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0 (화)

INSIDE

수소전기차 금속분리판으로 비상 꿈꾸는, 세종이브이

7월부터 현대모비스에 금속분리판 납품 시작
클린룸 설비 갖추고 연간 1만5천 대분 생산 가능
자동차 배기시스템 1위 기업 ‘세종공업’의 자회사
문형규 대표 “2025년 이후 연매출 급성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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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세종공업은 지난해 5월 현대모비스에 연료전지 스택용 금속분리판을 납품하기 위해 자회사인 세종이브이를 설립했다. 1년이 훌쩍 지나도록 소식은 잠잠했다. 그러다 지난 7월 1일, 현대모비스에 금속분리판을 정식으로 출고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주 후에 충주로 내려가 세종이브이의 문형규 대표이사를 만났다. 


“모기업이 울산에 있는 세종공업입니다. 자동차 배기시스템 생산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죠.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컨버터, 소음과 진동을 줄여주는 머플러를 주로 생산하고 있어요. 10여 년 전부터 내연기관 차량에 집중된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왔죠. 휠스피드센서 제작사인 ‘아센텍’을 인수했고, 모비어스앤밸류체인의 지분(52.38%)을 확보해 자율주행 이송로봇 개발에도 나서고 있어요. 세종이브이의 설립도 그 연장선에 있죠.”


볼보, GM, 폭스바겐 같은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2030년에서 2035년 안에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대기아차의 행보도 이 흐름을 따르고 있다. 세종공업은 지난해 연말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산업 진출 기업’에 선정됐고,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업계의 흐름에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그 중심에 세종이브이가 있다. 




수소차용 금속분리판 공급 시작

장마가 물러나자 폭염이 찾아온다. 세종이브이는 충주첨단산업단지에 있다.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은 북쪽으로 2km만 가면 나온다. 지난해 5월에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공장 부지를 이곳으로 정했다. 세종이브이가 납품을 시작하면서 현재는 현대제철, 세종이브이 두 곳에서 수소전기차 스택의 핵심 부품인 금속분리판을 납품하고 있다.


“성형을 마친 금속분리판에 기체나 물이 새지 않도록 가스켓 작업을 마친 서브 부품을 공급 받아 표면처리(코팅)를 하고, 애노드(Anode)와 캐소드(Cathode)를 접합해서 검사하는 작업 등을 수행하고 있죠. 지금은 현대제철과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공유하면서 유사한 공정으로 금속분리판을 생산하고 있어요. 하지만 몇 년 안에 경쟁 구도로 가게 될 거라고 봅니다. 지금은 넥쏘 차종 하나지만, 수소버스나 수소트럭을 비롯해 다양한 차종의 분화가 이뤄지게 되죠. 각자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고객사로부터 받는 물량에 차이가 나게 돼요. 그래서 지금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세종이브이에서 연구생산본부장을 맡고 있는 전유택 상무의 말이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였던 현대하이스코 때부터 금속분리판을 연구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지난 2009년에는 현대하이스코 의왕연구소에 처음으로 금속분리판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연료전지 스택에서 분리판 설계가 차지하는 비중을 80% 정도로 봅니다. 스택을 설계한다고 할 때 디자인적인 건 대부분 분리판에 몰려 있죠. MEA(막전극접합체)는 모양이 딱 정해져 있어 건드릴 게 거의 없어요. 대신 분리판에는 금속 성형에 대한 기술, 금형 가공, 금속의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코팅, 성형에 대한 노하우 같은 차별화된 기술과 정밀한 설비들이 필요하죠. 그래서 분리판을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은 ‘부품’이 아니라 ‘모듈’의 개념으로 접근해요. 스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죠.”


분리판은 막전극접합체와 기체확산층(GDL)을 고정하는 셀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수소와 공기가 섞이지 않도록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기체(수소, 공기)가 유로의 골을 따라 원활하게 흐르게 하고, 연료전지 반응에 의해 생성된 전자의 이동통로가 되는 등 하는 일이 많다. 기본적으로 전기전도도가 높아야 하고, 내부식성이나 열전도성, 기계적인 강도가 높아야 한다.


