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선박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이제명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 1월 1일부터 전 세계 모든 선박에 대해 선박연료유 내 황 함유량의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규제를 발효했다. 지금까지 해운업계에 나온 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소선박이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미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등 환경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수소선박 등 친환경 선박 개발에 힘써왔다. 하지만 국내 수소선박 기술은 한참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 수소선박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정부 R&D 과제로 이제명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가 이끄는 ‘친환경 수소연료선박 R&D 플랫폼 구축사업’이 본격 착수됐다. 이와 연계한 수소선박 실증선 건조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LNG(액화천연가스)·수소기술포럼’도 발족했다. 

이 교수는 <월간수소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수소선박이 개발되고 실제 수주에 이르기 위해서는 선박용 수소연료탱크, 수소 벙커링 시스템 및 수소연료추진시스템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고, 실증 운항 등을 통한 다양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선박은 이미 조선・해양산업에서 차세대 대표 선박으로 등장했다. 이 교수는 “수소선박 개발에 뒤처지면 우리나라가 어렵게 달성한 글로벌 조선시장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수소선박 개발・상용화 움직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도 말해달라.

수소선박 개발・상용화는 2003년 이후 미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등 환경선진국에서 정부 주도형 투자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바지선, 카페리, 크루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소선박이 40여 척 건조되었고 실증을 거쳤다. 

최근에는 노르웨이의 경우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으로 세계 최초의 액체수소연료 크루즈선 건조사업을 올해 시작해 2023년에 건조를 마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일본은 올해 액체수소운송선(1,250m³) 건조를 마치고, 2021년 3월부터 호주에서 생산된 액체수소를 일본으로 운송할 예정이다. 

이들 나라는 고압 및 액체수소 연료탱크, 수소연료전지, 수소연료전지용 전기추진시스템, 액체수소 화물창 등 수소선박 관련 핵심기술이나 기자재 개발을 완료하고 실증에 돌입한 상황이다. 수소선박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 부산대학교(이제명 교수, 사진 좌)와 호주 최대 석유・가스 회사인 우드사이드는 지난 2018년 6월 수소산업 공동기술개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우리나라는 이들 경쟁국가와 비교해 대략 15~20년 뒤처져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수소선박에 필요한 기자재 개발이나 수소선박의 건조 및 실증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의 경기불황 여건에서 민간 조선사들의 기술확보용 선제 투자는 부담이 커 정부가 선행적으로 수소선박 기술확보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수소선박 기술 선진국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정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부터 시작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수소선박은 국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수소경제 활성화에서 에너지 공급・저장의 핵심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정부가 수소선박 개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핵심제품의 성능평가용 설비를 구축하는 ‘친환경 수소연료선박 R&D 플랫폼’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실증 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정부 지원 프로젝트의 활성화를 통해 수소선박 기술 주도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삼성중공업이 연료전지를 적용한 원유운반선을 개발하는 등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 개발을 추진해왔다. 국내 조선사들의 친환경 선박기술 수준은 어떻다고 보는가.

국내 조선사들은 유럽 해운선사들의 요구에 맞추어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선박을 개발하는 중이다. 대형 선박의 메인 엔진(Main Engine)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펌프 등 기자재의 소요 동력을 공급하는 보조 엔진(Auxiliary Engine)의 일부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조금 앞서나가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유사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개발 수준은 LNG추진에 관해서는 독보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 활용이나 수소엔진 등은 유럽에 비해 아직 시작 단계이며, 현재 기술 수준은 선박에 연료전지추진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한 기계・전력 장치들을 구성하고 배치해 선박의 기본설계에 반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소선박이 개발되고 실제 수주에 이르기 위해서는 선박용 수소연료탱크, 수소 벙커링 시스템 및 수소연료추진시스템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고, 실증 운항 등을 통한 다양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범선 등을 이용한 실증사업이 적극 검토되고 있고, 연안용 소형선박에 관해서는 일부 실증사업이 시작되었다.

지난해 ‘친환경 수소연료선박 R&D플랫폼 구축사업’이 착수됐다. 그간의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추진 계획을 말해달라.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저감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기존의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저감만으로는 친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안으로 친환경 선박 연료로 수소를 사용하는(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것이 검토되었다. 

