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정부 과제인 ‘수소 충전을 위한 암모니아 분해 수소생산 시스템’ 주관사인 CES를 취재하면서 암모니아에 흥미를 가진 기억이 난다. 이날 취재는 2020년 8월호 연속기획 코너에 소개되어 있다.

그로부터 5개월 만이다. 지난 12월 8일, 대전에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찾아 암모니아를 분해해 20N㎥/h(시간당 약 1.8kg)의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 시스템을 눈으로 확인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인증 검사가 있는 날이라 현장은 어수선했다. 에너지연에서 만든 ‘암모니아 분해장치’,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잔류 암모니아 제거장치’, 젠스엔지니어링에서 만든 VPSA ‘수소 정제장치’ 관련해서 여러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하필이면 이날 암모니아를 불어대는 모터가 고장 났다. 한두 시간 늦게 고장이 났다거나 여분의 모터가 없었더라면 인증 검사 일정을 훗날로 미뤄야 했을 것이다. 

“장비를 새로 개발할 때마다 늘 겪는 일이죠.”

에너지연의 정운호 책임연구원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 말에는 어떤 울림이 있었다. 

이번 신년호 핫이슈는 ‘암모니아가 뜬다’라는 주제로 아예 두 개 꼭지를 구성했다. 암모니아가 뜬 기술적인 배경, 그린수소를 저장하는 수소 캐리어로서 암모니아의 역할 등 할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데 지나고 보면 이런 정보나 개념보다는 어떤 ‘사건’이나 ‘감정’이 더 기억에 남는다.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하버-보슈법’의 원리보다 전날까지 멀쩡하다 중요한 검사를 앞두고 심술을 부리는 ‘모터’ 같은 것들이 뇌리에 더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무릇 이날 일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예측을 깨는 돌발 상황이나 난관을 애써 무던히 넘겨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은 요동치던 감정의 동요가 잦아들고 나면 다시 일상의 평온이 찾아오리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딱 그런 기분으로 이 글을 쓴다. 마감을 끝낸 퇴근길, 당산철교를 지나는 전차 위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넌지시 바라볼 때의 마음 같다. 

한해가 가고 또 한해를 맞는다. 책을 한 권 펴낼 때마다 늘 겪는 일이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면 마스크 안에 숨은 그 무표정들이 무심코 그리워, 무심한 강물만 내내 내려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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