분리판은 스택 원가의 약 30%, 연료전지 원가의 약 20% 정도를 차지한다. 전유택 상무가 과제용으로 만들었다는 금속분리판 샘플을 보여준다. 표면이 말 그대로 ‘금빛’이다. 과거에는 이렇게 금으로 도금을 했다. 기체가 새지 않도록 가스켓도 붙어 있다. 




현재 수소전기차 1대당 약 천 장의 금속분리판이 들어간다. 여기에 일일이 금을 입히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지금은 자동화 설비로 라인을 깔아 금(Au) 나노입자를 얇게 코팅한다. 넥쏘의 스택에 들어가는 금속분리판은 일반 스테인리스강처럼 은색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수소가 공급되는 음극의 애노드, 공기가 공급되는 양극의 캐소드에 각각 한 장씩 분리판이 들어가요. 이걸 한 세트로 봅니다. 여기에 금속 다공체 한 장씩이 더 들어가는데, 이건 캐소드 쪽에 붙이죠.”


금속분리판 스틸은 유한정밀에서 받아온다. 전유택 상무는 다른 제품의 공급처를 두고는 말을 아꼈다. 자동차 업계가 서플라이 체인 공개에 민감하다. 기술 누출에 대한 보안 이슈 때문이다. 직원들도 공장에 들어갈 땐 핸드폰을 지정된 장소에 놓고 들어간다.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부식 방지를 위한 표면처리 기술이 중요

세종이브이는 3만9,000㎡ 규모의 부지에 6,250㎡의 공장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앞에서 보면 사무동만 단출하니 눈에 든다. 공장동은 사무동 뒤로 길게 뻗어 있다. 왼쪽에 보이는, 운동장 같은 너른 공터는 향후 공장 증설에 대비한 포석이다. 


세종이브이는 연간 1만5천 대 규모의 금속분리판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구개발팀의 허헌 수석연구원을 따라 공장동으로 향한다. 


“생산설비를 들이고 선행 양산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의 여유가 별로 없었어요. 이 건물도 새로 지은 게 아니라 기존 건물을 클린룸으로 리모델링한 뒤 새로 설비만 들인 거죠. 현재 사무직과 현장직을 합쳐 약 80명에 가까운 임직원들이 일하고 있어요.”


금속분리판의 표면처리를 위한 코팅 설비가 눈에 든다. 모비어스앤밸류체인에서 만든 무인운반차(AGV; Automatic Guided Vehicle)가 한쪽에서 전기를 충전하고 있다. 표면처리가 완료된 금속분리판을 다음 공정으로 이송하는 과정에 사람이 아닌 무인운반차를 투입하고 있다. 




“제작 공정상 가장 힘든 부분은 검사 파트예요. 단품 검사, 세트 검사를 합쳐 크게 네 가지 검사를 하게 되죠. 치수 검사를 비롯해, 기체가 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가스켓 기밀 검사, 코팅의 성능 검사, 표면 외관 검사가 여기에 들어요. 미크론(μm; 1mm의 1,000분의 1) 단위의 정밀부품이라 검사가 어렵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죠.”


공장에 생산라인 구성을 완료하고 시운전에 들어간 게 2020년 10월경이다. 지난해 12월 3일에 공정감사 승인을 받고 올해 1월 24일부터 선행 양산에 들어갔다. ISIR(양산 전 초도품 승인보고서) 승인은 4월 7일에 받았다.  


공장은 코팅 라인만 돌아보고 나온다. 공장동 오른쪽에 수소저장소를 따로 작게 구축했고, 그 옆에 연료전지 성능평가실을 새로 구축하는 중이다. 스택의 성능을 알아보는 연료전지 테스트기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좋은 분리판을 만들려면 스택을 만들어 평가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해요. 자동차를 모르고 엔진을 개발할 순 없잖아요. 이것도 똑같아요. 스택을 알아야 분리판을 제대로 만들 수 있죠. 그래서 공장 안에 이런 시설을 갖추는 겁니다. 고객사에 새로운 제품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근거가 필요하니까요.”


이번에는 사무동 1층에 있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찾는다. 한 직원이 50만 배 고배율의 주사전자현미경(FE-SEM)에 찍힌 금속분리판 코팅 층의 미세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또 다른 직원은 코팅 용액 샘플을 성분분석기에 넣고 돌려보는 중이다. 