하지만 자동차와 달리 대규모 출력을 요구하는 연료전지와 대량의 수소저장이 가능한 수소연료탱크 등 관련 기술을 연구하거나 시제품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설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소연료선박 핵심기술과 제품개발에 필요한 연구용 설비를 우선 구축하기 위한 것이 ‘친환경 수소연료선박 R&D 플랫폼 구축사업’이다. 국비 260억 원, 지방비 118억 원, 민자 21억 원이 투입되어 2023년 전용연구동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 부산 남구 우암동 해양산업클러스터 구역 내에 ‘수소연료선박 R&D 플랫폼’이 구축될 예정이다. 

수소연료선박 3대 핵심시스템(수소연료저장・공급시스템, 연료전지・ESS 시스템, 전기추진시스템) 개발에 필수적인 연구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 목표이다. 관련 설비들의 사양은 세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주요 연구설비는 영하 253℃ 액체수소 환경에서 소재・부품・기자재 성능평가가 가능한 설비, 수소연료전지-ESS 통합시스템 성능평가 설비, 수소연료전지 전력을 활용하는 전기추진시스템의 성능평가 설비이다. 

내년 하반기에 부산 남구 우암동 소재 해양산업클러스터 구역(우암부두) 내에 전용연구동이 완공될 예정이다. 모든 설비는 연구동 내 집적 공간에 구축되어 산업계 전용 지원시설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는 장비 도입과 전용연구동 건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연료로서 수소를 공급하거나 해외수입 수소를 저장하는 인수기지 등에 필수적인 수소 벙커링도 매우 중요해 지정학적으로나 기술적 연계 차원에서 ‘친환경 수소연료선박 R&D 플랫폼’ 구축 대상 지역을 우암부두로 선정했다. 

우암부두에서는 ‘해양산업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향후 수소선박 관련 실증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앞서 수소선박 시범선 실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친환경 수소 연료선박 R&D 플랫폼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건가. 수소선박 시범선 실증사업 추진 계획과 현황을 말해달라.

‘수소선박 시범선 실증사업’은 ‘수소연료선박 R&D 플랫폼 구축사업’과는 별개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핵심기술 개발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기획할 때 실증용 시범선으로 연결 필요성이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을 통해 시범선 설계용 국비를 확보하고, 부산・경남・전남의 지방비를 투입하는 형태로 이들 지자체별 수소연료전지추진 시범선을 건조할 예정이다. 

▲ 지난 2018년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친환경 스마트선박 R&D 플랫폼 구축사업’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제명 부산대 교수의 발표를 듣고 있다.
▲ 이제명 부산대 교수는 지난 2018년 11월 교내 상남국제회관에서 ‘수소선박 기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현재 부산과 경남은 각각 15톤, 10톤 규모 청항선(해상 유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유류 오염 제거 작업을 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선박), 전남 영암군은 12m급 레저용 선박을 대상으로 수소연료전지추진선박을 건조하는 계획이 확정되어 있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각각 3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전남 영암군은 건조예산 확보가 진행 중이다. 

각 지자체의 시범선은 오는 2022년 말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상세설계에 들어가는 일정이다. 200kW에서 최대 600k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선박에 탑재하고, 2022년 인도 후에는 실제 운항과 실증을 겸하게 된다. 선급 조선소 기자재업계 등의 협업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추진되는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추진선박 건조사업이 될 것이다. 연안용 소형 수소연료전지추진선박의 표준 기술도 도출될 것으로 본다. 

이 사업은 수소연료전지추진선박 실증 중에서 소형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1단계에 해당한다. 이 사업과 연계해 대양항해용 대형 수소연료전지추진선박 실증사업도 기획 중이다.

지난 8월 28일 조선 3사를 비롯한 유관 기자재업체, 대학과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LNG(액화천연가스)·수소기술포럼’이 출범했다. 포럼의발족 배경과 추진 계획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수소 정책에는 해외 수소 수입이나 액체수소 인수기지 등이 중요하게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액체수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수송과 저장’은 수소에너지 가치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액화 온도가 영하 163℃(LNG)와 영하 253℃(수소)라는 차이는 있지만 LNG와 액체수소는 극저온 액화가스라는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LNG운반선은 기술적인 면과 유관 산업들의 복잡성 면에서 볼 때 기술 수준이 높고 건조가 쉽지 않은 선박이다. 영하 163℃를 다루는 문제라서 적용되는 기술・제품들에 대한 승인과정도 아주 까다롭다. 

