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월 오픈 예정인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정성 지원센터’.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수소충전소, 수소생산기지 등의 수소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수소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수소충전소 설치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수소충전소 부품 국산화율이 40% 정도에 지나지 않아 일본, 미국 등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수소충전소 구축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려 충전소 구축비용을 30% 이상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소는 높은 압력으로 저장・공급되며, 수소 고유의 취성을 갖고 있어 다양한 종류의 시험・성능 평가설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부품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이러한 설비들을 갖추기엔 한계가 있다. 

일부 기업들은 수소와 성질이 유사한 헬륨 등을 이용해 부품 성능을 평가하지만 정확한 성능평가가 어렵다. 해외 인증기관에 제품・부품을 보내 검증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제품 인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제품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수소 제품 안전기준 제정 및 국제표준 대응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수소생산부터 저장, 이송,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친 제품・부품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설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해외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운영 중인 일본의 ‘HyTReC’(Hydrogen Energy test and Research Center)이 대표적이다. HyTReC은 1,000bar 고압 수소 공급설비를 비롯해 대형 수소용기 인증 시험설비와 950bar의 환경에서 4만 회까지 반복시험이 가능한 볼밸브 내구성 시험설비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수소 제품・부품에 대한 성능평가가 가능하다.

▲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 내에 구축된 기반 설비(수소생산・저장・압축・회수시스템).

국내에서도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의 성능을 종합적으로 시험・평가할 수 있는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정성 지원센터’가 올해 말 대전에 완공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말 완공 예정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이 지난 2018년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 구축사업’ 공모를 실시한 결과 대전시가 최종 선정됐다. 

대전시는 한국가스기술공사, 대전테크노파크, 정부 출연연구원(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센터 구축사업자로 선정됐다. 

또한 대전시가 지난해 운영사업자를 공모한 결과 한국가스기술공사가 한국가스안전공사와의 경합 끝에 운영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대전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 신동지구에 건립 중인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총사업비 285억 원(국비 105억 원, 대전시비 180억 원)이 투입되며, 1만5,479㎡(4,682평)의 부지에 건축면적 2,112㎡(사무동 1개, 시험동 1개, 부속동 3개) 규모로 조성된다.  

▲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 내에 설치된 수소저장용기.

센터에는 기반 설비(수소생산・저장・압축・회수시스템)와 수소성능평가설비(수소부품평가시험설비, 수소충전율평가설비, 수소생산효율평가설비 등)가 구축된다. 현재 건축과 기반시설은 준공한 상태이며, 올해 말 최종 완공을 목표로 총 18종의 수소성능평가설비와 수전해 설비를 구축 중이다. 

한편 센터 기반설비에는 샘찬에너지가 개발 중인 국산 압축기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센터의 핵심시설인 시험동은 고압 수소를 시험실에 공급하고 시험에 쓰인 수소를 회수하는 ‘수소 압축・회수실’, 수소충전소 및 생산시설 등에 설치되는 부품(밸브, 호스, 피팅 등)의 인증・성능시험을 하는 ‘부품시험실’, 차량, 건설기계 또는 드론 등에서 쓰이는 소형용기의 성능시험을 하는 ‘수소용기시험실’, 고압 수소 부품의 수압・내압・파열시험을 하는 ‘수압・내압 시험실’, 고압 수소 충전량 측정 및 유량계 검・교정 시험을 하는 ‘충전량・유량 시험실’, 고압 수소 부품의 기계적 성능시험(굽힘모멘트, 비틀림 시험 등)을 하는 ‘기계시험실 #1’, 수소생산제품의 성능시험(연료전지 등)을 하는 ‘기계시험실 #2’ 등 총 6개 시험실로 구성된다. 

시험동은 방폭 구조로 설계됐고, 시험실 유리창도 방탄유리를 적용했다. 

센터 운영기관인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컨소시엄 참여 기관들과 함께 센터 수요자인 기업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센터를 구축해 왔다.  

▲ 나희승 한국가스기술공사 가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정성 지원센터 TF팀장)이 기반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희승 한국가스기술공사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정성 지원센터 TF팀장은 “수소산업 전주기 관련 제품・부품 성능평가 기반구축으로 중소기업 기술경쟁력 향상과 국민 안전성 확보에 기여하기 위해 단순히 장비구축과 시험만을 지원하는 기존 인프라 구축사업과 달리 수소 부품 성능평가설비 등 주요 시험설비를 활용해 수소 관련 부품·제품의 설계부터 제작, 시험, 분석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들로부터 수소 부품 실험에 필요한 주요 설비를 설문 조사해 이를 반영한 설비를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수소 부품 성능평가설비, 제품효율 평가설비 등 주요 시험설비를 활용해 기업들에 수소 관련 부품·제품 개발단계부터 테스트베드(Test Bed) 기능을 제공하며, 신뢰성·안전성 검증과 트랙 레코드 확보 등 기업들의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나 팀장은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수소산업이 지속 성장할 전망이지만 현재 국내에는 중소기업이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공급, 이용 모든 단계에서 제품・부품 개발을 위한 성능평가 설비가 미비해 신뢰성과 안전성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정성 지원센터가 개소하면 시험기능을 지원함으로써 개발비용 절감과 제품 국산화를 통해 수소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2년부터 시험・평가 서비스 제공 

센터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가스기술공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가스안전공사와의 경합 끝에 센터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지난해 10월 29일 대전시와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의 위·수탁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운영 준비에 들어갔다. 

