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워터크레프트의 권순철 대표로,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기름 대신 물로 가는 배가 있다. 일명 ‘워터보트’란 이름이 붙었다. 물을 전기분해한 연료전지와 배터리의 조합으로 트롤링 모터를 돌려서 가는 작은 보트다. 부산대기술지주의 자회사인 케이워터크레프트가 지난 2018년에 처음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이 배를 업그레이드한 5인승 배를 3년 만에 선보였다. 지난 1월 29일, 화명생태공원의 요트계류장에서 배를 띄워 실증 시험을 진행했다. 케이워터크레프트는 워터보트 외에도 물로 구동하는 전력생산 발전기인 ‘워터스테이션’, 산소발생 공기청정기인 ‘워터에어’를 개발했다. ‘워터(물)’로 전기를 만들어 구동하는 수전해 기술을 갖춘 회사의 이력이 궁금했다. 케이워터크레프트가 있는 부산을 찾았다. 

알칼라인 수전해 통한 그린수소 생산 기술

케이워터크레프트는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의 권순철 교수가 대표이사로 있다. 부산대 기술지주회사로 교내 효원산학협동관 안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지난 2019년 2월에 회사를 설립했으니 이제 갓 2년이 된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10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교수로 부임하기 전에 삼성종합기술원 에너지랩에 전문 연구원으로 있었어요. 학교에 오기 전까지 연료전지와 리튬공기전지를 연구했죠. 향후 저장 쪽인 리튬전지보다 발전 쪽인 연료전지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연료전지 연구에 집중했어요. 그때가 2015년이죠. 3년 뒤에 워터보트를 내놓고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이 배는 수전해의 작동원리를 대중에 소개하기 위한 이벤트에 가까워요. 사업적으로 우리가 집중하는 분야는 워터스테이션과 워터에어라 할 수 있죠.”

권순철 대표를 따라 연구동을 돌아본다. 2018년에 개발한 워터보트가 입구에 놓여 있다. 사실 이 배는 새로울 게 없다. ‘에너지 옵저버(Energy Observer)’란 이름을 단 세계 최초의 자립 에너지 연료전지선박이 세계 일주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말에는 도요타의 연료전지시스템으로 교체해 출력을 높이기도 했다.

▲ 부산 화명생태공원 요트계류장에서 5인승 워터보트 실증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 선보인 배는 길이 5m로 이보다 훨씬 크죠. 3kW급으로 시간당 최대 480L의 수소를 생산해요. 우리가 만든 워터스테이션도 3kW에 맞춰 실증이 이뤄지고 있죠.”

독일의 인앱터(Enapter) 사에서 개발한 음이온교환막(AEM) 전해조인 EL 2.1의 사양은 시간당 500L로, 24시간 운전했을 때 1kg 정도의 수소를 생산한다. 케이워터크레프트가 개발한 3kW급 워터스테이션은 이보다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기술적인 배경도 다르다. 케이워터크레프트는 자체 개발한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부산사회체육센터에 있는 테니스장 옆에 워터스테이션을 설치해서 야간 조명을 밝히는 용도로 실증을 진행하고 있어요. 낮 동안 태양광으로 충전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5시간 동안 수전해 설비를 돌려 조명을 밝히고 있죠.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태양광 충전이 어려워요. 그럴 땐 한전의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했다 수전해 설비를 돌리게 되죠.”

워터스테이션은 물로 구동하는 에너지 자립형 수소발전시스템이다. 도시가스를 개질한 수소로 발전하는 기존의 연료전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워터스테이션은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를 쓰기 때문에 탄소배출 문제에서 자유롭다. 그래서 ‘에너지 자립형’이라는 말이 붙는다. 

3kW 워터스테이션, 주택·건물 등에 활용

연구실 안쪽에 워터스테이션 시제품이 놓여 있다. 알칼라인 수전해 장치의 초기 모델이 내부에 남아 있다. 납작한 원형판 모양의 전극에 립스틱 케이스 모양의 수소정제 장치가 달려 있다. 지금은 시스템을 개량해 원통형으로 전극을 제작한다. 전극 2개와 수소정제 장치 한 세트를 묶음으로 연결해 수소 생산 용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 수전해 전극과 수소정제기 세트를 여러 개 연결해서 수소 생산 용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기술 보안상 보여드리기는 어렵지만, 촉매와 전극을 자체 개발하는 전극 제조실을 따로 운영하고 있어요. 국내 제작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중국 OEM사에 의뢰해서 시제품을 만들고 있죠.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몇몇 업체에 나눠서 제작을 의뢰해요. MEA(막전극접합체)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죠.”

3kW면 단독으로 주택용 연료전지로 쓰기에 무리가 없다. 다만 전기료가 저렴한 국내 시장의 특성상 수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존에 가정용으로 보급된 1kW 연료전지, 사우나 시설 등에 보급된 건물용 연료전지의 경우 잦은 고장으로 멈춰 서거나, 전기료보다 비싼 도시가스 비용 때문에 가동을 중지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연료전지 보급에 들어가는 보조금을 두고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 탄소분리판을 적용한 3kW 연료전지가 한쪽에 놓여 있다.

“워터스테이션의 소비처를 꼭 개인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우리는 이 시스템을 대단위 공용전기를 운용하는 형태로 갈 생각이죠. ‘서산 그린바이오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에 나선 현대건설과 양해각서를 주고받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1,850세대가 들어서는 대규모 사업인데, 그중 10%인 180세대 정도가 쓸 공용전기에 워터스테이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죠.”

