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엔티솔루션에서 개발한, 탄소나노튜브가 적용된 연료전지용 탄소분리판 샘플이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씨엔티솔루션. 이름 안에 해답이 있다. CNT(Carbon Nano Tube), 즉 탄소나노튜브 소재기업으로 10년간 한길을 걸어온 업체다. CNT는 탄소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들이 서로 연결되어 관 모양을 이룬 원통(튜브)형 소재를 이른다. 1991년에 일본의 이지마 스미오 박사가 흑연 전극에 달라붙는 검은 물질을 분석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전기전도율은 은과 비슷하고 강도는 강철보다 100배 높아 큰 주목을 받은 신소재다. 같은 부류의 소재로 그래핀(Graphene)을 들 수 있다. CNT가 원기둥 모양이라면, 그래핀은 2차원으로 펼친 얇은 막으로 보면 된다. 

“아무리 뛰어난 소재도 그걸 제대로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없으면 소용이 없어요. 탄소나노튜브를 제품에 적용해 일관된 품질을 내려면 CNT 분산기술이 꼭 필요하죠. 2011년 10월에 회사를 세우고 처음 한 일이 그겁니다. 세계 최초로 CNT를 적용한 탄소분리판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10년 전에 확보한 이 분산기술 덕분이죠.”

▲ 천안시 성환읍에 있는 씨엔티솔루션의 천안 공장.

에너지기술연구원과 3년간 ‘CNT 탄소분리판’ 개발

씨엔티솔루션의 서정국 대표가 CNT 소재를 적용해서 만들었다는 정전기 방지용 봉 소재를 보여준다. 모두 두 가지다. 하나는 얼룩덜룩한 무늬가 들어간 제품으로 일반 CNT로 만들었고, 하나는 온전한 검은색 제품으로 분산기술이 적용된 CNT를 썼다. 측정기를 올리자 전기전도성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CNT를 엉킨 상태로 그대로 써서는 품질을 보증할 수가 없어요. 입자 뭉침 현상을 해결해야 높은 전기전도성을 지닌 초전도성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할 수 있죠. CNT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함께 지난 3년간 탄소복합체 분리판 개발을 진행했어요. 일본의 니신보 같은 탄소분리판 제조사들이 그라파이트(흑연) 복합소재를 사용했다면, 우리는 여기에 CNT를 추가로 넣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CNT를 적용한 건 우리가 세계 최초라 할 수 있죠.”

▲ 오른쪽이 CNT 분산기술이 적용된 정전기 방지용 봉 소재로, 눈으로 보기에도 큰 차이가 난다.

씨엔티솔루션은 산업부와 과기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나노융합2020사업단’에 참여했다. 씨엔티솔루션의 CNT 분산기술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분리판 소재 기술을 융합해 연료전지용 CNT 탄소분리판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2018년부터 3년간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정두환 박사 연구팀과 함께 과제를 진행해서 나온 결과물이죠. 이걸로 지난해 한국탄소학회 기술상을 받았어요. 2018년에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료전지 분리판 성형재료 특허’ 기술을 이전받아 레시피 개발에 뛰어들었죠. 앞서 2014년에 롯데케미칼과 레독스플로우(Redox flow) 배터리에 들어가는 바이폴라플레이트 제조기술 과제를 2년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때 경험이 중요한 토대가 됐죠.”

레독스흐름전지는 바나듐 등 이온의 산화환원반응을 이용해 충방전을 하는 축전지로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주목받고 있다. 레독스흐름전지는 리튬이온 기반의 ESS에 비해 전극이나 전해액의 열화가 거의 없어 화재 위험이 없고 수명도 길다. 또 상온에서 운전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유로가 성형된 CNT 탄소분리판 샘플을 만져본다. 서정국 대표는 기존의 탄소분리판과 구분하기 위해 ‘CNT 강화 탄소분리판’으로 부른다. 겉보기엔 여느 탄소분리판과 다를 게 없다.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에는 두께가 얇은 금속분리판을 쓰지만, 건물용이나 발전용 연료전지에는 대부분 탄소분리판을 쓴다. 

“현재 에스퓨얼셀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샘플을 보내면 업체 측에서 유로를 가공해서 체결한 후 성능평가를 진행하게 되죠. 탄소분리판 가공을 어떻게 하느냐, 체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연료전지 성능에 차이가 많이 나는 걸로 알아요. 이런 부분을 확인하면서 맞춰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죠.”