LNG운반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치와 세계 최고 조선산업국 위상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LNG 관련 기자재나 부품산업의 독자기술 확보 수준은 높지 않다. 각 기술 또는 각 기업의 관심 사항이나 이해관계가 다르고, 국제규정 대응도 제각각인 탓이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조선산업, 특히 LNG운반선을 대상으로 할 때 항상 지적되어온 약점이다. 대형조선소와 부품・소재 산업 간의 불균형 성장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폭발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액체수소 시장에서도 여전히 시장장악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완성품 제작을 담당하는 대형조선소와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기자재업계 간 의견 수렴이나 토론, 그리고 글로벌 경쟁에 대한 공동대응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현재의 LNG와 미래의 액체수소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조선・해양 산업계가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유지・확보하기 위한 기술 토론의 장으로 포럼을 발족하게 되었다.

LNG・수소기술포럼은 조선산업계의 기술 특성을 반영해 총 4개의 워킹그룹(금속소재, 단열・복합소재, 부품・장비, 표준화)으로 구성됐으며, 200여 개 이상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금속소재 그룹은 포스코를 중심으로, 단열・복합소재 그룹은 한국카본 등을 중심으로, 부품・장비 그룹은 세진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마지막으로 표준화 그룹은 소재・부품・장비 기술의 상용화와 선박 적용・지원을 담당하는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등으로 구성됐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10월 말에 정식 출범식을 열 예정이다. 4개의 워킹그룹 운영 및 정례회의를 통해 LNG・수소선박 관련 공동 기술개발, 국산화 전략 모색, 기술・안전기준과 정책 개발 및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기술교류 학술대회, 워크숍 개최를 통해 산학연 네트워크 활성화와 최신 친환경 선박기술 및 제품의 대외 홍보 활동도 지원한다. 포럼 참여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특허 및 국제인증 획득 지원 등의 기술적・행정적 지원도 수행한다.

▲ 부산대학교(이제명 교수, 사진 좌 4번째)와 세진중공업은 지난 8월 24일 ‘선박용 수소연료탱크 공동개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가 기획한‘ 해양부유쓰레기 수거처리용 친환경 선박 개발 및 실증사업’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2020년도 ‘다부처 공동기획연구사업’에 선정됐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참신한 기획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인구 변화 추세와 국가별 쓰레기처리 실태 등을 고려했을 때 2025년 총 1억7,0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세계 해양을 떠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해안가 1m마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닐봉지 30개 이상이 떠다니는 셈이다.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대응센터에 따르면 매년 국내 연안으로 유입되는 해양쓰레기 총량은 18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해양쓰레기는 선박 추진기에 엉키거나 냉각수 배관에 들어가 엔진 부하를 증가시키는 등의 선박 사고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어업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가장 큰 문제는 인위적인 행위나 자연 풍화로 마모되고 쪼개진 플라스틱 파편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매년 바다새 100만 마리와 고래・바다표범 등 해양 포유동물 10만 마리가 해양쓰레기로 인해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양부유쓰레기 수거・처리용 친환경 선박 개발・실증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 핵심은 해양쓰레기 수거・처리용 LNG 추진선박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성을 담보할 수 있고, 영하 163℃라는 LNG 온도를 이용하는 신개념 쓰레기처리 기술을 개발하여 탑재한다. 

또한 LNG를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SOFC)를 바탕으로 선박추진용 보조동력까지 만들어낸다. 따라서 LNG 냉열을 활용한 해양부유쓰레기 처리시스템 개발, 선박추진용 LNG-수소 하이브리드 시스템 실증, 실증선 운용을 통한 해양쓰레기 처리와 하이브리드 시스템 실증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영하 163℃의 LNG를 선박추진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온으로 기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기화 시 발생하는 폐 냉열을 해양쓰레기 동결에 사용해 파쇄・분말화하고, 이 분말을 자원 재활용이나 에너지화에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번 사업에서 개발되는 ‘해양쓰레기수거-동결파쇄-자원화’ 과정은 해상에서 수거된 쓰레기의 후처리를 위해 육지로 가져오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또한 파쇄를 통해 해양쓰레기 부피를 10배에서 최대 50배까지 줄일 수 있어, 제한된 공간이라는 선박의 특성도 고려한 효율적인 해양쓰레기 처리가 가능해진다. 자원화 기술과 연계시킬 경우 ‘해양쓰레기 자원화 업사이클(upcycle)’이라는 새로운 시장창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10차 다부처 공동기획연구사업 본 기획 대상으로 선정되어 기획예산을 지원받아 세부 기획 중이다. 기획 내용은 연말에 다부처특별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된다. 