모빌리티용 스택에는 탄소분리판이 아닌 금속분리판을 쓴다. 그 이유는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속분리판은 내구성에 약점이 있다. 금속은 부식의 우려가 있고, 분리판 하나라도 부식이 일어나면 스택의 성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표면처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속분리판 코팅에 들어가는 귀금속의 양을 줄이면서 내구성과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분리판은 디자인 설계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정말 많죠. 유로의 형상을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서도 스택의 성능이 크게 달라져요. 표면에 코팅을 얼마나 올릴지, 소재를 무엇으로 할지, 제품의 차별화를 위한 여러 가지 기술과 해법이 존재하죠.”


이는 전유택 상무가 앞서 언급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제품의 품질에 대한 차이, 연구개발에 대한 핵심 역량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가 갈린다”고 했다. 납품 초기라 아직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연구개발을 통해 차별성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세종공업 사업재편의 핵심

세종이브이의 모기업인 세종공업은 수소차 관련 부품으로 수소센서, 수소압력센서, 수위센서, 워터트랩을 비롯해 수소전기차 배기시스템을 양산 중이다. 수소전기차 배기시스템은 내연기관 차량의 머플러와 같다고 보면 된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하고 나면 60℃ 이상 되는 물이 나온다. 이를 머플러로 내보내게 되는데, 여기엔 화학반응을 하지 못한 수소기체도 조금 섞여 있다고 한다. 


“현재 수소전기차 부품의 매출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향후 수소산업이 확대될수록 매출액 비중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금속분리판 양산에 들어가면서 올해 매출을 2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고, 내년에는 약 48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죠. 향후 2025년 이후로는 연매출 2,600억 원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종이브이의 문형규 대표는 수소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 현대기아차는 2030년까지 수소차 라인업 확대에 나서 연간 50만 대까지 생산량을 늘려갈 방침이다. 세종공업은 이 전략에 맞춰 선도적으로 세종이브이를 설립했다. 


지금은 수소승용차에 집중하고 있지만 모빌리티 부문의 탈탄소화에 큰 도움이 되는 상용차, 즉 수소버스나 수소트럭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실제로 고객사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차량의 금속분리판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세종이브이의 설립 배경에는 모기업인 세종공업의 미래 전략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죠. 세종공업은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 이 두 가지 축을 모두 고려하고 있어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동시에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이죠.” 


기존 사업의 경우 동남아와 인도 등 신규시장 확대에 힘쓰면서, 중국시장에서 신규 OEM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와 사업모델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공장·법인의 통합을 통해 구조 개선에 나서고, 생산·자재·물류 관리의 고도화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친환경 차량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감지하고 센서류와 전자식 액추에이터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세종공업의 중앙연구소에서 개발한 수소전기차 센서 같은 경우에는 2014년에 인수한 전장 전문기업인 아센텍이 생산을 전담하고 있죠. 세종이브이만 해도 지금은 수소차 금속분리판 기술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건물용이나 발전용 연료전지 쪽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결국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자회사인 모비어스앤밸류체인의 AMR(Autonomous Mobile Robot) 기술, 즉 자율주행 이송로봇 개발에 대한 움직임도 주시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가 원하는 무인 자율주행 솔루션에 대한 수요를 잡겠다는 것이 세종공업의 복안이다. 또 스마트팩토리, 온라인 물류창고 등 미래 트렌드에 대응하는 산업용 물류자동화 사업에 대해서도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신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센서류를 포함한 전장부품, 자율주행 솔루션 사업, 여기에 수소전기차를 더해 미래 자동차 시장의 신산업에 주력하는 친환경차 핵심 부품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죠. 세종이브이가 여기에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겁니다. 비어 있는 부지에 큰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죠.”


문형규 대표가 이렇게 말하고 웃는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동화에 사활을 걸고 있고, 그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협력사들도 기존의 사업을 영위하면서 ‘사업재편’에 팔을 걷고 나선 모양새다. 세종공업도 마찬가지다. 세종이브이로 일단 날개를 달았으니, 이제 얼마나 높이 날지 지켜보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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