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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수소경제 주목되는 기술·제품 27. 정우이앤이의 ‘액체수소 저장탱크’

국내 최초 C타입 육상 플랜트용 ‘액체수소 저장탱크’ 개발
공장 내 설치…액체질소로 5개월간 자체 검증 완료
정우이앤이, LNG 선박‧플랜트에 특화된 ‘극저온’ 기술 보유
이선해 대표 “내년엔 액체수소충전소 사업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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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해로 향한다. 부산의 서쪽이라 KTX보다 이 편이 더 가깝다. 천변의 목련은 서둘러 꽃을 피웠다. 항구에 늘어선 식당에서 도다리쑥국의 향이 흐릿하게 피어나는 계절이다.

르노삼성자동차 공장과 부산신항 국제터미널 사이의 어디쯤이다. 정우이앤이는 녹산산업단지에 있는 극저온, LNG 엔지니어링 업체다. 선박과 플랜트에 들어가는 LNG 설비의 이중배관, 진공파이프, 저장탱크, 고압펌프, 벙커링 유닛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국가핵심기술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탄탄한 기업이다. 

공장 앞마당으로 들자 두 기의 탱크가 보인다. 왼쪽에 있는 큰 탱크가 액체수소 저장용기다. 햇빛을 잘 받으라고 만든 검정색 기화기가 가운데에 놓여 있다. 일본의 이와타니가 운영하는 액체수소충전소 사진에 나올 법한 광경이다.
 
현장 설치 후 5개월간 성능시험 완료
정우이앤이는 국내 최초로 C타입의 육상 플랜트용 액체수소 저장탱크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20㎥ 용량으로 약 1톤의 액체수소를 담을 수 있다. 작년 9월에 현장에 설치해서 5개월가량 극저온 성능시험을 진행했다. 저장탱크의 단열성능을 알아보기 위한 기체 증발률(Boil Off Rate), 유지 지속시간(Holding Time Duration) 테스트를 통해 자체 검증을 완료했다. 



“아직 관련법이 없는 상태라 액체수소가 아닌 액체질소로 시험을 진행했어요. 이 크기의 탱크를 가득 채울 액체수소를 어디서 구할 수도 없고요. 질소는 영하 196℃에서 액화가 되지만(수소는 영하 253℃에서 액화가 된다), 테스트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요. 회사 내부적으로 액체수소 시장이 열릴 걸 예상하고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죠.”

마중을 나온 이선해 대표가 웃으며 말한다. 

액체수소 저장탱크 개발은 2년 전에 시작했다. 정우이앤이는 수소보다 낮은 온도에서 액화되는 액체헬륨 용기를 개발해 납품한 적이 있다. 다만 수소는 분자의 크기가 작아 금속 내부로 파고들어 금속을 깨뜨리는 취성(脆性)이 있다. 이 문제는 관련 소재를 적용해서 해결했다. 

“보일오프 비율을 하루 0.1% 수준으로 잡고 꼼꼼하게 설계했어요. 보일오프란 게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고 설계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져요. 통상 하루 0.5%의 증발률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죠. 홀딩타임도 30일로 길게 나왔어요. 탱크에 90%가량 유체를 채우고 나서 모든 밸브를 꽉 닫고 측정에 들어가죠. 그대로 두면 액체가 조금씩 기화되면서 압력이 서서히 오르게 돼요. 그러다 임계점에 이르면 여기 달린 안전밸브가 팍, 하고 터지게 되죠. 그 시점을 보고 단열성능을 평가해요.”



안전밸브가 늦게 열릴수록 단열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보통 보름이면 안전밸브가 열린다고 한다. 유지 지속시간을 재는 방법으로는 밸브를 열어 증발되는 기체의 총량을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간당 얼마의 기체가 배출됐는지를 따져 침입열을 역으로 환산해 단열성능을 추정하게 된다. 