씨엔티솔루션은 올해 안에 테스트를 완료하고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에스퓨얼셀 외에도 범한퓨얼셀, 두산퓨얼셀, 가온셀 등과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 가온셀은 지게차용 연료전지 파워팩 개발사에 든다. 

수소발생기용 전극판에도 적용 가능

씨엔티솔루션의 천안 공장은 월 500톤 규모의 CNT 펠릿 양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서정국 대표를 따라 공장을 둘러본다. 국내외 화학사에서 생산한 폴리머와 CNT 원료가 창고 안쪽에 한가득 쌓여 있다. 이 둘을 합성해 CNT 복합소재 펠릿을 만드는 중이다. 검정 와이어 모양으로 냉각수를 통과한 CNT 복합소재가 커터에 잘게 잘려 소복이 쌓여 있다.  

▲ 국내외 화학사에서 생산한 폴리머와 CNT 원료가 창고에 쌓여 있다.
▲ 자체 레시피를 적용해 CNT 복합소재 펠릿을 생산하고 있다.

“차량용 에어컨시스템을 만드는 두원공조 대표로 있을 때 플라스틱 소재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솔베이나 듀퐁 같은 글로벌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소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죠. 새로운 소재로 승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어요. 씨엔티솔루션이란 회사를 세우면서 바로 실행에 옮긴 거죠.”

손에 쥔 까만 펠릿 한 줌은 그 노력의 산물이다. 서정국 대표는 여기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공장 한쪽에서 직원 두 명이 수소발생기에 들어가는 탄소전극판을 만들고 있다. 연료전지용 분리판과 수전해용 전극판은 공정상 유사점이 많다고 한다. 

수소발생기의 경우 수소가 발생하는 음극(환원 전극)에 백금 계열 촉매를 주로 쓰는데, CNT를 넣어 그 양을 줄이면서 성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백금 사용이 줄면 전극판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양극에서 산소가 발생하는데, 이 산소를 살균 에어커튼 시스템이나 오폐수처리 시스템, 수질개선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다. 일단은 수소보다 산소 활용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수소발생기에 들어가는 탄소전극판을 생산하고 있다. 이 작업은 곧 자동화설비로 전환될 예정이다.
▲ 한 직원이 전극판 표면을 살펴보고 있다.
▲ CNT 강화 탄소전극판으로 수소발생기에 들어간다.

“탄소분리판은 양면에 기체가 지나는 유로가 새겨져 있지만, 탄소전극판은 지금처럼 가공이 안 된 매끈한 상태로 납품이 된다고 보면 이해가 쉽죠. 일단 외양의 차이는 그렇습니다. 사람 손을 거치는 공정을 자동화설비로 전환해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는 게 올해 목표라서 현재 그 작업을 추진하고 있죠.”

CNT 강화 탄소분리판의 제작 공정은 이렇다. 분산처리를 한 CNT, 흑연 같은 전도성 필러, 여기에 바인더를 넣고 잘 섞은 다음 고온금형(hot mold)으로 성형한 뒤 후처리로 소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설명은 쉬워 보여도, 세부 공정이나 정확한 레시피를 아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첫 번째 핵심은 역시 CNT 분산기술이다. 씨엔티솔루션은 ‘화학적 물리적 건식분산’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액체 혼합 상태에서 충격을 가하거나 압착하는 공정을 쓰지 않아 CNT 고유의 전기적 열적 물리적 특성을 유지할 수 있고, 분산 후 장기간 보관해도 다시 엉겨 붙지 않는다. 

“온도, 시간, 기압, RPM(속도) 같은 여러 가지 제반 조건을 맞춰서 독자적으로 설계한 특허 분산장치에 기반하고 있죠. 저가의 CNT 원료를 사와서 고가의 성능을 가진 CNT로 바꾸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CNT를 써서 원가를 절감하는 것도 가능해요. 가공 시간이 짧아 대량생산에 유리한 것도 큰 장점이죠.”

액체나 고체에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기능성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핸들 열선’으로 통하는 자동차 스티어링휠 발열체에도 CNT 복합소재의 적용이 가능하다. 기존의 전선 형태를 개선한 입체 면상 발열체를 개발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탄소복합소재를 써서 성능과 안전성을 모두 잡을 수 있죠. 도로에 살얼음이 어는 블랙아이스 방지용 열선도 탄소복합소재로 대체할 수 있어요. 열선으로 온도를 올리는 데 3시간이 걸린다면, 전기전도성이 좋은 탄소복합소재는 30분이면 가능하죠. 이 제품도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개발하고 있어요.”

