 성능이 나빠진다. 

따라서 부하변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고내구성 전극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진은 고내구성 전극 개발에 앞서 부하변동 시 전극의 열화 거동을 확인하기 위해 전기도금 방법으로 제조된 비정질 코발트-인 전극을 수소발생반응 전극(음극)에 적용했다. 우수한 초기 성능에도 불구하고 5시간의 전원 차단 시 전극 표면의 코발트가 코발트 수산화물로 비가역적 산화됨에 따라 수소발생 성능이 초기 대비 약 67% 정도 감소함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급격한 전원 차단 시 발생할 수 있는 코발트-인 전극의 비가역적인 산화를 억제하기 위해 금속의 부식 방지기술로 알려진 ‘희생양극법’에 착안해 코발트에 비해 반응성이 큰 망간이 첨가된 망간-코발트-인 고내구성 전극을 제작했다.

희생양극법은 피방식 금속에 반응성이 훨씬 높은 희생금속 양극을 전기적으로 연결해 희생금속 양극이 대신 부식하도록 해 부식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망간-코발트-인 전극은 높은 초기 수소발생 성능을 보이면서 5시간의 전원 차단 이후에도 성능 저하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또 가속 내구 실험을 위한 50회의 시작‧정지 운전 반복 실험 후에도 성능저하율이 기존 코발트-인 전극 대비 50% 수준에 불과해 부하변동 상황에 대한 높은 내구성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전기화학적 분석, 구조 분석을 통해 첨가된 망간이 희생양극으로 대신 산화돼 코발트-인 결합을 계속 유지하고 코발트의 비가역적 산화를 억제하는 기작이 급격한 부하변동에 대한 고내구성을 유지하게 하는 주요 요인임을 밝혀냈다.

조현석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부하변동 대응형 고내구성 전극은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장치의 상용화를 위한 신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전극 원천 설계 기술로 가치가 높아 향후 국내 수전해 소재‧부품 기술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영국왕립화학회에서 발행하는 재료·화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머티리얼즈 케미스트리 A’ 8월호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전극 원천설계 기술로 가치가 높아 ‘부하변동 대응형 수소발생 전극 및 이의 제조방법’ 기술 특허를 국내와 유럽에 각각 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