“현행법으로는 액체수소를 용기에 담아서 시험할 수가 없어요. 규제 특례가 필요한 부분이죠. 영하 269℃에서 액화가 되는 헬륨을 써서 검증하는 방법도 있지만, 액체헬륨은 값이 너무 비싸요. 액체질소로 검증을 완료하고 나서 지금은 아르곤 탱크로 쓰고 있죠. 공장에서 쓸 일이 많거든요.”

기화기로 연결된 배관에 벚꽃처럼 하얀 성에가 폈다. 아르곤은 지구 대기 중에 질소, 산소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활성 기체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영하 186℃에서 액화가 되기 때문에 저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여기 튀어나와 있는 게 다 진공단열밸브예요. 탱크 안에 깊이 박아서 열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해놨죠.”

그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진공단열밸브(Vaccum Insulation Valve) 3개를 바로 옆에 따로 전시해 놨다. 영하 269℃에서 영상 80℃까지 액체수소와 액체헬륨의 단열에 대응할 수 있는 밸브다. 
 


내년 목표로 액체수소충전소 사업 준비
정우이앤이는 2010년 2월에 설립됐다. 이제 갓 10년을 넘긴 회사지만, 그 내력은 만만치 않다. 이미 1960년대 초반부터 산소 제조에 뛰어들었고, 모든 기체는 결국 극저온 상태의 액체로 유통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일찍 간파했다. 2000년경에 지주회사인 크라이오 제네시스(CRYO-GENESIS)를 설립하면서 ‘극저온 유체(Cryogen) 분야의 기원’이라는 의미를 담은 데서 그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정우이앤이는 극저온, LNG 설비에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LNG 조선해양의 진공단열배관, 이중배관을 자체 개발해 상품화했고, 특히 2016년에는 자체 설계로 개발한 진공단열배관을 국가핵융합연구소에 납품했다. LNG선박, 육상 액체헬륨 공급에 대한 기자재 납품 실적을 보유한 준비된 기업이다.

“정우이앤이는 설계부터 제작, 엔지니어링, 시운전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요. 회사를 대표하는 극저온 진공단열배관의 경우 약 6억 원을 투자해서 3년간 개발한 제품이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같은 곳에 납품해서 수입품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인정을 받았을 때 큰 보람을 느꼈죠.”



LNG 선박이나 플랜트에 들어가는 기자재의 경우 기본적으로 영하 162°C의 극저온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정우이앤이는 이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쌓아왔고, 그만한 성과도 냈다. 한국선급(KR), ABS, DNV 등 5대 선급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액체수소로 넘어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5개월 동안 테스트를 해서 설계나 제품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했어요. 오랫동안 극저온 유체를 다뤄왔고, 기술력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해요. 오랜 경험상 수소가 뜰 때부터 액체수소를 염두에 뒀고,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시장이 열릴 것 같아요.”

두산중공업은 창원에 하루 5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기로 했다. 또 효성은 린데와 손을 잡고 울산의 용연공장에 하루 36톤 규모의 플랜트를 짓는다. 여기에 SK가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인천에 하루 90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기로 했다. 연간 생산량 3만 톤으로 국내 최대 규모에 든다. 2023년을 기점으로 국내에도 액체수소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정우이앤이의 대응은 한 발 빠르다. 

사무실동으로 통하는 현관에 액체수소충전소 모형이 놓여 있다. 기본 사양을 보니 액화수소 400kg~1톤 규모로 시간당 120k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충전기는 기본 2개, 사용 전력은 일반 수소충전소의 25%에 불과하고, 바닥의 설치면적 또한 8×3m면 가능하다. 방폭에 따른 이격거리 문제만 해소된다면 도심의 좁은 부지에도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저장 탱크와 고압펌프가 핵심설비라 할 수 있어요. 고압펌프는 압축기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돼요. 1,000bar의 압력으로 액체수소를 압축해서 기화한 기체를 압축탱크에 저장한 다음 디스펜서로 차에 충전을 하는 방식이죠.”