CNT 복합소재는 발열이나 방열뿐 아리라 정전기 방지, 전자파 차폐, 전자파 흡수 등 여러 분야에 쓰임이 많다. 판재, 롤러, 반도체 장비 등에 정전기 방지 기능을 적용할 수 있고, 전투기나 탱크의 전자파 차폐 기능(스텔스)에도 쓰임이 있다. 골프공, 청소기, 휴대폰, 터치펜 등 다양한 물건에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 폴리머에 CNT를 합성, 펠릿과 파우더 형태로 가공한 모습이다.

컴파운딩 기술로 최적의 레시피 확보

연료전지용 금속분리판과 탄소분리판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금속분리판은 내구성에 약점이 있다. 표면에 아무리 코팅을 잘해도 금속의 특성상 부식의 우려가 있다. 그에 반해 탄소복합재 분리판은 내부식성이 높은 대신 강도가 약하다. 그래서 일정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두껍게 갈 수밖에 없다. 

“금속분리판은 SUS(스테인리스강) 재질을 써서 0.2mm나 0.15mm로 얇게 만들어요. 수소전기차 한 대에 440세트나 들어가니까 최대한 두께를 얇게 갈 수밖에 없죠. 탄소분리판은 강도를 보완하기 위해 2mm 정도 두께로 가요. 공간의 제약을 크게 안 받는 건물용이나 발전용 연료전지에 주로 쓰고 있죠. 대신 내부식성이 높아서 장시간 운전에도 문제가 없어요.”

탄소분리판의 경우 과거에는 흑연분리판을 썼다. 흑연괴를 절단한 후 유로를 가공한 뒤 가스 투과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수지를 함침시켜 제작했다. 이 방식은 생산성도 낮고 제조원가도 높다. 또 흑연은 강도가 약해 최소 3mm 이상 두껍게 갈 수밖에 없고, 슬러지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연구가 이어졌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탄소복합재를 활용한 탄소분리판이다. 흑연분리판에 비해 강도가 높고 두께를 얇게 가져갈 수 있다. 일본의 니신보케미칼, 독일의 SGL 카본, 미국의 듀퐁과 GE 같은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씨엔티솔루션은 CNT를 최초로 적용한 탄소분리판으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확보했다고 가정할 경우 공급 단가를 얼마로 가져가느냐의 싸움이 되겠죠. 10년간 CNT 소재를 적용한 레시피 개발에 공을 들여왔어요. 소재 개발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요. 햇수로 보면 CNT 탄소분리판 개발에만 최소 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셈이죠.”

▲ 씨엔티솔루션의 서정국 대표는 “CNT 탄소분리판 개발에만 최소 5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한다.

CNT 분산기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컴파운딩 기술이다. 수요처에서 요구하는 제품의 물성을 맞추기 위해 CNT 농도를 조절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소재별 혼합 방법, 용해 온도, 압력, 속도, 냉각, 건조, 커팅 등 세부 공정기술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세부 기술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최적의 레시피를 확보하게 된다.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이 ‘꿈의 소재’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은 때가 있다. 하지만 이후 상용화 과정을 짚어보면 탄소섬유만 한 파급력을 이어오지는 못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불거지기 전만 해도 소부장에 주력하는 중소업체에 대한 관심이 미지근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반도체가 없으면 자동차 생산라인을 멈춰야 한다. 소재나 부품, 장비의 중요성을 시장이 알아보고 반응한다.

씨엔티솔루션은 CNT 건식분산 기술을 사출 부품, 필름 시트 같은 제품 외에도 잉크나 페이스트 등 다양한 소재에 활용하고 있다. 또 롯데케미칼과 진행한 과제를 통해 레독스시스템에 필요한 플라스틱 바이폴라플레이트 제조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연료전지에 접목해 CNT 강화 탄소분리판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인 양산을 남겨두고 있다. 

“분리판은 연료전지 원가의 18%를 차지합니다. 스택 원가로 보면 28%에 해당하는, 연료전지의 뼈대가 되는 중요한 부품이자 모듈이죠. 연료전지용 탄소분리판과 수전해용 전극판 양산은 씨엔티솔루션이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리라 봅니다. 현재 자동화설비 구축에 큰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그에 부응하는 새로운 실적을 기대하고 있죠.”

이차전지(배터리)와 수소가 뜨면서 가장 주목을 받는 소재 분야가 ‘탄소’라 할 수 있다. 씨엔티솔루션은 수소사업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갖춘 터라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 의지가 강하다. 기회는 열려 있고 동기도 충분하다. 탄소나노튜브가 앞으로 어떤 확장성을 갖게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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