‘서산 그린바이오 스마트시티’는 서산간척지 B지구에 2025년 말까지 6,300억 원을 들여 첨단기술을 반영한 도농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유휴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들여 신재생에너지 타운도 만들게 된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로 그린수소를 만들어 쓰는 워터스테이션과도 접점이 있는 부분이다.

“우성건설이 장전동에 짓는 두 동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에도 워터스테이션이 설계에 반영돼 있어요. 여기도 공용전기를 쓰는 형태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고 제로에너지 빌딩이나 타운이 유행하면서 워터스테이션이 주목을 받고 있어요. 효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도시가스를 개질하는 방식보다는 환경에 무해한 ‘에너지 자립형’으로 가고 싶다는 요구가 늘고 있죠. 건설사도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많아요.”

하동의 칠불사도 워터스테이션에 관심이 있다. 산속 사찰은 추위에 취약하고 열효율이 떨어져 난방에 많은 전기가 든다. 현지 입지를 보면 일조량이 부족하고 나무가 많아 태양광 설치에 어려움이 있지만, 사찰에서 오히려 적극적이라고 한다. 템플스테이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어, 조만간 템플스테이 실증화 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케이워터크레프트는 스마트팜 실증을 위해 교내 한곳에 새싹인삼을 기르는 용도로 3kW 워터스테이션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통상 연료전지를 결합한 스마트팜의 경우 천연가스를 개질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작물 재배에 활용하는 안을 포함한다. 물론 이곳은 태양광과 연계한 그린수소를 활용하는 만큼 그럴 필요가 없다. 전기만 만들어 쓰는 형태다.

▲ 새싹인삼 재배를 위해 부산대 안에 설치한 스마트팜 실증화 설비.
▲ 스마트팜 실증화 설비 안에 있는 3kW 워터스테이션.

산소발생 공기청정기 ‘워터에어’

교수실에 나란히 앉아 큰 모니터를 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케이워터크레프트는 부산대기술지주에 속해 있다. 그래서인지 기술개발로 승부하는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소의 분위기가 반반씩 섞여 있다. 부산대 내부의 시설이나 기자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 기술지주회사의 높은 신뢰도는 든든한 배경이 된다.

“시리즈 A, B 형태로 투자를 받을 때 기술지주회사가 큰 힘이 되죠. 시제품 제작비를 지원받거나 관련 업체를 소개받기도 하고요. 다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직을 겸하다 보니 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분산이 되긴 합니다. 그래서 휴직을 하고 사업에 집중하는 교수님도 있죠. 워터스테이션만 해도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국내에 조립공장이 꼭 필요해요. 이 부분은 울산테크노파크와 협의를 하고 있죠.”

▲ 100W급 알칼라인 수전해 장비를 현재 3kW급으로 키웠다.

▲ 시제품으로 제작한 워터스테이션 초기 모델이 연구실 안쪽에 놓여 있다.

워터스테이션 다음으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제품은 산소발생 공기청정기인 ‘워터에어’다. 공기청정기에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을 접목, 수소로 연료전지를 구동해 전기료를 절감하면서 산소를 대기 중에 내보내는 제품이다. 권순철 대표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워터에어의 구동 영상을 보여준다. 

“800W 배터리에 알칼라인 수전해 장치, 30W 연료전지를 넣어서 개발한 시제품입니다. 공기청정 필터 외에도 가습기 기능을 더했죠. 전원 코드를 연결하지 않은 무선 상태로도 4시간 동안 작동이 돼요. 바퀴를 달아 이동할 수 있게 할 계획이죠. 정제가 된 깨끗한 산소를 방출하기 때문에 창문을 닫아놓고 집 안에서 생활해도 숲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여기에 편백나무 향을 더하면 피톤치드 효과를 보게 된다. 실내 공기질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의 요구를 모두 반영했다. 이 제품은 현재 양산을 위한 설계 단계에 있다. 제품 출시는 내년 하반기로 잡고 있다. 

“아기를 둔 부부나 노인 가정에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죠. 디자인에 공을 들여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과 동일한 가격으로 내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은행 같은 상업시설, 학교 같은 공공시설에도 설치해서 중앙제어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죠. 앱 사용도 당연히 지원하고요.”

▲ 산소발생 공기청정기인 워터에어 시제품.

생산은 홍콩의 OEM사와 진행할 예정이다. 케이워터크레프트는 워터에어의 대여와 유통을 위해 지난해 6월 렌탈 플랫폼 운영사인 미래비즈코리아와 손을 잡기도 했다. 

케이워터크레프트의 제품 라인은 워터스테이션이 기본이다.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과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배도 만들고, 공기청정기도 만들고, 전동휠체어도 만들고, 수전해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에너지 자립형 수소충전소도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이런 비전을 현실화하려면 실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수전해의 효율과 내구성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고, 상용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을 수 있는 양산체계를 갖춰야 한다. 

“투자를 하겠다는 곳이 있고, 현재 협의를 진행 중에 있어요. 회사 설립 당시와 비교해서 근 2년 만에 수전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죠. 또 국내 대기업들이 수소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투자를 크게 늘려가고 있어요. 이런 경쟁 구도 안에서 우리만의 장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죠.”

케이워터크레프트는 관련 실증을 진행하면서 기술력을 쌓고, 워터스테이션의 상용화를 통해 회사의 규모를 키워가야 한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는 ‘자본의 자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실이 그렇다. 케이워터크레프트가 올 한 해 힘을 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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