정우이앤이는 선박용 LNG와 수소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가고, 액체수소충전소 사업은 자회사를 두고 운영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이선해 대표는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관련 지자체와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사업 시점은 내년으로 잡고 있다. 
 
수소연료선박 R&D 플랫폼 사업에도 참여
액화수소 플랜트의 경우 대규모 생산에는 터보팽창 기술을 활용하지만, 1톤 미만의 소규모 생산에는 GM 쿨러(Gifford-McMahon Cryocoolers)면 충분하다. 정우이앤이는 GM 쿨러의 핵심 부품을 들여와 공장에서 조립한 후 저장용기와 함께 연구소 등에 납품한 실적도 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한다.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에서 주도하는 ‘친환경 수소연료선박 R&D 플랫폼 구축사업’이 있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국비 260억 원, 지방비 118억 원을 들여 부산 남구 우암동에 있는 해양산업클러스터에 전용 연구동을 짓는 사업이다. 정우이앤이는 이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액화수소의 사용에 필요한 극저온 환경을 모사하기 위한 헬륨액화 설비를 수주해 구축 중에 있다. 

“차량 못지않게 선박도 탄소배출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LNG선박의 수요가 늘고 수소선박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죠. 기존의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저감만으로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요. 친환경 선박으로 가면 암모니아나 수소를 연료로 쓸 수밖에 없죠. 일본은 호주에서 수소를 도입하기 위한 액체수소 운반선을 이미 개발했고요.”



연료전지로 구동되는 수소선박 개발을 위한 연구동 시설에 정우이앤이의 설비가 들어가는 셈이다. 액체수소보다 온도 조건이 까다로운 액체헬륨에 맞춘 설비를 구축해 관련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우이앤이는 수소연료선박 개발을 위한 첨단 계측설비, 강재 통합시험설비도 함께 구축한다. 

이선해 대표가 노트북을 열어 BMW에서 개발했다는 차량용 액체수소 탱크를 보여준다. 지금은 경쟁에서 밀렸지만, BMW도 1980년부터 수소차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난 2006년에는 7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수소엔진차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시승회를 열기도 했다. 

“2015년인가 BMW가 도요타의 연료전지에 액체수소 저장탱크를 접목한 수소전기차를 선보인 적이 있어요. 300bar로 압축한 액체수소를 7kg 정도 저장할 수 있는 극저온 탱크를 차량에 탑재했죠. 여기서 수소를 기화해서 연료전지를 발전하게 돼요. 수소전기차 기술은 우리나라가 앞서지만, 극저온 유체를 다루는 기술만큼은 독일에 한참 못 미쳐요. 이젠 이런 시도가 필요하죠.”

넥쏘에는 총 3개의 타입4 수소탱크가 들어 있고, 700bar 압축기로 6kg 정도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액체수소로 가면 탱크 수를 줄이면서 주행거리는 크게 늘릴 수 있다. 기체 증발에 따른 연료 손실이나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향후 디젤에 맞먹는 긴 주행거리가 필요한 대형트럭 운행에는 액체수소만 한 대안이 없다. 




“수십 년 전에 산소를 액화해서 유통할 때부터 극저온 단열기술이 쓰였죠. 기체를 액체로 만들 수밖에 없어요. 천연가스만 해도 액화해서 LNG로 실어 나르잖아요. 그 시점이 언제냐의 문제일 뿐, 수소도 액화로 가게 돼 있어요. 수소 시장이 열릴 때부터 예견된 일이죠. 우리는 우리가 잘 알고, 잘하는 것들을 준비해서 시장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있는 거예요.”

크라이오 제네시스. 지주사의 이름이 다시 떠오른다. 가업을 이어 극저온 분야에 탄탄한 기본기를 다진 회사라 심지가 굳다. 향후 액체수소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그러고 보니 창밖에 우뚝 솟아 있는 하얀 탱크가 점 하나를 땅 속에 숨긴 느낌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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