대전시는 가스기술공사에 센터 이용수수료 수입과 연간 15억 원의 운영비를 10년간 지원한다.

가스기술공사는 27년간 초저온・고압가스설비 정비·설계 노하우와 전국 14개 지사의 전문인력을 활용해 수소 부품·제품에 대한 원-스톱 기술지원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추진전략을 높이 평가받아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또 센터 구축단계에 설비 전문인력 3명을 파견해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완벽을 기하고, 설비의 시운전 시에는 초고압가스 운영 노하우를 갖춘 시운전 전문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시험설비의 안정적 구축·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차별화된 사업전략도 인정받았다. 

마지막으로 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운영비의 일부만을 인건비로 계상하고, 60% 이상의 인건비를 공사에서 현물 투자하는 형태의 공격적인 사업 제안을 해 최종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에 구축된 기반설비의 제어 판넬.

가스기술공사는 안정적인 센터 운영을 위해 ‘글로벌 시험 평가센터 도약’이라는 비전과 4대 핵심전략사업 및 2대 고압가스설비 정비 전문기관 연계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4대 핵심전략사업으로는 국내 수소 부품·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 및 시험환경을 제공해 국내 제품의 안전성 및 내구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수소 부품 안전성 평가 지원사업’과 ‘기술 표준화, 인증 및 신뢰성 바우처 사업’, 기업들이 제품 개발 시 직접 시험 및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랩(Open Lab) 연구개발사업’, 수소충전소의 품질 및 충전효율 검사를 통한 안정적인 수소 공급을 목표로 하는 ‘수소품질 및 유량·충전 프로토콜 검사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대 연계 사업으로는 27년간의 고압가스 시설 정비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소충전소 및 수소생산시설에서 발생한 고장 부품에 대한 진단방법 및 고장특성 데이터 제공 등의 서비스를 통해 수소 인프라 시설의 안전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부품설비 고장진단 퀵서비스 사업’과 수소 관련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인력양성 사업’을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센터는 국내 제조사의 부품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시험 및 평가수수료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시험 항목별로 소기업, 중기업에 각각 20%, 10%의 감면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외에 대전광역시에 본사를 둔 기업에 한해 수수료 감면범위를 최대 50%까지 적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대전시 소재 소기업일 경우 수수료의 70%까지 감면되는 파격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에 설치 중인 엘켐텍의 수전해 설비.

센터의 중장기 최종 목표는 센터 설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센터 재정을 자립화하는 것이다. 가스기술공사는 국내 수소 관련 사업이 점차 확대되고 기술개발이 향상됨에 따라 센터의 시험시설을 단계별(단기, 중기, 장기)로 증설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액화수소 공급 계획이 포함됨에 따라 ‘액화수소 저장·운송 부품·설비 시험평가 설비’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센터는 대전시로부터 2022년부터 10년 동안 총 150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받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운영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4대 핵심전략사업과 2대 연계사업을 활발히 추진해 센터의 운영 재정 자립화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2022년에 센터를 출범, 기업들에 수소 부품의 개발단계부터 기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험평가 수수료 감면 혜택도 추가적으로 지원해 수소 부품 제조사의 기술개발을 독려하고, 국내 수소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센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는 2022년 1월 10명 인원으로 출범할 예정이며, 향후 수소 부품에 대한 KS코드 기준 KOLAS 인증, 수소품질측정 및 유량 검·교정 검사가 가능한 전문 인증기관으로 발전해간다는 목표다.

고영태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은 “국내 유일 초저온·고압설비의 27년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기관이자 국내 유일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시험·평가기관으로서 센터의 전문적인 관리를 통해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 경제·사회로의 대전환에 이바지하고 최종적으로 ‘글로벌 시험평가센터 도약’이라는 비전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주한 영국대사 일행이 지난 2월 19일 센터 구축 현장을 방문했다.

한편 지난 2월 19일 주한 영국대사 일행이 센터 구축 현장을 찾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는 “대한민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수소산업을 크게 발전시키는 것과 정부 주도하에 지자체, 기업이 상호 협업하며 수소산업의 안전성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기반시설을 빠르게 구축하는 것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스기술공사는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정성 지원센터와 영국 정부에서 추진 중인 수소 사업을 연계해 수전해 기반의 충전인프라 구축 실증사업을 포함한 수소산업 전반에 걸친 기술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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