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 공급이 크게 확대되면서 에너지저장 수단 및 전력시스템 변동성 대응 수단으로 P2G(Power to Gas)가 주목받고 있다.

▲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월간수소경제 이태의 객원기자]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전환’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하는 국제적인 트렌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다양한 에너지 관련 계획이 발표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주목받는 에너지 분야는 재생에너지, 수소, 그리고 전력 부문이다. 지난 2019년에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30~35%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는 2040년까지 526만 톤의 수소를 3,000원/kg 수준으로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분야별 로드맵이 발표되고 있으나 각 계획의 세부 내용 간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고, 각각의 목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안고 있다.


특히 전력계통에서 변동성 재생에너지 공급이 크게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한 유연성 자원의 확보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2차전지 등 단주기 저장장치를 통한 에너지저장이 가능하지만 변동성 재생에너지 유입의 증가로 인해 장주기 저장장치의 확보도 필요한 실정이다. 

향후 재생에너지가 기저 발전원이 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에너지저장 수단 및 전력시스템 변동성 대응 수단으로서 P2G(Power to Gas) 활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P2G 활용 가능성

P2G는 수전해 설비를 활용해 전력을 수소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P2G 기술의 핵심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수전해 기술이다. 현재 상용화되어 대부분의 대규모 수전해 시설에 도입되어 있는 AEL 기술,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이 단점이지만 전력의 변동성에 잘 대응할 수 있는 PEMEL 기술, 그리고 아직 개발 중이기는 하지만 수전해 시설과 연료전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높은 효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SOEL 기술은 이러한 수전해 기술을 대표한다.


P2G의 활용 가능성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해 잉여전력이 발생하는 경우 수소생산을 늘려 계통에서 필요한 부하를 제공할 수 있는 한편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생산한 수소와 결합해 탄소중립적 메탄을 생산하는 것과 같이 P2G 활용을 다양화할 수 있다.

현재 유럽에서 수행 중인 전체 P2G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독일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P2G에 투자하고 있다. 

유럽과 달리 독립적인 계통으로 인해 계통의 강건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계통이 외부 충격에 취약한 우리나라는 P2G의 활용방식도 계통 안정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식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30%를 넘어서는 2040년에는 시간대에 따라서 전력수요를 100% 재생에너지로 보급해도 전력이 남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월 단위 평균 시간당 출력제한 패턴을 살펴보면 가장 높은 출력제한을 보이는 달은 5월이고, 시간대별로 보면 추석 연휴가 가장 높은 출력제한을 보인다. 


이렇게 남은 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P2G이다. 잉여전력이 발생한 시간에 P2G를 가동한다고 하면 2030년 기준으로 1년에 384시간만 운영하게 되어 이용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2040년의 재생에너지 비중 30%를 가정하면 781시간, 35%를 가정하면 1,451시간의 출력제한이 발생해 P2G 설비의 가동 시간을 기준으로 한 P2G 설비의 이용률은 각각 8.9%, 16.6% 수준에 불과하게 된다.


P2G 설비를 잉여전력의 평균 규모로 가정하고, 나머지 잉여전력은 계통에서 다른 수단을 활용해 제어하는 것을 고려했다. 이러한 가정 하에 P2G는 2040년의 재생에너지 비중 30%를 기준으로 10GW 규모가 필요하다. 이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제시된 2040년의 연간 수소 공급량 목표치(526만 톤)의 약 20%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다.


P2G 설비는 전력을 소비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부하로서 플러스 DR을 제공할 수 있다. ‘플러스 DR’이란 통보된 시간에 추가로 전기를 사용하여 정산금을 받는 제도다. 전력 소비를 줄여 전력 공급 부족 해소에 기여함으로써 절약한 전기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DR과는 정확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플러스 DR을 통해 계통에서 잉여전력이 발생하는 시기에 소비를 늘림으로써 전력 공급 과잉을 해소할 수 있고, DR 참여자는 추가로 사용한 전기에 대해서 정산을 받기 때문에 전기 사용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실적정산금을 받을 수 있다. P2G 설비가 단독으로 운영된다면 이러한 플러스 DR 자원으로 활용되어 평상시에는 대기 상태에 있다가 잉여전력이 발생하는 시기에 수소를 생산하여 전력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반면에 P2G 설비가 기존의 발전설비와 결합하여 운영되는 경우에는 ‘예비력’이라는 관점에서 추가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다. 예비력이란 필요에 따라 증발 및 감발을 통해 안정적으로 계통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발전능력을 제공하는 수단이다. 수전해 시설의 이용률에 해당하는 전력은 상향예비력 제공으로, 잉여생산능력은 하향예비력 제공으로 활용하여 양방향으로 예비력 제공이 가능하다. 양수발전이나 배터리처럼 운영할 수 있지만 전력을 흡수하고 공급할 수 있는 누적용량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P2G 비즈니스 모델 

P2G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3가지 형태로 볼 수 있다. 수소생산 단독운전, DSO 차원에서의 운영, TSO 차원에서의 운영이다. 