조선해양공학, 재료공학, 환경공학 등 여러 분야의 산학연 전문가와 유관 산업체 컨소시엄을 구성해 구체적인 기획안을 작성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 긴밀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해양쓰레기라고 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산업계가 요구하는 기술적 난제인 수소선박 실증도 동시에 수행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어서 관심을 갖는 기관들이 많다. 기획이 잘 마무리되어 사회와 산업계에 동시에 기여하는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부산시는 중앙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상 ‘해외 수소 수입’ 이행을 위해 ‘남·북·러 경협 갈탄 활용 수소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추진 현황을 말해달라.

해당 프로젝트는 초기 계획 대비 방향이 약간 수정되고 있다. 당초 해당 프로젝트의 추진은 수소의 ‘생산-저장-소비’의 가치사슬 전체를 구축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에너지 관점에서 볼 때 메가시티형 에너지 소비 형태와 부산시 특유의 산업구조는 ‘저장과 소비’에서는 강점을 보유하지만, 에너지 생산과 관련해서는 접점과 경험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차세대 에너지 수소는 기존 화석연료가 가지고 있는 자원의 편재에 따른 지역의존성을 벗어나는 특징이 있으므로, 전통적 에너지 생산 개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했다. 항만을 이용한 안정적 석탄공급 루트만 확보된다면 석탄 추출 수소를 통한 저렴한 수소생산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범국가적인 탈 화석연료와 탈탄소 흐름에 따라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생산 이점이 감소하면서 갈탄 활용이라는 기본 개념의 변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남·북·러 경협을 앞세운 이유는 우리나라 최대 항만시설을 북방경제 활성화와 발맞추어 북한과 러시아산 갈탄 수입 거점으로 활용한다면 부산의 발달된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갈탄 추출 수소생산의 거점확보가 가능해지고, 이를 다시 전국에 공급한다는 개념이었다. 

갈탄 추출 수소생산 계획은 잠시 보류 중이기는 하지만 부산이 시도하는 전주기 수소에너지 가치사슬 구축의 큰 틀이 변한 것은 아니고, 해상풍력이나 신재생에너지 등을 이용한 친환경 수소생산으로 실천적 방안의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가 LNG선과 함께 전 세계 수소선박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해달라.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조선해양산업의 침체는 글로벌 조선산업이 가지는 경기순환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봐야 하고, 필연적으로 시장회복과 성장시장이 전개될 것이다. 

현재의 침체를 고민하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성장 국면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시장을 장악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LNG운반선과 LNG연료추진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수주 실적을 기록 중이다. 이런 산업경쟁력의 모태는 20여 년 전부터 LNG 관련 핵심기술 개발과 확보에 전력투구했던 결과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최근 국제해사기구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GHG)를 2008년 대비 50% 감축하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의 발생이 없는 수소가 미래 선박 연료의 대세로 부각되고 있으며, 수소선박은 차세대 선박 제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소선박 성장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LNG 관련 경쟁력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수소선박 개발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조선산업의 흥망은 성장 국면의 선박시장에서 등장하는 차세대선박용 기술확보 여부에 좌우되어왔다. 영국이 일본에 선도적 지위를 빼앗긴 이유는 당시의 성장시장에서 신개념 선박이었던 대형 탱커선의 개발지연에 있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친 이유에는 대형 컨테이너선, 드릴십, 대형 LNG선 개발에서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구체적 사례가 있다. 이 선박들 역시 당시의 선박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신개념 선박들이었다. 

수소선박은 이미 조선・해양산업에서 차세대 대표 선박으로 등장했다. 수소선박 개발에 뒤처지면 어렵게 달성한 글로벌 조선시장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 중장기 조선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소선박 연구개발과 실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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