수소생산 단독운전은 계통에 접속하지 않고 P2G를 수소 제조 전용설비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P2G를 재생에너지와 결합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모두 수소생산에 활용하는 단독운전 방식은 현실적으로 가장 쉬운 P2G 프로젝트의 운영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리적인 이유 등으로 송전선로의 확장이 어려운 경우 독립적인 시설을 활용하여 지역사회에 필요한 수소를 생산하여 공급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재생에너지의 비용이 충분히 낮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대규모 풍력・태양광 단지가 수요가 많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들어선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수소의 저장과 수송이 걸림돌이 된다. 


DSO 차원에서 분산형으로 운전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해 나타나게 되는 변동성을 수전해 시설을 통해 흡수할 경우 변동성이 송전단으로 전달되지 않아 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분산형 자원에 P2G 설비가 존재할 경우 송배전망의 보강을 최소화하면서 재생에너지의 도입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분산형 자원으로서의 P2G는 소규모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고, 지역 내에서 소비될 수 있는 수소 수요가 없으면 수소 운반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마다 P2G 설비를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면 재생에너지 전력을 취합해 이용하는 중개사업자(aggregator)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중개사업자가 분산형 전원에서 발생하는 잉여전력으로 수전해 설비를 가동하면 대규모 수전해 설비에서 효율적인 수소생산이 가능해진다. 다만 중개사업자가 산재되어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취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송배전 시설을 확충해야 하고, 이로 인해 비용도 상승하게 된다.

TSO 차원으로 발전단·송전단에서 대규모의 P2G 설비를 운영하며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있는 수전해 수소의 생산이 가능하다. 그리고 대규모의 수전해 설비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규모가 커서 장기적으로 수소 파이프라인을 통한 저장・운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경우 가장 합리적인 수소생산설비가 될 수 있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100kW 수전해 스택.

또한 TSO 차원에서의 운영은 앞서 살펴보았던 예비력을 제공하는 것과도 연계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수전해 설비를 전력계통에 예비력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하면 100% 그린수소를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계통운영에 제공하는 예비력에 대해 보조서비스 시장에서 정산이 이루어지면 추가적인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P2G 비즈니스 활성화 과제

이러한 P2G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과제들이 있다. 전력시장에 필요한 제도적 개선 사항으로는 전력시장의 구조 개편을 통한 실시간 시장의 도입과 보조서비스 가치의 합리화, 송배전 비용의 분리 및 전력구매제도 개선 등이 있다. 

실시간 시장의 도입은 단순히 P2G의 운영만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급전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연성 자원의 합리적 운영을 위한 보조서비스 시장과 실시간 시장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P2G 비즈니스 모델이 의존하는 수익 창출 수단은 수소 판매가 유일했으나 P2G가 예비력을 제공하는 보조서비스 시장에서 활용되면 P2G 시스템에 추가적인 역할을 부여해 경제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TSO 차원의 모델을 고려할 때 발전사업자가 판매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는 현재의 법률상 P2G에 사용되는 전력은 에너지 사용량과 송배전 비용이 통합되어 있는 전력시장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다. TSO 차원에서의 운영으로 발전단 혹은 송전단에서 운영되는 수전해 설비에 송배전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과 송배전 비용이 분리된다면 P2G를 위해 현실적인 전력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제주도 상명풍력발전단지에 구축된 500kW급 P2G 실증 시스템.

또한 재생에너지에 대해 제3자 전력수급계약(PPA) 도입이 추진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P2G 사업자도 발전설비로부터 직접 PPA를 통해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면 송배전 비용의 분리가 없더라도 합리적인 전력거래가 가능할 것이다.

가스 시장에 필요한 제도적 개선 사항으로는 수소 유통망 운영 기준 마련과 기존 인프라에 P2G의 생산물인 수소 인입을 위한 기준 마련 등이 있다. 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수소 배관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P2G로 인해 수소의 역송이 필요하다면 수소의 품질에 대한 관리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다수의 가스 난방 및 조리 기구가 이미 20% 수준의 수소 혼합에 대해 인증을 받고 있고, 기존 인프라에 P2G의 생산물인 수소, 메탄의 인입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외에도 P2G라는 융합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력・가스 시장에 있는 상호배타적인 규제들의 폐지 내지는 완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P2G가 하나의 독자적인 사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경제성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수소의 경제성이 매우 낮아 대부분 수소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활용하여 생산 중인 것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투자와 개발을 위해 정부는 중·단기적인 지원수단으로 그린・저탄소 수소 인증제 도입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것을 제안한다.

※ 본 기고문은 에너지경제연구원 2020년 기본연구보고서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한 P2G 활용방안 연구’ 내용 중 일부를 수정, 편집해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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